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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눈이 본 것을 오른쪽 뇌가 알게 하라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 동물의 신체 기관들은 대칭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몸의 좌우 균형을 맞추고, 움직이고, 반응을 할 수 있게 된다. 동물의 시각이 시작되는 안구 역시 머리의 양쪽에 하나씩 위치하며 한쪽 눈으로 볼 때 보다 더 넓은 영역의 물체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이나 고양이 같은 경우는 양쪽 눈이 정면을 향하고 있고, 개나 쥐 같은 동물은 눈이 사람보다 측면부를 향해 있고, 많은 물고기의 경우는 두 눈이 완전히 반대쪽을 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좌우측 눈이 받아들이는 이미지 역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인간의 경우 좌측과 우측 눈이 인식하는 이미지의 50%에 가까운 영역이 겹치는 반면, 생쥐의 경우는 5% 이하의 영역이 중복이 되며, 물고기는 중복된 영역이 거의 없다. 이들 겹치는 시각 영역 이미지의 위상차를 뇌가 인식해 동물은 물체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또, 물체가 움직이는 경우에는 좌측 눈과 우측 눈에 감지된 물체의 이미지의 시간차 정보가 뇌에서 처리되어 물체의 이동 경로를 감지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중복된 시각 영역이 넓을수록 외부 물체의 입체감과 이동을 더 잘 감지할 수 있게 되어, 대부분 포식 동물들이 넓은 중복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안구를 정면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좌우 안구에서 인식된 이미지를 뇌의 특정 영역에 전달하기 위해 눈에서 나온 시신경은 뇌의 좌우 반구에 모두 연결이 되어 있다. 흥미롭게 좌우 반구로 연결되는 시신경 비율은 좌우 안구 이미지의 중복 비율에 역비례해서, 인간의 경우 50% 시신경이 반대쪽 뇌로 연결되고, 생쥐의 경우 95% 내외, 물고기는 100% 반대쪽으로 연결된다. 시신경이 좌측 또는 우측 중 어느 쪽 뇌로 뻗어 나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시신경이 눈에서 출발해 시상하부 영역에 도달할 때 시상하부 중간선에 존재하는 경로 결정자(pathway selection cue)에 의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오랜 동안 이러한 동물의 양안 시각계 (binocular visual system)의 핵심인 시상하부 중간선에서 경로 결정에 관련된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고 일부 경로 결정 인자들이 밝혀진 바도 있다. 하지만, 핵심인자의 부재로 이 과정에 대한 명확한 이해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생명과학과 김진우 교수 연구실에서는 시신경 및 시상하부 중간선에 많이 발현되는 VAX1 유전자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이 유전자가 결핍된 생쥐와 사람은 시신경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시신경이 시상하부에서 교차하지 못하는 발달 이상을 보였다. VAX1이 호메오도메인을 가지는 전사인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시상하부에서 경로 결정자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시신경 교차(optic chiasm)를 생성할 것이라고 추정하였으나, 김교수 연구팀에서는 VAX1이 시상하부 세포에서 전사인자로 기능하기 보다는 눈의 망막신경절세포에서 뻗어 나온 시신경 축삭(axon)에서 mRNA 번역인자로 작용하여 시신경의 성장을 유도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여 2014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VAX1이 전혀 없는 동물은 두개골 기형 때문에 생존하기 어려워 이러한 VAX1 이상으로 인해 시신경 교차가 없는 동물의 시각 반응 및 행동에 대한 이해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김 교수 연구실에서 VAX1의 전사인자 기능은 유지한 채 시신경 축삭에 작용하지 못하는 VAX1(AA) 생쥐를 제작하였고, 이 생쥐는 외형적 이상이 전혀 없이 정상적으로 태어나 성장하였다. 다만, VAX1(AA) 생쥐는 모든 시신경이 안구와 같은 쪽 뇌에만 연결되는 시신경 교차 결핍증(agenesis of optic chiasm, AOC)을 나타냈다. 이 생쥐의 시각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검증한 결과, 눈 속의 신경 조직인 망막이 빛을 감지하는 기능은 정상이나 입체 시각이 전혀 없었고, 시력 역시 저하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VAX1(AA) 생쥐의 눈이 아무런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속적으로 상하궤도 운동을 하는 시소안구진탕증(Seesaw Nystagmus)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시소안구진탕증은 시신경 교차에 이상이 있는 사람과 벨지안쉽도그(Belgian sheepdog)에서도 관찰이 된 바 있어서 시신경 교차 결여가 VAX1(AA) 생쥐의 안구 운동 이상의 원인임을 알 수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VAX1(AA) 생쥐의 시각 운동 반응이 반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왼쪽 눈에 빛을 주면 오른쪽 동공이 먼저 축소되고, 물체 이동을 감지한 후에는 움직이던 눈이 오히려 정면을 응시하는 등, 시각 정보와 반대되는 안구의 움직임을 보였다. VAX1(AA) 생쥐는 시신경 교차에만 이상이 있고 시각을 처리하는 뇌 부위는 정상적으로 형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 결과는 우측 눈에서 오는 신호를 처리해 우측 눈으로 운동 정보를 보내야 할 좌측뇌가 정작 좌측 눈에서 오는 신호를 받아 우측 눈을 자극하는 입력-출력 반전(input-output inversion) 현상 때문으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아직 VAX1(AA) 생쥐의 좌측 눈에서 들어 온 시각 신호가 어떤 뇌 부위를 안구로 다시 전달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이러한 반전된 시각-운동 신경망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교수팀은 시각 자극을 받은 VAX1(AA) 생쥐의 뇌를 자기 공명 영상 분석하는 공동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동물의 시각 정보가 어떤 경로로 뇌에서 처리되어 운동 신경을 활성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https://doi.org/10.1038/s12276-023-00930-4) 2월3일자로 발표됐다. KAIST 생명과학과 김진우 교수 연구팀 민광욱 박사가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하였고, 생명과학과 이승희 교수 연구팀,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영균 교수 연구팀, 연세대학교 이한웅 교수 연구팀, 한국뇌연구원 김남석 박사, 기초과학연구원 이창준 박사 연구팀이 함께 참여하였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연구지원사업과 선도연구센터사업, 그리고 KAIST 국제공동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3.03.02
조회수 5866
김대수, 이필승 교수, 소유욕을 만드는 뇌 신경회로 발견
“시상하부의 특정 신경을 자극했더니 생쥐가 장난감에 엄청난 집착을 보였습니다. 물건을 가지려는 욕구를 만들어내는 신경으로서 유용한 자원을 탐색하고 소유하려는 욕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발견입니다 ” 사람과 동물은 다양한 사물을 탐색하고 획득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생존을 위한 먹이나 유용한 물건 획득을 위해서다.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었던 포켓몬 고 같은 게임에서 아이템 획득하는데 몰입하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인간에게 이러한 욕구는 경제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행동의 동기가 된다. 그러나 물건에 대한 욕구는 본능이기에 쉽게 조절할 수 없을뿐더러 잘못된 습관이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유명인들도 물건을 습관적으로 훔치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를 접하곤 한다. 또한 쓸모없는 물건을 집안에 모으고 버리지 못하는 수집 강박증이나 쇼핑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물건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정신 질환의 일종으로 분류돼 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KAIST 생명과학과 김대수, 기계공학과 이필승 교수 연구팀은 전시각중추(MPA, Medial preoptic area)라 불리는 뇌의 시상하부 중 일부가 먹이를 획득 및 소유하려는 본능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전시각중추 신경을 활용해 동물의 행동과 습관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한 쥐에게는 장난감을 갖고 놀게 하고 다른 쥐는 따로 물체를 주지 않은 뒤 뇌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MPA(전시각중추) 신경회로가 활성화됨을 발견했다. 그 후 광유전학을 이용해 빛으로 MPA를 자극하자 물체 획득을 위해 실험체가 집착하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MPA신경이 수도관주위 회색질(PAG, Periaqueductal gray)로 흥분성 신호를 보내 행동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규명해 연구팀은 이것을 MPA-PAG 신경회로라 이름 지었다. 김대수 교수는 “쥐가 먹이가 아닌 쓸데없는 물체에 반응하는 놀이행동의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MPA-PAG 회로를 자극했을 때 귀뚜라미 등의 먹잇감에 대한 사냥행동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물체를 갖고 노는 것이 먹이 등의 유용한 사물을 획득하는 행동과 동일한 신경회로를 통해 나타남을 의미합니다”고 설명했다. 어린동물이 물체를 가지고 노는 것이 사냥 등 생존에 유용한 기술을 획득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발견이다. 연구팀은 MPA가 물건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혀낸 뒤 이를 조절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생쥐 머리위에 물체를 장착해 눈앞에서 좌우로 움직일 수 있도록 무선으로 조종하고 MPA-PAG 신경회로를 자극해 생쥐가 눈앞에 물체를 따라가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고등동물인 포유류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한 기술로 연구팀은 미다스(MIDAS)라고 명명하였다. 이필승 교수는 “미다스 기술은 동물의 탐색본능을 활용하여 동물 스스로 장애물을 극복하며 움직이는 일종의 자율주행 시스템입니다. 뇌-컴퓨터 접속 기술의 중요한 혁신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이러한 연구들이 많이 시도될 수 있도록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신경과학과 시스템 공학이라는 접점이 부족해 보이는 두 분야가 만나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매우 모범적인 융합 연구의 사례라는 의미를 갖는다. 생명과학 전공 박세근 박사는 전시각중추가 물건에 집착하는 회로라는 것을 밝혔고, 기계공학 전공인 김대건 박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동물 무선제어에 큰 기여를 했다. 공동연구의 중간역할을 한 정용철 박사과정은“서로 용어 조차 다른 신경 과학과 시스템 제어 공학이라는 전혀 다른 두 분야를 서로가 완벽히 이해해야만 했고, 이를 위해 팀원들과 함께 끊임없이 논의하고 연구했습니다. 그 시간이 가장 재미있는 과정이자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김 교수는 신경 회로 기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수집 강박, 도벽, 게임중독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지식을 통해 만들어진 뇌-컴퓨터 접속기술은 국방, 재난 구조 등에 활용될 것입니다.” □ 그림 설명 그림1. 소유욕을 이용해 포유동물 행동을 조절하는 MIDAS 시스템 모식도 그림2. 전시각 중추 신경회로가 소유행동을 나타내는 모식도
2018.03.15
조회수 14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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