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나도 수면 질환? AI로 간단히 검사해 보세요
각종 장비를 몸에 부착한 채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번거로운 검사 없이 웹사이트를 통해 간단히 수면 질환 위험도를 파악할 방법이 나왔다.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이 삼성서울병원 주은연‧최수정 교수팀, 이화여대 서울병원 김지현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한 세 가지 수면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 ‘슬립스(SLEEPS‧SimpLe quEstionnairE Predicting Sleep disorders)’를 12일 공개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수면은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성인의 60%가량이 수면 질환을 앓고 있지만, 관련하여 전문 의료진에게 문의한 비율은 6% 수준에 불과하다. 병원 방문을 꺼리는 원인 중 하나로는 수면 질환 진단을 받기 위해 시행하는 수면다원검사가 번거롭다는 이유가 있다.
공동연구진은 약 5,000명의 수면다원검사 결과를 기계 학습을 통해 학습시켜 수면 질환 위험도를 예측하는 알고리즘 ‘슬립스’를 개발했다. 슬립스에서 나이, 성별, 키, 체중, 최근 2주간의 수면 시 어려움, 수면 유지 어려움, 기상 시 어려움, 수면 패턴에 대한 만족도, 수면이 일상 기능에 미치는 영향 등 간단한 9개의 질문에 답하는 것만으로 만성불면증, 수면호흡장애, 수면호흡장애를 동반한 불면증의 위험도를 9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가령, 슬립스 검사 결과 수면호흡장애 위험도가 50%라는 결과가 나왔다면, 실제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했을 때 수면호흡장애가 발견될 확률이 50%임을 의미한다.
제1 저자인 하석민 미국 MIT 박사과정생(前 IBS 의생명 수학 그룹 연구원)은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도 AI 기반 수면 질환 검사 알고리즘을 개발한 바 있으나, 이 시스템은 목둘레, 혈압 등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항이 포함되어 있어 사용이 까다로웠다”며 “또한, 하버드대 연구팀의 시스템은 예측 정확도도 70% 정도에 그쳤다”고 말했다.
슬립스 사이트(www.sleep-math.com)를 통해 누구나 수면 질환 여부를 예측해볼 수 있다. 현재 본인의 상태를 기준으로 몸무게 변화나 나이가 듦에 따른 수면 질환 위험도 변화도 살펴볼 수 있다.
김재경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학으로 우리가 직면한 건강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시작됐고, 중요하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수면 질환에 기계 학습을 접목했다”며 “수면 질환 진단의 복잡한 과정을 줄인 만큼, 많은 사람이 슬립스를 통해 자신의 수면 건강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슬립스는 간편한 수면 질환 자가 검진 시스템”이라며 “향후 건강검진 항목에 AI 기반 자가 검진 시스템을 포함한다면 잠재적인 수면 질환 환자들을 스크리닝하여 수면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질병을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슬립스 개발 성과는 지난 9월 의료 건강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실린 바 있다.
2023.12.14
조회수 10614
-
DNA 인식 선천면역인자의 방호패치 발견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강석조 교수 연구팀이 선천면역반응을 매개하는 중요 단백질인 STING의 활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전으로, 미토콘드리아 막 단백질이자 E3 유비퀴틴 리가아제인 MARCH5가 STING을 유비퀴틴시켜서 활성산소에 의해 STING이 비활성형 다량체로 응집되는 것을 억제함을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STING(Stimulator of interferon genes)은 선천면역 신호경로의 필수적인 어댑터 단백질로서 외부로부터 들어온 세균 및 바이러스로부터 유래한 세포질 내 DNA를 감지하는 cGAS(cyclic GMP-AMP synthase)가 생성한 cGAMP(2'3'-cyclic GMP-AMP)에 결합하여 활성화되면 TBK1(TANK-binding kinase 1)과 IRF3(Interferon regulatory factor 3)를 활성화하여 제1형 인터페론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서 염증반응과 다양한 면역세포를 활성화하여 병원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하는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STING은 또한 자가 염증성 질환, 암, 노화 및 퇴행성 뇌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염증질환의 주요 매개체로 작용한다.
STING의 활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조절되는 데, 세포내 이동, 번역 후 변형(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PTM), 고차원 구조체인 다량체 (polymer)의 형성 등이 알려져 있다. STING은 세포내 소기관인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에 위치하고 활성 후 골지체로 이동하여 하위 신호전달을 매개한다. 인산화(phosphorylation), 유비퀴틴화(ubiquitination), 팔미토일화(palmitoylation), 산화(oxidation) 등의 다양한 번역 후 변형을 받으며, 활성화된 STING은 이량체(dimer)를 거쳐 활성형 다량체를 형성하여 신호전달을 매개한다. 하지만, 이들 조절 기전의 다이나믹스와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다. 특히, 염증과 같은 조건에서 다량 생성되는 활성산소에 의해 STING이 비활성형 다량체를 형성하는 데 이를 억제하는 번역 후 변형 및 그 조절 기전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강 교수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STING이 위치한 소포체와 인접한 미토콘드리아의 다이나믹스를 조절하는 인자가 STING 활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혔다. 이에 대한 후속연구를 수행하던 중, 미토콘드리아 막 단백질이자 E3 유비퀴틴 리가아제로 알려진 MARCH5(Membrane associated RING-CH-type finger 5)가 결손된 마우스 배아 섬유아세포에서 STING 매개 제1형 인터페론 형성이 감소하며 STING 활성경로의 하위단계인 TBK1, IRF3의 활성 또한 저해되어있음을 통해 MARCH5가 STING의 활성에 양성 조절자로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나아가 강 교수팀은 MARCH5가 결손된 세포주에서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가 정상 세포주에 비해 높다는 것과 높은 활성산소는 STING이 정상 세포주에 보이는 STING의 활성형 다량체가 아닌 비활성형 다량체로의 형성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기전적으로 MARCH5 단백질이 STING과 결합하며 STING의 Lysine 19 잔기를 선택적으로 타겟하여 Lysine-63형으로 유비퀴틴화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STING은 높은 활성산소 조건에서 Cysteine 205 잔기에 산화가 일어나는데, MARCH5에 의한 STING 유비퀴틴화는 과도한 활성산소 조건에서 산화된 STING이 비활성 STING 다량체를 형성하는 것을 억제하여 정상적인 STING활성을 갖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규명하였다.
강석조 교수는 “본 연구는 미토콘드리아 막 단백질이 산화된 STING의 다량체 형성을 조절하는 원리를 최초로 제공한 연구이면서 STING이라는 단백질을 통하여, 다양한 번역 후 변형간의 상호 작용과 고차원 구조적 변화, 그리고 이에 기여하는 세포내 소기관의 교류를 동시에 밝혀 보다 넓은 학문분야에 활용되는 지식을 제공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고 언급하면서, “본 연구를 통해 얻은 새로운 지식은 STING이 매개하는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치료제 개발 연구에 가치 있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유럽 분자생물학의 권위있는 국제 학술지 `엠보 리포트 저널 (EMBO (European Molecular Biology Organization) Reports)’에 11월 2일 字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MARCH5 promotes STING pathway activation by suppressing polymer formation of oxidized STING). KAIST 생명과학과 손경표 박사과정, 정석환 박사과정, 엄은총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연구를 주도하였고, 권도형 박사(現 부스트이뮨)가 함께 참여하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3.12.04
조회수 4840
-
부드러워져 재사용 불가능한 주사바늘 개발
정맥주사는 혈관에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방법으로 신속한 효과를 유도하고 지속적인 약물 투여를 통한 치료가 가능해 범세계적으로 환자치료에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 딱딱한 소재로 제작된 주사바늘은 부드러운 생체조직에 손상과 염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한 비윤리적 주사바늘 재사용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인체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B형/C형 간염 바이러스 등 심각한 혈액 매개 질환 감염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감염관리의 중요성으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재사용이 불가능한 스마트 주사기 개발과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우리 대학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 연구팀이 의과학대학원 정원일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환자 건강증진 및 의료진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가변 강성 정맥 주사바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체온에 의해 주사바늘이 유연해지는 특성을 통해 정맥에 약물 주입 중 주사 삽입 부위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장함과 동시에 주사바늘에 의한 혈관 벽 손상 방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용 후 찔림 사고나 비윤리적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혈액 매개 질환 감염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전기및전자공학부 카렌-크리스티안 아그노(Karen-Christian Agno) 박사과정 연구원과 의과학대학원 양경모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10월 30일 字에 게재됐다. (논문명 : A temperature-responsive intravenous needle that irreversibly softens on insertion)
연구팀은 액체금속의 일종인 갈륨(Gallium)을 이용하여 주사바늘 구조를 만들고 이를 생체적합성 폴리머로 코팅해 가변 강성 정맥 주사바늘을 제작했다. 딱딱한 상태의 주사바늘은 상용 정맥 카테터와 비슷한 수준의 생체조직 관통력을 갖는다. 하지만 체내 삽입 후, 갈륨의 액체화로 인해 조직과 같이 부드러운 상태로 변해 혈관 손상 없이 안정적인 약물 전달이 가능하다. 한 번 사용한 주사바늘은 갈륨의 과냉각 현상에 의해 상온에서도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해 바늘 찔림 사고나 재사용 문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된 정맥 주사바늘의 약물 전달 기능과 생체적합성을 검증하고자 실험 쥐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이식된 가변 강성 정맥 주사바늘은 딱딱한 상용 금속 바늘이나 플라스틱 카테터에 비해 훨씬 낮은 염증 반응을 보여 연구팀은 우수한 생체적합성을 확인했다. 또한 상용 주사바늘과 같이 안정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아울러 가변 강성 정맥 주사바늘은 박막형 온도 센서를 탑재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의 심부체온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능하며, 또한 잘못된 주사바늘 위치로 인한 혈관이 아닌 다른 조직으로의 약물 누수 감지도 가능해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정재웅 교수는 "개발된 가변 강성 정맥 주사바늘은 기존의 딱딱한 의료용 바늘로 인한 문제를 극복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고, 주사바늘 재사용으로 인한 감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생체신호센서융합기술개발사업,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3.11.13
조회수 8902
-
인공지능으로 조현병 원인치료의 실마리 찾다
정신분열증으로도 알려진 조현병은 환청, 환영, 인지장애 등의 증상으로 대표되는 정신질환이다.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그동안 증상 억제만이 가능했던 조현병의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우리 대학 바이오및뇌공학과 이도헌 교수 및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진용) 공동연구팀이 미국 스탠리 의과학연구소(이하 스탠리연구소) 와의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인공지능으로 개인의 유전형과 조현병 사이의 선천적 병리 모델과 조현병 예측 마커를 발굴했다고 27일 밝혔다.
조현병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9년 진주 방화사건, 2023년 대전 칼부림 사건 등 일부 환자들의 강력범죄와 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조현병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조현병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리스페리돈(risperidone), 클로자핀(clozapine) 등 항정신병제에 의한 증상의 억제만이 가능한 실정이다.
이도헌 교수 연구팀은 미 스탠리연구소의 다수준 뇌 조직 데이터에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 기술인 `설명가능한 심층학습' 기술을 접목해, 선천적 유전형과 조현병 사이의 병리를 설명하는 인공신경망 모델을 구축했다. 그리고 모델을 해석하여, 선천적 유전형이 유전자·단백질 발현 조절을 통해 뇌의 전전두엽피질, 안와전두엽피질 신경세포의 발생을 변화시켜 조현병 취약성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뇌의 신경세포 밀도를 감소시키는 유전형 조합을 조현병 예측 마커로 제시해, 개인화된 조현병 예측과 세포 치료 등을 통한 조현병 원인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도헌 교수는 바이오의료 분야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인공지능'보다는 `속내를 해석가능한 인공지능'이 꼭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하면서, “기존의 인공지능과 비교했을 때 이번 연구에서는 인공신경망의 중간 노드에 유전자 이름, 세포의 상태와 같은 구체적인 생물학적 의미가 부여된 노드를 배치하고 그들간의 연결관계를 기계학습기법으로 분석했다”라고 말했다.
바이오및뇌공학과 이도헌 교수, 조유상 박사(現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미 스탠리연구소 김상현 박사, 마리 웹스터 박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발간하는 세계적 학술지인 `기능유전체학 브리핑(Briefings in Functional Genomics)'지 2023년 9월호에 게재됐다.
2023.09.27
조회수 8075
-
유독물질 뺀 초고해상도 QLED 신기술 개발
디스플레이 패널에 쓰이는 차세대 발광소재로 양자점(Quantum dot)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카드뮴이나 납과 같은 유독성 물질을 포함하지 않는 친환경 인듐 포스파이드(InP) 양자점이 주목을 받고 있으나 현재 기술로는 초고해상도 구현이 어려워 양자점 LED(QLED) 디스플레이 및 안경형 증강현실/가상현실 기기 적용에 있어 한계를 지닌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조힘찬 교수 연구팀이 친환경 InP 양자점의 우수한 광학적 특성을 유지하며 초고해상도 패턴을 제작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현재, 국제 유해물질 제한지침 (RoHS, Restriction of Hazardous Substances) 규정을 만족하지 못하는 제품은 많은 나라에서 판매가 금지되므로, 최근 많은 디스플레이 기업은 환경친화적인 특성을 갖춘 InP 양자점을 디스플레이에서의 빛 방출 소재로 채택하여 TV 등 중대형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InP 양자점은 외부 환경에 매우 민감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픽셀을 만드는 패터닝 공정 적용시 소재의 광학적 특성이 크게 저하되는 단점이 있어 우수한 광학적 및 전기적 특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QLED 디스플레이나, 기존 TV 대비 수십배의 초고해상도를 필요로 하는 안경형 증강현실/가상현실 기기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조 교수 연구팀은 자외선을 받으면 산을 발생시키는 광산 발생기(photoacid generator)의 원리를 활용하여 초미세 양자점 패턴을 제작하였다. 양자점이 자외선을 받은 경우, 생성된 산에 의해 양자점 표면이 변화하면서 자외선을 받지 않은 부분 대비 용해도 차이가 생겨 패턴 형성이 가능해지는 원리이다.
연구팀은 패터닝시 손상된 InP 양자점의 발광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양자점 표면 치료법을 개발하였다. 양자점에는 양자점을 둘러싸고 있는 표면 리간드(ligand)들이 있는데, 이 리간드들에 의해 양자점의 발광 효율이 큰 영향을 받는다. 연구팀은 친환경 InP 양자점의 표면 리간드를 개질할 수 있는 맞춤형 후처리 공정을 개발하였고,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높은 발광 효율을 가지는 1 마이크로미터(μm)급 초미세 양자점 패턴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의 디스플레이 (TV, 스마트폰, 모니터 등)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픽셀 너비와 비교했을 때 수십 배 작은 패턴으로 증강현실/가상현실 기기 적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연구팀은 정밀한 분석을 통해 개발된 광산 발생기 기반의 패터닝 기술의 반응 원리를 규명했고, 개발된 기술이 양자점 LED나 대면적 공정에 쉽게 적용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조힘찬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친환경 InP 양자점 패터닝 기술은 높은 발광 효율과 초고해상도 패턴 제작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여 차세대 양자점 LED 기반 디스플레이, 증강현실 기기, 이미지 센서 등 다양한 산업에 실제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이재환 석사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미국 시카고 대학교의 Dmitri V. Talapin 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도창 교수 연구팀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에이씨에스 에너지 레터스 (ACS Energy Letters)' 에 출판됐다. (논문명 : Direct Optical Lithography of Colloidal InP-Based Quantum Dots with Ligand Pair Treatment)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및 삼성전자, 중소벤처기업부 그리고 KAIST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3.09.26
조회수 6606
-
3차원 구강 스캐닝을 휴대용 카메라로?
치과 치료를 위해 치아 및 구상조직 형태의 석고 등으로 모형을 만드는 인상채득(Impression)을 디지털 방식으로 간편하게 수행할 수 있는 3D 구강 스캐너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우리 대학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 연구팀이 3차원 구강 스캐닝에 적합한 휴대형 라이트필드 카메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기존 구강 스캐너는 큰 크기와 낮은 정확도로 인해 여전히 사용 빈도가 낮아, 적용 범위를 넓히고 실용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소형화와 손움직임에 의한 동작 잡음 개선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지 센서의 픽셀에 도달하는 빛의 세기만을 기록하는 일반적인 카메라와 달리 라이트필드 카메라 (light-field camera)는 *마이크로렌즈 어레이를 이미지센서 앞에 배치하여 들어오는 빛의 방향을 구분한다. 따라서, 한 번의 촬영으로 3차원 광학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단한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초소형 제작이 가능하다.
☞ 마이크로렌즈 어레이(microlens arrays): 수십에서 수백 마이크로미터 정도 직경의 미세렌즈를 배열하여 만든 광학 소자
연구팀은 3차원 구강 스캐닝을 위해 주 렌즈, 고체 잠입 마이크로렌즈 어레이, 이미지센서 등을 이용한 동작잡음이 없는 초소형 고심도 라이트필드 카메라 (deep focus light-field camera)를 설계·제작했다. 핵심아이디어는 저굴절률의 고분자 코팅을 통해 마이크로렌즈의 초점거리를 향상한 고체 잠입 마이크로렌즈다. 제작된 라이트필드 카메라는 피사계 심도가 높아, 손떨림에도 둔감하고, 한 번 촬영으로 더 많은 3차원 영상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설계한 라이트필드 카메라 기반의 구강 스캐너를 이용한 휴대 촬영을 통해 손동작 잡음 없이 구강 모형의 3차원 재구성 영상 획득에 성공했다. 특히, 큰 피사계 심도를 가져 쉬운 휴대 작동이 가능하고 고대비 이미지를 획득해 높은 3차원 재구성 정확도를 보인다. 이를 통해 기존 구강 스캐너에서 주로 쓰이는 복잡한 광학계가 아닌 소형화에 적합한 간단한 구조의 라이트필드 카메라를 이용해 높은 정확도의 3차원 구강 스캐닝이 가능함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정기훈 교수는 “연구팀이 개발한 라이트필드 카메라는 구강 스캐닝 뿐만 아니라 생체 내 3차원 이미징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내시경, 현미경 등의 다양한 바이오·의료분야는 물론 3차원 산업용 검사장비에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우리 대학 바이오및뇌공학과 권재명 박사과정 학생이 주도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이피엘 바이오엔지니어링(APL Bioengineering)'에 최근 게재됐다. (논문명: Deep focus light-field camera for handheld 3D intraoral scanning using crosstalk-free solid immersion microlens arrays).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바텍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고, ㈜마이크로픽스 (연구실 창업)을 통해 기술사업화를 진행 중이다.
2023.09.06
조회수 5441
-
인공지능으로 파킨슨병 맞춤형 치료 가능
파킨슨병 같은 만성 퇴행성 뇌 질환의 경우, 생존 환자의 뇌세포에 직접 접근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뇌 질환 환자의 세포 데이터를 토대로 환자 질병의 메커니즘 하위 유형을 인공지능으로 예측하는 것은 시도된 바가 없다.
우리 대학 뇌인지과학과 최민이 교수 연구팀이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와의 공동 연구로 파킨슨병 환자의 개인별 질병 하위 유형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최민이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플랫폼은 파킨슨병 환자의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hiPSC)에서 분화된 신경 세포의 핵, 미토콘드리아, 리보솜 이미지 정보만 학습해 파킨슨 환자의 병리적 하위 유형을 정확하게 예측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파킨슨병 양상을 겉으로 보이는 발현형이 아닌 생물학적 메커니즘별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인 미상의 파킨슨병 환자가 속한 분자 세포적 하위 유형별로 진단이 가능해져 환자 맞춤형 치료의 길을 열 수 있다. 또 이 플랫폼은 고속의 대량 스크리닝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병리적 하위 유형에 적합한 맞춤형 약물 개발 파이프라인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지금까지 파킨슨병의 치료는 환자 개별의 병리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확률에 기댄 ‘일률적 접근’ 방식을 사용해 왔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병리적 원인과 치료 방법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치료 효과를 향상하기 어려웠다.
최민이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플랫폼을 사용하면 개별 환자 뇌세포의 분자 및 세포 정보를 정밀하게 프로파일링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환자들의 질병 하위 유형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 ‘정밀 의학 (Precise medicine)’이 가능해진다. 이는 각 개인에게 맞춤화된 치료 (Personalized medicine)로 이어져 치료 효과를 크게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플랫폼은 2012년 노벨의학상 수상 기술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성인 피부세포나 혈액에서 얻은 체세포를 태아기의 미분화 상태로 리프로그래밍한 세포. 어떤 장기 세포로도 분화가 가능)를 분화시켜 얻은 뇌세포를 사용하는 ‘접시 속 질병(disease in a dish)’ 패러다임이다. 이는 퇴행성 뇌 질환처럼 병변을 직접 얻을 수 없거나, 인간의 뇌를 정확하게 모사할 수 없는 동물 모델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접시 속에 배양한 자신의 표적 질병 세포를 순차적으로 이미징하면 일련의 병리적 사건을 추적할 수 있어 질병 진행에 따른 약물 반응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교신 저자인 최민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험실에서 얻은 생물학적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효과적으로 학습시켜, 정확도가 높은 질병 하위 유형 분류 모델을 생성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며, "이 플랫폼은 자폐 스펙트럼과 같이 환자 개인별 증상이 뚜렷하게 다른 뇌 질환의 하위 유형을 분류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며, 이를 통해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논문은 영국 Medical Research Council (MRC)와 대교-KAIST 인지 향상 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젼스 (Nature Machine Intelligence, IF = 25.8) 8월호에 출판됐다 (논문명: Prediction of mechanistic subtypes of Parkinson’s using patient-derived stem cell model)
2023.08.16
조회수 7692
-
미생물로 나일론을 친환경적으로 만든다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나일론을 포함한 다양한 고분자들의 친환경 생산에 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 한태희 박사가 `나일론-5의 단량체인 발레로락탐을 생산하는 미생물 균주 개발'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발레로락탐(valerolactam)은 나일론-5 및 나일론 6,5의 중요한 단량체다. 나일론-5와 나일론 6,5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합성섬유인 나일론의 일종으로, 나일론-5는 탄소 5개짜리 단량체로 이루어진 고분자, 나일론 6,5는 탄소 6개와 5개짜리의 두 가지 단량체로 이루어진 고분자를 말한다. 이는 우수한 가공성과 가볍고 질긴 특징으로 인해 의류뿐 아니라 배드민턴 라켓 줄, 어망, 텐트, 그리고 기어 부품 등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단량체란 이러한 고분자를 만드는 재료이며, 단량체들을 서로 연결해 고분자를 합성하는 원리다.
석유 화학 기반의 화학적 발레로락탐 생산은 극한 반응조건과 유해 폐기물 생성이라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레로락탐을 친환경적이며 고효율로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 공장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시스템 대사공학은 효과적인 미생물 균주 개발을 위해 필요한 핵심 전략으로, 이상엽 특훈교수가 창시한 연구 분야다.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은 미생물의 대사회로를 조작하는 기술인 대사공학을 이용해 아미노산 생산에 주로 사용되는 세균의 일종인 코리네박테리움에 발레로락탐 생산 합성 대사회로를 구축했다. 이로써 바이오매스인 포도당을 탄소원으로 사용해 고부가가치의 발레로락탐을 생산하는 미생물 균주를 개발했다고 연구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교수팀은 2017년 대장균을 대사공학적으로 개량해 발레로락탐을 세계 최초로 생산하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낮은 발레로락탐 생산능과 부산물 생성과 같은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미생물의 발레로락탐 생산능을 향상시키고 개발한 균주에 추가로 부산물 제거를 위한 시스템 대사공학 전략을 도입했다. 주요 부산물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제거하고, 유전자 스크리닝을 통해 부산물이자 전구체인 5-아미노발레르산(5-aminovaleric acid)을 발라로락탐으로 전환시켜서 부산물 생성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또한 5-아미노발레르산을 발레로락탐으로 전환하는 유전자를 게놈 상에 여러 번 삽입하는 전략을 통해 발레로락탐 생산을 위한 대사 흐름을 강화하고, 세계 최고 농도(76.1g/L)의 발레로락탐을 고효율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대비 6.17배 높은 수치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대사공학지(Metabolic Engineering)'에 지난 7월 12일 게재됐다.
※ 논문명 : Metabolic engineering of Corynebacterium glutamicum for the high-level production of valerolactam, a nylon-5 monomer
※ 저자 정보 : 이상엽(한국과학기술원, 교신저자), 한태희(한국과학기술원, 제1저자) 포함 총 2명
연구에 참여한 한태희 박사는 “미생물을 기반으로 나일론의 단량체인 락탐을 고효율로 생산하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이번 기술을 활용해 미생물 기반의 바이오 고분자 산업이 석유화학 기반의 화학산업을 대체하는 데에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에 의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기후환경연구개발사업의 ‘바이오화학산업 선도를 위한 차세대 바이오리파이너리 원천기술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3.08.10
조회수 7175
-
유전자 가위와 약물로 동시에 암을 잡는 신약 개발
암은 과거부터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임상에서 주로 화학 약물 및 항체 치료가 사용되고 있으나, 심각한 부작용 또는 반복 투여가 필요해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영구적인 유전자 조절을 일으키는 유전자가위(CRISPR, 이하 크리스퍼) 기반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하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지만, 생체 내 전달이 어려워 효과적인 전달 방법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 화학과 박희성 교수 공동연구팀이 유전자가위 기반 항암 신약으로 크리스퍼 단백질 및 화학 약물을 동시에 생체 내에 전달하는 나노복합체를 개발해 기존 항암제보다 월등한 항암 효능을 보였다고 3일 밝혔다.
크리스퍼 기술은 표적 세포에서 정밀하고 영구적으로 유전자 교정을 일으킬 수 있어 기존 유전자 조절 방법에 비해 암의 치료제로서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크리스퍼의 구성 요소인 단백질과 가이드 RNA를 생체 내에 전달했을 때 극히 낮은 조직 투과성 및 세포 유입 효율로 인해 치료 효능이 떨어진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질 나노입자, 고분자, 무기나노입자 등에 나노 전달체에 기반한 전달 방법이 개발됐으나, 여전히 효능이 떨어지고 심각한 독성 및 부작용 문제가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크리스퍼 단백질 Cas9에 서로다른 작용기가 간단히 결합되는 클릭 화학 작용기를 내재하기 위해 비천연 아미노산을 도입한 생직교 반응형 Cas9을 개발했다. 생직교 반응은 살아있는 시스템 내에서 본질적인 생화학 과정을 방해하지 않고 일어나는 반응을 말한다. 연구팀은 기존 나노 전달체의 독성 및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극미량의 고분자 물질을 생직교 반응형 Cas9에 결합시킴으로써 생체 내에 안전하게 전달 및 유전자 교정을 일으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항암 신약으로써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에 유방암 항암제로 사용되는 올라파리브(olaparib)을 생직교 반응에 의해 Cas9에 결합시킴으로써 병용 치료를 위한 유전자가위 나노복합체인 콤바인 (ComBiNE, Combinatorial and bioorthogonal nano-editing complex)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유전자교정 나노복합체를 이용해 유방암 세포 및 동물모델에서 DNA 복구에 관여하는 유전자 교정 및 올라파리브의 작용으로 기존 항암제 및 단독 치료제에 비해 월등한 항암효과가 나타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최초로 크리스퍼 단백질과 화학 항암제를 단일 제형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생체 내 유전자 교정을 일으켜 높은 항암 효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다양한 암종에 대해 유전자 및 화학 약물 기반 병용 치료제로서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 기술로 활용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마셀 야니스 베하(Marcel Janis Beha) 박사와 석박사통합과정 임산해 학생, 화학과 석박사통합과정 김주찬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7월 23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Bioorthogonal CRISPR/Cas9-Drug Conjugate: A Combinatorial Nanomedicine Platform)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 및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2023.08.03
조회수 8646
-
대체육 풍미 향상 등 미생물 세포공장 제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및 이상기후의 심화로 인한 식량 생산성 감소와 전쟁 등의 국제적 분쟁으로 인한 식량 공급망의 파괴는 식량부족과 영양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키며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가시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한편에서는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고조됨에 따라 보다 친환경적이면서 고품질을 자랑하는 식품 및 미용품에 대한 수요 증가가 동시에 관찰되고 있다. 미생물은 이러한 다면적인 문제들을 동시에 풀어낼 수 있는 열쇠로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 대학 생물공정연구센터 최경록 연구교수와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가 ‘식품 및 화장품 생산을 위한 미생물의 시스템 대사공학’논문을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논문은 네이처(Nature) 誌가 발행하는 ‘네이처 생명공학 리뷰(Nature Reviews Bioengineering)’의 초청으로 준비한 것으로 동료심사를 거쳐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 Systems metabolic engineering of microorganisms for food and cosmetics production
※ 저자 정보 : 최경록(한국과학기술원, 제1 저자) 및 이상엽(한국과학기술원, 교신저자) 포함 총 2명
시스템 대사공학은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존의 화학산업을 대체할 바이오산업의 핵심인 미생물 세포공장을 보다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KAIST 이상엽 특훈교수가 창시한 연구 분야다. 연구진은 시스템 대사공학 전략을 적용함으로써 대체육의 풍미와 색감을 향상할 수 있는 천연물질인 헴철(heme)과 아연-프로토포르피린 IX(zinc protoporphyrin IX), 식품과 화장품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성 천연 색소인 라이코펜(lycopene)과 베타카로틴(β-carotene), 식품이나 음료 제조 시 포도향을 내기 위해 널리 활용되는 포도 유래 화합물인 메틸안트라닐산(methyl anthranilate) 등을 비롯해 다양한 식품 및 미용 화합물을 생산하는 고성능 미생물 세포공장들을 다수 개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이번 네이처지로부터의 초청 논문을 통해 각종 식품과 화장품에 이용되는 아미노산과 단백질, 지방 및 지방산, 비타민, 향미료, 색소, 알코올, 기능성 화합물과 기타 식품 첨가물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괄목할만한 미생물 세포공장의 개발 사례들과 이러한 미생물 유래 물질들을 성공적으로 제품화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전세계 기업들을 총망라했다. 더 나아가 보다 다양한 식품 및 미용 화합물들을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면서도 경제성도 갖춘 산업용 미생물 세포공장의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 대사공학 전략을 정리 및 제시했다.
예를 들어, 미생물 발효 과정을 통해 동물의 사료로 이용되거나 비료로 이용되고 있는 비식용 바이오매스 등을 통해 영양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단백질이나 아미노산을 생산함으로써 전세계 식량 생산량의 증대 및 안정적인 공급에 기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대체육 개발 등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가축 사육이나 물고기 양식을 통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및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바닐라 향이나 포도 향을 내는 바닐린(vanillin)이나 메틸안트라닐산(methyl anthranilate)은 다양한 식품에 널리 첨가되고 있으나, 식물로부터 분리정제한 천연 제품은 생산량이 적고 생산단가가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석유화학물질로부터 유래한 바닐린과 메틸안트라닐산을 식품에 첨가하고 있다.
이러한 물질들 역시 미생물의 힘을 빌려 친환경적이고 인체 친화적인 방법을 통해 생산할 수 있다. 붉은색 립스틱이나 딸기맛 우유 등 다양한 화장품이나 식품에 첨가되지만 특정한 선인장에서만 서식하는 연지벌레로부터 추출해야 하는 칼민(코치닐색소), 피부 미용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닭벼슬이나 소의 안구에서 추출해야 하는 하이알루론산, 건강보조제로 널리 섭취되고 있지만 상어나 생선의 간 등에서 추출하는 오메가-3 지방산 등도 미생물을 이용하면 윤리적인 문제 없이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이번 논문의 제1 저자인 우리 대학 최경록 연구교수는 “김치나 요거트와 같은 전통 발효식품뿐만 아니라, 카카오 콩을 발효시켜야만 얻을 수 있는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버터나 미생물 발효를 통해 생산하는 조미료인 글루탐산나트륨처럼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생산한 식품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라면서 “앞으로 미생물 세포공장을 통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한 더 다양한 종류의 식품과 화장품을 일상에서 더욱 쉽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상엽 특훈교수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공학자의 숙명”이라며 “시스템 대사공학 기술의 꾸준한 발전과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식량 위기와 기후변화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농촌진흥청이 지원하는 농업미생물사업단(단장 장판식)의 ‘미생물 대사시스템 제어를 통한 무기물로부터의 단백질 생산 기술 개발’ 과제 (과제책임자 KAIST 최경록 연구교수) 및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석유대체 친환경 화학기술개발사업의 ‘바이오화학산업 선도를 위한 차세대 바이오리파이너리 원천기술 개발’ 과제 (과제책임자 KAIST 이상엽 특훈교수)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3.07.26
조회수 7116
-
다결정 및 단결정 재료 극한 변형 메커니즘 규명
우리 대학 항공우주공학과 연구팀 (익스트림역학 및 멀티피직스 연구실; https://continuum.kaist.ac.kr)이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오크리지국립연구소 및 위스콘신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초고온 및 초고압용 체심입방 결정재료의 극한 변형 메커니즘을 실험 및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주기율표의 Group V 및 Group VI에 속한 체심입방 금속재료 (그림 1-a)는 높은 용융점, 우수한 기계 및 내화학적 성능 및 가공성으로 인해 항공우주, 원자력 및 초전도체 등 다양한 극한 환경에서 주로 사용돼왔으며 최근엔 의료기기용 재료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체심입방 금속재료의 극한 환경 하의 변형 및 흐름에 관한 예측은 원자미끄러짐 기반 비탄성 변형 메커니즘 특유의 물리 및 수학적 복잡성으로 인해, 대부분 경험적 방법론에 의존해왔다. 또한 기존에 제시된 대부분의 이론 모델들은 단결정 또는 다결정 상태의 극한 거동을 부분적으로만 예측할 수 있었지만, 본 연구에서는 체심입방 단결정 및 다결정 재료의 극한 거동을 다양한 온도 및 속도 조건에서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연속체역학 기반 이론 모델을 제시하였다. 연구팀은 새롭게 제시된 이론 모델을 통해 대표적 체심입방금속재료인 단결정 및 다결정 탄탈럼의 극한의 기계적 변형, 전위 결함 및 미세 구조 발달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그림 1-b 및 1-c) 이를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가 보유한 Los Alamos Neutron Science Center (LANSCE)의 중성자 디프랙션 장비를 통해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그림 1-d). 또한 기존의 경험론적 이론 모델에서는 설명할 수 없었던 체심입방 단결정 구조체에서 주로 발견되는 원자 미끄러짐의 불안정성을 수리적으로 규명하였으며, 이는 향후 극한 환경용 재료 및 구조체 설계에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본 연구 결과는 이론 및 실험에 관한 국제협력을 통해 얻어졌으며, 우리학교 항공우주공학과의 조한솔 교수 연구실과 위스콘신-매디슨 대학 기계공학과의 커트 브롱크홀스트(Curt Bronkhorst) 교수 연구실 및 오크리지국립연구소에서 이론 정립 및 단결정 및 다결정 거동 경계값 문제에 관한 수치 계산을 수행하고,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검증 실험을 수행했다.
우리 대학 항공우주공학과의 이승현 박사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고체 및 응용역학 분야 최상위 학술지인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플라스티시티 (Int. Journal of Plasticity) 에 연속 출간됐다.
https://doi.org/10.1016/j.ijplas.2023.103529
https://doi.org/10.1016/j.ijplas.2020.102903
https://arxiv.org/abs/2303.06743
한편 본 연구에 참여한 박사과정 이승현 학생은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의 여름 프로그램에 지원 및 선정돼 이번 6월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의 이론부에 방문하여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신진과제 (2020R1C1C101324813), 기초연구실 (2021R1A4A103278312) 그리고 미국립과학재단 (CMMI 2118399)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2023.05.02
조회수 6470
-
온도 제어로 반도체 패키징 내구성 40% 향상
최근 반도체의 전공정에서 회로를 미세화하는 작업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후공정인 반도체 패키징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패키지는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하나로 이어주며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공정을 말한다. 아울러, 반도체 패키지의 온도도 중요한데 반도체부품의 온도가 높아지면 반도체 수명이 급격이 줄어들고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기계공학과 김성수 교수 연구팀이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브라이언 워들(Brian L. Wardle) 교수 연구팀과 함께 ‘반도체 패키지의 신뢰성 강화를 위한 접합 온도 제어 기반의 경화 공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반도체 패키지의 주된 재료인 *EMC는 열을 가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단단해지는데 이 현상을 경화 반응(Curing reaction)이라고 한다. 경화 공정은 시간에 따른 온도 및 압력 변화를 반도체 패키지의 두께가 얇아짐에 따라 공정 후 재료간의 열수축 차이로 인한 뒤틀리는 휨(Warpage)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동연구팀은 EMC와 기판사이 접합 온도를 정확히 예측하고 휨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경화 공정을 개발했다.
☞ EMC (Epoxy Molding Compund) : 수분, 열, 충격 등 다양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반도체 회로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회로 보호재를 말한다.
공동연구팀은 반도체 패키지의 접합 온도를 낮추기 이번 연구에서 두 재료의 접합이 일어나는 온도 직전에 급격히 온도를 낮춰주는 접합 온도 제어 기반의 EMC 경화 공정 기술을 개발하였다. 열경화성 고분자인 EMC는 경화 공정 중 기판과 접합이 발생하는 온도 직전에 상온으로 급랭을 하게 되면 경화 반응을 억제해 접합 온도를 상온에 가깝게 유도할 수 있으며, 이후 재가열을 통해 EMC를 완전히 경화시킬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패키지의 접합 온도와 사용 온도 차이를 줄여줌으로써 요소 간 열수축 차이에 의한 길이 변화 차이를 최소화해 휨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두 재료 사이의 정확한 접합 온도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며, 연구팀은 경화 공정 중에 발생하는 EMC의 화학적 수축을 고려한 접합 온도를 구하는 식을 유도했으며, 변형율 측정 시스템을 활용해 이를 검증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확히 측정된 접합 온도 직전에서 급랭 과정을 도입한 새로운 경화 공정을 통해 기존 EMC 경화 공정 대비 반도체 패키지의 휨은 27% 감소했으며, EMC와 기판 경계면의 기계적 강도는 약 40% 상승했다. 또한, 급랭 과정을 포함하는 경화 공정을 거친 EMC의 기계적 물성은 기존 공정과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 연구 책임자인 김성수 교수는 “접합 온도 제어 기반의 새로운 EMC 경화 공정은 경박단소화 되어가고 있는 반도체 패키지에서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휨 문제를 해결하여 반도체 패키지의 수율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내구성도 강화할 수 있을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연구 의미를 설명했다.
기계공학과 박성연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하고 한국연구재단, BK 사업 그리고 국제협력사업 시그니쳐 프로젝트(Signature project)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ACS applied materials&interfaces’에 지난 3월 1일 자로 게재됐다. (논문명 : Electronic packaging engineered by reducing the bonding temperature via modified cure cycles. doi/10.1021/acsami.2c21229). 또한, 해당 논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표지 논문 (Supplementary cover)으로 선정됐다.
2023.05.02
조회수 6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