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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친환경 생산 공정 촉매 개발
세계 유수의 화학 기업들은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의 하나인 폴리우레탄을 만들기 위해 염산을 촉매로 사용해왔으며, 이는 많은 독성 폐수를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염산을 친환경적인 고체 형태의 산 촉매로 대체하고자 하는 연구를 지난 20여 년간 진행해 왔으나 낮은 반응 선택도와 빠른 촉매 비활성화 문제로 한계에 부딪혔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염산 촉매 기반 공정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 고체산 촉매를 개발하여 화제다.
우리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연구팀이 인하대학교 화학공학과 이용진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폴리우레탄 기초 원료인 메틸렌디아닐린 제조에 있어 높은 촉매 활성과 선택도를 갖고 뛰어난 장기 안정성을 갖춘 *LTL 제올라이트 기반 촉매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 LTL 제올라이트 : 제올라이트는 알루미늄 산화물과 규산 산화물의 결합으로 생성된 다공성, 결정성 물질로, 흡착제, 이온교환제, 합성세제, 촉매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는 소재다. 국제 제올라이트 학회(International Zeolite Association, IZA)에서는 현재까지 보고된 250여 가지의 제올라이트를 골격구조에 따라 3자의 알파벳 코드로 분류하였다. LTL은 Linde type-L의 약자로, 1차원의 육각형 결정구조를 가진 제올라이트이다.
폴리우레탄의 중요한 기초 원료 중 하나인 메틸렌디아닐린은 현재 상용화된 공정에서 염산 촉매를 활용해 여러 단계의 화학 반응을 거쳐 합성된다. 이러한 전통적인 합성 공정은 부가가치가 높은 4,4’-메틸렌디아닐린의 수율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부식성이 강한 염산을 사용하는 공정 특성상 내부식성을 갖춘 고가의 특수 반응기의 설계가 요구된다. 또한, 생성물의 중화 공정과 분리 공정이 필수적이고, 많은 양의 독성 폐수가 배출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
메틸렌디아닐린의 제조에 고체산 촉매로 널리 연구되어 온 물질은 마이크로 기공(기공의 직경이 1나노미터 이하)을 가지고 있는 결정성 물질인 제올라이트다. 하지만 제올라이트 촉매의 경우 메틸렌디아닐린 합성 반응에서의 반응물과 생성물의 분자 크기가 매우 크기 때문에 마이크로 기공에서의 확산 속도 제한으로 야기되는 낮은 활성이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시사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민기 교수 연구진은 4,4’-메틸렌디아닐린을 선택적으로 합성하고 올리고머의 형성을 억제할 수 있는 최적화된 제올라이트 촉매를 설계했다. 연구진은 현재까지 발견된 250개 이상의 제올라이트 구조 중 LTL 제올라이트 구조가 4,4’-메틸렌디아닐린의 합성에 이상적임을 발견했다. 아울러 LTL 제올라이트의 결정 내부에 거대 분자의 확산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추가의 기공을 뚫어서 일종의 '분자 고속도로'를 만들어 느린 분자 확산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마이크로 기공과 메조기공을 동시에 포함하는 신규 LTL 제올라이트 촉매는 일반 LTL 제올라이트에 비해 8배 이상 증진된 활성을 보였으며, 염산 촉매를 이용한 촉매 공정에 비해 10% 이상 증진된 4,4’-메틸렌디아닐린 수율을 보였다. 또한 연구진은 신규 개발한 촉매가 장기 연속 반응 공정에서도 우수한 안정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신규 제올라이트 촉매를 사용한 공정은 염산 기반의 공정과 달리 중화 공정이 필요하지 않고, 폐수 발생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연구를 주도한 최민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수의 화학 기업들이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던 메틸렌디아닐린의 친환경 생산 공정 개발에 돌파구를 제시한 국내 고유의 기술적 성과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연구진은 한화 솔루션㈜와 긴밀하게 협업해, 신규 촉매 기술을 상업적으로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며, 세계 최초의 메틸렌디아닐린의 친환경 생산 공정 개발을 국내 기술력으로 달성하고자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화솔루션㈜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생명화학공학과 이수성 석사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연구에 참여하였으며,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에서 권위적인 국제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지난 6월 27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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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로 나일론을 친환경적으로 만든다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나일론을 포함한 다양한 고분자들의 친환경 생산에 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 한태희 박사가 `나일론-5의 단량체인 발레로락탐을 생산하는 미생물 균주 개발'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발레로락탐(valerolactam)은 나일론-5 및 나일론 6,5의 중요한 단량체다. 나일론-5와 나일론 6,5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합성섬유인 나일론의 일종으로, 나일론-5는 탄소 5개짜리 단량체로 이루어진 고분자, 나일론 6,5는 탄소 6개와 5개짜리의 두 가지 단량체로 이루어진 고분자를 말한다. 이는 우수한 가공성과 가볍고 질긴 특징으로 인해 의류뿐 아니라 배드민턴 라켓 줄, 어망, 텐트, 그리고 기어 부품 등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단량체란 이러한 고분자를 만드는 재료이며, 단량체들을 서로 연결해 고분자를 합성하는 원리다.
석유 화학 기반의 화학적 발레로락탐 생산은 극한 반응조건과 유해 폐기물 생성이라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레로락탐을 친환경적이며 고효율로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 공장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시스템 대사공학은 효과적인 미생물 균주 개발을 위해 필요한 핵심 전략으로, 이상엽 특훈교수가 창시한 연구 분야다.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은 미생물의 대사회로를 조작하는 기술인 대사공학을 이용해 아미노산 생산에 주로 사용되는 세균의 일종인 코리네박테리움에 발레로락탐 생산 합성 대사회로를 구축했다. 이로써 바이오매스인 포도당을 탄소원으로 사용해 고부가가치의 발레로락탐을 생산하는 미생물 균주를 개발했다고 연구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교수팀은 2017년 대장균을 대사공학적으로 개량해 발레로락탐을 세계 최초로 생산하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낮은 발레로락탐 생산능과 부산물 생성과 같은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미생물의 발레로락탐 생산능을 향상시키고 개발한 균주에 추가로 부산물 제거를 위한 시스템 대사공학 전략을 도입했다. 주요 부산물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제거하고, 유전자 스크리닝을 통해 부산물이자 전구체인 5-아미노발레르산(5-aminovaleric acid)을 발라로락탐으로 전환시켜서 부산물 생성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또한 5-아미노발레르산을 발레로락탐으로 전환하는 유전자를 게놈 상에 여러 번 삽입하는 전략을 통해 발레로락탐 생산을 위한 대사 흐름을 강화하고, 세계 최고 농도(76.1g/L)의 발레로락탐을 고효율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대비 6.17배 높은 수치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대사공학지(Metabolic Engineering)'에 지난 7월 12일 게재됐다.
※ 논문명 : Metabolic engineering of Corynebacterium glutamicum for the high-level production of valerolactam, a nylon-5 monomer
※ 저자 정보 : 이상엽(한국과학기술원, 교신저자), 한태희(한국과학기술원, 제1저자) 포함 총 2명
연구에 참여한 한태희 박사는 “미생물을 기반으로 나일론의 단량체인 락탐을 고효율로 생산하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이번 기술을 활용해 미생물 기반의 바이오 고분자 산업이 석유화학 기반의 화학산업을 대체하는 데에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에 의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기후환경연구개발사업의 ‘바이오화학산업 선도를 위한 차세대 바이오리파이너리 원천기술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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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연료전지용 초고성능 ‘만능 전극’ 개발
연료전지란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를 이용해 고효율로 전력을 생산하는 장치로, 다가오는 수소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로 여겨진다. 차세대 연료전지에 모두 적용 가능하고 기존에 비해 700시간 구동에도 끄떡없는 우수한 전극 소재가 개발되어 화제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정우철,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와 홍익대학교 김준혁 교수 공동 연구팀이 산소 이온 및 프로톤 전도성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에 모두 적용 가능한 전극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세라믹 연료전지는 전해질로 이동하는 이온의 종류에 따라 산소 이온 전도성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와 프로토닉 세라믹 연료전지(PCFC) 2가지로 나뉜다. 또한, 두 형태에 대해 모두 전력과 수소 간의 변환이 가능하므로 총 네 가지 소자로 구분될 수 있다. 해당 소자들은 수소전기차, 수소 충전소, 발전 시스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차세대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자들은 구동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가장 느린 전극 반응의 속도가 저하돼 소자의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보고된 대부분의 전극 소재는 촉매 활성도가 떨어질뿐더러 소재의 활용이 특정 소자에 집중되어 있어 전력 변환 및 수소 생산이 가역적으로 필요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에 적용되기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문제해결을 위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소재에 높은 원자가 이온(Ta5+)을 도핑해 매우 불안정한 결정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촉매 활성도가 100배 이상 향상됨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극 소재는 산소이온 전도성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와 프로토닉 세라믹 연료전지의 전력 생산 및 수소 생산 총 4가지 소자에 모두 적용됐다. 또한 해당 소자들의 효율이 현재까지 보고된 소자 중 가장 우수하고 기존 100시간 운전에도 열화되던 소재에 비해 장기간(700시간) 구동에도 안정적으로 구동해, 개발된 전극 소재의 우수성이 입증됐다.
우리 대학 김동연, 안세종 박사과정 학생, 홍익대학교 김준혁 교수가 공동 제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화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영국 왕립학회 ‘에너지 & 인바이런멘탈 사이언스,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IF:32.5) 7월 12일 字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An Universal Oxygen-Electrode for Reversible Solid Oxide Electrochemical Cells at Reduced Temperatures)
정우철 교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틀을 깨고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소재의 결정구조를 잘 제어하면 고성능 연료전지를 개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의미있는 결과다”고 말했다.
또한 이강택 교수는 “하나의 소자에만 응용되었던 기존 소재들에 비해 총 4가지 소자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 추후 연료전지, 물 분해 수소 생산 장치 등 친환경 에너지기술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천기술개발사업 그리고 나노 및 소재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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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선천적 수량 비교 원리 규명
뇌의 선천적 인지 기능들은 학습이나 훈련 없이 신경망의 구조적 특성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 대학 뇌인지과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이 두뇌에서 발견되는 선천적 수량 비교 능력이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원리를 설명했다고 7일 밝혔다.
주어진 사물들의 수량을 비교하는 기능은 동물이나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능력이다. 동물 그룹 간 다툼, 사냥, 먹이 수집 등 많은 상황에서 주어진 변수들의 수량 비율이나 차이에 따라 동물들의 의사결정 및 행동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학습을 거치지 않은 어린 개체들의 행동 관찰로부터 수량 비교 능력은 두뇌의 선천적 기능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러한 능력이 학습 없이 발생하는 원리에 대한 설명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백세범 교수 연구팀은 두뇌 모사 인공신경망 모델을 활용해, 학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심층신경망 구조에서 시각적 수량 비율 및 차이 정보의 인지 기능이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두 수량의 비율과 차이라는 서로 다른 종류의 정보를 비교하는 기능이 하나의 공통적인 발생 원리로부터 파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대학 바이오및뇌공학과 이현수 박사과정, NYU 신경과학과 최우철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Cell)’의 온라인 자매지 ‘셀 리포츠(Cell Reports)’ 7월 29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명: Comparison of visual quantities in untrained neural networks)
연구팀은 먼저 전혀 학습을 거치지 않은 신경망에서 두 수량의 비율과 차이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개별 신경세포가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초기화된 심층신경망에서 다양한 비율 혹은 차이를 가지는 시각적 수량 정보가 주어졌을 때, 이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신경세포들이 다수 발견되며, 이들로부터 측정된 신경 활동은 실제 동물 실험에서 관측된 신경 활동 특성과 매우 유사함을 확인하였다. 또한 연구팀은 이를 이용하여 지금까지 보고되어 온 동물들의 수량 비교 행동 특성을 상당 부분 재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더해, 연구팀은 수량 비교 기능 신경세포 회로 구조의 발생 원리를 계산신경과학적 모델을 통해 설명하고 검증했다. 신경망에서 발견된 비율/차이 선택적 신경세포의 특징적 연결구조를 분석해, 특정 값에 대한 선택성이 신경망 하위 계층에서 자발적으로 발생된 단순 증가, 단순 감소 신경 활동의 결합을 통해 형성될 수 있음을 보였다. 또한 이러한 신경 활동이 증가, 감소할 때 관찰되는 비선형성의 타입에 따라 각각 수량 비율 또는 수량 차이를 인지하는 신경세포로 분화될 수 있음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들을 통해 연구팀은 학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두뇌에서 비율/차이 인지와 같은 선천적 수량 비교 기능이 발생하는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제시했다.
백세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상당한 정도의 학습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 여겨지던 두뇌의 수량 인지 및 비교, 연산 기능이 그 어떤 학습도 이뤄지지 않은 초기 두뇌의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보이는 연구”라며, “발생 초기 신경망의 구조적/물리적 특성으로부터 다양한 선천적 고등 인지 기능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뇌신경과학 연구뿐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인공지능 연구에도 의미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원천기술개발사업, KAIST 특이점교수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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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배 가격 효율적인 챗GPT 핵심 AI반도체 개발
오픈AI가 출시한 챗GPT는 전 세계적으로 화두이며 이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모두 주목하고 있다. 이 기술은 거대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거대 언어 모델은 기존 인공지능과는 달리 전례 없는 큰 규모의 인공지능 모델이다.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성능 GPU가 필요해, 천문학적인 컴퓨팅 비용이 든다는 문제점이 있다.
우리 대학 전기및전자공학부 김주영 교수 연구팀이 챗GPT에 핵심으로 사용되는 거대 언어 모델의 추론 연산을 효율적으로 가속하는 AI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AI 반도체 ‘LPU(Latency Processing Unit)’는 거대 언어 모델의 추론 연산을 효율적으로 가속한다. 메모리 대역폭 사용을 극대화하고 추론에 필요한 모든 연산을 고속으로 수행 가능한 연산 엔진을 갖춘 AI 반도체이며, 자체 네트워킹을 내장하여 다수개 가속기로 확장이 용이하다. 이 LPU 기반의 가속 어플라이언스 서버는 업계 최고의 고성능 GPU인 엔비디아 A100 기반 슈퍼컴퓨터보다 성능은 최대 50%, 가격 대비 성능은 2.4배가량 높였다. 이는 최근 급격하게 생성형 AI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의에서 고성능 GPU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연구는 김주영 교수의 창업기업인 ㈜하이퍼엑셀에서 수행했으며 미국시간 7월 1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국제 반도체 설계 자동화 학회(Design Automation Conference, 이하 DAC)에서 공학 부문 최고 발표상(Engineering Best Presentation Award)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DAC은 국제 반도체 설계 분야의 대표 학회이며, 특히 전자 설계 자동화(Electronic Design Automation, EDA)와 반도체 설계자산(Semiconductor Intellectual Property, IP) 기술 관련하여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기술을 선보이는 학회다. DAC에는 인텔, 엔비디아, AMD,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TSMC 등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기업이 참가하며, 하버드대학교, MIT, 스탠퍼드대학교 등 세계 최고의 대학도 많이 참가한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들 사이에서 김 교수팀이 거대 언어 모델을 위한 AI 반도체 기술로 유일하게 수상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이번 수상으로 거대 언어 모델의 추론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AI 반도체 솔루션으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우리 대학 김주영 교수는 “미래 거대 인공지능 연산을 위한 새로운 프로세서 ‘LPU’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력보다 우위를 선점하겠다”라며 큰 포부를 밝혔다.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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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와 약물로 동시에 암을 잡는 신약 개발
암은 과거부터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임상에서 주로 화학 약물 및 항체 치료가 사용되고 있으나, 심각한 부작용 또는 반복 투여가 필요해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영구적인 유전자 조절을 일으키는 유전자가위(CRISPR, 이하 크리스퍼) 기반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하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지만, 생체 내 전달이 어려워 효과적인 전달 방법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 화학과 박희성 교수 공동연구팀이 유전자가위 기반 항암 신약으로 크리스퍼 단백질 및 화학 약물을 동시에 생체 내에 전달하는 나노복합체를 개발해 기존 항암제보다 월등한 항암 효능을 보였다고 3일 밝혔다.
크리스퍼 기술은 표적 세포에서 정밀하고 영구적으로 유전자 교정을 일으킬 수 있어 기존 유전자 조절 방법에 비해 암의 치료제로서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크리스퍼의 구성 요소인 단백질과 가이드 RNA를 생체 내에 전달했을 때 극히 낮은 조직 투과성 및 세포 유입 효율로 인해 치료 효능이 떨어진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질 나노입자, 고분자, 무기나노입자 등에 나노 전달체에 기반한 전달 방법이 개발됐으나, 여전히 효능이 떨어지고 심각한 독성 및 부작용 문제가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크리스퍼 단백질 Cas9에 서로다른 작용기가 간단히 결합되는 클릭 화학 작용기를 내재하기 위해 비천연 아미노산을 도입한 생직교 반응형 Cas9을 개발했다. 생직교 반응은 살아있는 시스템 내에서 본질적인 생화학 과정을 방해하지 않고 일어나는 반응을 말한다. 연구팀은 기존 나노 전달체의 독성 및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극미량의 고분자 물질을 생직교 반응형 Cas9에 결합시킴으로써 생체 내에 안전하게 전달 및 유전자 교정을 일으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항암 신약으로써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에 유방암 항암제로 사용되는 올라파리브(olaparib)을 생직교 반응에 의해 Cas9에 결합시킴으로써 병용 치료를 위한 유전자가위 나노복합체인 콤바인 (ComBiNE, Combinatorial and bioorthogonal nano-editing complex)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유전자교정 나노복합체를 이용해 유방암 세포 및 동물모델에서 DNA 복구에 관여하는 유전자 교정 및 올라파리브의 작용으로 기존 항암제 및 단독 치료제에 비해 월등한 항암효과가 나타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최초로 크리스퍼 단백질과 화학 항암제를 단일 제형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생체 내 유전자 교정을 일으켜 높은 항암 효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다양한 암종에 대해 유전자 및 화학 약물 기반 병용 치료제로서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 기술로 활용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마셀 야니스 베하(Marcel Janis Beha) 박사와 석박사통합과정 임산해 학생, 화학과 석박사통합과정 김주찬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7월 23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Bioorthogonal CRISPR/Cas9-Drug Conjugate: A Combinatorial Nanomedicine Platform)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 및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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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나노입자로 염증성 장 질환 치료하다
위장관에 발병하는 만성적인 염증성 장 질환은 아직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들과 주사용 항체 치료제들을 이용한 치료법이 일반적이지만 면역약화 등의 부작용들로 인해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전상용 교수와 화학과 이희승 교수 공동연구팀이 장 내 당질층을 모사한 탄수화물 나노입자에 생체 내에서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을 하는 빌리루빈을 결합해 ‘항염증 탄수화물 나노입자(Anti-inflammatory Glycocalyx-mimicking nanoparticles)‘ 수십 종을 합성하고 이를 염증성 장 질환 치료에 적용함으로써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의약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세포막은 다양한 형태의 당 사슬 집합체인 당질층(glycocalyx)으로 둘러싸여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이 있는 사람의 장 조직에서는 정상인들과 다른 당질층이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당질층은 우리 몸이나 음식에 많이 존재하는 탄수화물을 이루는 구성 성분인 여러 가지 당들에 대해 선택적인 결합력을 보인다. 이에 착안해 연구팀은 자연에 존재하는 탄수화물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다섯 가지의 당들을 조합해 수 십가지의 인공 탄수화물(glycopolymers) 후보군들을 합성하여 염증성 장 질환 조직에 형성된 당질층에 잘 결합하는 인공 탄수화물 후보군을 선별하고자 하였다. 합성된 수 십가지의 인공 탄수화물에 우리 몸속에서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을 하는 빌리루빈 생리활성 물질을 결합하여 최종적으로 당질층을 표적할 수 있는 ‘항염증 탄수화물 나노입자(anti-inflammatory glyconanoparticles)’후보군들을 구축하였다.
연구팀은 구축된 항염증 탄수화물 나노입자 후보군들을 염증성 장 질환 생쥐모델에서 직접 경구투여를 통해 치료효능이 가장 우수한 탄수화물 나노입자를 선별할 수 있었다. 선별된 항염증 탄수화물 나노입자가 어떻게 치료효능 및 작용기전을 나타냈는지도 조사하였고 치료 효능이 기존에 사용하던 저분자 합성의약보다 더 우수한 효능을 가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유도현 박사 및 황창희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정상급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ISSN: 1433-7851 print, 1521-3773 online, Impact Factor: 16.823)' 6월 13일 字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https://doi.org/10.1002/anie.202304815 논문명: Anti-inflammatory Glycocalyx-Mimicking Nanoparticles for Colitis Treatment: Construction and In Vivo Evaluation).
전상용 교수는 “본 연구를 통해 당질층 표적형 항염증 탄수화물 나노입자 플랫폼 기술은 염증성 장 질환 외에도 다양한 염증 질환들의 치료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라고 말했다.
이 논문은 해당 학술지에서 선정한 특별 언론홍보 대상으로 선정돼 해외 과학 전문 보도 매체인 ‘ScienceDaily’ 와 ‘ChemistryViews’ 등에도 소개된 바 있다.(ScienceDaily: https://www.sciencedaily.com, ChemistryViews: https://www.chemistryviews.org)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리더연구사업(종양/염증 미세환경 표적 및 감응형 정밀 바이오-나노메디신 연구단) 및 선도연구센터사업(멀티스케일 카이랄 구조체 연구센터, CMCA)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3.08.02
조회수 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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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지방 열 생성 조절 인자 규명
우리 대학 의과학대학원 서재명 교수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 이하 생명연) 대사제어연구센터 배광희 박사, 김원곤 박사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갈색지방의 신규 대사 조절 인자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갈색지방은 백색지방과는 달리 열 생성을 통해 에너지를 소모하며 갈색지방의 활성은 나이나 신체 대사적 상태 특히, 비만과 반비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갈색지방은 비만과 대사 질환 제어의 새로운 치료제 표적으로 간주되고 있다. 세포 내 에너지를 생성하는 미토콘드리아 기질에 위치한 짝풀림 단백질(UCP1)이 갈색지방의 열 생성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다른 열 생성 인자들에 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공동 연구팀은 갈색지방의 RNA 전사체와 단백질체 정보를 이용한 다중오믹스 분석을 통해 LETMD1이라는 단백질이 갈색지방조직의 분화 및 발달 단계에서 선택적으로 발현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나아가 LETMD1 단백질이 기존 보고와는 달리 미토콘드리아 기질에 위치하고 있음을 새롭게 확인했다.
LETMD1 유전자 결핍 마우스를 제작하여 추위에 노출 시킨 결과, UCP1 단백질의 발현이 억제되어 있어 체온과 호흡을 유지시키지 못한다는 결과를 관찰했으며, 기전 연구를 통해 LETMD1 단백질이 호흡복합체의 발현과 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혔다.
공동 제1 저자인 김광은 박사는 "갈색지방은 섭취한 에너지를 열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LETMD1 단백질을 통해 비만 등 대사성 질환의 예방 및 중재기술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ˮ이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 의과학대학원 김광은 박사 (현 서울대학교 화학부 박사후연구원)와 생명연 박안나 박사 (현 미시간대 의대 박사후연구원)가 공동 제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6월 23일자 온라인판에 출판되었다. (논문명 : Mitochondrial matrix protein LETMD1 maintains thermogenic capacity of brown adipose tissue in male mice).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산업자원부 알키미스트사업, 국가신약개발사업, 생명연 주요사업, KAIST 국제공동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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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관계 추정 정확도 높인 새로운 방법론 개발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이 수학 모델을 기반으로 시계열 데이터의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했다. 복잡한 계산 과정을 없애 기존보다 빠른 속도로 추론이 가능하면서도, 정확도는 획기적으로 높였다.
매 순간 다양한 데이터가 기록되고 있다. 그중 시간의 흐름을 기준으로 기록된 ‘시계열 데이터’는 일기 예보와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의학 분야에서도 가치 있게 쓰인다. 입원 환자의 심전도 측정을 통해 심장 발작의 직접적인 요인을 찾는 것과 같이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일상에서 건강 데이터를 쉽게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의학 분야에서 시계열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시계열 데이터에서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200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라이브 그레인저 미국 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교수가 제시한 ‘그레인저 인과관계 검정(Granger causality test)’이 있다. 이는 미래 경제지표 예측, 질병 요인분석, 지구온난화의 원인 등 수많은 분야에 걸쳐 응용됐다. 그레인저 인과관계 검정을 개선한 정보 이론 기반의 다양한 인과관계 추정 방법이 개발됐지만, 일련의 방법들은 시계열 데이터가 비슷한 주기로 변화하는 동시성을 가지기만 하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잘못 예측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직접적인 인과관계와 간접적인 인과관계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수리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방법론들이 등장했다. 수리 모델로 주어진 시계열 데이터를 잘 맞출 수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통해 인과관계를 예측한다. 수리 모델이 정확하기만 하면 기존 그레인저 인과관계 검정의 한계인 동시성과 간접적인 영향을 인과관계와 혼동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정확한 수리 모델을 알기 힘들고, 현재까지 제시된 수리 모델 기반 방법론들은 복잡한 계산이 필요해 추정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팀은 기존 방법론들의 한계를 모두 해결한 새로운 방법론 ‘GOBI(General ODE-Based Inference)’를 개발했다. 우선, 연구팀은 시계열 데이터가 일반적인 수학 모델로 표현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수학 이론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이론을 바탕으로 정확한 수리 모델이나 복잡한 계산 없이도 시계열 데이터로부터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방법론을 개발했다.
개발한 방법론을 인과관계 분석에 적용해 본 결과 세포 내 분자들의 상호작용, 생태계 네트워크, 기상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에서 기존 방법론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보여줬다. 특히, 동시성 및 간접적인 영향을 가지는 시계열 데이터에서도 인과관계를 성공적으로 추론했다. 연구진은 GOBI를 통해서 여러 오염 물질 중 이산화질소와 호흡기로 유입되는 부유 미립자(직경 10㎛ 이하의 입자)가 심혈관계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재경 교수는 “수학과 통계를 결합하여 정확하면서도 다양한 시스템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과관계 추정 방법론을 개발했다”며 “사회 및 자연과학 분야에 걸쳐 두루 사용되는 인과관계 추정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7월 2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7.694)’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우리 대학 박세호 학사과정(제1저자)과 하석민 학사과정(제2저자)이 참여했다.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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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대장암 3차원 게놈 지도 최초 해독
세계 최초로 예전에 비해 최대 규모로 한국인 대장암 환자 3차원 게놈 지도를 작성하여 화제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김태유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을 활용, 한국인 대장암 환자의 3차원 게놈 지도를 최초로 제시했으며 이를 토대로 암 세포 특이적인 유전자 조절 기전을 통해 특정 종양유전자들이 과발현되는 현상을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1차원적 게놈 서열 분석에 기반한 현재의 암 유전체 연구는 종양유전자들의 과발현 기작을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3차원 공간상에 게놈이 어떻게 배열되는지를 분석하는 3차원 게놈 (3D genome) 구조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 가능케 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정상 세포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암 세포 특이적 염색질 고리(chromatin loop) 구조가 유전자 발현 촉진 인자인 인핸서와 종양유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형성하여 과발현을 유도하는 인핸서 납치(enhancer-hijacking) 현상에 초점을 두어 연구하였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김규광 박사과정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게놈간의 공간상 상호작용을 측정할 수 있는 대용량 염색체 구조 포착 Hi-C (High-throughput Chromosome Conformation Capture) 실험 기법을 활용하여 대장암 3차원 게놈 지도를 작성하고 대장암 특이적 3차원 게놈 변화를 환자 개개인별로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 결과 공동연구팀은 광범위한 규모의 3차원 게놈 구조 변화와 이로 인한 다양한 종양유전자의 활성화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암 특이적 3차원 게놈 구조의 변화로 인한 종양유전자 활성 기작을 명확히 제시하였으며 이로 인한 환자 예후와 약물 반응 등 임상적인 특성과의 연관성까지 제시해 맞춤 치료 원천기술 확보에 기여했다.
지금까지 암 세포주에 대한 3차원 게놈 구조 연구는 일부 보고 되었으나, 대규모 환자 암조직에 대한 연구는 조직 내 세포 이질성, 종양 순도, 암세포 이질성 등의 문제로 인한 정밀 암 특이적 3차원 게놈 구조 분석의 한계로 수행되지 못하였다.
반면에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AI 기반 알고리즘으로 환자 개인 종양 조직으로부터 얻어진 복잡한 신호를 해석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최대 규모인 환자 40명의 종양 조직과 인접한 정상 대장 조직을 사용해 3차원 게놈 지도를 작성할 수 있었다. 또한 DNA 서열정보를 보여주는 전장유전체 지도의 경우 다양한 인종에 대해 생산되고 있고 한국인의 전장유전체 지도 또한 개발되었으나 한국인 3차원 게놈 지도, 특히 종양 조직에 대한 3차원 게놈 지도는 이번 연구에서 최초로 제시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리포츠(Cell Reports, IF=9.995)'에 7월 13일 자로 출판됐다. (논문명: Spatial and clonality-resolved 3D cancer genome alterations reveal enhancer-hijacking as a potential prognostic marker for colorectal cancer)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태유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개별 암 환자들마다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종양 이질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한 환자 맞춤형 치료 연구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는 “기존의 점돌연변이나 유전체 변이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암 유전체를 3차원 게놈 구조 관점에서 재해독하고 신규 암 타겟을 발굴할 수 있는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경배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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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중간체의 모습 최초 공개
아이는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된다. 화학반응도 반응물에서 생성물이 생겨나는 일종의 성장 과정에서 중간 단계인 ‘중간체’가 만들어진다.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사람의 청소년기와 달리, 화학반응 도중 빠르게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 중간체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 대학 화학과 장석복 특훈교수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 연구팀은 기초과학연구원 김동욱 연구위원, 우리 대학 화학과 임미희 교수 연구팀과의 협업으로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고부가가치의 물질인 질소화합물로 변환시키는 화학반응에서 생겼다가 사라지는 ‘전이금속-나이트렌’ 촉매 중간체의 구조와 반응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질소화합물은 의약품의 약 90%에 포함될 정도로 생리 활성에 중요한 분자다. 제약뿐만 아니라 소재, 재료 분야에서도 중요한 골격이 된다. 현대 화학자들이 석유․천연가스 등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질소화합물로 바꾸는 아민화 반응(질소화 반응)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촉매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다.
장석복 교수 연구팀은 2018년 다이옥사졸론 시약과 전이금속(이리듐) 촉매를 활용하여 탄화수소로부터 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락탐을 합성하는 촉매반응을 개발한 바 있다(Science). 당시 아민화 반응을 유발하는 핵심 중간체가 바로 전이금속-나이트렌이라는 분석을 내놓았고, 이후 세계 120여 개 연구팀이 다이옥사졸론 시약을 활용한 아민화 반응 연구를 이어갔다. 하지만 계산화학적으로 구조를 파악할 뿐, 전이금속-나이트렌 중간체의 모습을 직접 관찰한 적은 없었다.
제1저자인 정회민 연구원은 “촉매 화학반응이 진행되며 어떤 촉매 중간체를 거쳐 가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반응의 진행 경로를 면밀히 이해하는 동시에 더욱 효율이 높은 차세대 촉매를 개발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촉매반응은 용액 상태에서 이뤄진다. 용액 내 분자들은 끊임없이 다른 분자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전이금속-나이트렌과 같이 빠르게 반응하고 사라지는 중간체를 규명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고체상태의 시료에 빛을 쬐며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구조 변화를 단결정 엑스선(X-ray) 회절 분석을 통해 관찰하는 광 결정학 분석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우선, 연구팀은 빛에 반응하는 로듐(Rh) 기반 촉매를 새롭게 제작했다. 이 촉매와 다이옥사졸론 시약이 결합한 복합체는 빛을 받으면 탄화수소에 아민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전이금속-나이트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과정을 포항 가속기연구소의 방사광을 활용한 광 결정학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관찰된 적 없는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의 구조와 성질을 세계 최초로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가 다른 분자와 반응하는 과정도 광 결정학으로 분석했다. 즉, 고체 시료에서 화학 결합이 끊어지며 중간체가 생성되고, 중간체가 다시 다른 물질과 반응해 새로운 화학 결합을 형성하는 전 과정을 마치 카메라가 사진을 찍듯이 포착했다는 의미다.
연구를 이끈 장석복 단장은 “그간 그 존재가 제안되었을 뿐, 입증된 적 없는 아민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의 모습을 최초로 공개했다”며 “현재 밝혀낸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의 구조와 친전자성 반응성을 바탕으로, 여러 산업에서 쓰이는 차세대 촉매 반응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7월 21일(한국시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IF 56.9)’온라인판에 실렸다. (논문명: Mechanistic snapshots of rhodium-catalyzed acylnitrene transfer reactions.)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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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부작용 및 용해도 예측 그래프 신경망 기술 개발
최근 화학, 생명과학 등 다양한 기초과학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래프 신경망 (Graph Neural Network) 기술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두 물질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물리적 성질을 예측하는 것은 다양한 화학, 소재 및 의학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떠한 약물 (Drug)이 용매 (Solvent)에 얼마나 잘 용해되는지 정확히 예측하고, 동시에 여러 가지 약물을 투여하는 다중약물요법 (Polypharmacy)의 부작용을 예측하는 것이 신약 개발 등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 대학 산업및시스템공학과 박찬영 교수 연구팀이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과 공동연구를 통해 물질 내의 중요한 하부 구조(Substructure)를 탐지하여 두 물질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물리적 성질 예측의 높은 정확도를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그래프 신경망 기법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기존 연구에서는 두 분자 쌍이 있을 때, 각 분자내에 존재하는 원자들 사이의 상호 작용만을 고려해 그래프 신경망 모델을 학습하였다. 예를 들어 특정 발색체의 물(H2O)에 대한 용해도를 예측하고자 할 때, 발색체 내의 각 원자들에 대해 물 분자의 원자들 (즉, H, O)이 갖는 영향력을 고려하는 것이다. 연구팀이 이에 반해, 연구팀이 착안한 점은 분자 구조의 화학적 특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원자뿐만 아니라 작용기(Functional group)와 같은 분자내 하부 구조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알코올이나 예를 들어, 알코올이나 포도당과 같이 하이드록실기 (Hydroxyl group)를 포함하는 분자들은 일반적으로 물에 대한 용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하이드록실기라는 작용기가 물에 대한 용해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분자의 특성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는 하부 구조를 추론하는 기술을 분자내의 중요한 정보를 최대한 압축하여 보존하는 ‘정보 병목 이론’과, 분자 내의 어떤 하부 구조가 분자의 고유한 특성을 결정 짓는데 큰 역할을 했는지 대한 인과 관계를 추론하는 ‘인과 추론 모형’을 활용하여 개발했다. 이를 통해 분자의 고유한 특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하부 구조를 찾아내었다. 또한 분자 간 관계를 추론하는 문제에서는 상대방 분자에 따라 대상 분자의 중요한 하부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착안하여 물질 간 관계를 예측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이번 새로운 그래프 신경망 기법을 의학에 적용하여 정보 병목 현상을 기반으로 한 연구는 기존 연구에 비해 약물 용해도 예측에서 11%의 성능 향상, 다중약물요법 부작용 예측에서 4%의 정확도 향상을 이뤄냈다. 또한, 인과 추론 모형을 기반으로 한 연구는 약물 용해도 예측에서 17%의 성능 향상, 약물 부작용 예측에서 2%의 정확도 향상을 이뤄냈다.
박찬영 교수팀은 정보 병목 이론을 기반으로 중요한 하부 구조를 탐지해 분자 구조 관계의 높은 예측 정확도를 달성할 수 있는 그래프 신경망 모델을 개발해 기계학습 분야 최고권위 국제학술대회 ‘국제 기계 학습 학회 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chine Learning (ICML 2023)’에서 올 7월 발표할 예정이다. (논문명: Conditional Graph Information Bottleneck for Molecular Relational Learning). 또한 인과 추론 모형을 기반으로 중요한 하부 구조를 탐지해 분포 변화에도 모델의 성능이 강건하게 유지되는 그래프 신경망 모델을 개발해 데이터마이닝 최고권위 국제학술 대회 ‘국제 데이터 마이닝 학회 ACM SIGKDD Conference on Knowledge Discovery and Data Mining (KDD 2023)’에서 올 8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논문명: Shift-Robust Molecular Relational Learning with Causal Substructure). 두 연구 모두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남경 박사과정 학생이 제1 저자, 화학연구원의 나경석 연구원이 공동 저자, 우리 대학 산업및시스템공학과의 박찬영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두 연구의 제1 저자인 이남경 박사과정은 “제안한 기술은 분자의 성질을 결정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치는 하부 구조가 존재한다는 화학적 지식에 기반해 그래프 신경망을 학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라면서 “상대편 분자를 고려해 대상 분자의 중요한 구조를 찾는 방법론은 이미지-텍스트 멀티 모달 학습 방법에서도 적용될 수 있어, 심층 학습 전반적인 성능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을 지도한 박찬영 교수도 “제안한 기술은 화학과 생명과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는데 널리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며, 특히 환경 친화적인 소재 개발, 질병 치료를 위한 신약 발굴 등에 있어서 본 기술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은 사람중심 인공지능 핵심원천기술개발 사업과 한국화학연구원 기본사업 (KK2351-10)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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