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에 정보가 기록되는 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리 대학 연구진이 차세대 메모리 소재를 직접 들여다본 결과, 정보를 저장하는 작은 영역이 곳곳에서 새로 생겨나는 동시에 이미 생긴 영역도 주변으로 퍼져나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존 이론과 달리 두 현상이 함께 일어난다는 것을 규명해, 더 빠르고 안정적인 차세대 메모리 설...
산불이나 홍수 피해 지역을 위성으로 살피려면 필요한 때에 그곳을 다시 촬영할 수 있어야 한다. 위성 한 기로는 같은 지역을 재방문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여러 기를 함께 운용하면 관측 기회를 늘릴 수 있다. 우리 대학이 개발사업을 총괄한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NEONSAT)’ 5기가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향한다. 우리 대학은 우주연구원 인공위성연구소에서 개발사업을 주관하는 초소형군집위성 2~6호가 10월 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예정된 누리호 5차 발사의 주탑재위성으로 발사된다고 6일 밝혔다. 발사 예정 시간은 12시 23분부터 13시 23분 사이이며, 정확한 시각은 발사 당일 확정된다. 배충식 총장은 “이번 발사는 우리 대학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소형위성 개발 역량을 여러 위성을 함께 제작하고 운용하는 군집위성 체계로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우리의 연구와 기술이 실제 우주에서 안정적으로 구현되어 재난 대응과 공공안전 등 국민의 삶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가치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온샛은 한 기의 무게가 100kg 미만인 지구관측위성으로, 흑백 영상은 지상 1m급, 컬러 영상은 4m급 고해상도로 촬영하도록 설계됐다. 2027년 예정된 누리호 6차 발사에서 초소형군집위성 7~11호 5기를 추가로 발사하여 양산위성 10기의 군집 운용 체계가 갖춰지면 한반도 지역을 하루 3회 이상 촬영하고, 재난·재해 등 위급 상황 발생 시 같은 지점을 24시간 이내에 다시 촬영할 수 있다. 이번 사업은 국내 최초의 실용급 양산형 군집위성 개발사업이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위성 시스템 개발을 포함한 사업 전체를 총괄하며, 여러 위성을 함께 개발·검증·운영하는 데 필요한 분석 방법과 관리 절차를 정립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군집위성 운영을 위한 지상시스템과 위성영상 검·보정 및 활용시스템 개발을 담당하며, ㈜쎄트렉아이는 위성 본체와 고해상도 광학카메라 개발에 참여했다. 이 사업은 우주항공청의 지원 아래 국내 학연산이 함께 수행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군집위성 개발의 흐름을 담아 각 발사 단계마다 임무명으로 ‘BTS’라는 공통 약칭을 붙였다. 시제기는 ‘Beginning of The Swarm’(군집의 시작), 검증기는 ‘Bridging of The Swarm’(군집으로의 연결), 이번 1차 양산기는 ‘Beholding of The Swarm’(군집 발사의 목도), 2027년 발사할 2차 양산기는 ‘Beyond The Swarm’(군집을 넘어)이다. 시제기와 검증기를 거쳐 본격적인 군집위성 발사와 운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나타낸다. 한재흥 KAIST 우주연구원장은 “이번 사업의 핵심은 위성 한 기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러 기를 같은 기준으로 제작·검증하고 궤도에서 함께 운용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라며 “발사 후에는 위성 상태와 영상 품질을 차근차근 확인해 군집 관측이 계획대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누리호에는 네온샛 5기 외에도 10기의 큐브위성이 부탑재위성으로 실린다. 이 가운데 우리 대학의 또 다른 위성인 ‘지비샛’은 저궤도 우주환경을 조사할 예정이다.
회사 규정이 바뀌어 새 문서가 올라왔는데도 사내 AI가 예전 규정을 찾아 답한다면 어떨까. 새로운 정보가 계속 추가되고 오래된 정보가 사라지면, AI는 정답이 되는 자료가 있어도 이를 제대로 찾지 못할 수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데이터가 계속 바뀌어도 필요한 정보까지 찾아가는 ‘검색 길’을 유지해, AI가 최신 정보를 더 정확하고 빠르게 찾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전산학부 김민수 교수 연구팀이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삭제되는 환경에서도 높은 검색 정확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동적 벡터 검색 기술인 ‘콘다(CONDA, Connectivity-Aware Dynamic Index)’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생성형 AI는 학습이 끝난 뒤 새롭게 등장한 정보를 스스로 알지 못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신 뉴스나 기업 내부 문서 등을 검색해 답변에 활용하는 ‘검색증강생성(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술이 널리 쓰이고 있다. RAG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수많은 자료 가운데 질문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검색 기술이 중요하다. 현재 많은 AI 서비스는 문서나 이미지의 의미를 컴퓨터가 계산할 수 있는 숫자 묶음인 ‘벡터(Vector)’로 바꾼 뒤, 의미가 비슷한 정보들을 서로 연결해 필요한 자료를 찾는다. 문제는 실제 기업이나 인터넷의 데이터는 계속 변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문서와 뉴스, 상품 정보가 들어오는 동시에 오래된 정보는 수정되거나 삭제된다. 이런 변화가 반복되면 데이터 사이에 만들어 놓은 연결망이 조금씩 끊어지는 ‘연결성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 필요한 정보가 데이터베이스 안에 있는데도 AI가 그곳까지 찾아가지 못하면서 검색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내비게이션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도시에는 목적지가 그대로 있지만 건물이 생기고 사라질 때마다 주변 도로를 수정하다 중요한 길까지 하나씩 끊어진다면 목적지까지 찾아가기 어려워진다. AI 검색에서도 마찬가지로 정보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정보까지 찾아가는 ‘길’이 끊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CONDA는 데이터 사이의 거리뿐만 아니라, 필요한 정보까지 찾아갈 수 있도록 검색 경로가 제대로 연결돼 있는지를 함께 고려한다. 새로운 데이터가 추가되거나 기존 데이터가 삭제돼도 중요한 연결을 유지해 특정 정보가 검색망에서 고립되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CONDA는 데이터가 쉴 새 없이 추가되고 삭제되는 환경에서도 기존 최신 기술 대비 검색 정확도를 최대 24.5% 높였으며, 데이터 처리 속도도 최대 1.90배 향상시켰다. 특히 연구팀은 1억 개의 데이터가 존재하는 대규모 환경에서 6시간 동안 검색과 데이터 업데이트를 동시에 수행했다. 그 결과 CONDA는 비교 기술 대비 가장 짧은 응답시간과 높은 검색 정확도를 유지해 대규모 AI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기술은 기업 내부 규정이나 업무 문서처럼 정보가 수시로 바뀌는 지식검색 시스템뿐만 아니라 최신 뉴스 검색, 상품 검색 및 추천 등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변하는 다양한 AI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생성형 AI가 외부 정보를 찾아 답변에 활용하는 RAG 환경에서 최신 정보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검색하는 기반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실제 제품에도 적용된다. 김민수 교수가 창업한 인공지능 데이터 인프라 기업 그래파이(GraphAI)의 데이터베이스 제품인 ‘아카식DB(AkasicDB)’에 CONDA 기술이 적용돼 올해 4분기 상용화될 예정이다. 김민수 교수는 “검색증강생성(RAG)의 중요한 가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이 미처 학습하지 못한 최신 정보를 필요한 순간 즉시 찾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번 연구는 데이터가 끊임없이 변하는 현실 환경에서도 인공지능이 오랜 시간 정확하게 최신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전산학부 이다래 석사과정 졸업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김민수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2일 데이터베이스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대회인 VLDB 2026에서 발표됐다. ※ 논문명: CONDA: A Connectivity-Aware Dynamic Index for Approximate Nearest Neighbor Search over Evolving Data, DOI: 10.14778/3836663.3836694 ※ 저자정보: 이다래(NAVER Corporation, 제1저자), 김민수(KAIST)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 SW스타랩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림프관은 몸속에 고인 체액을 거두는 ‘배수로’다. 림프관이 부족하거나 제 기능을 못 하면 팔다리가 붓는 림프부종이 생길 수 있고, 종양 주변에 지나치게 늘어나면 암세포가 퍼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한국 연구진은 림프관을 만드는 단백질들이 짝을 이룬 뒤 다시 서로 모여 신호를 키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모임을 조절하는 방식이 림프관 생성 신호를 높이거나 낮출 치료 전략을 연구하는 데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김호민 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장석복) 이상규 박사 공동 연구팀이 림프관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VEGF-C’와 그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체 ‘VEGFR-3’의 결합 구조를 규명하고, 이들이 모여 신호를 증폭하는 원리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VEGF-C가 세포 표면의 VEGFR-3에 결합하면 수용체가 활성화되고, 림프관의 형성과 기능을 조절하는 신호가 세포 안으로 전달된다. 지금까지는 이 과정에서 VEGFR-3 수용체 두 개가 짝을 이루는 것이 활성화의 핵심 단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뒤 신호가 어떻게 더 강해지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입체적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초저온전자현미경으로 VEGF-C와 VEGFR-3가 결합한 구조를 살펴봤다. 그 결과, 수용체 두 개가 짝을 이뤄 만든 복합체들이 다시 옆으로 맞물린 구조를 확인했다. 이는 복합체들이 세포막을 따라 나란히 모이는 새로운 구조적 방식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두 사람이 짝을 이뤄 일을 시작한 뒤, 여러 팀이 모여 힘을 더하는 것과 같다. 연구팀은 실제로 이 모임이 신호를 키우는지도 실험했다. 복합체끼리 맞닿는 부위를 바꾸거나 빛을 이용해 수용체가 모이도록 조절한 결과, 여러 복합체가 모이는 과정이 신호 증폭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림프관 생성 신호를 조절할 새로운 지점을 제시한다. 앞으로 림프관 생성이 부족한 경우에는 신호를 높이고, 종양 주변에 림프관이 과도하게 만들어지는 경우에는 신호를 낮추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림프부종 치료나 암 전이 억제 효과를 확인한 것은 아니며, 실제 치료에 적용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김호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림프관 생성 신호를 받는 수용체 두 개가 짝을 이룬 뒤, 이렇게 만들어진 여러 짝이 다시 모여 신호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원리를 밝혀낸 것”이라며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림프관 생성 신호의 ‘숨은 증폭 스위치’를 찾아낸 만큼, 향후 림프부종과 암 전이 등 관련 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이노코어(InnoCORE) AI-CRED 혁신신약연구단 조령은 박사와 KAIST 생명과학과 안진숙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KAIST 김호민 교수와 IBS 이상규 박사는 공동 교신저자로 연구를 이끌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9월 9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Structural basis of lymphangiogenic receptor VEGFR-3 activation mediated by distinctive clustering of the ligand–receptor complex, DOI: 10.1002/advs.77728 ※ 관련 동영상: 단백질샘플을 초저온 급속 냉동으로 얼리는 Cryo-EM 샘플 준비영상 : https://drive.google.com/file/d/1OGPpkzmZMaWU3oxfswpbcEtt3NzX3n4q/view?usp=drive_link Cryo-EM 이미지 수집을 위한 그리드 선별과정 영상 : https://drive.google.com/file/d/1Bg6zEPeS9NZDO8zFaj59Fe7L_f8tBWwQ/view?usp=drive_link KAIST KARA에 구축된 Titan Krios Cryo-EM 장비 : https://drive.google.com/file/d/1c5Wmj44_9taYIW4N_mumg6tT21iOUYNQ/view?usp=drive_link 이번 연구에서 규명된 VEGF-C와 VEGFR-3 복합체 분자 구조 영상 : https://drive.google.com/file/d/198bcFoTb_pv__Ep-MHwcI47G4gv5yisx/view?usp=drive_link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노코어(InnoCORE) 프로그램, 한국연구재단(NRF) 중견연구자지원사업, NEXUS & CELINE 컨소시엄, KAIST 대규모 융합연구소 운영사업, 기초과학연구원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빛으로 약효를 조절하는 약물이나 빛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스마트 소재는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빛에 반응하는 대표적인 분자 스위치가 ‘아조벤젠’이다. 하지만 이 분자가 찰나에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50년 가까이 수수께끼였다. 한국 연구진은 분자 중심부가 자전거 페달처럼 맞물려 움직이며 모양을 바꾼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발견은 빛으로 움직이는 소재와 초소형 분자 기계를 설계하는 데 새로운 단서가 될 전망이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이효철 교수 연구팀이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장석복)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과 함께 빛에 반응하는 분자 ‘아조벤젠’의 구조 변화 과정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아조벤젠에는 두 개의 벤젠 고리가 가운데 질소 원자 두 개로 이루어진 연결부에 붙어 있다. 빛을 받으면 두 고리가 연결부의 서로 반대쪽에 놓인 형태에서 같은 쪽에 놓인 형태로 바뀔 수 있다. 원자는 그대로인데 놓인 자리만 달라지는 것이다. 이 성질을 이용해 약물의 활성을 빛으로 조절하거나, 빛에 반응하는 소재와 분자 기계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분자의 바뀌기 전과 후 모습을 아는 것만으로는 그 사이에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 수 없었다. 두 고리가 크게 돌아가는지, 가운데 연결부가 펴지는지, 여러 부분이 함께 비틀리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움직이는 도중의 구조가 너무 빨리 사라져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를 이용해 이 순간을 추적했다. 메탄올 용액에 녹인 아조벤젠에 레이저를 쏘아 반응을 일으킨 뒤, 초고속 엑스선으로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를 측정했다. 관건은 주변 용액의 강한 신호에서 아조벤젠의 미세한 신호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연구팀은 시끄러운 곳에서 작은 목소리를 가려내듯 분자의 신호를 분리했다. 이어 순간마다 얻은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움직임을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아조벤젠은 양쪽의 큰 벤젠 고리를 한꺼번에 크게 돌리지 않았다. 먼저 탄소와 질소가 이어진 부분이 비틀어지고, 이어 가운데 질소 연결부의 양쪽이 자전거 페달처럼 서로 맞물려 움직이며 전체 모양을 바꿨다. 이 발견은 주변 액체가 끈적해져도 반응 속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양쪽의 큰 고리를 돌려야 한다면 좁은 공간에서 큰 가구의 방향을 바꾸듯 주변 액체를 많이 밀어내야 한다. 중심부가 주로 움직이면 그럴 필요가 줄어든다. 이효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아조벤젠이 빛을 받은 뒤 어떤 경로로 모양을 바꾸는지 밝힌 성과”라며 “빠르게 반응하는 유기분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다양한 광반응 분자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아조벤젠을 이용한 약물이나 소재의 성능을 직접 높인 것은 아니다. 분자가 실제로 움직이는 경로를 밝혀, 빛에 반응하는 소재와 분자 기계를 설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는 김중민(현 IBS, KAIST 졸업), 기호성(현 IBS, KAIST 졸업)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수행하였으며,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9월 30일(영국 현지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X-ray liquidography decodes complex motions in azobenzene isomerization, DOI: 10.1038/s41586-026-11068-4 ※ 저자 정보 : 김중민(공동 제1저자), 기호성(공동 제1저자), 이성곤(공동 제3저자, 現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박사후연구원), 알레코스 세갈리나(Alekos Segalina, 공동 제3저자), 이윤범(제5저자, 現 경북대학교 화학과 조교수) 및 이효철(교신저자). 모든 저자는 연구 수행 당시 KAIST 화학과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 소속 ※ 연구 동영상 : https://drive.google.com/file/d/1NAG9doMmqNh26PIpD8aibaQPkiCNC0kl/view?usp=sharing https://drive.google.com/file/d/1Kcm0biYqhIBYJ7SNjw38oV3kcsVcxV-B/view?usp=sharing 한편,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의 과기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파리지옥은 먹잇감의 자극을 느끼면 잎을 닫아 붙잡는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여기에서 착안해, 물체의 접근을 느끼는 피부와 물체를 붙잡는 근육을 하나의 부드러운 소재에 담았다. 전기를 띤 물체가 다가오면 소재 안의 입자들이 움직여 전기 신호를 내고, 자외선을 비추면 굽어 물체를 붙잡는다. 빛을 끈 뒤에도 잡은 형태를 10분 이상 유지해, 부품과 배선을 줄인 소프트 로봇 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문홍철 교수 연구팀이 주변 물체를 감지하고 빛에 반응해 움직이는 이온성 소프트 로봇 ‘이오노그래스퍼(Ionograsper)’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온성 소재란 내부에 전하(양(+) 또는 음(−)의 전기적 성질)를 띤 작은 입자인 ‘이온’이 있어, 주변의 전기적 변화에 반응할 수 있는 소재를 말한다. 사람은 눈이나 피부로 물체를 알아차리고 근육을 움직여 잡는다. 로봇에도 주변을 감지하는 센서와 움직임을 만드는 구동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부드럽게 휘어지는 소프트 로봇에 이 장치들을 따로 붙이면 부품과 배선이 늘어나 구조가 복잡해진다. 연구팀은 로봇의 피부와 근육 역할을 하나의 부드러운 고분자 소재에 담았다. 고분자는 작은 분자들이 길게 이어진 물질로, 플라스틱이나 고무도 고분자의 한 종류다. 연구팀은 빛을 받으면 모양이 바뀌는 ‘아조벤젠’과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하는 고분자를 결합해, 내부에서 이온이 움직일 수 있는 그물망 구조를 만들었다. 전하를 띤 물체가 가까워지면, 그 물체가 주변에 미치는 전기적 영향으로 소재 안의 양이온과 음이온이 재배열된다. 풍선에 머리카락을 문지른 뒤 가까이 가져가면 머리카락이 반응하듯, 물체가 직접 닿지 않아도 주변의 전기적 영향으로 소재 내부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때 나타나는 전기 신호를 이용해 별도의 감지용 전압 없이 물체의 접근과 움직임을 알아냈다. 소재를 움직일 때는 자외선을 비춘다. 빛을 받은 아조벤젠의 모양이 바뀌고 소재의 한쪽 면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한쪽이 먼저 마른 얇은 종이처럼 소재가 굽는다. 연구팀은 이 움직임으로 물체를 붙잡는 모습을 시연했다. 빛을 끄면 소재 표면에 생긴 나노 크기의 작은 구멍을 통해 수분이 다시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소재는 반대 방향으로 굽으며, 고분자 구조가 천천히 풀릴 때까지 변형된 형태를 10분 이상 유지했다. 붙잡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빛을 비출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의 특징은 물체를 알아채는 기능, 움직이는 기능, 바뀐 형태를 일정 시간 유지하는 기능을 하나의 소재에 구현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빛에 따른 분자와 수분의 변화가 어떻게 양방향 굽힘과 형태 유지로 이어지는지도 분석했다. 이 같은 소재 설계 방식은 향후 소프트 로봇의 센서와 구동부를 각각 장착할 때 필요한 부품과 배선을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전기를 띤 물체를 감지하고 자외선으로 움직임을 일으키는 연구 단계다. 연구팀은 감지 거리와 움직이는 속도, 반복 사용 시 내구성, 물체를 지탱하는 힘을 높이고, 가시광선이나 근적외선으로도 움직일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문홍철 교수는 “로봇의 피부와 근육을 따로 붙이지 않고, 하나의 소재가 물체를 감지하고 빛을 받으면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빛을 끈 뒤에도 변형된 형태를 유지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앞으로 AI 제어 기술을 결합해 피지컬 AI 로봇에 활용할 수 있는 감각·구동 소재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전북대학교 화학공학부 김용민 교수가 제1저자,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문홍철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2026년 9월 14일 온라인 게재됐다. 또한 해당 논문은 59호지(Issue 59)의 표지논문(Front Cover)으로도 선정되었다. ※ 논문명: A Multifunctional Ionograsper Enabling Ion-Redistribution Proximity Sensing and Structural-Reconfiguration-Driven Bidirectional Actuation, DOI: 10.1002/adma.74981 ※ 저자정보: 김용민 교수(전북대학교 화학공학부, 제1저자), 권진한·양현우·이경록 박사과정 및 김성룡 박사(KAIST 생명화학공학과, 공동저자), 문홍철 교수(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신저자) ※ 관련 영상 링크: https://advanced.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dma.74981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 및 소재글로벌영커넥트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몸에 착용하는 기기가 걷는 동작과 잠깐 팔을 흔드는 동작을 구별하려면 움직임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한국 연구진은 반응 속도가 다른 반도체를 층층이 쌓아 방금 일어난 변화와 앞선 변화를 함께 읽는 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몸에 붙이거나 착용하는 작은 기기가 움직임과 몸의 신호를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우리 대학은 AI시스템학과 권지민 교수 연구팀이 UNIST(총장 박종래), POSTECH(총장 김성근) 연구진과 함께 이온을 담은 소재를 단단한 얇은 막으로 만들고, 이를 이용해 반응 속도가 다른 반도체 소자를 여러 층으로 쌓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반도체는 전기를 가하면 소재 안의 ‘이온’이 움직이면서 전류의 흐름이 바뀐다. 전기를 끊어도 이온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종을 친 뒤 소리가 잠깐 남듯, 반도체에도 앞서 들어온 신호의 흔적이 잠시 남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동안 단점으로 여겨졌던 이온의 느린 움직임을 지난 신호를 알아보는 데 활용했다. 관건은 그 흔적이 남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기존에는 이온을 담는 물질이 주로 액체나 부드러운 젤이어서 반도체를 정교하게 만들고 여러 층으로 쌓기도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온을 담은 물질을 단단한 얇은 막으로 만들고, 막 속 이온의 양과 두께를 조절했다. 그 결과 신호에 빠르게 반응하는 소자와 느리게 반응하는 소자를 만들 수 있었다. 두 소자를 층층이 쌓자 하나는 방금 들어온 신호에, 다른 하나는 조금 전부터 이어진 신호에 반응했다. 짧게 남는 메모와 오래 남는 메모를 함께 읽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네 차례 들어오는 신호가 켜지고 꺼지는 순서에 따라 만들어지는 16가지 패턴을 소자가 구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측정한 소자의 반응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숫자 영상을 판별하는 시스템을 모델링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속도의 영상 신호에 대해 90% 이상의 검증 정확도를 얻었다. 영상 판별 결과는 실제 소자의 측정값을 적용한 모델 검증 결과다. 연구팀은 이 소자를 4인치 웨이퍼 크기로 제작하고 휘어지는 기판에도 구현했다. 소자의 전기적 특성은 제작 후 55개월에 걸친 측정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번 연구는 움직임이나 몸에서 나오는 신호처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정보를 작은 기기 안에서 처리하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스마트워치에 적용했을 때의 성능과 소비전력 절감 효과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권지민 교수는 “이번 소자는 기존의 얇은 반도체 제작 공정으로 넓은 기판에 만들 수 있고, 여러 층으로 쌓을 수도 있다”며 “앞으로 스마트워치처럼 전력을 적게 써야 하는 기기에서 움직임과 몸의 신호를 읽는 AI 반도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정학순 연구교수가 제1저자로, POSTECH 노용영 교수와 KAIST 권지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6월 30일 게재됐다. ※ 논문명: Monolithic 3D-Integrated All-Solid Ion-Gated Carbon Nanotube Transistors With Tunable Ionic Conductance for Multi-Timescale Reservoir Computing, DOI: 10.1002/adma.202523703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국가반도체연구실지원핵심기술개발사업 및 우수신진연구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초격차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의약품 원료 등을 만드는 ‘미생물 공장’에는 세균인 대장균과 빵·술 발효에 쓰이는 효모도 활용된다. 두 미생물은 유전자를 읽는 방식이 달라 같은 생산 설계를 옮기기 어려웠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양쪽에서 작동하는 유전자 조절 장치를 개발하고, 여러 유전자가 함께 일해야 만들어지는 녹색 색소로 그 성능을 시험했다. 원하는 물질을 생산하기에 적합한 미생물을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공학생물학대학원 이주영 교수 연구팀이 서로 다른 종류의 미생물인 대장균과 효모에서 모두 작동하는 유전자 조절 장치 ‘하이브리드 프로모터’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미생물이 원하는 물질을 만들려면 생산에 필요한 유전자들이 작동해야 한다. 프로모터는 유전자 앞에 놓여 그 유전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작동할지 조절하는 DNA 부분이다. 공장 기계의 속도를 조절하는 손잡이와 비슷하다. 문제는 대장균과 효모가 유전자를 읽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대장균에서 잘 작동하는 프로모터가 효모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같은 물질을 다른 미생물로 만들어 보려면, 그 미생물에 맞는 프로모터를 고르고 유전자의 작동 세기를 다시 맞춰야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프로모터’는 대장균과 효모가 각각 알아볼 수 있는 DNA 요소를 한데 합친 것이다. 두 미생물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유전자를 읽더라도, 각자 필요한 신호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든 공용 조절 장치인 셈이다. 연구팀은 DNA 요소의 조합을 바꿔 유전자를 약하게 작동시키는 장치부터 강하게 작동시키는 장치까지 여러 종류를 만들었다. 실험 결과, 개발한 프로모터는 대장균과 효모 모두에서 작동했다. 대장균에서 강하게 작동한 조합은 효모에서도 대체로 강하게 작동했다. 두 미생물이 똑같은 양의 물질을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미생물이 바뀌어도 어떤 조합이 상대적으로 강하고 약한지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새 장치가 유전자 하나를 작동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물질 생산에도 쓸 수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이를 위해 유전자 세 개가 차례로 작동해야 만들어지는 녹색 색소를 시험 대상으로 골랐다. 강한 조절 장치를 썼을 때 색소 생산량은 약한 장치를 썼을 때보다 대장균에서 약 3.1배, 효모에서 약 2.6배 높았다. 두 미생물에서 물질의 생산량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연구팀은 다른 종류의 세균과 효모에서도 프로모터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가 발전하면 원하는 물질을 만드는 데 어떤 미생물이 적합한지 찾는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러 미생물에 같은 유전자 조절 설계를 적용해 생산 결과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이 바뀔 때마다 조절 장치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생산량을 높이려면 각 미생물에 맞춘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 이주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생물이 달라져도 프로모터의 상대적인 세기를 예측할 수 있는 공통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다양한 미생물 세포공장을 보다 빠르게 설계하고 비교해 바이오제조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손소희·문수영·안난영 연구자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 9월 23일 자에 게재됐으며, 9월 8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됐다. ※ 논문명: Modular synthetic cross-kingdom promoters enable coordinated expression in Escherichia coli and Saccharomyces cerevisiae, DOI: https://doi.org/10.1093/nar/gkag868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개인기초연구사업 및 보스턴코리아 공동연구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28
회의에서 모두가 같은 생각만 말한다면, 조직은 중요한 위험 신호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놓칠 수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구성원이 ‘나는 이 조직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 다수와 다른 의견도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며, 다른 구성원 역시 이를 갈등이 아닌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우리 대학은 기술경영학부 이수진·정승원 교수 연구팀이 캐나다 웨스턴대학교 아이비경영대학원(Ivey Business School) 조이 키니아스(Zoe Kinias) 교수와 공동으로 ‘안정그룹애착(group attachment security)’이 집단 내 소수 의견의 표현과 수용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안정그룹애착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안정적인 관계의 기반으로 느끼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구성원은 집단으로부터 정서적·관계적 지지를 받고 자신이 가치 있는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고 느낄 때 안정그룹애착을 형성한다. 이러한 애착이 강할수록 다른 의견을 내더라도 집단에서 거절당하거나 관계적으로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 조직에서는 다수와 다른 의견을 가진 구성원이 중요한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알고 있어도 관계가 틀어지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을 우려해 충분히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같은 조직의 구성원에게는 다수 의견과 일치해야 한다는 기대가 작용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반대 의견을 내기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연구팀은 안정그룹애착이 이러한 관계적 부담을 줄이면 구성원이 다른 사람의 반응보다 어떤 의견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소수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과 이를 받아들이는 다수 구성원의 관점을 나눠 두 차례의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안정그룹애착을 느끼도록 유도한 뒤, 자신이 집단 내 소수 의견을 가진 상황에서 의견을 표현하게 했다. 그 결과, 안정그룹애착이 유도된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더 많은 어휘를 사용해 자신의 의견을 구체화하고 더욱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참가자들이 관계에 대한 걱정보다 주어진 문제와 의견의 내용 자체에 더욱 집중했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다수 의견자의 입장에서 소수 의견자가 작성한 주장을 평가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안정그룹애착이 유도된 소수 의견자의 주장을 평균적으로 더 설득력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해당 의견이 집단의 기대를 거스른다고 느끼는 정도가 낮았으며,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할 의향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집단 내부 구성원이 제시하는 소수 의견과 외부 집단 구성원이 제시하는 소수 의견도 구분해 살펴봤다. 안정그룹애착과 내·외집단 구분 간의 전체 상호작용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다만 안정그룹애착이 과제 집중을 높이고 소수 의견의 표현과 수용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내부 구성원의 의견에서 일관되게 관찰됐다. 이 결과는 같은 조직의 구성원이라고 해서 반드시 반대 의견을 더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내부 구성원은 집단의 통념이나 다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기대를 더 크게 느껴, 현행 방식의 문제점이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제시하는 데 부담을 가질 수 있다. 이때 다른 의견을 내더라도 구성원으로서의 관계와 위치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이러한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조직 내부에서 비판과 개선 의견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아 외부 컨설팅이나 감사에 의존하는 실무적 문제에도 시사점을 준다. 구성원이 조직의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알고 있어도 관계 악화나 부정적인 평가를 우려해 말하지 않는다면, 조직은 내부에 축적된 지식과 위험 신호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내부 의견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발언 기회를 주는 것뿐 아니라 구성원이 안정적인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배경의 구성원을 한 조직에 모으는 것만으로는 다양성의 효과를 충분히 얻기 어렵다는 점도 보여준다. 구성원이 다수와 다른 생각을 안전하게 제시하고, 다른 구성원도 이를 갈등이나 조직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유용한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다양성이 실제 의사결정과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기업과 연구기관, 공공조직에서 집단사고를 줄이고 구성원이 가진 지식과 관점을 활용하기 위한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설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리더가 공개적으로 반론을 요청하고 소수 의견의 기여를 인정하며, 다른 의견을 내더라도 조직 내 관계나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확신을 지속해서 주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이수진, 정승원 교수는 “구성원에게 반대 의견을 말할 기회만 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다른 의견을 내도 조직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자신의 생각을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고, 다수도 이를 갈등이 아닌 더 나은 결정을 위한 유용한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경영학부 김태현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8월 4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The role of group attachment security in minority opinion expression in decision making groups, DOI: 10.1038/s41598-026-65147-7, ※ 논문 링크: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6-65147-7 한편, 이 연구는 한국정보통신기획평가원 및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았다.
2026.09.28
사람도 완주하기 쉽지 않은 42.195km를 사족보행로봇이 배터리 교체 없이 달렸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이 세계 최초 기록을 장거리 운용을 위한 설계 원리로 발전시켜 ‘네이처(Nature)’에 발표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의 제품화에 나선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사족보행로봇 ‘라이보2(RAIBO2)’의 장거리 주행 기술과 실제 마라톤 완주 결과가 국제학술지 ‘Nature’본지에 게재됐다고 24일 밝혔다. 국내에서 수행된 로봇 연구가 ‘Nature’ 본지에 게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으로도 로봇 분야 연구가 ‘Nature’본지에 실린 사례는 매우 드물어, 이번 성과는 국내 로봇 연구의 기술력과 학술적 수준을 동시에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라이보2는 2024년 11월 열린 상주 곶감 마라톤 대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교체하지 않고 풀코스 42.195km를 4시간 19분 52초 만에 완주했다. 사족보행로봇이 실제 마라톤 대회의 풀코스를 완주한 세계 최초의 사례다. 이번 논문의 핵심은 단순히 로봇이 42.195km를 달렸다는 기록에 있지 않다. 최근 세계 로봇업계에서는 사족보행로봇과 휴머노이드의 달리기 속도와 장애물 극복 능력을 겨루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장시간 운용하려면 순간적인 운동 성능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발열, 배터리, 구동장치의 안정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연구팀은 장거리 주행을 배터리나 모터 등 개별 부품의 성능 문제가 아니라 기계 구조와 전기 시스템, 보행 제어가 긴밀하게 연결된 ‘로봇 전체의 시스템 문제’로 접근했다. 사족보행로봇은 다리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구동장치뿐 아니라 전장과 기구부 등 여러 부분에서 에너지를 잃는다. 어느 한 부품의 효율만 높여서는 빠르고 안정적인 보행 성능과 긴 주행거리를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로봇 전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높은 보행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기구와 전장, 구동 및 제어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설계했다. 이를 통해 사족보행로봇이 장시간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어떤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특히 연구팀은 실험실의 짧은 주행 시험이나 계산으로 추정한 최대 주행거리에 머물지 않고, 실제 마라톤 풀코스에서 기술을 검증했다. 마라톤이 진행되는 동안 로봇 내부의 전압과 전류, 온도,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이를 GPS로 측정한 위치·속도·고도 정보와 동기화했다. 라이보2를 실제 참가자로 등록해 공식 구간 기록도 남겼으며, 연구진은 로봇과 함께 달리며 출발부터 결승선까지 4시간이 넘는 주행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42.195km 완주 기록이 라이보2의 성능을 보여줬다면, 이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는 그러한 성능이 어떻게 가능했고 실제 환경에서도 어떻게 유지됐는지를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가 됐다. 연구팀은 한 번의 인상적인 시연을 분석하고 재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 원리와 실측 데이터 기반의 연구 성과로 발전시켰다. 연구팀의 다음 과제는 한 대의 연구용 로봇에서 구현한 성능을 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옮기는 것이다. 라이보2는 연구진이 직접 설계하고 수작업으로 제작한 연구용 로봇이다.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제품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러 대의 로봇에서 동일한 성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면서 생산비용도 낮춰야 한다. 방수·방진과 넓은 사용 온도 범위, 충격·진동에 대한 내구성, 전자파 간섭·적합성(EMI·EMC) 등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신뢰성도 함께 확보해야 한다. 황보 교수 연구실에서 출발한 KAIST 교원창업기업 라이온로보틱스는 이번 연구 성과를 실제 제품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라이보2 개발 과정에서도 라이온로보틱스의 제조 기술은 연구실에서 확보한 높은 에너지 효율과 보행 성능을 실제 마라톤에서 4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연구팀과 라이온로보틱스는 기구와 전장, 소프트웨어, 인공지능뿐 아니라 로봇의 모터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모터 드라이버까지 자체 개발해 시스템 전체를 최적화했다. 현재 라이온로보틱스는 이러한 시스템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연구용 시제품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장시간 운용할 수 있는 사족보행로봇의 제품화와 양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실에서 한 대의 로봇이 보여준 최고 수준의 성능을 여러 대의 제품에서 동일하게 구현하고,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황보제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족보행로봇이 얼마나 멀리 달릴 수 있는지를 넘어, 높은 운동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로봇 전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실제 마라톤 데이터로 입증한 결과”라며 “연구실에서 구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산업 현장에서 누구나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기계공학과 이충인 박사와 염동훈, 박정수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9월 23일(현지시간) 게재됐다. ※ 논문명:A quadruped robot designed to complete a marathon on a single battery charge, DOI: 10.1038/s41586-026-11102-5 ※ 관련 사진 및 동영상: - 종합 사진/영상 모음 구글 드라이브: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ye82tTr2dCK2Bt7Ih0hSgWqkgqlVXk6X?usp=sharing 한편, 라이보2의 마라톤 완주 전 과정은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09.28
줄기세포가 원하는 종류의 세포가 되도록 유도하거나, 면역세포의 염증 반응을 조절하려면 어떤 유전자를 작동시켜야 할까.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조작하지 않고 단 한 번만 자극해, 현재의 세포를 원하는 상태로 유도하는 데 필요한 핵심 표적을 찾아내는 범용 세포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세포 안에 원래 존재하는 유전자 조절 흐름을 활용해, 최소한의 일시적 개입으로 세포의 운명을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원천기술 ‘넛지(NUDGE)’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세포의 운명을 바꾸는 기술은 줄기세포를 특정 기능을 지닌 세포로 분화시키거나, 질병·노화 세포를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리는 데 활용될 수 있어 난치병 치료와 재생의학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가 심장세포나 신경세포처럼 특정한 종류와 기능을 가진 세포로 변하는 것이 분화다. 그러나 기존의 세포 운명 제어 방식은 특정 유전자를 계속 켜거나 끈 상태로 고정하는 ‘영구적 개입(permanent intervention)’에 주로 의존해 왔다. 원하는 세포 상태를 만들 수는 있지만, 세포가 이후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인 ‘가소성(plasticity)’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자연 상태에는 존재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세포 상태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세포를 특정 상태에 강제로 고정하는 대신, 한 차례의 일시적인 자극만으로 세포 스스로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도록 하는 새로운 전략을 고안했다. 막힌 물길을 잠깐 터주면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세포 내부에 이미 존재하는 유전자 조절 흐름을 목표 방향으로 살짝 유도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넛지(NUDGE, natural dynamics control of gene regulatory networks)’는 컴퓨터 논리 모델을 이용해 세포 안의 주요 유전자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살펴보고, 그 결과 세포가 장기적으로 어떤 상태에 도달하는지를 분석한다. 이어 유전자 사이의 작동 관계를 나타내는 논리함수를 수학적으로 분해해, 현재의 세포를 원하는 상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제어 인자 조합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를 심근세포로 분화시키고자 할 때, 수많은 유전자 가운데 어떤 표적 분자를 일시적으로 자극해야 하는지를 찾아주는 ‘최소 자극 설계도’인 셈이다. 특히 가능한 최소 제어 조합을 빠짐없이 찾아내고, 그 결과를 수학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대규모 분자 네트워크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근사 기법도 함께 제시했다. 넛지는 어떤 인자를 자극해야 하는지를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극받은 세포가 어떤 경로를 따라 목표 상태에 도달하는지, 도달한 상태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도 함께 분석할 수 있다. 세포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태가 나타날 가능성까지 사전에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존에 보고된 63개의 생물학적 네트워크에 넛지 기술을 적용해 성능을 검증했다. 분석 결과,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고정하는 기존 방식은 63개 네트워크 가운데 55개에서 세포의 유연성을 훼손하거나 자연 상태에는 존재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평형상태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넛지의 최소 제어 방식은 전체 네트워크의 90% 이상에서 오차가 0.01 미만인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가장 효과적인 최소 개입 조합도 83%의 높은 확률로 찾아냈다. 연구팀은 넛지가 실제 생명현상을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심근세포 분화,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비만세포의 운명 결정, 면역세포인 대식세포의 항염증 상태 전환 등 서로 다른 세 가지 생명현상에도 적용했다. 먼저 심근세포 분화 과정에서는 심장 발생과 재생에 중요한 ‘MESP1’이 초기에 잠깐 작동해 분화를 유도한 뒤, 성숙한 심근세포에서는 사라지는 실제 생명현상을 재현했다. 이는 특정 유전자를 계속 작동시키지 않고 일시적으로 자극해도 세포가 스스로 자연스러운 분화 과정을 따라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비만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GATA2’와 ‘GATA1’이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 지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식세포 연구에서는 정상적인 면역 기능을 해치지 않으면서 염증을 줄이는 다양한 ‘M2’ 상태로 전환하기 위한 IL-4 등의 최적 1회성 일시적 제어 전략도 도출했다. 이번 기술은 특정 질병이나 세포에만 적용되는 치료법이 아니라, 현재의 세포를 연구자가 원하는 다른 상태로 바꾸려면 ‘어디를 한 번 자극해야 하는지’를 찾아주는 범용 원천기술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정상적인 줄기세포를 심근세포와 같은 특정 분화세포로 유도하는 연구부터 질병·노화 세포의 정상화, 손상된 조직의 재생, 면역반응 조절, 암세포를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리는 가역 치료 전략 설계까지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광현 교수는 “넛지는 특정 세포를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데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단 한 번의 최소한의 자극으로 현재의 세포를 원하는 다른 상태로 유도하는 범용 세포 제어 기술”이라며 “줄기세포 분화부터 노화·자가면역질환·재생의학·암 가역 치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제어 전략을 설계하는 원천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페리오 브라마나(Ferio Brahmana) 석사와 코빈 하퍼(Corbin Hopper)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이우정 박사과정 학생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온라인판 9월 18일 자에 게재됐다. ※ 논문명: Uncovering minimal control of cell fate by natural dynamics, DOI: 10.1073/pnas.2604777123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 및 기초연구실지원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