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키 있어도 시간 맞아야 읽는 반도체 암호화 기술 개발
시험 문제나 입찰 가격처럼 미리 전달해도 약속한 시간 전에는 내용을 볼 수 없도록 보호해야 하는 정보가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반도체 내부의 전류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특성을 이용해, 일정 시간이 지나야 정보가 드러나거나 특정 시간에만 올바른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암호화 기술을 구현했다. 정보를 원래 내용으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암호 키’에 ‘언제 읽느냐’라는 조건까지 더한 것이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김경민 교수 연구팀이 하나의 소자에서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을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이중 상태 프로그래머블 산화물 트랜지스터(Dual-State Programmable Oxide Transistor, DUPOT)’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시간 기반 암호화 기술을 구현했다고 14일 밝혔다.
트랜지스터는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작은 반도체 부품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DUPOT은 산화물 소재를 사용하며, 전압을 가해 두 가지 전기적 상태를 각각 설정할 수 있다. ‘프로그래머블’은 이처럼 소자의 상태를 원하는 수준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간을 조건으로 정보를 보호하는 암호화 방식은 기존에도 연구돼 왔다. 이번 연구는 외부 시계나 소프트웨어에만 의존하지 않고, 반도체 자체의 물리적 변화를 이용해 정보를 읽는 시점을 설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하나의 트랜지스터에 오래 유지되는 ‘장기기억’과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단기기억’을 함께 구현했다. 여기서 기억은 전압을 가해 바꾼 소자의 상태가 유지되는 성질을 뜻한다. 오래 유지되는 상태로 정보의 기준을 설정하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상태로 목표 정보가 드러나는 시점을 조절했다.
기존 메모리 트랜지스터는 주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는 기준인 ‘문턱전압’을 바꿔 정보를 저장한다. DUPOT은 문턱전압과 일정한 동작 조건에서 유지되는 전류 수준인 ‘포화전류’를 각각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는 기준과 흐르는 전류의 크기를 따로 설정하는 것이다.
두 상태는 서로 다른 원리로 만들어진다. 전류를 조절하는 단자인 ‘게이트’에 양의 전압을 가하면, 전기가 쉽게 통하지 않는 절연막인 하프늄 산화물(HfO₂) 내부에 전자가 붙잡히면서 문턱전압이 변한다. 이 상태는 오래 유지돼 장기기억 역할을 한다.
반대로 게이트에 음의 전압을 가하면 전기적 성질을 띤 산소 입자인 ‘산소 이온’이 전류가 흐르는 통로와 절연막의 경계면으로 이동해 포화전류가 감소한다. 전압을 제거하면 산소 이온이 서서히 재분포하면서 전류가 회복된다. 연구팀은 이 변화를 단기기억으로 활용했다.
연구팀은 여러 트랜지스터를 배치한 소자 배열에서 각 소자의 전류 변화와 읽는 기준을 설정해 두 가지 암호화 방식을 시연했다.
‘시간 지연 암호화(Time-Release Encryption)’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야 정보가 나타나도록 했다. 실험에서는 목표 패턴과 배경의 전류 차이가 커지면서 8.4초 뒤 문자 ‘T’ 형태의 정보를 읽을 수 있게 됐다.
‘시간 제한 암호화(Time-Bound Encryption)’에서는 정해진 시간 조건에서만 올바른 정보가 나타나도록 했다. 실험에서는 1.5초에 미끼 패턴 ‘K’가, 목표로 설정한 37초에는 ‘T’가 나타났다. 같은 소자 배열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 다른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시간들은 실험에서 설정한 값이다.
연구팀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외부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클라우드 환경에 적용할 암호화 방식도 제안했다.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암호문과 사용자가 보유하는 복호화 키에 서로 다른 시간 조건을 적용했다. 암호문은 원래 정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바꾼 데이터이며, 복호화 키는 이를 원래 내용으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정보다. 소자 배열을 이용한 시연에서는 각 시간 조건에 맞는 암호문과 키를 조합해 원래 정보를 복원했다.
이번 연구는 정보를 저장하는 반도체의 역할을 넘어, 정보를 읽는 시점까지 설정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향후 공개 시점을 제한하거나 특정 시간 조건에서만 읽도록 설정해야 하는 정보의 보호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미 읽거나 복사한 정보를 이후 회수하는 기술은 아니다.
김경민 교수는 “하나의 트랜지스터에서 오래 유지되는 기억과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기억을 각각 독립적으로 조절하고, 이를 시간 기반 암호화에 활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반도체 자체의 시간적 변화를 이용해 클라우드와 스마트기기 보안, 다양한 정보처리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는 소자 배열에서 시간 기반 암호화의 가능성을 입증한 단계다. 연구팀은 동작 전압을 낮추고 소자 간 특성과 반복 동작의 균일성을 높여,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간 기반 보안과 뇌의 신경세포 및 연결 방식을 모방하는 ‘뉴로모픽 소자’ 등으로 응용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KAIST 신소재공학과 노희수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김경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2026년 9월 10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Dual-State Programmable Oxide Transistor for Time-Based Cryptography, DOI: 10.1002/adma.74951
※ 저자정보: 노희수(KAIST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 제1저자), 김경민(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교신저자)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RS-2025-02433006)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반도체 자라는 ‘시작점’까지 정했다…AI 반도체 여러 층 쌓는 난제 푼다
원자 몇 층 두께의 ‘2차원 반도체’는 기존 연산 회로 위에 반도체를 더 쌓아 올려 AI 칩을 더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게 만들 유망한 소재다. 하지만 반도체가 자라는 과정에서 결정이 여러 곳에 무작위로 생기면 원하는 위치에 고품질 반도체를 만들기 어렵다. 우리 대학 공동연구팀은 결정이 자라기 시작하는 위치를 미리 정하고 그곳에서 하나의 결정만 자라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반도체 성장의 ‘출발점’을 설계에 맞춰 제어함으로써 차세대 적층형 반도체 구현에 필요한 핵심 난제를 해결한 성과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강기범 교수 연구팀이 UNIST(총장 박종래), 한양대학교(총장 이기정), TDS Innovation(공동대표 강기범·모상현)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산화물 장벽에서 나오는 화학 성분을 이용해 2차원 반도체 결정이 처음 만들어지는 ‘핵생성’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새로운 성장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AI가 답변을 생성하거나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때는 연산뿐 아니라 칩 안에서 데이터를 옮기는 데도 시간과 전력이 든다. 연산과 데이터 저장에 필요한 소자들을 수직으로 쌓아 가깝게 배치하면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여 처리 지연과 전력 소모를 낮출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만들어진 회로 위의 필요한 위치에 고품질 반도체를 직접 형성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이처럼 필요한 표면에 반도체 물질을 얇은 막으로 직접 형성해 소자를 만드는 ‘증착형 반도체’는 적층형 칩을 구현할 유망한 기술이다. 특히 2차원 반도체는 두께가 원자 몇 층에 불과하면서도 반도체의 전기적 성질을 유지해, 소자를 얇게 쌓는 데 유리하다.
문제는 얇은 반도체 막이 자라는 과정에서 결정의 시작 위치가 본래 확률적으로 정해진다는 점이다. ‘결정’은 반도체를 이루는 원자들이 바닥의 타일처럼 일정한 규칙으로 가지런히 배열된 것을 말한다. 여러 곳에서 결정이 제각각 자라 서로 만나면 타일의 이음새 같은 경계가 생기고, 이 경계가 전자의 이동을 방해해 반도체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기존에도 반도체가 자랄 영역을 미리 정하는 ‘선택성장’ 기술은 있었지만, 그 영역 안에서 정확히 어느 지점에 몇 개의 결정이 처음 생길지까지 제어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무작위로 일어나던 핵생성을 정해진 위치에서 하나씩 일어나도록 하는 ‘결정론적 핵생성’을 구현했다. 반도체를 키울 ‘자리’에 더해, 그 안에서 처음 자라날 ‘시작점’까지 정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식각 플럭스 매개 단일 중심 핵생성(EF-SCN, Etching Flux-mediated Single-Centered Nucleation)’이라고 이름 붙였다. 핵심은 성장 영역을 둘러싼 산화하프늄(HfO₂)과 같은 산화물 장벽에서 나오는 산소 성분이다. 이 성분은 대표적인 2차원 반도체인 이황화몰리브덴(MoS₂)의 결정핵 형성을 억제하는 ‘식각 플럭스’ 역할을 한다. 식각은 물질을 화학적으로 깎아내거나 제거하는 것을, 플럭스는 특정 성분이 이동·공급되면서 주변의 화학 반응에 영향을 주는 흐름을 뜻한다.
산화물 장벽과 가까운 가장자리에서는 억제 작용이 강하고, 장벽에서 가장 먼 중앙에서는 약해진다. 연구팀은 이 차이를 이용해 중앙의 한 지점에서만 하나의 결정이 자라기 시작하도록 유도했다. 중심에서 시작한 결정이 자라는 동안에도 주변에서 새로운 결정이 생기는 것을 억제해, 하나의 결정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실험 결과, 총 400개 패턴 가운데 99% 이상에서 정해진 중앙 위치에 하나의 이황화몰리브덴 단결정을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단결정은 원자 배열이 하나로 이어진 결정으로, 여러 결정이 만나 생기는 경계를 줄여 고품질 반도체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연구팀은 나아가 2차원 반도체 위 원하는 부분에만 루테늄(Ru) 금속을 얇게 입히는 데도 성공했고 성장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위치 제어의 원리도 분석했다.
이번 성과는 반도체 박막 성장에서 무작위로 정해지던 출발점을 설계 가능한 공정 요소로 바꿨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2차원 반도체를 다른 곳에서 만든 뒤 옮기는 대신, 칩에서 필요한 위치에 직접 고품질 반도체를 성장시키는 제조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증착형 반도체는 2030년대 AI 칩의 성능 향상과 저전력 구동을 위해 도입될 것으로 기대되며 향후 적층형 AI 칩에 적용되면 데이터 이동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 사용자가 AI의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강기범 교수는 “박막 성장에서 결정이 어디서 생길지는 본래 확률적으로 정해지는데, 이번 연구는 그 시작점을 원하는 위치로 제어할 수 있게 했다는 데 핵심적인 의미가 있다”며 “이는 고품질 2차원 반도체를 필요한 곳에 직접 성장시켜, 반도체 소자를 수직으로 쌓는 적층형 채널 공정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제1저자인 박정원 박사는 “2차원 반도체는 주변의 작은 화학적 변화에도 자라기 시작하는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반도체가 자라기 시작할 위치를 원하는 곳으로 조절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신소재공학과 박정원 박사, 김지윤 석사과정 학생, 강수민 석사,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공학과 오지은 석박통합과정 학생, UNIST 반도체 소재·부품 대학원 선우영민 석박통합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본지에 10월 8일 자로 게재됐다.
※ 논문명: Spatially deterministic nucleation of 2D semiconductors by etching flux, DOI: 10.1038/s41586-026-11095-1
※ 저자정보: 박정원(KAIST, 공동 제1저자), 김지윤(KAIST, 공동 제1저자), 강수민(KAIST, 공동 제1저자), 오지은(한양대학교, 공동 제1저자), 선우영민(UNIST, 공동 제1저자), 강기범(KAIST, 교신저자), 이창수(TDS Innovation, 교신저자), 김우희(한양대학교, 교신저자), 김병조(UNIST, 교신저자), 최성율(KAIST), 양희준(KAIST), 김종환(POSTECH), 홍영준(성균관대학교), 김용주(고려대학교), 김지환(MIT) 등
※ 관련 논문 원문 링크: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6-11095-1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개인기초연구의 지원을 받았으며 추가로 원천기술국제협력개발사업·초고집적 반도체용 vdW 소재 및 공정기술개발사업,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연구성과사업화진흥원(COMPA),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중소벤처기업부 및 NVIDIA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인공근육으로 걷고 촉각으로 감지하는 ‘딱정벌레 로봇’ 개발
손가락을 굽혔다 펴며 작은 로봇을 움직이고, 로봇이 보내오는 영상과 접촉 정보를 확인하며 물체를 집어 옮기는 기술이 나왔다. 딱정벌레를 모사한 소형 소프트로봇에 인공근육과 카메라, 촉각센서를 결합한 것으로, 향후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공간을 살피거나 작은 물체를 회수하는 원격 작업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연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Caltech) 웨이 가오(Wei Gao) 교수 연구팀,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NTU) 히로타카 사토(Hirotaka Sato)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소형 소프트로봇 ‘비틀봇(BeetleBot)’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사람은 물체를 잡을 때 눈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손끝의 감각으로 접촉 상태를 살핀다. 로봇도 주변 상황에 맞춰 작업하려면 움직이는 기능과 감지하는 기능이 연결돼야 한다. 그러나 부드러운 소재를 활용하는 소프트로봇에서는 구동·감지·제어 기능이 따로 구현되거나 복잡한 장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작은 로봇으로 통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공동연구진은 생체근육처럼 수축하는 인공근육으로 로봇을 걷게 하고 물체를 잡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카메라와 압력센서, 손가락에 부착하는 신축성 센서 패치를 연계해 사용자가 로봇의 주변 상황과 물체 접촉 정보를 확인하며 조종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먼저 딱정벌레의 다리 근육과 관절 움직임의 관계를 분석하고, 이를 비틀봇의 인공근육 배치와 다리 구조에 반영했다. 열을 받으면 수축하는 고분자 소재인 액정탄성체(LCE·Liquid Crystal Elastomer)를 3D 프린팅해 인공근육을 제작하고, 전기로 열을 발생시키는 구동 모듈을 결합했다. 각 부위의 인공근육을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작동 순서를 조절해 전진 및 방향 전환 움직임을 구현했다.
딱정벌레가 먹이를 붙잡는 데 사용하는 집게 모양의 큰턱을 본떠, 부드러운 로봇 집게인 ‘소프트 그리퍼’를 만들었다. 여기에 인공근육과 압력센서를 결합해 물체를 잡고 접촉 상태를 감지하도록 했다.
인공근육이 수축하면 집게가 움직여 물체를 잡고, 압력센서는 물체와 접촉할 때 가해지는 압력을 감지한다. 물체가 센서를 누르면 내부 전극 사이의 간격과 전기적 특성이 달라지는 원리로 접촉 상태를 확인한다.
로봇 조종에는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전기저항이 달라지는 신축성 센서 패치를 사용했다. 손가락을 굽혀 패치가 늘어나면 내부 탄소나노튜브(CNT)의 전도 경로가 변하면서 저항 신호가 달라진다. 연구팀은 이 신호를 전진·좌회전·우회전·물체 집기 네 가지 명령으로 구분하고, 블루투스로 비틀봇에 전달해 해당 동작을 수행하도록 했다.
사용자는 로봇에 탑재된 소형 카메라로 주변 영상을 확인하고, 집게의 압력센서가 보내는 정보로 물체와의 접촉 상태를 살필 수 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동작을 결정해 손가락 움직임으로 명령을 보낸다. 사용자의 명령이 로봇으로 전달되고, 로봇이 감지한 정보가 다시 사용자에게 돌아오는‘양방향 피드백’을 구현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제어 방식을 이용해 비틀봇이 장애물을 피해 목표 물체에 접근하고, 물체를 잡아 운반하는 작업을 시연했다. 인공근육 기반의 보행과 물체 집기, 시각·촉각 감지, 사용자 제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소형 소프트로봇의 작업 수행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성과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주변 상황을 확인하고 작은 물체를 회수하는 원격 작업용 소프트로봇 개발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환경 탐사와 산업 설비 점검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려면 인공근육의 구동 속도와 에너지 효율, 전원 공급 방식 등을 개선하고 실제 작업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김상욱 교수는“이번 연구는 인공근육의 움직임과 감각, 사용자 제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소프트로봇의 활용 가능성을 넓힌 성과”라며“칼텍 등과의 공동연구를 바탕으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에서도 작업할 수 있는 소프트로봇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김인호 성균관대학교 교수는“로봇이 감지한 정보를 사용자의 다음 동작으로 연결하는 양방향 피드백을 구현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향후 인공근육의 구동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감각 정보를 활용한 제어 기술을 고도화해, 다양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소프트로봇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신소재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인호 교수(현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김 교수는 연구 수행 당시 미국 칼텍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와 칼텍 웨이 가오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026년 8월 19일 게재됐다.
※ 논문명: BeetleBot: An integrated bioinspired soft robot for multimodal sensing and adaptive interaction, DOI: 10.1126/sciadv.aeg8849
※ 주요 저자정보: 김인호 교수(연구 수행 당시 칼텍 박사후연구원, 현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조교수, 제1저자), 김상욱 교수(KAIST 신소재공학과, 공동 교신저자), 웨이 가오 교수(미국 칼텍, 공동 교신저자)
※ 관련 시연 영상: https://drive.google.com/file/d/1ZUEwHmoDtKMBH6xdZYUi1FLSy5P-vYok/view?usp=sharing
이번 연구는 헤리티지 의학연구소(Heritage Medical Research Institute), 메타-칼텍 연구지원금(Meta Caltech Research Award), 한국연구재단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 RS-2025-25442577 고신뢰성 인공근육 복합소재 섬유의 대량생산 및 대면적화/다발화를 통한 텍스타일 로보틱스 개발), 싱가포르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칫솔·스포츠웨어로 이어진 원천기술…고성능 그래핀 섬유 연구로 확장
우리 대학이 2011년 세계 최초로 발견한 ‘산화그래핀 액정’이 15년간 전세계적인 후속 연구를 거쳐 고강도·고열전도 그래핀 섬유 제조기술로까지 연구영역을 넓히고 있다. 항균 칫솔과 기능성 스포츠웨어 등 생활제품 상용화로 이어진 우리 대학의 원천소재 연구가 이제 첨단 열관리 소재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연구팀이 산화그래핀 액정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 그래핀 섬유 연구의 최신 발전과 학술적 의미를 조명한 논평을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의 ‘뉴스 앤 뷰스(News & Views)’에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산화그래핀(Graphene Oxide)은 탄소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한 층 배열된 매우 얇은 소재인 ‘그래핀’에 산소 성분을 결합시킨 소재다. 그래핀은 강하고 열과 전기를 잘 전달하지만 물에 잘 섞이지 않아 용액 상태로 가공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산화그래핀은 산소 성분이 붙으면서 물에 잘 섞이기 때문에 잉크처럼 만들거나 코팅하고, 실처럼 뽑는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기가 쉽다.
김상욱 교수팀은 2011년 이러한 산화그래핀이 물속에서 일정 농도 이상으로 섞이면 얇은 판 모양의 시트들이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배열되는 ‘액정’ 상태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물속에 제각각 떠다니던 얇은 산화그래핀 조각들이 특정 조건에서는 마치 카드 여러 장을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리하듯 줄을 맞춰 배열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면 산화그래핀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면서 실처럼 길게 뽑아 섬유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
이 발견 이후 전세계 여러 연구진이 산화그래핀 액정을 이용해 그래핀 섬유를 만드는 연구를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기존 방식에서는 실을 뽑는 과정에서 용액이 쉽게 끊어지거나 그래핀 시트들이 충분히 촘촘하게 정렬되지 않아 내부에 빈 공간과 결함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이 때문에 섬유의 강도와 열전달 성능을 동시에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김 교수팀은 이번 논평에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최신 연구를 소개하고, 산화그래핀 액정 연구가 고성능 섬유 제조기술로 발전하는 과정과 의미를 분석했다.
최근 중국 저장대학교 연구진은 산화그래핀을 점도가 높은 글리세롤에 분산해 고분자 용액처럼 잘 늘어나는 성질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실을 뽑는 과정에서 산화그래핀 용액을 강하게 늘이는 ‘초고연신 방사(ultrahigh-ratio drawing)’가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판 모양의 산화그래핀 시트들이 섬유 방향을 따라 더욱 가지런하게 정렬되고 내부의 빈 공간과 결함도 줄어든다. 이어 고온 열처리를 통해 그래핀 구조를 더욱 치밀하게 만들면 가벼우면서도 강하고 열과 전기를 빠르게 전달하는 고성능 그래핀 섬유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최신 후속 연구에서 제조된 그래핀 섬유는 최대 5.9기가파스칼(GPa)의 인장강도와 미터·켈빈당 최대 1,720와트(W/m·K)의 열전도도를 나타낸다고 보고되었다. 쉽게 말해 잡아당겨도 쉽게 끊어지지 않으면서 열을 빠르게 전달하는 ‘강하고 열 잘 통하는 실’을 구현한 것이다. 이는 산화그래핀을 촘촘하고 가지런하게 정렬할수록 섬유의 강도와 열전달 성능을 함께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상욱 교수팀은 이번 논평에서 특히 2011년 처음 발견한 산화그래핀 액정이 단순한 학술적 현상을 넘어, 고분자 용액처럼 흐르고 늘이면서 가공할 수 있는 이차원 소재로 발전해 온 과정에 주목했다.
15년 전 우리 대학 연구진이 발견한 ‘산화그래핀이 스스로 정렬하는 현상’이 세계 연구진의 지속적인 후속 연구를 통해 이제는 ‘강하고 열을 잘 전달하는 실’을 만드는 기술로까지 연구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그간 우리 대학의 산화그래핀 액정 관련 원천기술은 연구실을 넘어 실제 생활제품으로도 확장돼 왔다. 김상욱 교수의 교원창업기업인 ㈜소재창조의 원천기술이 적용된 그래핀 항균 칫솔은 2023년 출시 이후 1,400만 개 이상 판매됐으며, 그래핀텍스(GrapheneTex) 소재를 활용한 기능성 섬유는 2024년 파리 올림픽 태권도 시범단 도복에 적용됐다. 최근에는 기능성 골프웨어등 다양한 스포츠 의류나 침구등에도 적용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논평은 하나의 기초과학적 발견이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우리 대학에서 시작된 산화그래핀 액정 연구가 한편으로는 항균 칫솔과 기능성 스포츠웨어 등 생활제품으로 상용화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세계 연구진들의 후속 연구를 통해 고강도·고열전도 그래핀 섬유와 같은 첨단소재 연구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고성능 그래핀 섬유는 가볍고 강하면서 열을 빠르게 전달하는 특성을 바탕으로 전자기기의 열관리 소재를 비롯해 전기차·항공우주 분야의 경량 열관리 부품, 웨어러블 전자소자와 스마트 의류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김상욱 교수는 “2011년 발견한 산화그래핀 액정이 전세계 여러 연구진의 후속 연구를 거쳐 이제 강하고 열을 잘 전달하는 고성능 그래핀 섬유로까지 발전하고 있다”며 “하나의 기초연구가 칫솔과 기능성 의류 같은 생활제품은 물론 전자기기·모빌리티·항공우주 등 첨단소재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논평은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진효 박사과정, 차수진 박사과정, 김상욱 교수가 참여했으며,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의 ‘뉴스 앤 뷰스(News & Views)’ 섹션에 9월 8일 게재됐다.
※ 논평명 : Processing graphene fibres by viscous flow, DOI : 10.1038/s41563-026-02735-y
얼굴에 ‘착’ 붙는 LED 마스크…미백부터 피부 탄력까지 높인다
얼굴에 ‘착’ 붙는 LED 마스크가 피부 미백은 물론 피부 재생 주사의 탄력 개선 효과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얼굴에 밀착해 빛을 고르게 전달하는 LED 마스크를 실제 사람에게 적용한 결과, 미백 효과와 함께 피부 재생 주사 병행 시 탄력 개선율이 약 4배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이건재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작은 LED를 촘촘하게 배열해 점이 아닌 넓은 면에서 고르게 빛을 내는 유연한 면발광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와 코·볼·턱처럼 높낮이가 다른 얼굴 굴곡에 맞춰 각 부분이 따로 움직이는 3차원 탄성 지지대를 결합한 얼굴밀착형 LED 마스크를 활용해 피부 미백과 탄력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최근 집에서 간편하게 피부를 관리하는 홈 뷰티 기기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기존의 딱딱한 LED 마스크는 코처럼 튀어나온 곳과 눈 밑이나 볼처럼 들어간 곳에 동시에 밀착하기 어렵다. LED와 피부 사이에 틈이 생기면 빛의 반사가 늘어 피부 전달 광량이 줄고, 열 집중 시 저온화상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얼굴 굴곡을 따라 밀착되는 면발광 LED 마스크를 개발해 기존 LED 마스크보다 피부 속 탄력 효과가 최대 340% 향상됨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미백 효과를 확인하고, 피부과에서 널리 쓰이는 피부 재생 주사와 함께 사용했을 때 탄력 개선과 시술 후 회복에 미치는 효과까지 검증했다.
연구팀은 피부에 흡수돼 세포 활동을 촉진하는 630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적색광을 밀착형 마스크를 통해 피부에 조사했다. 그 결과 마스크를 사용한 부위는 그렇지 않은 부위에 비해 피부 밝기와 톤 균일도가 크게 향상되었으며, 각질량, 기미의 개수 및 면적 등 대표적인 5개의 미백 관련 지표에서도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는 사람에게서 얻은 피부 조직에서도 확인됐다.
특히 피부 재생에 활용되는 DNA 유래 물질인 폴리뉴클레오타이드(PN) 주사와 함께 사용했을 때 피부 탄력 개선 효과가 더욱 커졌다. 얼굴 한쪽에 피부 재생 주사만 적용했을 때 피부 속 탄력 개선율은 약 3%였지만, 다른 쪽에 주사와 밀착형 LED 마스크를 함께 적용했을 때는 약 13%로, 주사만 사용했을 때보다 약 4배 높은 개선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효과가 밀착형 마스크를 통해 전달된 적색광이 진피 내 세포의 ‘에너지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해 세포 에너지원인 ATP(아데노신삼인산) 생성을 늘리고, 주사만으로는 충분히 유도되지 못했던 재생 반응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미세 주사 바늘로 인한 피부 손상과 염증도 빠르게 완화됐다.
이건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정용 LED 마스크가 피부 재생을 넘어 미백 효과까지 제공할 수 있음을 임상적으로 확인하고, 피부에 밀착해 빛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 것”이라며 “피부 재생 주사와 함께 사용할 경우 피부 탄력 개선과 시술 후 회복 효과를 높여, 병원 시술의 효과를 일상으로 이어가는 클리닉·홈케어 연계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와 아모레퍼시픽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해당 논문은 국제 학술지 ‘나노 에너지(Nano Energy)’ 10월호에 게재됐다.
※ 논문명: Clinical validation of skin brightening and rejuvenation enabled by a skin-conformable surface-emitting micro-LED mask with injection, DOI: 10.1016/j.nanoen.2026.112288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ERC) ‘글로벌 생체융합 인터페이싱 소재 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빛으로 진짜·가짜 가린다...복제 어려운 ‘인공 지문’ 개발
빛만 비추면 진짜와 가짜가 드러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나노 입자가 무작위로 모이며 만들어지는 고유한 ‘인공 지문’을 보안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복제는 어렵지만 스마트폰 손전등과 레이저 포인터만으로 간편하게 진위를 확인할 수 있어 위조품 방지와 전자기기 인증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연구팀이 성균관대학교(총장 유지범) 권석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콜로이드 나노 패턴(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입자들이 모여 만든 고유한 미세 무늬)’을 이용해 간단한 빛만으로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보안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사이버 공격이 더욱 정교해지고, 미래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체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소프트웨어 암호뿐 아니라 제품이나 기기가 가진 고유한 물리적 특징 자체를 보안에 이용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물리적 복제 방지 기능(PUF·Physical Unclonable Function, 똑같이 복제하기 어려운 물리적 특징을 ‘지문’처럼 이용하는 보안 기술)’이다.
사람의 지문이 저마다 다르듯 아주 작은 입자들이 우연히 만들어내는 배열도 매번 달라진다. 같은 재료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입자의 위치와 방향까지 완전히 똑같이 재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연구진은 바로 이 차이를 제품이나 기기의 진위를 확인하는 ‘인공 지문’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기존의 고보안 PUF는 이러한 미세한 차이를 읽기 위해 고가의 현미경이나 빛의 특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전문 장비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복제하기는 어렵지만 진짜인지 확인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던 셈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복제는 어렵게, 확인은 쉽게’ 만드는 데 주목했다.
연구팀은 수백 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머리카락 굵기의 약 수만~수십만 분의 1 정도) 크기의 둥근 입자들을 물 위에서 스스로 모이게 했다. 이 과정에서 입자들이 모이는 위치와 방향이 매번 달라 서로 다른 무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이는 작은 알갱이를 바닥에 뿌릴 때마다 서로 다른 모양으로 놓이는 것과 비슷하다. 같은 알갱이를 같은 방법으로 다시 뿌려도 이전과 완전히 똑같은 위치와 방향으로 놓이기는 어렵다. 연구팀은 이렇게 우연히 만들어진 나노 입자의 배열을 제품을 구별하는 고유한 ‘나노 지문’으로 활용했다.
중요한 것은 이 ‘지문’을 읽는 방법이 간단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손전등처럼 일반적인 빛을 비추면 나노 입자가 놓인 방식에 따라 고유한 색과 반사 무늬가 나타난다. 레이저 포인터를 비추면 빛이 미세한 입자 구조를 만나 여러 방향으로 퍼지면서 또 다른 고유한 빛의 무늬가 나타난다.
연구팀은 제품마다 이렇게 나타나는 두 가지 빛의 무늬를 미리 등록해 두고, 실제 제품에서 나타나는 무늬와 비교해 진위를 확인하는 방식을 구현했다. 즉 하나의 ‘나노 지문’을 손전등과 레이저라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빛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한 사람을 얼굴과 지문으로 각각 확인하는 것처럼, 하나의 나노 구조를 두 가지 방식으로 확인해 보안성을 높였다.
위조하려면 나노 입자의 구조 자체는 물론, 손전등을 비췄을 때 나타나는 색과 반사 무늬, 레이저를 비췄을 때 나타나는 빛의 무늬까지 모두 똑같이 재현해야 해 복제가 매우 어렵다.
연구팀은 이 나노 구조를 유연한 플라스틱과 금속, 투명 필름, 하이드로겔(물을 많이 머금을 수 있는 부드러운 젤 형태의 소재) 등 다양한 표면에 옮겨 붙이는 데도 성공했다.
이에 따라 전자제품과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각각 고유한 ‘하드웨어 신분증’을 부여해 정품 여부를 인증하거나, 명품·미술품·의약품 등의 진위를 확인하는 위조 방지 라벨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투명 필름에도 적용할 수 있어 제품의 디자인이나 외관을 가리지 않는 보안 스티커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김상욱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제하기 어려운 무작위 구조를 만들면서도 손전등이나 레이저 포인터처럼 간단한 도구로 쉽게 진위를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라며 “전자기기 인증과 위조 방지 라벨 등 일상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보안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신소재공학과 양건국 박사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 임성균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김상욱 KAIST 교수와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7월 23일 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Dual-space visible light authentication toward high security physical unclonable function,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5781-4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InnoCORE 프로그램,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버리던 ‘잡음’으로 뇌처럼 신호 처리하는 ‘인공 뉴런’ 개발
반도체에서 ‘잡음’은 신호를 방해해 없애야 할 골칫거리로 여겨져 왔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이 잡음을 없애는 대신 뇌처럼 정보를 처리하는 데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잡음을 조절해 사람의 움직임부터 음성까지 서로 다른 신호의 특징을 골라 처리할 수 있는 인공 뉴런을 구현한 것이다. 향후 하나의 반도체로 다양한 신호를 처리하는 저전력 두뇌모사 반도체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김경민 교수 연구팀이 반도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잡음을 활용해 사람의 뇌처럼 정보를 처리하는 새로운 뉴로모픽 뉴런*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기술은 원하는 주파수의 신호를 골라내 뇌의 뉴런과 유사한 전기 신호로 바꿔 처리할 수 있다.
* 뉴로모픽 뉴런: 뇌 신경세포의 작동 방식을 본떠 만든 인공 신경세포(반도체 소자)
전자기기에서 잡음은 라디오의 ‘지지직’ 소리처럼 신호에 불규칙하게 섞여 정보를 정확히 읽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주로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반면 인간의 뇌에서는 신경세포인 뉴런이 같은 자극에도 매번 똑같이 반응하지 않으며, 이러한 불규칙성은 다양한 자극과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반도체의 잡음을 없애지 않고, 오히려 뇌의 뉴런처럼 활용할 수 없을까?”라는 발상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멤리스터(Memristor)’라는 반도체 소자를 이용했다. 멤리스터는 전기 자극을 가하면 저항이 달라지고, 전원을 끈 뒤에도 그 상태를 기억할 수 있는 소자다. 쉽게 말해 전기가 얼마나 잘 흐르는지를 기억하는 작은 전자 메모리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멤리스터의 저항 상태를 바꾸면 전류 잡음의 크기와 변동 특성도 함께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멤리스터의 저항 상태를 조절함으로써 잡음의 특성도 함께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조절한 잡음을 증폭해 뇌의 뉴런이 정보를 전달할 때 발생시키는 것과 유사한 불규칙한 전기 신호인 ‘스파이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잡음을 이용해 뇌의 신경세포처럼 확률적으로 반응하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확률 뉴런(Programmable Probabilistic Neuron, PPN)’을 구현했다.
사람의 뉴런이 같은 자극에도 항상 똑같이 반응하지 않는 것처럼, 이 인공 뉴런도 입력 신호와 설정된 잡음 특성에 따라 스파이크를 발생시키는 확률이 달라진다. 즉, 기존에는 방해 요소였던 잡음이 인공 뉴런의 반응을 만들어내는 정보처리 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멤리스터의 상태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이 인공 뉴런이 어떤 속도의 신호에 잘 반응할지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사람이 걷거나 팔을 움직일 때 생기는 신호는 비교적 천천히 변하는 반면, 음성 신호는 훨씬 빠르게 변한다. 이번 기술은 하나의 뉴런 회로를 그대로 두고 멤리스터의 상태만 바꿔 느린 움직임 신호에 잘 반응하도록 했다가, 필요할 때는 빠른 음성 신호에 잘 반응하도록 바꿀 수 있다. 하나의 라디오에서 주파수를 바꿔 원하는 방송을 골라 듣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이러한 인공 뉴런을 이용해 수 Hz 수준의 신체 활동 신호와 수 kHz 영역의 음성 신호를 각각 스파이크 신호로 인코딩한 뒤 인식 성능을 검증했다. 그 결과 동작 인식에서는 94.8%, 음성 인식에서는 95.0%의 정확도를 확인했다.
※ Hz(헤르츠): 신호가 1초 동안 반복되는 횟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1kHz는 1초에 1,000번 반복되는 것을 뜻함
이번 연구는 잡음을 이용해 인공 뉴런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반도체 뉴런을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속도의 신호에 맞춰 바꿔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향후 웨어러블 기기의 움직임 감지부터 음성 인식까지 다양한 시계열 신호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두뇌모사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로 활용될 수 있으며, 저전력 뉴로모픽 시스템 구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민 교수는 “멤리스터에서 발생하는 잡음을 단순한 오차나 불안정성으로 보지 않고 정보처리 자원으로 활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우리가 만든 뉴런 소자는 단일 하드웨어로 다양한 속도와 주파수의 신호에 맞춰 바꿔 사용할 수 있는 두뇌모사 기술로, 향후 저전력 뉴로모픽 시스템의 신호처리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신소재공학과 김도훈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IF: 29.1)’에 8월 5일 게재됐다.
※ 논문명: Noise-Tunable Memristor Enabling Programmable Probabilistic Neurons for Frequency-Selective Time-Series Signal Encoding, DOI: 10.1002/adma.74529
한편, 이번 연구는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과 PIM인공지능반도체핵심기술개발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반도체 속 '전기 병목현상' 해결 실마리 찾았다
반도체 안에서 전기가 흐르는 길목이 막히면 성능이 떨어지고 전력 낭비가 커진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전기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개발하고, 전기가 끊김 없이 흐르는 모습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이번 성과는 AI 반도체와 초저전력 반도체 등 미래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일 핵심 원천기술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신소재공학과 강기범 교수, 성균관대학교(총장 유지범) 조성범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소자로 주목받는 2차원 소재(원자 한두 층 두께의 초박막 소재)에서 전기가 막힘없이 흐르는 새로운 구조를 구현하고, 이를 나노미터(㎚, 10억분의 1m) 수준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분석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반도체는 금속 전극과 반도체가 만나는 경계에서 접촉 저항(Contact Resistance, 서로 다른 두 물질이 맞닿는 경계에서 전기가 흐를 때 발생하는 저항) 때문에 성능이 떨어지고 전력 손실이 발생한다. 특히 반도체가 점점 작아질수록 접촉 저항의 영향은 더욱 커져 차세대 반도체 개발의 가장 큰 기술적 난제로 꼽혀왔다.
연구팀은 기존처럼 금속 전극을 반도체 위에 붙이는 대신, 하나의 2차원 소재 안에서 준금속(금속처럼 전기가 잘 흐르는 성질)과 반도체 영역을 연속적으로 구현했다. 같은 소재 안에서 두 영역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어 전류가 경계에서 막히지 않고 흐를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즉, 원자층 두께의 2차원 소재인 백금 다이셀레나이드(PtSe₂, Platinum Diselenide) 하나의 박막 안에서 준금속 영역과 반도체 영역을 연속적으로 구현했다. 같은 소재 안에서 두 영역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단일체(Monolithic, 하나의 소재를 끊김 없이 연속적으로 형성한 구조)를 구현함으로써 전류가 경계에서 막히지 않고 흐를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원자힘현미경(AFM, Atomic Force Microscope, 탐침을 이용해 표면과 전기적 특성을 원자 수준까지 측정하는 현미경)을 활용해 박막 내부에서 전하가 이동하는 모습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직접 시각화했다.
그 결과 준금속 영역에서 반도체 영역으로 전류가 이동할 때 흐름이 막히거나 방향이 꺾이는 ‘전기 병목현상’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이는 단일체 계면이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다.
나아가 연구팀은 반도체 영역에 실제 트랜지스터(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반도체의 기본 소자)처럼 전기장을 가해 동작을 검증했다. 그 결과 금속-반도체가 결합된 구조에서 전류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해 차세대 전자소자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2차원 소재를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접촉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원천기술로, 향후 AI 반도체, 초저전력 반도체, 차세대 로직 반도체 등 미래 반도체 기술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2차원 반도체 계면에서 전류가 흐르는 모습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직접 확인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단일체 계면이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만큼, 다양한 차세대 반도체의 접촉 저항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원천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연규 박사과정, 견민승 박사와 성균관대학교 홍지훈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매터(Matter)』 2026년 7월호에 게재됐다.
※논문명: Nanoscale imaging of charge transport across the semimetal-semiconductor interface in monolithic platinum diselenide, DOI: https://doi.org/10.1016/j.matt.2026.102873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STEAM연구사업 및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왜 구리만 될까?”… KAIST, 탄소를 연료로 바꾸는 촉매의 핵심 한계 밝혀
이산화탄소(CO₂)를 전기로 연료와 플라스틱 원료로 바꾸는 기술이 탄소중립 시대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에틸렌과 에탄올은 플라스틱, 연료, 화학제품 생산에 널리 쓰이는 고부가가치 물질이지만, 지금까지 이를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금속은 사실상 구리(Cu)뿐이었다. 한국 연구진이 이번 연구를 통해 그 원리를 설명해 온 기존 촉매 이론의 한계를 밝혀냈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오지훈 교수 연구팀이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화학과 스테판 링에(Stephan Ringe)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전기화학적 CO₂환원 반응(CO₂reduction reaction, 전기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다른 화학물질로 바꾸는 반응)의 새로운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금(Au)·은(Ag)·팔라듐(Pd)을 섞은 합금 촉매(alloy catalyst, 여러 금속을 혼합해 만든 촉매)를 제작하고, 이 촉매가 CO₂를 어떤 물질로 바꾸는지 분석했다.
기존 촉매 이론은 촉매 표면 전자의 반응성을 나타내는 ‘d-밴드 센터(d-band center, 촉매의 전자 반응성을 나타내는 지표)’와 ‘일함수(work function, 금속이 전자를 밖으로 내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구리와 비슷하면, 구리처럼 에틸렌·에탄올 같은 다탄소(C2+) 화합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해왔다.
연구팀은 공동-스퍼터링(co-sputtering, 여러 금속을 동시에 얇게 입혀 원하는 비율의 새 합금을 만드는 기술) 공정을 활용해 전자적 특성이 구리와 매우 유사한 삼성분계 합금(AuAgPd, 금·은·팔라듐 세 종류 금속을 섞어 만든 합금)을 정밀하게 제작했다.
하지만 실제 실험 결과는 달랐다. 이 합금은 일산화탄소(CO) 같은 단순 생성물은 만들었지만, 에틸렌·에탄올 같은 복잡한 다탄소 화합물은 전혀 생성하지 못했다. 이는 촉매의 전자적 특성만으로는 복잡한 CO₂전환 반응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즉, 촉매 표면에서 원자들이 어떤 구조로 배열돼 있는지까지 반응 성능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향후 구리를 대체할 차세대 고효율 촉매 개발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단순 전자 구조 중심의 기존 설계를 넘어, 원자 배열까지 고려하는 정밀 촉매 설계 전략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지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촉매 이론만으로는 복잡한 다단계 탄소 전환 반응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는 전자의 특성과 국소 원자 배열(local atomic arrangement, 촉매 표면에서 원자들이 배치된 방식)을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촉매 설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AIST 김범일 박사와 왕순언 박사과정생, 고려대 한승창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에 2026년 5월호에 게재됐다.
※ 논문명: Peaks and pitfalls of electrocatalytic CO2 reduction descriptor models, DOI: 10.1038/s41929-026-01526-7
※ 주저자: 김범일(KAIST, 제1저자), 한승창(고려대, 제1저자), 왕순언(KAIST, 제1저자), 오지훈(KAIST, 교신저자), 스테판 링에(고려대, 교신저자)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탑-티어 연구기관 간 협력 플랫폼 구축 및 공동연구 지원사업, 개인연구사업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리튬 금속 배터리 ‘망가지는 순간’ 첫 포착...전기차 주행거리 늘릴 핵심 단서
전기차 주행거리와 배터리 수명을 동시에 늘릴 수 있는 핵심 단서가 나왔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리튬 금속 배터리의 열화가 시작되는 순간을 나노 수준(머리카락 굵기의 약 10만 분의 1)에서 직접 관찰하며, 성능 저하의 근본 원인을 밝혀냈다.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길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배터리 핵심 부품인 리튬 금속 음극(Lithium Metal Anode)의 열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리튬 금속은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월등히 높아 ‘꿈의 배터리 소재’로 불리지만, 충·방전을 반복할수록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특히 리튬이 불규칙하게 쌓이거나 떨어져 나가며 전기적으로 단절된 ‘죽은 리튬(dead lithium)’이 형성되면 배터리 성능 저하는 물론 안전성 문제까지 초래할 수 있다.
연구팀은 배터리 내부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실시간 전기화학 원자힘현미경(in situ EC-AFM)을 활용해 리튬이 쌓이고(도금) 사라지는(탈리) 전 과정을 직접 추적했다. 그 결과, 리튬 반응이 표면 전체에서 균일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위치에서 선택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표면이 거칠거나 구멍이 많은 다공성(porous) 영역에서는 리튬이 떨어져 나갈 때 빈 공간이 쉽게 형성됐고, 이로 인해 리튬이 전기적으로 고립되는 ‘죽은 리튬’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배터리 성능을 급격히 저하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연구는 리튬 금속 배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손상되는지를 실험적으로 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리튬이 처음 형성되는 ‘초기 표면 형상(initial morphology)’이 배터리의 장기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임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향후 리튬이 형성되는 표면을 균일하고 정밀하게 제어할 경우, 배터리 수명과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주행거리 증가와 장수명 배터리 개발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설계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배터리 성능 저하의 원인을 나노 수준에서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보다 오래가고 안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신소재공학과 김성현 박사과정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신소재·화학·화학공학 분야의 국제적 권위 학술지인 ‘에이시에스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에 2026년 2월 24일자로 게재되었고, 표지논문으로 선정되었다.
※ 논문 제목: Spatially Selective Lithium Plating and Stripping in Lithium Metal Anodes, DOI: https://doi.org/10.1021/acsenergylett.6c00122
한편, 본 연구는 LG에너지솔루션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미래개척융합과학기술개발사업(RS-2023-00247245)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빛이 곧 열쇠가 된다’ 신개념 홀로그램 기술 개발...복제 어려운 보안 구현
빛의 움직임을 ‘열쇠’처럼 활용해, 특정 조건에서만 정보가 드러나는 신개념 홀로그램(빛의 정보를 이용해 물체가 실제로 있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광통신과 보안 기술의 한계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으로 주목된다.
신소재공학과 신종화 교수 연구팀이 빛의 ‘총 각운동량(Total Angular Momentum, TAM)*’을 정보 선택의 핵심 열쇠로 활용해, 입사하는 빛의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차세대 벡터 홀로그램 메타표면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총 각운동량(TAM): 빛의 진동 방향(편광)과 회전(꼬임) 성질을 함께 나타내는 물리량으로, 이를 통해 빛의 상태에 따라 세기와 편광 분포가 달라지는 정밀한 입체 영상을 구현할 수 있음
기존에는 빛의 진동 방향을 의미하는 ‘편광’이나, 빛이 나선형으로 꼬이며 진행하는 성질인 ‘궤도 각운동량(Orbital Angular Momentum, OAM)’을 각각 활용하는 연구는 활발히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성질을 하나의 소자에서 서로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광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난제로 여겨져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은 나노 구조물을 정밀하게 설계해 두 층으로 쌓은 ‘이중층(Bi-layer) 메타표면’을 구현했다. 메타표면은 빛의 진행 방향과 성질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된 초미세 인공 구조 기반의 광학 소자다.
이 소자는 빛의 편광과 꼬임 정도가 결합된 ‘총 각운동량(TAM)’을 마치 복잡한 암호 열쇠처럼 활용한다. 즉, 특정한 방식으로 진동하고 특정한 횟수만큼 꼬인 빛이 들어올 때만 소자가 반응해 숨겨진 정보를 재현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겉으로는 동일해 보이는 빛이라도, 정해진 ‘빛의 열쇠’가 없으면 정보를 읽을 수 없어 높은 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빛의 꼬임 상태(OAM)는 이론적으로 매우 다양한 값을 가질 수 있어, 하나의 빛에 실을 수 있는 정보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전송하는 초고용량 광통신 기술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특히 이번 연구는 단순한 입체 영상 구현을 넘어, 영상의 각 지점마다 빛의 진동 방향(편광)까지 정밀하게 제어하는 ‘벡터 홀로그램’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벡터 홀로그램은 빛의 세기뿐 아니라 방향 정보까지 포함해 표현하는 고차원 홀로그램 기술이다.
이번 성과는 그동안 물리적으로 분리하기 어려웠던 빛의 두 가지 핵심 성질(편광과 꼬임)을 하나의 소자에서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실감형 홀로그램, 스마트 글래스,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기기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뿐 아니라, 복제가 어려운 보안 라벨과 초고속 광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종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빛의 핵심 성질인 편광과 꼬임을 하나의 독립적인 정보 키로 결합해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복제 어려운 보안 시스템과 초고속·초고용량 광학 통신 기술의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정준교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3월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Arbitrary Total Angular Momentum Vectorial Holography Using Bi-Layer Metasurfaces, DOI: 10.1002/adma.202519106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및 ‘집단연구지원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전자부품산업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공기에도 강하고 고속 충전 가능한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소재 개발
전기차뿐 아니라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화재 위험이 낮은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공기에 약하고 성능이 낮았던 고체 전해질의 한계를 동시에 해결할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이번 기술은 배터리 안전성과 충전 속도를 함께 높일 수 있어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의 실용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주목된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서동화 교수 연구팀이 동국대(총장 윤재웅), 연세대(총장 윤동섭), 충북대(총장 직무대행 박유식)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공기 노출 환경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이온전도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전고체 배터리용 고체 전해질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와 달리,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낮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할라이드계 고체 전해질은 염소(Cl), 브롬(Br)과 같은 할로겐 원소를 포함한 물질로, 이온전도도가 높아 성능 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공기 중 수분에 매우 취약해 쉽게 성능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어 실제 제조와 취급이 까다로운 소재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소 앵커링(Oxygen Anchoring)’이라는 새로운 구조를 도입했다. 이는 전해질 내부에 산소를 안정적으로 결합시켜 구조를 단단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텅스텐 원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 결과, 해당 전해질은 공기 노출 환경에서도 구조가 쉽게 붕괴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은 안정성뿐 아니라 배터리 성능도 함께 개선했다. 전해질 내부 구조 변화로 리튬 이온의 이동 경로가 더 넓고 원활해지면서 이온 이동 속도가 향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소가 도입된 신소재는 기존 지르코늄(Zr) 기반 할라이드계 고체 전해질보다 이온전도도가 약 2.7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술의 또 다른 특징은 특정 소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지르코늄(Zr), 인듐(In), 이트륨(Y), 어븀(Er) 기반 등 다양한 할라이드 고체 전해질에 동일한 전략을 적용해 유사한 효과를 확인했다. 이는 다양한 배터리 소재에 적용 가능한 ‘범용 설계 원리’임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공기 안정성과 성능을 동시에 갖춘 고체 전해질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동화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공기 안정성과 이온전도도를 동시에 향상시키는 구조 설계 전략을 통해 다중 성능을 최적화하는 새로운 소재 설계 원리를 제시한 것으로, 향후 전고체 배터리 연구와 공정 개발의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김재승 박사(현 서울대)와 박희주 연구원, 동국대 김해용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에 2026년 3월 6일 자로 게재됐다.
※논문명: Universal Oxychlorination Strategy in Halide Solid Electrolytes for All-Solid-State Batteries, DOI: https://doi.org/10.1002/aenm.202506744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와 한국연구재단의 나노및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계산 연구는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자원을 활용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