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1. (왼쪽부터)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 뉴욕대학교 오양균 박사(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박사 졸업생) >
장면 하나, 영국의 전설적인 코미디 그룹인 몬티 파이선(Monthy Phython) 의 '삶의 의미(The meaning of life) (1983)'라는 영화에서는 영화사에 손꼽히는 충격적 장면이 등장한다. 배가 잔뜩 불러 레스토랑에 들어온 크레오소트 씨는 웨이터가 권하는 음식을 끊임없이 먹다가 결국 배가 터져버린다. 이로 인해 배 속에 있던 음식물이 레스토랑 전체로 흩뿌려지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하여금 매우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장면 둘,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 멜버른 대학교에서 모기를 연구하는 페란 로즈 박사가 공개한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상에서는 인간의 피를 탐욕스럽게 빨다가 결국 배가 터져버리는 모기의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초여름 더위와 함께 찾아온 모기들 때문에 밤잠을 설친 사람이라면 약간의 통쾌함을 느낄 수도 있는 장면일 수도 있겠다.
앞서 제시한 두 가지의 충격적이고 약간은 괴기스러운 장면들은 실제 자연 상태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 자연 상태의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에서는 특정 수준 이상으로 음식을 섭취하면 섭식 행동을 억제하는 신경전달체계가 작동해 과식으로 인한 내장 파열은 발생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연적인 상황에서 내장기관이 손상될 정도로 음식을 과도하게 먹지 않으며, 모기의 경우 과도한 섭식 행동을 억제하는 복부 신경중추가 물리적으로 파손됐기 때문에 배가 터지도록 피를 빨았던 것이다. 이렇듯 동물들은 과도한 섭식 행동을 억제하는 다양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식 억제 신호에 대한 구체적 이해는 인간의 식이장애 및 비만 발생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이에 관한 연구는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외 연구진의 과식 방지를 위한 새로운 억제 신경망에 대한 연구결과가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 연구팀이 뉴욕대학교 (NYU) 오양균 박사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충분한 음식을 섭취한 초파리에서 특이적으로 발견되는 두 개의 독립적인 과식 억제 시스템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뉴욕대학교 (NYU) 오양균 박사가 제1 저자로, KAIST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신경과학 전문 최고 권위 학술지 `뉴런 (Neuron)'의 5월 19일 字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Periphery signals generated by Piezo-mediated stomach stretch and Neuromedin-mediated glucose load regulate the Drosophila brain nutrient sensor)
동물의 뇌 속에는 미각 신경이 생기기 이전부터 있어온 영양분 감지 신경세포들이 존재한다. 서성배 교수가 뉴욕대(NYU) 재직 당시 박사후 연구원 모니카 더스(Monica Dus) 박사와 함께 발표한 2015년 논문에서 초파리가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다우레틱 호르몬(Diuretic Hormone 44, DH44) 펩타이드를 특이적으로 분비하는 신경세포(DH44+ 신경세포)가 체내 당분의 농도를 감지함으로써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선택하도록 행동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전까지 포유동물의 뇌 속에서 영양분을 감지해 자신의 활성을 조절하는 신경세포들은 보고된 적이 있으나, 이들 영양분 감지 신경세포의 생물학적 기능은 위 연구를 통해서 최초로 보고됐다.
DH44 신경세포의 생물학적 기능에 대한 발표를 한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초파리 체내에 영양분이 많은 상황에서는 DH44 신경세포를 특이적으로 억제하는 상위 조절 신호를 발견했으며 오양균 박사를 중심으로 이들 억제 신호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먼저 연구팀은 DH44 신경세포의 생물학적 기능이 단지 초파리의 음식 선택 행동을 조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양분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영양적 가치가 있는 탄수화물류에 대한 섭식 행동을 증가시킴을 자동화된 초파리 섭식 행동 측정 장치를 이용해 증명했다. 즉 DH44 신경세포의 활성화는 초파리가 식사량을 증가시키며, 배가 부른 상태에서 특이적으로 활성화되는 억제 신호를 통해 DH44 활성화에 의한 과잉 섭식 행동이 방지되는 것이다.
이어서 연구팀은 DH44 신경세포에 대한 억제 신호가 초파리 뇌 밖의 주변 장기들로부터 전해져 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말단 장기에서 DH44 억제 신호를 보내는지 확인하기 위해 초파리의 뇌와 연결된 다양한 말단 장기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방식으로 억제 신호의 유래를 추적했으며, 그 결과 초파리의 위에 해당하는 내장 부위와(Crop), 척수에 해당하는 복부 신경중추(ventral nerve cord, VNC) 에서 DH44 억제 신호가 발생함을 확인했다.
계속해서 연구팀은 DH44 신경세포가 초파리의 위에 해당하는 내장기관에 신경 가지를 뻗어서 음식물 섭취에 의한 해당 기관의 물리적 팽창 신호를 `피에조(Piezo)' 채널을 통해 인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피에조 채널은 특정 세포나 조직에 가해지는 물리적 팽창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로 포유동물의 호흡, 혈압 조절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초파리에게서는 소화기관의 물리적 팽창 감지를 통한 식욕 억제를 유발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피에조 채널이 음식물 섭취에 의한 초파리 위의 물리적 팽창을 감지한 후 DH44 신경세포의 기능을 특이적으로 억제해 추가적인 탄수화물 섭취 행위를 방지함으로써 과도한 물리적 팽창으로부터 내장기관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짐을 밝혔다.
또한, 초파리의 척수에 해당하는 복부 신경중추에 있는 `후긴(Hugin)' 신경세포는 채 내에 순환되고 있는 영양분의 농도가 높을 때 이를 감지해 후긴 수용체를 발현하고 있는 DH44 세포들의 신경 활성을 억제한다. 이러한 작용을 통해 이미 체내 에너지가 높은 상태일 때 소화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추가적 섭식 행동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위 실험들을 통해 연구팀은 초파리 내장기관에 가해지는 물리적 압력을 인지해 활성화되는 피에조 채널과 체내에 순환되는 영양분이 많을 때 활성화되는 후긴 신경세포들이 각기 다른 물리적, 화학적 신호를 인지해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으로 DH44 세포 활성화를 통해 야기될 수 있는 과식을 억제함을 확인했다.
< 그림 1. 초파리의 DH44 신경세포의 두 가지 억제신호에 대한 모식도 >
서성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의 뇌 속에 존재하는 영양분 감지 신경세포의 섭식 유도기능이 상위 신호전달 체계에 의해서 특이적으로 억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ˮ라며 "과식에 대한 억제는 독립적으로 인지되는 물리, 화학적 척도를 다각적으로 종합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만큼 동물 생존에 매우 중요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결과이며 인간의 식이장애 및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될 연구 결과ˮ라고 말했다.
즉, 처음에 제시한 두 가지 끔찍한 장면들은 동물에 존재하는 유기적인 과식 억제 시스템으로 인해 자연 상태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함을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T세포의 항암 면역작용을 강화하는 가장 주목받는 항암치료 요법이다. 하지만 난치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의 경우 면역관문억제제를 활용한 수차례 임상시험에서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 우리 연구진이 난치성 암종에서 T세포가 만성적 항원에 노출되어 기능이 상실되거나 약화된 원인을 분석하여 T세포 활성 제어 인자를 발굴하고 치료 효능 증진 원리를 규명했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연구팀이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 감염병예방진단기술연구센터와 협력하여, 교모세포종 실험 쥐 모델에서 억제성 Fc 감마수용체(FcγRIIB)의 결손을 통한 면역관문억제제의 세포독성 T세포 불응성을 회복해, 항암 작용 증대를 유도함으로 생존율 개선 효능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최근 세포독성 T세포에서 발견된 억제 수용체(FcγRIIB)가 종양 침윤 세포독성 T세포의 특성과 면역관문억제제(항 PD-1)의 치료 효능에 미치는 영향을
2024-11-06암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병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의 암 연구 중에서 가장 많은 진전이 있었던 분야는 암 환자가 갖고 있는 면역체계를 활용해 암을 극복하는 면역 항암치료다. 여기 기존의 모든 항암 치료에 불응한 말기 고형암 환자들에게 적용 가능한 차세대 면역 항암 치료법이 개발되어 화제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김찬혁 교수 연구팀이 면역시스템이 억제되는 종양미세환경을 극복하는 ‘2세대 T세포 수용체 T (T cell receptor specific T, 이하 TCR-T) 세포’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세포를 직접 파괴할 수 있도록 하는 TCR-T 세포 치료제 제작에 크리스퍼-캐스9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T 세포 수용체 신호전달의 핵심적인 CD247 유전자에 추가신호 전달체인 트레프2-결합 도메인이 포함되도록 개량했다. 이러한 유전자 편집을 통한 개량은 TCR-T 세포의 증식 및 지속성을
2023-04-20우리 대학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승일 교수, 가톨릭대 의과대학 박우찬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유방암 환자의 면역 항암치료 핵심 원리를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최근 유행하는 면역 항암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유방암 환자들을 선별해 효과적인 암 치료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 교실 이용준 강사, 김지예 임상 조교수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면역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 8월 26일 字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 CD39+ tissue-resident memory CD8+ T cells with a clonal overlap across compartments mediate anti-tumor immunity in breast cancer) 암 환자는 암세포에 대항해 이를 제거하는 역할
2022-09-14관련 유튜브 영상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dwV_Xs7tHEY&t=13s 우리 연구진이 뇌 신경세포의 흥분과 억제 불균형을 일으키는 새로운 기전을 규명했다. 이는 발작과 같은 다양한 뇌 신경질환의 원인과 연결되며, 뇌 질환 치료에 활용이 기대된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정원석 교수와 박정주 박사과정 연구팀이 억제성 시냅스가 *미세아교세포에 의해 제거되는 분자 기전을 처음으로 밝히고, 이 현상이 과도하게 일어날 때 신경세포의 흥분성 증가로 발작과 같은 뇌 질환이 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해 국제학술지 `엠보저널(EMBO Journal)'에 공개했다고 2일 밝혔다. ☞ 미세아교세포(microgila): 뇌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의 일종이다. 뇌와 척추 전역에 분포돼 있으며, 정상적인 뇌 기능을 수행하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시냅스는 뇌 발달 및 학습 시에 생성과 제거가 반복되는 변화를 겪는다. 정원석 교수 연구팀
2021-06-03우리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김유천 교수와 한양대학교 생명공학과 윤채옥 교수 공동연구팀이 암 치료에 이용되는 면역항암제인 면역관문억제제와 협력 효과를 내는 *펩타이드 기반의 면역원성 세포사멸 유도체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 펩타이드(peptide): 아미노산이 2~50개 정도 결합된 물질을 뜻하며, 아미노산이 50개 이상 결합된 물질이 단백질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펩타이드는 암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 외막을 붕괴시켜 활성산소 농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형성된 산화적 스트레스가 소포체를 자극해 면역원성 세포사멸을 유도한다. 우리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정성동 박사와 한양대학교 생명공학과 정보경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하고, 한양대학교 생명공학과 윤채옥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Advanced Science)' 4월 7일 字 표지논문(Back cover)으로 게재됐다. (논문명 : Immunogenic Cell
2021-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