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바늘 찾기’ 같은 DNA 초고속 수리 원리 밝혔다
DNA는 우리 몸의 설계도다. 하지만 DNA에는 매일 수만 건의 손상이 발생한다. 특히 유전 정보가 비어버린 ‘무염기 부위(AP site·DNA 정보의 글자 하나가 지워진 손상 부위)’가 제대로 복구되지 않으면 암과 노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방대한 유전체 속에서 이런 미세한 손상 부위를 찾아내는 일은 마치 ‘서울 시내에서 바늘 한 개를 찾는 것’만큼 어렵다. 국내 연구진이 DNA 복구 효소가 DNA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손상 부위를 초고속으로 탐색하는 비밀을 밝혀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이광록 교수팀이 UNIST(총장 박종래) 이자일 교수팀, 성균관대(총장 유지범) 유제중 교수팀과 함께 DNA 복구 효소 ‘APE1(apurinic/apyrimidinic endonuclease 1·DNA 손상 부위를 인식해 복구를 시작하는 효소)’이 손상된 DNA를 찾아내는 정밀한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은 단일분자 FRET(smFRET·단일 생체분자의 움직임과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분석 기술)과 DNA curtain(DNA 여러 가닥을 정렬해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는 기술), 분자동역학(MD·컴퓨터로 분자 움직임을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기법)을 결합해 APE1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그 결과 APE1은 무작위로 DNA를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DNA 가닥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손상 부위를 찾는 ‘1차원 확산(1D diffusion·DNA 선을 따라 이동하며 탐색하는 방식)’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거대한 도시 아래 미로처럼 얽힌 지하 배관 속을 따라 이동하며 미세한 누수 지점을 찾아내는 지능형 점검 로봇과 비슷하다. 단순히 이곳저곳을 무작정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DNA라는 ‘유전체 고속도로’를 따라 효율적으로 이동하며 손상 부위를 빠르게 찾아내는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효소 끝부분의 유연한 구조인 ‘비정형 영역(IDR·일정한 형태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단백질 구간)’이 DNA 탐색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비정형 영역은 갈고리처럼 DNA를 붙잡아 APE1이 DNA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연구팀이 해당 영역을 제거하자 손상 부위를 찾는 능력이 5배 이상 감소했다.
또한 연구진은 마그네슘 이온(Mg²⁺·세포 내 다양한 효소 반응을 돕는 금속 이온)이 단순한 보조 인자를 넘어 DNA 탐색 효율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는 점도 확인했다. 마그네슘 이온은 APE1과 DNA의 결합을 안정화해 효소가 DNA 위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KAIST 이광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체 분자가 비정형 영역(IDR)을 통해 DNA 손상 부위를 빠르게 탐색한 뒤, 정형 영역을 통해 정교하게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라며 “이 원리는 암세포의 DNA 복구 기능을 무력화하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과 노화 억제 연구의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UNIST 이자일 교수는 “특정 구조 없이 유연하게 움직이며 다양한 분자와 상호작용하는 비정형 영역이 DNA 손상 부위를 찾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이동훈 박사, UNIST 김수빈 박사과정, 성균관대학교 조경필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세계적 국제학술지 ‘핵산 연구 (Nucleic Acids Research)’에 5월 14일 게재됐다.
※ 논문명 : APE1 Coordinates Its Disordered Region and Metal Cofactors to Drive Genome Surveillance, DOI : org/10.1093/nar/gkag479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Grand Challenge 30 Project(KC30), 한국연구재단 합성생물학핵심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지원사업, 기초연구실, 한국신약개발사업단 신약기반확충연구사업, 기초과학연구원(IBS),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인공지능첨단원천유망기술개발사업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몸 속 지방산이 암세포 성장 억제하는 ‘천연 브레이크’였다
우리 몸속 단백질인 ‘엠토르(mTOR)’는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돼 세포 성장과 전이를 촉진한다. 한국 연구진은 식물성 기름 등에 풍부한 지방산이 체내에서 대사되며 생성되는 물질인 ‘13-HODE’가 엠토르에 직접 결합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천연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항암 치료 전략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 연구팀이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약학대학 변영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체내 지질 대사물질인 13-HODE(지방산이 대사되며 생성되는 지질 대사물질)가 암세포 성장의 핵심 조절 인자인 엠토르의 활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일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과학과 김미영 교수, 가천대학교(총장 이길여) 의과대학 오병철 교수,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약학대학 패트릭 윈트로드(Patrick Wintrode) 교수, 다니엘 데레지(Daniel Deredge) 교수 연구진이 공동연구로 참여하였다.
엠토르는 세포 성장과 에너지 사용을 조절하는 중요한 효소(생체 반응을 돕는 단백질)다. 하지만 암세포에서는 엠토르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세포 증식과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엠토르를 제어하기 위한 항암 치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엠토르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물질들, 특히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천연 대사물질에 주목했다. 방대한 대사체 스크리닝(생체 내 대사물질을 대량 분석하는 기술)을 통해 발굴한 ‘13-HODE’ 라는 지방이 몸속에서 변하면서 생기는 지질 대사물질이 엠토르 단백질의 활성 부위에 직접 달라붙어 암세포에서의 작동을 멈추게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13-HODE(13-Hydroxyoctadecadienoic acid) 분자는 우리 몸에서 식물성 기름 등에 풍부한 리놀레산(필수 불포화지방산)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ALOX15(지방산 산화 반응을 유도하는 효소)’가 리놀레산을 산화시키며 13-HODE를 만든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13-HODE가 암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는 단순한 수준을 넘어서, 엠토르 단백질과 물리적으로 직접 결합하여 그 기능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분자 기전(생체 내 작동 원리)을 규명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분자 결합 시뮬레이션(컴퓨터 기반 분자 상호작용 분석)과 질량분석(분자의 질량과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 등을 통해 검증했다.
연구팀은 유방암과 대장암 세포에서 13-HODE 농도가 매우 낮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13-HODE 생성에 필요한 ALOX15 효소의 발현(유전정보가 실제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ALOX15와 13-HODE의 생성을 증가시키면 엠토르 활성이 감소하고 암세포 성장도 억제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김세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지방 대사물질이 암 성장 핵심 단백질인 엠토르를 직접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지방 대사를 활용한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뿐 아니라 염증과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엠토르 과활성을 조절하는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연구를 수행한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변영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과 약학의 융합을 통해 단백질과 지방산 대사체의 상호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라며 “향후 혁신 신약 개발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엠토르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 일리노이대 지에 첸(Jie Chen) 교수는 저널 프리뷰를 통해 “암세포 제어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탁월한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KAIST 생명과학과 박승주 박사, 김세라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하고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변영주 교수, KAIST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셀 케미컬 바이올로지(Cell Chemical Biology)에 지난 5월 21일 게재되었다. 또한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저널 5월호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었다.
※논문 제목: Mechanism by which a linoleic acid metabolite suppresses cancer cell growth by inhibiting mTOR, DOI: https://doi.org/10.1016/j.chembiol.2026.04.004
※주저자 정보: 박승주 박사(KAIST, 제1저자), 김세라 박사과정 (KAIST, 제1저자), 변영주 교수(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공동교신저자), 김세윤 교수(KAIST 생명과학과, 공동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중견연구지원사업,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 선도연구센터, KAIST 퀀텀+X 학제간 융합기술개발과제, KAIST 그랜드 챌린지 사업, 교육부 중점연구소 사업 지원등을 받아 수행됐다.
빛으로 원하는 순간·위치에서 암 치료하는 ‘스마트 항체’ 개발
기존 CAR-T(환자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든 세포치료 기술) 치료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면 즉시 공격해 정상세포까지 손상시키는 부작용 위험이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빛이나 화학 자극이 있을 때만 작동하는 스위치형 ‘스마트 항체’ 기술을 개발해, 원하는 순간과 위치에서만 면역세포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연구팀이 빛과 화학 자극을 이용해 세포 밖 항원 인식을 제어할 수 있는 ‘엑스트라바디(Extrabody)’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통해 면역세포가 원하는 순간에만 서로 반응하고 작동하도록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항체를 두 조각으로 분리한 뒤, 외부 자극이 있을 때만 다시 결합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항체는 생성되자마자 항원에 결합하지만, 연구팀은 빛 또는 화학물질이 존재할 때만 두 항체 조각이 재결합해 항원을 인식하도록 구현했다.
즉, 단순히 항상 작동하는 기존 항체 시스템과 달리, 필요한 순간에만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온디맨드(on-demand·필요한 순간에만 활성화되는 방식) 항체 플랫폼’을 구현한 것이다.
연구팀은 빛에 반응하는 시스템과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시스템을 각각 구축했으며, 형광 단백질뿐 아니라 암세포 표면에 많이 발현되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단백질에도 적용 가능함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 외부 자극이 있을 때만 항원 결합이 선택적으로 활성화됐으며, 다양한 항체 구조에서도 동일한 원리가 작동했다. 이는 엑스트라바디가 여러 표적과 항체 형태에 적용 가능한 모듈형 플랫폼(Modular platform·다양한 표적과 기능으로 확장 가능한 기술 구조)임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팀은 엑스트라바디가 단순한 항원 인식을 넘어 세포 간 상호작용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빛 자극이 있을 때만 세포끼리 접촉하고 항원을 전달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자극이 없을 때는 이러한 반응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항원이 세포 내부로 전달되는 과정도 관찰돼, 향후 세포 간 정보 전달 연구에도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나아가 엑스트라바디를 합성수용체(synNotch·특정 신호를 받을 때만 세포 반응을 유도하도록 설계한 합성 생물학 기술) 및 CAR 시스템(면역세포가 특정 암세포를 인식·공격하도록 설계한 기술)에 적용했다. 그 결과 빛과 항원이 동시에 존재할 때만 세포 내부 신호가 활성화되는 ‘이중 잠금장치(double-gating·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만 작동하는 방식)’가 구현됐다.
이를 통해 유전자 발현, 사이토카인(Cytokine·면역세포 간 신호 전달에 사용되는 단백질) 분비, 면역세포 활성화 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었으며, 실제 T세포 실험에서는 빛 자극이 있을 때만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기존 CAR-T 세포치료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비의도적 면역 활성화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원도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외부 자극을 이용해 세포 표적 인식을 원하는 시점과 위치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기술”이라며 “향후 차세대 면역치료와 세포 기반 치료 기술의 안전성과 정밀도를 높이는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과학과 권유리 박사와 유다슬이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 케미컬 바이올로지(Cell Chemical Biology) 온라인판에 5월 7일 게재됐다.
※ 논문명: An extracellular, optogenetic antibody platform for stimulus-gated antigen recognition and modulation of cell behavior, DOI: https://doi.org/10.1016/j.chembiol.2026.04.006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ASTRA 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왜 과거 기억에 머무를까?”...KAIST, 기억 전환 스위치 규명
“치매나 인지저하 환자들은 왜 과거 기억에 머무를까?”
우리 대학 연구진이 우리 뇌 속에서 최신 기억을 선택적으로 불러오는 ‘신경 스위치’의 존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뇌가 과거 기억과 새로운 기억 사이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원리를 밝혀낸 것으로, 향후 기억력 감퇴와 인지 유연성 저하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 연구팀이 내측중격(Medial Septum, MS·기억과 학습을 조절하는 뇌 영역)과 내측내후각피질(Medial Entorhinal Cortex, MEC·해마*와 연결돼 기억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을 잇는 특정 신경 회로가 과거 기억과 최신 기억 사이를 전환하며, 상황에 맞는 최신 정보를 선택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17일 밝혔다.
*해마(hippocampus):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저장하는 핵심 뇌 부위
우리는 매일 새로운 경험을 통해 기억을 업데이트하며 살아간다. 예를 들어 어제보다 오늘 방문한 식당이 더 만족스러웠다면, 뇌는 기존 기억을 수정해 새로운 정보를 반영한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의 기억 사이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능력은 의사결정, 문제 해결, 미래 예측, 논리적 추론과 같은 고차원 인지 기능의 핵심이다. 그러나 뇌가 어떤 원리로 기억을 구분하고 전환하는지는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내측중격에 주목했다. 내측중격은 해마의 활동 리듬을 조절하며, 뇌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도록 돕는 ‘조율자’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연구 결과, 내측중격의 특정 신경세포가 기억 정보를 처리해 해마로 전달하는 뇌 영역인 내측내후각피질로 신호를 보낼 때 뇌는 최신 기억을 더 잘 떠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연구팀이 빛을 이용해 이 신경 회로를 인위적으로 차단하자 실험동물은 최신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고 과거 방식대로 행동했다. 기억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의 신경 활동 역시 과거 상태로 되돌아갔다. 이는 해당 회로가 여러 기억 가운데 현재 상황에 필요한 최신 정보를 선택하는 ‘신경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뇌의 활성 상태에 따른 기억 수행 능력도 함께 분석했다. 우리 뇌는 활발히 정보를 처리하는 ‘온라인 상태(세타파·학습과 집중 시 활성화되는 뇌파)’와 휴식 상태인 ‘오프라인 상태(델타파·수면이나 휴식 시 나타나는 느린 뇌파)’를 반복적으로 오간다.
분석 결과, 온라인 상태가 길게 유지될수록 최신 기억을 더 잘 떠올렸으며, 반대로 온라인·오프라인 상태 전환이 잦을수록 기억 인출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의 특정 리듬과 상태가 효과적인 기억 인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신경학적 지표임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뇌가 과거 기억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정보를 유연하게 반영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향후 치매·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환자의 기억력 감퇴와 인지 유연성 저하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 뇌가 수많은 경험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활용하는 원리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기존에는 기억 인출을 단순히 저장된 흔적을 재생하는 과정으로 이해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뇌가 경쟁하는 기억들 사이에서 최신 정보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조절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김무준 박사, 서보인 박사과정, 소선회 박사과정, 최정욱 박사과정, 황재민 박사과정, 박주희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참여했으며, 신경과학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4월 29일자 게재했다.
※ 논문명: A septo-entorhinal GABAergic pathway that enables switching between episodic memories https://doi.org/10.1038/s41593-026-02280-6
※ 저자 정보: Mujun Kim(KAIST, 제1저자), Boin Suh(KAIST), Sunhoi So(KAIST), Jung Wook Choi(KAIST), Jaemin Hwang(KAIST), Juhee Park(KAIST) & Jin-Hee Han(KAIST, 교신저자)
이 연구는 중견연구과제(한국연구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과 KAIST 장영실 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재생의료 패러다임 바꿀 3차원 줄기세포 배양 기술 제시
줄기세포를 많이 넣어도 몸속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줄기세포는 몸의 다양한 조직으로 자라거나 손상된 부위를 회복시키는 데 활용되는 세포로, 우리 대학 연구진이 세포 주변 환경을 정밀하게 설계한 3차원 배양 기술을 개발해 이 줄기세포의 생존력과 치료 효과를 동시에 크게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줄기세포 치료의 한계를 넘어, 재생의료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전상용 교수 연구팀이 줄기세포를 더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새로운 배양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세포가 실제 몸속처럼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인공 바닥(배양 기판)’에 고분자 매트릭스(배양 기판 표면을 코팅하는 인공 구조체)를 적용하고, 그 위에서 인간 지방유래 줄기세포(hADSCs, 지방 조직에서 얻는 줄기세포)를 입체적으로 배양하는 3차원 플랫폼을 구현했다. 그 결과, 기존보다 세포의 기능과 치료 효과가 획기적으로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인간 지방유래 줄기세포는 채취가 쉽고 잘 증식하며 면역 거부 반응이 적어 치료용 세포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기존 2차원(2D, 평면) 배양 방식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가 늙고 기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세포를 덩어리 형태로 키우는 3차원(3D, 입체) 배양 기술이 연구돼 왔지만, 세포가 몸속에서 오래 살아남거나 기능을 유지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록산(실리콘과 산소로 이루어진 생체친화적 고분자 물질)이 촘촘히 가교화된(그물처럼 단단히 연결된 구조) 합성 고분자 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폴리-지(poly-Z)’로 명명했다.
이 물질은 배양 기판 표면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바꾸어서 세포 배양 배지(세포를 키우는 영양 용액)에 함유되어 있는 알부민 단백질의 흡착을 촉진하고, 그 결과로 세포들이 바닥에 부착되지 않고 자기조립을 통해 3차원의 스페로이드(세포 덩어리) 구조체를 형성하도록 한다.
폴리-지를 활용한 3차원 배양 환경에서 형성된 줄기세포 스페로이드는 세포외기질(세포 주변을 둘러싸며 지지하는 구조물)의 생성이 증가되어 실제 몸속과 유사한 환경이 조성되었고, 기존 방식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실험 결과, 폴리-지 기반 3차원 배양 줄기세포는 다른 세포로 변할 수 있는 분화능력(필요한 조직으로 바뀌는 능력)과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능력이 향상됐으며, 체내에서 살아남는 시간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급성 대장염과 급성 간손상 동물 모델에서도 기존 방식보다 더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이는 같은 양의 줄기세포를 투여하더라도 더 오래 살아남고 더 활발하게 작용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단순히 세포를 덩어리로 만드는 것을 넘어, 세포 주변의 미세환경(세포가 실제 몸속에서 접하는 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풍부하게 조성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즉, 세포를 단순히 모아놓는 것이 아니라, 몸속과 비슷한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테그린(integrin, 세포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단백질)과 FAK 신호전달(세포가 외부 신호를 받아 내부 반응으로 바꾸는 과정)이 활성화되면서 줄기세포의 기능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포가 주변 환경을 더 잘 감지하고 활발하게 반응하면서 스스로의 기능을 더 잘 발휘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 결과, 체내 이식 후 세포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치료 효과도 함께 향상됐다.
전상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합성 고분자 기반의 정밀한 3차원 배양 환경을 통해 줄기세포의 기능과 치료 효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염증성 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차세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AIST 이노코어(InnoCORE) AI-혁신신약연구단 서창진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mpact Factor: 14.1)' 3월 31일 字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 논문명: Polymer Matrix-Based 3D Culture Significantly Enhances the Differentiation and Immunomodulatory Functions of Human Adipose-Derived Stem Cells
※ https://doi.org/10.1002/advs.202518704.
한편 이번 연구는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 사업단의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KAIST InnoCORE 프로그램, 한국연구재단의 리더연구사업(종양/염증 미세환경 표적 및 감응형 정밀 바이오-나노메디신 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면역분자 STING, 세포 스트레스 반응 조절자
세포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이를 견디기 위해 일시적으로 단백질과 RNA를 모아 ‘스트레스 과립(stress granule)’을 형성한다. 이 구조는 세포가 위기 상황을 넘기는 데 도움을 주며 세포 사멸을 억제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조절될 경우 신경퇴행성 질환의 병변과도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스트레스 과립이 세포 내 소기관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형성되는지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강석조 교수 연구팀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입을 알리는 ‘면역 파수꾼’으로 잘 알려진 STING(stimulator of interferon genes, 이하 STING) 단백질이 세포 내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에서 스트레스 과립 형성을 미리 준비시키는 새로운 조절자라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STING이 기존에 알려진 면역 기능과는 완전히 다른 ‘비정형적(non-canonical)’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매우 크다.
연구팀은 세포가 실제 스트레스를 받기 전부터 STING이 스트레스 과립의 핵심 성분인 G3BP1, UBAP2L 단백질과 결합해 소포체 위에서 일종의 ‘전응집체(pre-condensate)’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전응집체는 나중에 닥칠 위기 상황에서 스트레스 과립이 더 빠르고 탄탄하게 만들어지도록 돕는 일종의 발판 역할을 한다. 실제로 STING이 부족한 세포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보호소인 과립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세포 사멸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전 연구에서는 세포질에 존재하는 스트레스 과립 형성을 조절하는 소포체 내 분자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에서 소포체에 위치한 STING이 스트레스 과립 형성의 스캐폴드(scaffold)로 작용함을 증명하여, 스트레스 과립의 소포체 위에서의 생성에 대한 분자적 기전을 규명했다.
이 발견은 일명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치료에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루게릭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ALS 환자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 TDP-43 단백질이 세포질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뭉쳐 세포독성을 일으키는 것인데, 이번 연구를 통해 STING이 이 단백질의 병리적인 응집에 기여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즉, STING은 세포의 조건에 따라 세포를 살리는 방어 기전뿐만 아니라 신경 퇴행성 질환을 악화시키는 통로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강석조 교수는 “본 연구는 STING의 면역 단백질로서의 기능을 넘어 세포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세포생물학적 기능을 새롭게 밝히고, 막성 소기관인 소포체와 막이 없는 응축체인 스트레스 과립 사이의 연결 원리를 분자적 수준에서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중요성을 갖는다”라고 언급하면서 “본 연구는 또한 세포 사멸과 ALS 관련 병리 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비정상적 스트레스 과립 조립이 관여하는 질환의 치료 표적 발굴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KAIST 생명과학과 엄은총 박사가 제 1저자로 연구를 주도하였고, 생명과학과 김재훈 교수와 김지현 박사 (現 오름테라퓨틱)가 함께 참여하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포사멸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셀 데쓰 앤 디퍼런시에이션(Cell Death and Differentiation)’에 4월 1일 자 온라인판으로 게재되었다.
※ 논문명 : STING is the scaffold protein for stress granule pre-condensation at the ER, DOI: https://doi.org/10.1038/s41418-026-01734-5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AI도 ‘모른다’고 말한다... 과신 줄이고 신뢰성 높여
“AI도 스스로‘모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과 의료 진단 등에서 인공지능(AI)의 가장 큰 위험으로 지적돼 온‘과도한 확신(overconfidence·틀린 예측에 대하여 높은 확신을 보이는 현상)’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접근법이 제시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AI가 스스로 모르는 상황을 인식하도록 하는 학습 방법을 개발해, 과신을 줄이고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 대학은 뇌인지과학과 백세범 석좌교수 연구팀이 딥러닝(deep learning·인공신경망을 활용해 데이터를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술)에서 널리 사용돼 온 무작위 가중치 초기화(random initialization·신경망 학습 시작 시 가중치를 확률 분포에 따라 무작위로 설정하는 방식)가 인공지능의 과신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데이터를 학습하기 전, 무작위 노이즈(random noise·의미 없는 임의의 입력 데이터)로 신경망을 짧게 학습시키는 ‘예열(warm-up)’ 전략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AI의 과신 문제가 학습 이후만이 아니라, 학습의 출발점인 초기화 단계에서부터 이미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무작위로 초기화된 신경망에 임의의 데이터를 입력한 결과, 아직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확신도를 보이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러한 특성은 생성형 AI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만들어내는 환각(hallucination·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현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해결의 실마리를 생물학적 두뇌에서 찾았다. 인간의 두뇌는 태어나기 전부터 외부 자극 없이도 ‘자발적 신경 활동(spontaneous neural activity·외부 입력 없이 스스로 발생하는 뇌 신호)’을 통해 신경회로를 형성한다.
연구팀은 이 개념을 인공신경망에 적용해, 실제 학습에 앞서 무작위 노이즈 입력으로 짧은 사전 학습을 수행하는‘예열 단계’를 도입했다. 이는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의 불확실성을 먼저 조정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예열 과정을 거친 AI 모델은 초기 확신도가 우연 수준에 가까운 낮은 값으로 정렬되며, 기존 초기화에서 나타나던 과신 편향이 크게 완화됐다.
즉, 실제 데이터를 배우기 전에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는 상태를 먼저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모델의 정확도(예측이 맞는 비율)와 확신도(모델이 스스로 맞다고 믿는 정도)가 자연스럽게 일치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특히 처음 보는 데이터에 대한 반응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기존 모델은 학습하지 않은 데이터에도 높은 확신을 보이며 잘못된 답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예열 학습을 적용한 모델은 확신도를 낮춰‘모른다’고 판단하는 능력이 뚜렷하게 향상됐다.
이를 통해 학습 데이터와 다른 분포를 가진 데이터를 구별하는 분포 밖 데이터 탐지(out-of-distribution detection·훈련에 사용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를 구분하는 기술)에서도 높은 성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AI가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수준을 넘어, ‘무엇을 아는가’와 ‘무엇을 모르는가’를 구분하는 능력, 즉 메타 인지(meta-cognition·자신의 인지 상태를 스스로 인식하는 능력)를 갖출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백세범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두뇌 발달 과정을 모사함으로써 AI가 인간과 좀 더 유사하게 자신의 지식 상태를 인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정확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이 스스로의 불확실성을 판단하는 원리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은 자율주행, 의료 AI, 생성형 AI 등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물론, 거의 모든 딥러닝 모델의 초기화 방식에 적용될 수 있어 AI 전반의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천정환 뇌인지과학과 석사(現 육군 일병)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Nature Machine Intelligence)’에 2026년 4월 9일자로 온라인 게재됐으며,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선정되어 ‘뉴스 앤 뷰스(News & Views)’에도 소개되었다.
※ 논문명: Brain-inspired warm-up training with random noise for uncertainty calibration, DOI: 10.1038/s42256-026-01215-x
※ 뉴스 앤 뷰스 소개: Learning to be uncertain before learning from data, DOI: 10.1038/s42256-026-01205-z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과 KAIST 싱귤래러티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백혈병 항암제 ‘두 얼굴의 단백질’ 규명..내성 극복 실마리
항암제가 암세포를 죽이는 진짜 이유가 밝혀졌다. 한국연구진은 표적항암제가 단순히 암 단백질을 막는 것이 아니라, 세포 내부의 ‘단백질 공장’을 멈춰 세우고 스스로 죽게 만든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 ‘자멸 과정’을 더 강하게 유도하면 약이 잘 듣지 않던 암세포도 다시 죽일 수 있어,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두 얼굴의 단백질’이 약물 내성 환자 치료의 돌파구로 주목된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임정훈 교수,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원장 송현)혈액암센터 김동욱 교수, UNIST(총장 박종래) 김홍태 교수 공동연구팀이 만성골수성백혈병 항암제의 반응을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조혈모세포에 유전적 이상이 생겨 ‘BCR::ABL1’이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지면서 발생한다. 이 단백질은 세포에 지속적인 성장 신호를 보내 암세포를 계속 증식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억제하는 표적항암제가 현재 표준 치료로 사용되고 있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약물 내성이 발생하거나 치료 반응이 낮은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항암제가 세포 내 단백질 생산 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그 결과, 항암제가 투입되면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솜(Ribosome)의 흐름이 꼬이면서 서로 부딪히는 ‘리보솜 충돌’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세포 내부에 강한 스트레스가 유발되고, 결국 암세포가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특히, 연구팀은 리보솜 충돌을 감지하는 핵심 센서로 ZAK 단백질을 지목했고 ZAK 단백질이 상황에 따라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AKT 신호*와 결합해 암세포가 잘 자라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지만, 표적 항암제 치료가 시작되면 리보솜 충돌을 감시해 암세포 사멸을 이끄는 감시자로 돌변한다. 똑같은 단백질이 암의 진행 과정과 치료 과정에서 정반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것이다.
*세포의 생존, 성장, 증식, 대사 및 이동을 조절하는 핵심 세포 내 신호 전달 경로
연구팀은 실제 백혈병 환자 유래 암세포를 분석해 이 기전을 검증했다. 리보솜 충돌을 증가시키는 약물을 함께 사용할 경우 항암 효과가 크게 향상됐으며, 반대로 ZAK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항암제 반응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번 연구에 따르면 내성환자들은 ZAK 기능 저하 또는 리보솜 스트레스 반응 부족으로 예측된다. 이는 환자별 ZAK 활성 상태를 기반으로 치료 반응을 예측하고, 맞춤형 병용 치료 전략을 설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에서 리보솜 스트레스 신호 경로의 중요성을 제시한 성과로, 향후 표적항암제의 효과를 높이고 새로운 병용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약물 내성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임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가 비정상적인 단백질 합성을 감지하고 이를 죽음의 신호로 전환하는 과정이 치료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1 저자인 박주민 박사는 “리보솜 충돌이 암세포 사멸을 결정하는 핵심 스위치임을 확인한 만큼, 다양한 암종으로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AIST 박주민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혈액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루케미아(Leukemia)’에 3월 30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 BCR::ABL1 tyrosine kinase inhibitors induce ribosome collisions to activate ZAK-dependent ribotoxic stress and apoptosis in chronic myeloid leukemia, DOI: https://doi.org/10.1038/s41375-026-02916-3
한편, 이번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KAIST 정착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나노 반도체보다 작은 DNA ‘분자 컴퓨터’ 구현...바이오 컴퓨팅 응용 기대
지금까지 분자 수준의 DNA 회로는 암 관련 물질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등 간단한 기능에 활용됐지만, 한 번 반응하면 다시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 머리카락보다 수만 배 작은 DNA로 계산과 기억을 동시에 수행하는 ‘2나노 반도체보다 작은 초미세 분자 컴퓨터’를 구현했다. 향후 질병 진단 등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컴퓨팅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공학생물학대학원 최영재 교수 연구팀이 DNA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 트랜지스터(Bio-transistor·신호를 받아 계산을 수행하는 반도체 핵심 소자의 바이오 버전)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계산과 정보 저장을 동시에 수행하는 새로운 분자 회로를 구현했다고 22일 밝혔다.
최근 반도체 공정이 2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수준에 도달하면서 초미세화 기술이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기존 실리콘 기반 기술을 넘어, 분자 수준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새로운 컴퓨팅 방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DNA는 특정 염기끼리만 짝을 이루는 성질(상보적 염기 결합, complementary base pairing)을 이용해 원하는 반응만 정확하게 일어나도록 설계할 수 있으며, 염기 간 간격이 0.34나노미터에 불과해 차세대 초고집적 정보 처리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기존 DNA 기반 회로는 반응이 한 번 일어나면 소모되는 ‘일회성’ 특성으로 인해 연속적인 정보 처리나 복잡한 계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입력 신호에 따라 DNA 분자가 서로 결합하거나 분리되면서 배열이 바뀌고, 그 상태가 유지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변화된 분자 상태 자체가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며, 이후 연산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즉, 별도의 초기화 과정 없이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리셋 없는(reset-free·초기화 없이 이전 상태를 유지하는)’ 회로를 구현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반도체의 핵심 소자인 트랜지스터(Transistor·전기 신호를 제어하고 증폭하는 소자)의 기능을 DNA 수준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한 화학 반응을 넘어, 분자가 스스로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하는 ‘지능형 바이오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최영재 교수는“이번 연구는 DNA를 활용한 ‘분자 컴퓨터’ 구현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라며 “바이오 컴퓨팅과 의료 기술 분야 전반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공학생물학대학원 임성순 교수, 김태훈 연구원, 정상은 연구원, 김시온 연구원과 GIST 김우진 석박사통합과정생, 심준호 석사과정생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으며, 최영재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KAIST 공학생물학대학원 임성순 교수, 김태훈 연구원, 정상은 연구원, 김시온 연구원, GIST 김우진 석박통합과정생, 심준호 석사과정생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으며, 최영재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Science Advances)’에 2026년 4월 1일에 게재됐다.
※ 논문명: Reset-free DNA logic circuits for real-time input processing and memory. DOI: 10.1126/sciadv.aeb1699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교육부 지원 기초연구사업과 KAIST Quantum+X 융합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노코어 연구단, 노벨화학상 데이비드 베이커와 ‘AI 단백질 설계’ 성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노코어(InnoCORE) 사업을 통해 구축된 연구 협력 기반 아래, KAIST 이노코어 연구진이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도출했다. 우리 대학은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David Baker 교수(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방문을 계기로, 공동연구를 통해 AI로 원하는 화합물을 정확히 인식하는 단백질 설계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이규리 교수가 AI-CRED 혁신신약 이노코어(InnoCORE) 연구단에 참여 중인 연구진으로서, David Baker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특정 화합물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인공 단백질을 AI로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AI를 활용해 특정 화합물을 인식하는 단백질을 처음부터 설계(de novo)하고, 이를 실제로 작동하는 바이오 센서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자연 단백질을 탐색하거나 일부 기능을 수정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 연구는 AI 기반 설계를 통해 원하는 기능을 갖는 단백질을 ‘맞춤 제작’하고 실험적으로 검증까지 완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연구진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단백질을 설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AI가 설계한 바이오 센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단백질 설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측정 가능한 센서 기술로 확장한 것으로, 단백질 설계 분야의 오랜 난제였던 저분자 화합물 인식 문제를 해결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향후 질병 진단, 신약 개발, 환경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혈액 속 바이오마커를 정밀하게 감지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으며, 특정 분자를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단백질 설계를 통해 표적 치료제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환경 오염 물질을 감지하는 센서 개발로 공기와 수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맞춤형 바이오 센서 기술 구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화합물을 인식하는 신규 단백질(de novo protein) 설계는 원자 단위의 정밀한 계산이 필요해 오랜 기간 단백질 설계 분야의 난제로 꼽혀왔다. 연구진은 단백질-리간드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반영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결합 단백질 설계에 성공했다.
그 결과, 대사물질과 저분자 약물을 포함한 6종의 화합물 각각에 대해 인공 결합 단백질을 설계하고, 실험을 통해 기능을 검증했다. 특히 코티솔과 결합하는 신규 단백질을 기반으로 화학 유도 이합체(chemical-induced dimer)를 설계해 코티솔 바이오 센서를 개발했다. 해당 설계 기술은 미국에서 임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규리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를 활용해 특정 화합물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앞으로 질병 진단, 신약 개발, 환경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단백질 설계 기술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이규리 교수가 제1저자로, David Baker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2026년 3월 28일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논문명: Small-molecule binding and sensing with a designed protein family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0953-8
이규리 교수는 2025년 2월 KAIST에 부임한 신임 교수로, 단백질 디자인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원자 단위의 정밀한 단백질 복합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AI 기반 단백질 설계, 인공 효소 설계, RNA 인식 단백질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InnoCORE 사업의 AI-CRED 혁신신약 연구단 소속 멘토 교수로 참여해 효소 및 펩타이드 신약 설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David Baker 교수 연구실(미국 워싱턴대학교, 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에서 박사후연구원 및 Staff Scientist로 연구를 수행했다. David Baker 교수는 단백질 구조 예측과 설계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AI-CRED 혁신신약 연구단 멘토 교수인 이도헌 처장은 “이번 성과는 이노코어 연구진과 글로벌 석학 간 협력을 통해 도출된 의미 있는 결과”라며, “앞으로도 이노코어 사업을 통해 유치한 박사후연구원들과의 적극적인 연구 협업을 기반으로 연구 역량을 더욱 강화해 AI 신약 개발과 바이오 분야에서 지속적인 혁신 성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AIST는 David Baker 교수의 방한을 계기로, 4월 9일(목) 오후 4시 KI 빌딩 퓨전홀에서 Hannele Ruohola-Baker 교수(한넬레 루오홀라-베이커, 미국 워싱턴대학교)와 함께 ‘Advances in AI-powered protein design and biomedical science(인공지능 기반 단백질 설계 및 생의학 연구의 최신 동향)’를 주제로 강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본 행사는 KAIST 해외 석학 초빙 교수 지원 사업, KAI-X, InnoCORE AI-CRED 혁신신약단, 그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외우수연구기관협력허브구축 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 David Baker 교수와의 협력을 통해 AI 기반 단백질 설계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며 “이번 연구는 KAIST가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혁신 연구를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한편, KAIST 이노코어(InnoCORE) 연구단은 국내·외 최상위 박사후연구원이 첨단 집단연구 환경에서 AI 융합기술 개발에 매진하도록 지원함으로써 글로벌 공동연구를 촉진하고, AI 기반 과학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KAIST는 주관기관으로서 ▲초거대언어모델 혁신 연구단 ▲AI 기반 지능형 설계–제조 통합 연구단 ▲AI-CRED 혁신신약 연구단 ▲AI-Transformed Aerospace 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꽃은 곤충 맞춰 피고 향기 내는 ‘생체시계’ 있다
아침에 피는 나팔꽃, 밤이 되면 향기를 내뿜는 꽃들은 마치 시간을 아는 듯하다. 우리 대학 연구팀이 식물이 곤충 행동에 맞춰 ‘생체시계’를 통해 꽃의 개화와 향기 방출 시점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개화 시간와 향기 조절 기술로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김상규 교수 연구팀이 식물 생체시계의 조절을 받는 유전자가 꽃이 열리는 시간과 향기 방출의 일주기 리듬을 통합적으로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7일 밝혔다.
식물은 하루 주기에 맞춰 스스로 시간을 인식하는 ‘생체시계’에 의해 생리 현상이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꽃이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열리며, 이 과정이 생체시계 유전자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밤에 꽃을 활짝 열고 향기를 방출하는 식물인 ‘코요테담배(Nicotiana attenuata)’를 모델로 연구를 진행했다. 코요테담배는 미국 유타주 사막 지역에 자생하는 식물로, 밤에 활동하는 꽃가루 전달자를 유인하기 위해 야간에 꽃을 열고 향기를 방출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현상에 착안해 생물학자 린네는 서로 다른 시간에 꽃이 피고 지는 식물들을 한곳에 모으면 꽃의 개화 상태만으로도 시간을 알 수 있을 것이라 보고, ‘꽃 시계(flower clock)’를 제안하기도 했다.
기존 연구는 꽃의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 변화를 분석하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실제 꽃이 열리는 현상과 이를 조절하는 유전자 기능을 직접 규명한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체시계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돌연변이체를 분석하고, 분자생물학적 접근을 통해 꽃의 개화와 향기 방출이 어떻게 조절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특정 생체시계 유전자가 꽃이 열리는 시점과 향기 방출의 리듬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식물이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가장 유리한 시간대에 꽃을 열고 수분 매개자를 유인하도록 생체시계를 정교하게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꽃의 개화와 향기 방출을 조절하는 유전자 네트워크를 생체시계의 관점에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식물의 시간 조절 전략과 생태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식물의 생체시계가 꽃의 개화와 향기 방출 시간을 어떻게 연결해 조절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시했다”며 “식물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번식 전략을 최적화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생명과학과 최유리 박사, 강문영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더 플랜트 셀(The Plant Cell)에 1월 29일 자 게재됐다.
※논문명: CONSTANS-LIKE 5 facilitates flower opening and scent biosynthesis in Solanaceae https://doi.org/10.1093/plcell/koag016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합성생물학 핵심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농촌진흥청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코엔자임 Q10’모방...망가지지 않는 촉매로 재탄생
건강기능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코엔자임 Q10(Coenzyme Q10)’과 같은 우리 몸 속 분자를 활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모방한 신개념 촉매 기술이 개발됐다. 국내 연구진은 생체 에너지 생성에 핵심적인 분자를 이용해 스스로 반복 작동하는 분자 촉매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백윤정 교수 연구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직무대행 김영덕) 권성연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코엔자임 Q10으로 알려진 ‘퀴논(Quinone)’이 금속‘티타늄(Ti)’과 결합해 작동하는 새로운 분자 촉매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퀴논은 체내에서 전자와 수소를 전달하며 에너지 생성에 관여하는 핵심 분자다. 이는 세포의 ‘에너지 발전소’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전자와 수소를 함께 이동시키며 에너지를 생성하는 메커니즘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퀴논은 인공 화학 반응에서는 반응 과정 중 불안정한 중간체(세미퀴논)가 형성돼 쉽게 분해되거나 한 번 반응 후 소모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퀴논에 값싸고 풍부한 금속인 ‘티타늄(Ti)’을 결합하는 분자 설계 전략을 도입했다. 금속 중심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반응 과정에서 생성되는 불안정한 세미퀴논 중간체를 안정화시켜, 전자와 수소가 함께 이동하는 반응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촉매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번 연구는 생체 에너지 전달 분자인 퀴논의 반응성을 금속 화학적으로 제어해 촉매로 활용한 최초 사례로, 불안정한 반응 중간체의 안정화가 촉매 설계의 핵심 요소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화학 반응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차세대 인공 촉매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백윤정 교수는 “자연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인공 시스템에서는 활용이 어려웠던 퀴논의 한계를 금속 화학을 통해 극복했다”며, “이번 연구는 생체 분자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에너지·환경 촉매와 생체 모사 화학 기술 설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원창현 석박사통합과정이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성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미국 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2월 20일 자 게재되었다.
※ 논문명: Orchestrating the Semiquinone Stability for Catalytic Proton-Coupled Electron Transfer, DOI: 10.1021/jacs.5c21171
※ 저자 정보: 원창현 (KAIST, 제1 저자), 권성연 (IBS, 제2 저자), 김동욱 (IBS, 제3 저자) 및 백윤정 (KAIST, 교신저자) 포함 총 4 명
해당 연구는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개인기초연구사업의‘우수신진연구’와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 선도연구센터 (SRC),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소재부품개발사업’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