# 휘어지는 전자기기가 나오면서 금속 재질의 전기회로는 균열로 인한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세하면서도 구조가 복잡해 수리보다는 키트 단위로 부품을 교환하거나 고칠 수 없어 아예 못쓰게 되는 경우도 많다.
# 아이언맨과 같은 인간형 로봇이나 웨어러블 컴퓨터에 사용되는 금속전선은 지속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상용화에 앞서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다.
우리 학교 생명화학공학과 박정기·김희탁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성균나노과학기술원(SAINT) 이승우 교수와 공동으로 끊어진 전기회로에 레이저를 쪼여주면 단락된 부분이 원래 상태로 다시 붙어 전기가 통하게 되는 ‘빛을 이용한 자기회복 전기회로’를 세계최초로 개발했다.
개발된 회로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발표용 레이저포인터를 2분 정도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끊어진 부위를 처음처럼 완벽하게 수리할 수 있다. 휘고 접고 비틀어도 잘 작동되는 연성기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플렉시블 전자기기나 웨어러블 컴퓨터는 물론 움직임 많은 인간형 로봇의 전선으로 적용해 단락 시 곧바로 수리할 수 있다.
최근 얇고 휘어지는 고집적회로를 내장한 전자기기 개발이 활발해짐에 따라 전기회로에 구부림 등 외부 자극으로 인해 내부 전기회로가 손상될 수 있다. 고밀도 회로가 적용된 탓에 고장 난 부분만 수리하기가 어려워 주로 모듈단위로 바꿔야하기 때문에 비싼 수리비용과 자원낭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연구팀은 조사되는 빛의 편광 방향과 나란하게 움직이는 아조고분자를 휘어지는 성질이 있는 연성필름에 코팅했다. 그 위에 전기전도도가 우수하며 손쉽게 합성이 가능한 은나노와이어(은으로 이루어진 나노사이즈 막대기)를 도포해 휘어지는 전기회로를 완성했다.
완성된 자기회복 전기회로를 테스트해보기 위해 연구팀은 회로에 인위적으로 균열을 만들어 단락시켰다. 회로가 끊어진 부분에 500mw/cm2(단위면적당 발광 에너지) 세기의 레이저 빛을 조사하자 아조고분자가 편광방향과 나란하게 움직였다. 이와 동시에 도포된 은나노와이어가 아조고분자와 같이 움직여 끊어진 부분이 다시 접착돼 단락된 전기전도도가 회복됐다.
박정기 KAIST 교수는 “플렉시블 전자기기의 전기회로 단락문제를 해결해 전자기기 사용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영화 속 아이언맨도 탐낼만한 차세대 신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기존 자기회복 전기회로 기술의 단점이었던 고온을 사용하거나 해로운 용매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복잡한 회복과정이 없다”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레이저를 쏘아주면 끊어진 전기전도도가 회복되는 전기회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사업의 지원을 받아 KAIST와 성균관대학교 교수진의 지도아래 KAIST 강홍석 박사과정 학생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9월 16일자로 실렸다.
1. 아조고분자 필름에 크랙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후 빛을 조사해 크랙을 회복시키는 이미지. 조사한 빛은 크랙과 수직한 편광을 갖는 빛이다. 2분의 조사시간만으로도 크랙을 완전히 회복시킨다.
2. 끊어진 전기회로가 다시 접합되는 과정
①아조고분자 필름 위에 은나노와이어를 도포한 후 인위적으로 크랙을 발생시켜 전기전도도 단락을 일으킨다. ②빛을 조사하여 아조고분자의 이동을 유도한다. ③그 효과로 인해 도포된 은나노와이어를 끌고 이동시켜서 다시 은나노와이어 접착을 유도한다. ④단락된 전기전도도가 회복된다.
(회복과정으로 인해 'K‘ 모양으로 배열된 전구에 빛이 다시 들어오는 것을 보여줌)
3. 은나노와이어가 도포된 아조고분자 필름의 연성특성 파악. 구부림, 꼬임 등에도 모두 전기전도도를 유지한다. 자기회복 과정을 거친 후에도 전기전도도 특성을 유지한다.
4. 제작한 자기 회복 필름의 웨어러블 기기 적용 가능성 파악. 장난감 손에 아래와 같이 회로를 연결한 후 반복적 구부림을 통해 전기전도도 단락을 시킨 다음 빛을 조사해 전기전도도를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