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부터) 이홍주 박사, 배태현 교수, 최수현 박사과정 >
여러 기체가 뒤섞인 혼합가스에서 수소만 쏙 골라낼 수 있는 ‘원자 크기 그물망’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고분자 안에 작은 수소 분자만 선택적으로 통과할 수 있는 초미세 통로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데 성공해, 향후 수소를 보다 효율적으로 분리·정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배태현 교수 연구팀이 고분자 분리막 내부에 원자나 분자 크기인 옹스트롬(Å) 수준의 초미세 수소 이동통로를 만들고, 이 통로가 얼마나 완전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네트워크 완결성(Network Completeness)’을 통해 수소 분리 성능을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1Å은 100억 분의 1미터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0만 분의 1 수준이다.
수소는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 질소 등 다른 기체와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아 수소만 높은 순도로 골라내는 분리·정제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수소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분리막’이다. 분리막은 크기가 다른 모래알을 체로 걸러내듯 작은 수소는 통과시키고, 상대적으로 큰 다른 기체는 걸러내는 ‘아주 촘촘한 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연구개요 [왼쪽] 가교 연결 완성도(BCD) 향상을 통한 고분자 분자체 분리막의 수소 분리 성능 개선 전략 모식도 연구개요 [왼쪽] 가교 연결 완성도(BCD) 향상을 통한 고분자 분자체 분리막의 수소 분리 성능 개선 전략 모식도](/_prog/download/?editor_image=/images/000138/001_6.jpg)
< 연구개요 [왼쪽] 가교 연결 완성도(BCD) 향상을 통한 고분자 분자체 분리막의 수소 분리 성능 개선 전략 모식도 >
그동안 기체 분리에는 분자가 지나가는 미세한 구멍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금속유기골격체(MOF)와 공유결합유기골격체(COF) 같은 다공성 소재가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결함 없이 넓은 면적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고분자 분리막은 얇고 넓게 만들기 쉽고 가공이 편해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유리하지만, 기체가 지나가는 아주 작은 공간을 원하는 크기로 정밀하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정밀한 구멍을 만들 수 있는 소재’와 ‘가공하기 쉬운 고분자’의 장점을 결합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를 위해 고분자 사슬을 서로 이어주는 연결 물질인 ‘가교제’를 이용해 촘촘한 그물망 구조를 만들었다. 고분자를 실이라고 한다면 가교제는 실과 실을 이어주는 매듭과 같다. 이 매듭을 이용해 작은 수소가 지나갈 수 있는 초미세 통로를 고분자 내부에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연결의 ‘개수’보다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로가 아무리 많더라도 중간중간 끊겨 있으면 수소가 제대로 지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고분자 내부의 연결이 얼마나 완전하게 이뤄졌는지를 나타내는 ‘가교 연결 완성도(Bridge Connectivity Degree, BCD)’라는 새로운 지표를 제안했다. 쉽게 말해 기존에는 ‘매듭이 얼마나 많은가’를 주로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매듭들이 제대로 이어져 하나의 온전한 그물을 만들었는가’를 평가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분리막(ms-oDMB-DB50)은 가교 연결 완성도가 73%에 달했다. 그 결과 수소가 분리막을 통과하는 성능과 질소가 섞인 기체에서 수소만 골라내는 성능이 원재료(DB50)보다 동시에 크게 향상됐다. 즉, 수소는 잘 통과시키면서 다른 기체는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빠르고 정교한 체’를 구현한 셈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분리막 내부에 3Å 이하의 초미세 공간이 다수 만들어진 것도 확인했다. 이 공간은 상대적으로 큰 기체는 들어가기 어렵고 작은 수소가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작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공간이 실제 존재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수소보다도 작은 헬륨 분자를 활용했다. 아주 작은 구멍에 그보다 더 작은 구슬을 넣어보는 것처럼, 헬륨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확인해 초미세 구멍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규명했다.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정성과 내구성도 확인했다. 새로 개발한 분리막은 100시간 동안 연속으로 운전해도 수소 분리 성능이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또한 잡아당기는 힘에 견디는 정도도 기존 최고 성능 수준의 고분자 분리막보다 약 2배 높았다. 수소를 잘 골라내는 성능뿐 아니라 실제 공정에서 필요한 튼튼함까지 갖춘 것이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순히 성능이 뛰어난 수소 분리막을 개발한 데 그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고분자 내부에 작은 공간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이 공간들을 서로 잘 연결해 수소가 지나갈 수 있는 온전한 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도로가 아무리 많아도 중간중간 끊겨 있으면 목적지까지 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번 연구는 수소가 지나가는 ‘길의 완성도’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리막을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분리하려는 기체의 크기와 특성에 맞춰 초미세 통로를 만드는 ‘맞춤형 분리막’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이 기술이 다양한 고분자 분리막으로 확장되면 수소 정제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포집, 천연가스 정제 등 특정 기체만 선택적으로 골라내야 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다.

< 연구 이미지 (AI 생성) >
이홍주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고분자 내부의 작은 통로가 얼마나 완전하게 연결돼 있는지가 수소 분리 성능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더 정교한 고성능 분리막을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태현 교수는 “레고 블록을 맞추듯 고분자를 촘촘하게 연결해 수소만 빠져나갈 수 있는 초미세 그물망을 만들었다”며 “향후 수소를 보다 효율적으로 분리·정제하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이홍주 박사(현 KIST 박사후연구원)가 제 1저자로, 최수현 연구원이 제 2저자로 참여했으며 배태현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7월 23일 게재됐다.
※ 논문명: Network completeness enables angstrom-scale transport pathways in polymer membranes, DOI: 10.1038/s41467-026-73860-0
※ 저자 정보: 이홍주((전) KAIST, (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1저자), 최수현(KAIST, 제2저자), 배태현(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2025년도 글로벌 C.L.E.A.N 사업과 기초연구사업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늘 ‘결합 1등’이던 구리가 밀려났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금속과 직접 결합하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주변의 약한 수소결합만 조절해 구리가 가장 안정적으로 결합한다는 오랜 금속 안정성 순서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원하는 금속을 골라내는 분리 기술과 촉매 설계 등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백윤정 교수 연구팀이 비타민 B2의 핵심 구조인 플라빈(flavin)을 이용해 금속을 중심으로 여러 분자가 둘러싸 결합한 ‘금속 착물’을 개발하고, 금속 주변의 수소결합(hydrogen bonding)을 조절해 기존 ‘어빙-윌리엄스 계열(Irving–Williams series)’과 반대되는 금속 안정성 경향을 구현했다고 6일 밝혔다. 어빙-윌리엄스 계열은 철·니켈·구리처럼 다른 물질과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는 전이금속이 주변 분자와 얼마나 안정적으로 결합
2026-09-07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는 골라 잡고,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는 작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담아야 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기체를 ‘얼마나 많이 담을까’를 넘어, 원하는 모양으로 ‘줄 세우는’새로운 소재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이산화탄소와 수소 등에 적용되면, 탄소는 더 잘 골라 잡고 수소는 더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맞춤형 소재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김지한 교수 연구팀이 아주 작은 구멍이 무수히 뚫린 다공성 물질 안에서 기체를 결정처럼 규칙적으로 ‘줄 세우고’, 원하는 기체 배열을 만드는 소재까지 인공지능(AI)으로 설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미세한 구멍에 기체를 담거나 골라낼 수 있는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활용했다. MOF는 스펀지가 물을 머금듯 미세한 구멍에 기체를 담을 수 있어 일종의 ‘분자 스펀지’와 같다.
2026-08-11수소연료전지는 자동차, 버스, 트럭 등을 운행하면서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동력원이다. 그러나 연료전지 내부에서 전기와 열을 전달하고 수소와 공기의 흐름을 관리하는 핵심 부품인 분리판은 수소연료전지의 대량생산과 상용화를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기존 분리판은 주로 무거운 금속이나 깨지기 쉬운 흑연으로 제작되며, 가격이 높고 대량으로 생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우리 대학 기계공학과 김성수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볍고 강하면서도 전기와 열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복합재 분리판을 개발했다. 핵심은 서로 다른 탄소 소재의 장점을 결합한 독창적인 샌드위치 구조이다. 중앙에는 카본블랙과 환원 그래핀 산화물로 만든 초박형 흑연화 시트를 배치하고, 그 양쪽에는 다중벽 탄소나노튜브가 고르게 분산된 팽창흑연층을 형성했다. 전체 구조는 열과 화학물질에 강한 고성능 고분자인 폴리벤족사진을 이용해 하나로 결합했다. 개발된 분리판은 전기전도성
2026-08-04치매를 악화시키는 물질이 치료를 시작하는 ‘스위치’가 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증가하는 과산화수소(H₂O₂,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종)를 이용해 병든 뇌에서만 약물이 활성화되는 새로운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동물실험에서도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하며 차세대 치매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임미희 교수 연구팀이 전남대학교(총장 이근배) 김민근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원장 권석윤) 이철호·김경심 박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원장 직무대행 황금숙) 이영호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알츠하이머병의 병든 뇌에서만 활성화되는 전구약물(Prodrug)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전구약물은 처음에는 약효가 없지만 몸속 특정 환경에서만 활성형 치료제로 바뀌는 약물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증가하는 과산화수소를 만나
2026-07-03DNA는 유전정보를 담는 분자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DNA 염기서열(유전정보를 구성하는 A·T·G·C의 배열)을 설계해 촉매 주변의 화학 환경을 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수준에서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듯 DNA를 설계해 수소 생산 효율과 원하는 화학물질 생성량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플랫폼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박지민 교수 연구팀이 금 나노입자(1~100nm 크기의 초미세 금 입자) 촉매 표면에 ‘단일가닥 DNA(한 줄로 이뤄진 유연한 DNA 분자로, 원하는 길이와 구조로 설계할 수 있어 반응 환경을 조절하는 나노 코팅재 역할을 하는 물질)’를 입혀 촉매 주변의 미세한 화학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수소 생산이나 친환경 화학제품 제조에 활용되는 전기화학 반응(전기를 이용해 화학
202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