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더 작고 가볍게…구리판 바꿔 ‘무음극 전지’ 수명 늘린다
전기차 배터리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들면서 한 번 충전으로 더 멀리 달리게 할 기술이 개발됐다. KAIST 연구진은 충전된 리튬을 저장하는 흑연 등의 음극재를 없애 무게와 공간을 줄인 ‘무음극 전지’에서, 리튬이 가시처럼 자라 수명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으로 리튬이 고르게 쌓일 자리를 만들고 단단한 보호막이 형성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생명화학공학과 이진우·정희태 교수 공동연구팀이 경북대학교(총장 허영우), 나노종합기술원(원장 박흥수) 연구진과 함께 반도체 소자 제작에 쓰이는 초미세 공정을 배터리에 적용해 ‘무음극 전지’의 수명을 늘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일반적인 리튬이온전지는 충전된 리튬을 흑연 등의 음극재에 저장한다. 반면 무음극 전지는 별도의 음극재 없이 얇은 구리판 위에 리튬을 직접 쌓는다. 음극재가 차지하던 무게와 공간을 줄일 수 있어 같은 크기의 배터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리튬이 구리판 위에 고르게 쌓이지 않고 나뭇가지나 가시처럼 자라는 ‘덴드라이트’가 발생한다. 리튬을 보호하는 막도 불안정해져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이 빠르게 떨어진다. 이는 무음극 전지의 실용화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난제다.
기존에는 무음극 전지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리튬을 여분으로 넣거나 표면에 두꺼운 보호층을 덧붙였다. 사용 중 줄어들 리튬을 미리 보충하거나 외부에 보호막을 씌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재료가 늘어나는 만큼 배터리가 무겁고 두꺼워져, 작고 가벼운 무음극 전지의 장점이 줄어든다.
연구팀은 재료를 더 넣는 대신 리튬이 쌓이는 구리판 자체를 바꿨다. 평평한 주차장에 주차 구역을 촘촘히 만드는 것처럼 구리판 표면에 미세한 관 모양의 구조를 만들어, 리튬이 한곳에 몰리지 않고 넓게 나뉘어 쌓이도록 했다.
이를 위해 반도체를 정밀하게 가공할 때 쓰는 ‘2차 스퍼터링 리소그래피(SSL)’ 공정을 활용했다. 구리판에 직경 약 300나노미터, 높이 약 150나노미터의 미세한 관을 만들자 리튬이 닿는 면적이 평평한 구리판보다 약 4배 넓어졌다. 그만큼 리튬이 한곳에 뾰족하게 자라기 어려워졌다.
구리판 위에는 ‘맥신(MXene)’이라는 2차원 신소재를 약 10나노미터 두께로 입혔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분의 1에 불과한 초박막이다. 맥신은 완성된 보호막을 씌우는 것이 아니라, 보호막을 만드는 성분을 끌어모으는 ‘밑칠’처럼 작용한다. 배터리가 작동하면 맥신 표면에 리튬플루오라이드(LiF)가 풍부한 단단한 보호막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이 보호막은 리튬과 전해질 사이의 불필요한 반응을 줄이고, 리튬이 가시처럼 자라는 것도 억제한다. 연구팀은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배터리 표면과 내부를 정밀하게 관찰해, 맥신을 따라 나노 크기의 보호막이 고르게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그 형성 원리까지 규명했다. 분석에는 엑스선 광전자 분광법(XPS), 비행시간형 이차이온 질량분석기(ToF-SIMS), 투과전자현미경(TEM) 등이 사용됐다.
이진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해질을 바꾸거나 여분의 리튬을 넣지 않고, 반도체 초미세 공정으로 리튬이 고르게 쌓일 공간과 안정적인 보호막을 함께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배터리의 무게와 부피 증가를 최소화하면서 수명을 늘려 고에너지 무음극 전지의 실용화를 앞당길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김은지·정현주·김진욱 연구원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9월 1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Anion-Interactive Anode Interfaces for Stable Anode-Free Lithium Metal Batteries, DOI: 10.1002/adfm.77931
※ 저자 정보: 김은지(KAIST·나노종합기술원, 공동 제1 저자), 정현주(KAIST, 공동 제1 저자), 김진욱(KAIST, 공동 제1 저자), 정희태(KAIST, 교신저자), 이용희(경북대학교, 교신저자), 이진우(KAIST, 교신저자)
※ 관련 논문 원문 링크: https://advanced.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002/adfm.77931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과 중견연구사업, 나노종합기술원의 반도체-이차전지 인터페이싱 플랫폼 기술개발사업 및 반도체 글로벌 첨단팹 연계 활용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배터리 속 이온 움직임인 줄 알았는데…‘가짜 신호’ 였다
배터리 속 이온이 움직였다는 신호, 실제로는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생긴 착시일 수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이처럼 배터리 내부를 잘못 해석하게 만들 수 있는 ‘가짜 신호’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줄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향후 배터리 속 이온의 이동을 더욱 정확하게 분석해 전고체·나트륨이온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의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신소재공학과 육종민 교수 연구팀, 생명화학공학과 최남순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배터리 나노 분석 과정에서 실제 이온 이동으로 오인될 수 있는 측정 오류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7일 밝혔다.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리튬이나 나트륨 이온이 내부를 오간다. 이온이 얼마나 빠르고 원활하게 이동하는지는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더 좋은 배터리를 개발하려면 이온이 내부에서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분석하는 기술 중 하나가 원자힘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 AFM)을 기반으로 한 전기화학 변형 현미경(Electrochemical Strain Microscopy, ESM)이다. ESM은 매우 작은 탐침으로 배터리 소재 표면을 훑으면서 이온이 움직일 때 소재에 생기는 미세한 변화를 측정해 이온의 이동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이다.
문제는 배터리 소재의 표면이 울퉁불퉁할 경우 실제 이온이 이동하지 않아도 비슷한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실제 이온 이동으로 판단하면 이온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가짜 신호’가 왜 발생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온이 이동하지 않는 단결정 실리콘 표면에 일부러 미세한 홈을 만들었다. 이온은 움직이지 않지만 표면만 울퉁불퉁한 실험 환경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표면의 높낮이가 변하면 현미경 탐침과 시료가 맞닿는 정도가 달라지고, 이것만으로도 실제 이온 이동과 비슷한 신호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
같은 현상은 실제 배터리 소재에서도 나타났다. 연구팀이 흑연 음극과 나트륨 고체전해질(Na₂Zn₂TeO₆)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표면의 모양에 따라 ESM 신호가 달라졌다. 특정 소재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배터리 소재를 나노 수준에서 분석할 때 주의해야 하는 현상임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해결책으로 배터리 소재의 표면을 최대한 평평하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아르곤(Ar) 이온 빔을 이용해 시료 단면을 정밀하게 다듬는 냉각식 단면 연마기(Cooling Cross-Section Polisher, CCP)를 사용했다. 아르곤은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거의 일으키지 않아 시료의 성질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표면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데 활용된다.
그 결과 표면의 거칠기가 크게 줄면서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발생하던 측정 오류도 효과적으로 감소했다. 울퉁불퉁한 길을 자동차가 달릴 때 차체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처럼, 배터리 소재 표면에 높낮이가 있으면 이를 훑는 현미경 탐침이 시료와 맞닿는 정도도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가 실제 이온의 움직임과 비슷한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배터리 소재를 이루는 작은 결정들이 서로 맞닿아 있는 경계인 ‘입계(grain boundary)’에서 나타나는 신호에 주목했다. 여러 개의 타일을 붙였을 때 타일과 타일 사이에 경계선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표면을 평평하게 만들기 전에는 이 입계에서 ESM 신호가 강하게 나타났지만, 표면을 다듬은 뒤에는 신호 증가가 사라졌다. 이는 기존에 ‘이온이 잘 이동하는 통로’로 해석될 수 있었던 일부 신호가 실제 이온 이동 때문이 아니라 표면의 높낮이 때문에 나타났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배터리 나노 분석에서 이러한 측정 오류가 왜 발생하는지를 실험으로 밝히고, 배터리 소재 표면을 평평하게 다듬는 실용적인 방법으로 오류를 줄일 수 있음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배터리 속 이온이 실제로 어디에서 잘 이동하고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충전 속도를 높이고 수명을 늘리기 위해 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배터리 소재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기초 정보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 방법이 현재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물론,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전지와 리튬 대신 나트륨 이온을 사용하는 나트륨이온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소재의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새로운 소재를 설계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정확한 나노 분석 데이터가 축적되면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이용해 새로운 배터리 소재를 설계하고 성능을 예측하는 연구에서도 보다 신뢰도 높은 학습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배터리 소재를 나노 수준에서 분석할 때 표면의 높낮이가 측정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밝혀낸 것”이라며 “배터리 속 이온의 움직임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차세대 배터리 소재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신소재공학과 진동연(Dongyan Chen) 박사과정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재료과학 및 나노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 ‘스몰 메서즈(Small Methods)’에 2026년 6월 11일 게재됐다.
※ 논문명: Quantitative Analysis of Topographic Crosstalk in DART-ESM Arising from Feedback-Loop-Delay-Induced Contact Stiffness Variations in Battery Materials, DOI: 10.1002/smtd.70763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AI 및 머신러닝과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한 고성능 소듐 이온 배터리 풀셀 개발」 및 「다각도-멀티스케일 데이터 융합형 리튬이차전지 설계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전기차 ‘급속충전·배터리 수명’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전기차는 빠르게 충전하면서도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을까? 우리 대학 연구진이 실제 배터리 내부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한 ‘3차원 디지털 트윈’을 통해 그 해법을 찾았다. 배터리에서 전기를 저장하는 ‘전극’ 안의 재료와 빈 공간을 얼마나 넣느냐뿐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급속충전 성능과 수명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팀이 신소재공학과 조은애 교수팀과 공동으로, 실제 상용 리튬이온배터리에 사용되는 흑연 음극의 내부 구조를 3차원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고, 급속충전 과정에서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원인을 정량적으로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배터리 전극은 리튬을 저장하는 흑연, 이를 붙여주는 바인더,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빈 공간으로 이뤄진다. 배터리를 충전하면 리튬이온이 음극의 흑연 입자 안으로 이동해 저장된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충전하면 일부 리튬이 흑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에 금속 리튬이 쌓이는 ‘리튬 도금(Li plating)’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주차장에 차가 한꺼번에 몰려 미처 들어가지 못한 차량이 입구에 쌓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 배터리 성능과 수명이 떨어질 수 있다.
충전 과정에서는 흑연 표면에 배터리를 보호하는 얇은 막인 ‘고체전해질 계면층(SEI)’도 만들어진다. 적절하게 형성된 보호막은 필요하지만 너무 두껍거나 고르지 않게 만들어지면 배터리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충전할 때 흑연 입자가 팽창하면서 전극 내부에 힘이 가해지는 ‘기계적 응력’도 발생한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매우 작은 배터리 내부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실험만으로는 어디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 컴퓨터 모델도 전극 전체의 평균적인 특성을 주로 이용해 실제 배터리 내부의 복잡한 구조와 위치에 따른 차이를 충분히 보여주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실제 상용 흑연 음극의 구조를 바탕으로 배터리 전극의 ‘가상 쌍둥이’를 만들었다. 흑연 입자와 입자들을 서로 붙여주는 접착제 역할의 바인더,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빈 공간인 기공까지 3차원으로 구현했다.
연구팀은 이 가상 전극에서 전극의 두께와 빈 공간의 양, 바인더의 위치를 바꿔가며 빠르게 충전했을 때 리튬이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분석했다. 또 리튬이 어디에 쌓이고 보호막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전극의 어느 부분에 힘이 집중되는지도 함께 살펴봤다.
그 결과, 전체 충전용량이 비슷해 보여도 전극 내부의 바인더와 빈 공간이 어떻게 배치돼 있느냐에 따라 배터리의 손상 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두께 50마이크로미터(μm)의 전극에서는 바인더 배치에 따른 전체 충전용량 차이가 4% 이내였다. 겉으로 보이는 충전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전극 내부에서는 리튬이 저장되는 위치와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리는 반응이 일어나는 위치가 뚜렷하게 달랐다.
특히 바인더가 전극의 한쪽에 몰리면 리튬이온이 지나갈 수 있는 빈 공간이 줄어 이동이 어려워졌다. 도로가 좁아지면 교통체증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경우 전류가 모이는 부분인 집전체 주변에 쌓이는 리튬도금의 양이 바인더가 고르게 분포한 전극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반대로 바인더가 전극 전체에 비교적 고르게 퍼져 있으면 리튬이온이 보다 원활하게 이동했고, 배터리를 보호하는 막도 상대적으로 고르게 형성됐다.
이러한 차이는 전극이 두꺼워질수록 더욱 커졌다. 두께 83μm의 전극에서는 바인더 배치에 따른 충전용량 차이가 약 18%까지 벌어졌다. 전극을 두껍게 만들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려면 재료의 양뿐 아니라 내부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까지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빈 공간의 위치는 전극이 받는 힘에도 영향을 미쳤다. 빈 공간이 충분하면 충전할 때 팽창하는 흑연 입자를 주변 공간이 받아줘 힘이 분산됐다. 반면 빈 공간이 부족하면 흑연 입자가 팽창할 여유가 없어 특정 부분에 힘이 집중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급속충전용 배터리를 설계할 때 전극의 바인더와 빈 공간이 ‘얼마나 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분포하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새로운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3차원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여러 종류의 전극을 일일이 만들어 실험하기 전에 가상공간에서 배터리 내부의 문제를 미리 살펴볼 수 있다. 향후 최적의 전극 구조를 찾는 데 활용돼 전기차 충전시간은 줄이고 배터리 수명은 늘리는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강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겉으로 보이는 충전 성능만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배터리 내부의 문제를 3차원 디지털 트윈으로 찾아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전극 안의 바인더와 빈 공간을 적절하게 배치하면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면서도 빠르게 충전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계공학과 강예진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인포맷(InfoMat, IF 19.6)’에 게재됐으며, 지난 7월 7일 후면 표지(Back Cover) 논문으로 선정됐다.
※ 논문명: Digital twin quantifies spatial-heterogeneity-driven failure in fast-charging lithium-ion battery anodes, DOI: https://doi.org/10.1002/inf2.70141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융합기술개발사업 및 InnoCORE 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리튬-황 구조배터리 기반 차세대 감시정찰 드론 개발
KAIST 연구진이 리튬-황 구조배터리, 생체모방형 비행체, 자율비행, 퍼칭(perching) 그리퍼 기술을 하나의 무인비행 플랫폼에 통합한 차세대 국방 감시정찰 드론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KAIST 기계공학과 MSC 연구실(김경수 교수, 최근하 연구교수), SRIM 연구실(오일권 교수), MDAM 연구실(김성수 교수), 전기및전자공학부 Ctrl 연구실(장동의 교수), 생명화학공학과 EED 연구실(김희탁 교수)이 참여한 다학제 공동 융합 연구의 결과다.
연구팀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지원을 받아 2020년 12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약 5년간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과제 ‘구조배터리 기반 초고효율 감시정찰 자율비행로봇 개발’을 수행했다. 미래 전장에서 장시간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조배터리 기반의 새로운 무인비행체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개별 요소기술을 독립적으로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터리와 소재, 비행체 설계·제어, 자율비행, 퍼칭용 그리퍼 등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을 하나의 자율비행 시스템으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생명화학공학과와 기계공학 분야 연구진은 고에너지밀도 에너지원인 리튬-황 배터리와 구조체의 기능을 결합한 구조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무인비행체에 적용했다. 구조배터리는 에너지 저장장치가 비행체 구조의 일부 역할까지 동시에 담당하도록 하는 기술로, 기존처럼 배터리와 기체 구조물을 별도로 탑재할 때 발생하는 중복 중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행체 분야에서는 조류(알바트로스)의 효율적인 비행에서 착안한 생체모방형 가변익 비행 플랫폼을 개발했다. 기존의 고정된 형상을 갖는 무인기와 달리 비행 조건과 임무 상황에 따라 날개의 받음각과 후퇴각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수직이착륙과 고정익 순항비행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또한 전기및전자공학 분야 연구진은 군 작전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GPS 신호 제한 상황을 고려해 카메라 기반 장애물 인식 및 회피, 목표지점 접근과 호버링 등 자율비행 기술을 구현했다. 수림과 같이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도 목표지점까지 접근하여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상황을 고려했다.
연구팀은 조류가 나뭇가지 등에 내려앉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행동에 착안해 비행체 하부에 줄꼬임 구동기 기반 퍼칭용 그리퍼를 적용했다.
드론이 지속적으로 호버링하며 감시임무를 수행할 경우 배터리가 빠르게 소모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목표지역의 구조물이나 지지물에 착지해 비행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감시임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퍼칭 이후에는 그리퍼를 해제하고 다시 이륙해 추가적인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거나 원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구조배터리를 이용한 기체 경량화와 에너지 저장 효율 향상뿐 아니라, 비행 자체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운용 개념까지 함께 적용함으로써 작전가용시간을 증가시키는 새로운 감시정찰 무인체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과제를 통해 연구진은 리튬-황 구조배터리를 실제 비행체 구조에 적용하고, 생체모방형 비행체와 자율비행, 퍼칭 기술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계함으로써 차세대 국방 무인체계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특히 리튬-황 구조배터리를 기반으로 생체모방 비행과 자율비행, 퍼칭 그리퍼를 통합한 국방 감시정찰 드론을 국방 분야에서 최초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개발된 핵심기술을 단순히 결합하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임무체계로 설계하고 실제 비행 플랫폼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연구팀은 약 5년간의 과제 수행 과정에서 구조배터리와 복합재료, 생체모방 비행체 설계, 공력 해석 및 제어, 자율비행, 퍼칭 기술 등을 주제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관련 성과는 국내외 학술지 논문과 국제·국내 학술대회 발표 등으로 이어졌다.
과제 수행을 통해 권위 있는 주요 학술지 Small 등 SCI(E)급 국제학술지 논문 3편, 국내외 학술대회 발표 11건, 특허 1건 등의 연구성과를 창출했으며, 과제 종료 이후에도 일부 연구결과는 후속 논문 및 관련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기계공학과 김경수 교수는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배터리와 소재, 비행체, 제어, 자율비행 등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을 하나의 국방 무인비행 플랫폼으로 구현했다는 데 있다”며 “5년간의 융합연구를 통해 확보한 기술과 경험이 향후 장기체공 감시정찰과 다목적 국방 무인체계 개발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방해꾼’도 에너지로… 저장 순서 바꾼 발상의 전환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비교적 낮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많은 에너지를 빠르게 저장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기존에는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리는 ‘방해꾼’으로 여겨졌던 반응을 오히려 에너지를 더 저장하는 데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면서도 빠르게 충·방전할 수 있는 차세대 물 기반 배터리의 가능성을 열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박선아 교수 연구팀이 금속과 유기 분자가 연결돼 미세한 구멍을 이루는 2차원 전도성 금속-유기 구조체(Metal–Organic Framework, MOF)를 이용해 배터리 안에서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아연 이온(Zn²⁺)과 양성자(H⁺, 작고 빠르게 움직이는 입자)를 차례로 저장하는 새로운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수계 아연이온전지는 물을 기반으로 한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전해질은 배터리 안에서 이온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물질이다. 수계 아연이온전지는 불이 붙을 위험이 비교적 낮고 가격이 저렴하며 환경 부담도 적어, 많은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차세대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아연 이온은 전하가 커 전극 안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어려워,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면서 빠르게 충·방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양성자는 작고 빠르게 움직이지만, 너무 많이 반응하면 부산물이 생겨 아연 이온의 이동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양성자는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리는 ‘방해꾼’으로 여겨져 반응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연구팀은 발상을 바꿨다. 양성자 반응을 없애는 대신, 아연 이온과 양성자가 저장되는 순서를 조절해 둘 다 에너지 저장에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전극의 미세한 구멍 안에 양성자를 붙잡는 일종의 ‘저장 자리’인 아민(amine) 작용기를 넣었다. 아민 작용기가 특정 전압에서 양성자를 저장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되고, 그다음 양성자가 추가로 저장되도록 한 것이다.
원리는 빈 병에 큰 자갈을 먼저 넣고, 자갈 사이의 빈틈을 고운 모래로 채우는 것과 비슷하다. 비교적 큰 아연 이온을 먼저 저장하고 이후 작은 양성자를 추가로 저장해 하나의 전극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압이 높은 구간에서는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되고, 전압이 더 낮아지면 양성자가 추가로 저장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극 소재 Cu₃(HHTATP)₂에서는 이처럼 아연 이온과 양성자가 서로 다른 전압 영역에서 차례로 에너지 저장에 참여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순서다. 양성자가 너무 일찍 반응하면 부산물이 생겨 아연 이온의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된 뒤 양성자가 반응하도록 해 두 저장 과정이 서로 방해하는 것을 줄였다.
개발한 전극 소재는 0.5 A g⁻¹의 조건에서 368.7 mAh g⁻¹의 높은 저장 용량을 기록했다. 쉽게 말해 적은 양의 전극 소재로도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충·방전 속도를 16배 높인 빠른 조건에서도 처음 저장 용량의 절반에 가까운 46.9%를 유지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충·방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양이 줄어드는데, 이번 전극은 빠른 충·방전에서도 상당한 저장 능력을 유지한 것이다. 또한 500회 이상 빠른 충·방전을 반복한 뒤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
연구팀은 다양한 X-선 분석법을 통해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되고, 이후 양성자가 추가로 저장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또한 양성자를 저장했다가 다시 내보내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다공성 전극 소재에서 고용량과 빠른 이온 수송을 동시에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분자 수준의 설계를 통해 서로 다른 이온이 저장되는 순서를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차세대 수계 아연 이온 전지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경제적인 수계 아연이온전지가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면서도 빠르게 충·방전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 향후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활용되는 물 기반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박선아 교수는 “기존에는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방해꾼’으로 여겨졌던 양성자를 오히려 에너지를 더 저장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번 원리를 다양한 전극 소재에 적용해 더 많은 에너지를 빠르게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OSTECH 박근찬 석박통합과정생 및 이규원 석사과정생(졸업)이 공동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Chem에 7월 7일 자 게재됐다.
※ 논문명 : Sequential Zn2+–H+ Storage in a 2D Conductive Metal-Organic Framework for Advanced Aqueous Zinc-Ion Battery DOI: 10.1016/j.chempr.2026.103129
※ 저자 정보 : 박근찬 (공동 1 저자), 이규원 (공동 1 저자), 김강민 (제2 저자), 박선아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및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AI 데이터센터 시대 '거대한 배터리' 상용화 앞당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AI 데이터센터 시대를 뒷받침할‘거대한 배터리'의 상용화가 한층 가까워졌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대용량 배터리의 핵심 소재 생산 시간을 67% 줄이는 공정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의 가장 큰 생산 병목을 해결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김희탁 교수 연구팀이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유력 후보인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RFB)의 핵심 전해질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최근 24시간 끊임없이 가동되는 AI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대량으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대용량 ES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는 화재 위험이 거의 없고, 전해질을 담는 탱크만 크게 만들면 저장 용량도 쉽게 늘릴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용 초대형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의‘연료' 역할을 하는 바나듐 전해질을 최적 상태(V3.5+)로 만드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기존 공정은 먼저 화학적 환원(환원제를 이용해 바나듐 이온이 전자를 얻도록 하는 화학 반응)으로 전해질을 만든 뒤, 전기화학적 환원(전기를 흘려 바나듐 이온의 전자 상태를 원하는 수준으로 조절하는 공정)을 거쳐 최종 전해질을 생산했다. 그러나 마무리 단계인 전기화학적 환원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공정으로, 대량 생산과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은 화학 반응으로 전해질을 만드는 과정이 고속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병목 구간에서 차량이 막히는 것처럼, 특정 단계에서 반응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바나듐 전해질이 배터리 구동에 최적화된 상태(V3.5+)로 변해가는 중간 단계인 평균 산화수(바나듐 이온이 전자를 잃은 정도를 나타내는 값)가 약 +4.1인 지점이 바로 그 병목 구간이었다.
연구팀은 이 병목 구간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던 기존의 전기화학적 환원 공정 대신, 백금-탄소(Pt/C) 촉매를 이용한 촉매 환원 공정을 적용하도록 생산 공정을 설계했다. 마치 자동차가 정체된 도로에서 더 빠른 우회도로를 이용하듯,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던 마지막 공정만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그 결과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RFB)에서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핵심 소재인 V3.5+전해질의 생산 시간이 기존보다 67% 단축됐다. 또한 공정 중 남아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잔류 옥살산(불순물)도 함께 제거됐으며, 같은 촉매를 2,500회 이상 반복 사용해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전해질을 생산할 수 있음을 확인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김희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용량 배터리 상용화의 가장 큰 숙제였던 전해질 생산 과정을 반응공학적으로 정밀 분석해 새롭게 설계한 성과”라며 "촉매가 전해액 환경에서 손상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조건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산업 현장의 생산 병목을 해결한 만큼 대용량 에너지저장 기술의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석경화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했으며,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인‘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에 5월 7일 온라인 게재됐다. 특히 연구의 학술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34호(Issue 34)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으며, 해당 호는 9월 초 온라인 공개될 예정이다.
※ 논문명 : Streamlined V3.5+ Eectrolyte Production by Leveraging Chemical and Catalytic Reductions, DOI: https://doi.org/10.1002/aenm.71029, ※ 저자 정보 : 석경화 (KAIST, 제1 저자), 강민성 (KAIST, 제2 저자) 및 김희탁 (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롯데케미칼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막는 초정밀 검사기술 개발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예방하고 안전성을 높일 초정밀 검사기술이 개발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열폭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배터리 전극의 미세한 두께 불균일을 배터리를 뜯거나 손상시키지 않고도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 수준까지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산 단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불량을 미리 찾아내 배터리의 안전성과 품질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김영진 교수 연구팀이 빛과 전파의 중간 영역에 있는 전자기파인 테라헤르츠파(THz, Terahertz Wave)로 배터리 전극 내부의 정보를 얻고, 광주파수빗(Optical Frequency Comb, 빛의 주파수를 자의 눈금처럼 일정하게 나눠 초정밀 측정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기술)으로 이를 정밀하게 읽어내는 기술을 결합해, 리튬이온배터리 전극의 두께를 비접촉·비파괴 방식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에 해당하는 미세한 두께 차이까지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전기차에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전극은 전기가 흐르는 핵심 부품이다. 전극의 두께가 아주 조금만 달라도 충·방전 과정에서 전류가 특정 부분에 집중돼 열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열이 계속 쌓이면 열폭주(Thermal Runaway,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는 현상)가 일어날 수 있어,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는 전극의 두께를 균일하게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검사 기술은 생산현장에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X선 컴퓨터단층촬영(CT)은 내부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지만 검사 시간이 오래 걸려 빠른 생산라인에 적용하기 어렵다. 초음파 기반 음향현미경은 시료에 액체를 접촉시켜야 하고, 레이저 변위센서는 빠르게 측정할 수 있지만 전극 내부까지 정밀하게 분석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광주파수빗과 테라헤르츠파를 결합해 해결했다. 먼저 테라헤르츠파를 배터리 전극에 쏘아 내부에서 여러 번 반사되며 생기는 신호를 얻고, 광주파수빗을 기준으로 이 신호를 초정밀하게 분석해 전극의 두께를 계산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를 손상시키지 않고도 내부를 나노미터 수준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테라헤르츠파가 전극의 앞면과 뒷면 사이를 여러 번 왕복하며 만들어내는 일정한 간격의 간섭무늬인 파브리-페로(Fabry-Pérot) 간섭을 이용한 것이다. 마치 자의 눈금을 읽어 길이를 재듯, 연구팀은 이 간섭무늬를 광주파수빗을 기준으로 정밀하게 분석해 전극의 두께를 계산했다.
그 결과 별도의 보정(Calibration, 측정 오차를 줄이기 위해 기준값을 맞추는 과정) 없이도 전극의 두께는 물론 복소 굴절률(Complex Refractive Index, 빛이 물질을 얼마나 잘 통과하고 얼마나 흡수되는지를 나타내는 소재의 광학적 특성)까지 한 번에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사람 머리카락 한 올과 비슷한 두께인 50~150마이크로미터(㎛)의 배터리 전극을 대상으로 기술을 검증했다. 단 0.2초의 짧은 측정만으로도 머리카락 굵기의 약 1,400분의 1에 해당하는 미세한 두께 차이(음극 70.1나노미터, 양극 465.5나노미터)까지 측정했으며, 이는 빠르게 움직이는 배터리 생산라인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측정 시간을 25.6초로 늘리자 정밀도는 더욱 높아졌다. 음극은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에 해당하는 7.8나노미터(nm)까지 구분할 수 있었고, 양극도 25.2나노미터까지 측정했다. 이는 기존 시간영역 분석 방식보다 최대 100배 높은 정밀도로, 눈으로는 전혀 확인할 수 없는 미세한 두께 차이까지 찾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기술은 단순히 한 지점의 두께만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극 전체의 두께를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두께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으며, 전극이 약 45도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빠르게 움직이는 실제 배터리 생산라인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배터리를 분해하거나 손상시키지 않고도 생산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불량을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검사기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리튬이온배터리는 물론,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 생산공정에서도 불량을 조기에 찾아내 배터리의 안전성과 품질을 높이고 더욱 안정적인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진 교수는 “이번 기술은 전극의 두께와 소재 특성을 별도의 보정 없이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통합형 계측 플랫폼”이라며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뿐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의 실시간 품질관리를 위한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기계공학과 강구선 박사(現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제1저자로, 김영진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10일 게재됐다.
※ 논문명: Nanometre-precision terahertz interferometry for battery electrode metrology,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4193-8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의 RS-2024-00401786, RS-2025-00523273, RS-2025-25455397 및 NRF-2022M1A3C2069728 과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MSIT) 재원으로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의 지원(2710107298), 그리고 대한민국 방위사업청(DAPA)의 지원(KRIT-CT-22-040)을 받아 수행되었다.
산소 반응 마음대로 조절하는 차세대 촉매 원천기술 개발
배터리와 연료전지, 친환경 화학 공정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소를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시키는 기술이 중요하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산소 반응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경로를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 시스템을 개발했다. 차세대 친환경 촉매와 에너지 기술의 핵심 원천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황승준 교수 연구팀이 산소 반응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저마늄(Germanium)과 전자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분자 구조를 결합해, 산소 반응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방식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원리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산소 반응을 제어하는 촉매는 지금까지 대부분 철, 코발트, 니켈 등 여러 전자를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전이금속을 이용해 개발돼 왔다. 반면 저마늄은 규소와 같은 계열에 속하는 주족 원소(주기율표에서 전이금속을 제외한 대표 원소)로, 여러 전자가 동시에 이동하는 복잡한 반응을 구현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늄과 전자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분자구조인 ‘산화·환원 활성 리간드 (Redox-active Ligand, 전자를 저장하거나 전달하는 분자 구조)’를 결합했다.
산소는 반응할 때 전자가 2개 이동하는지, 4개 이동하는지에 따라 만들어지는 물질과 반응 결과가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2전자 반응에서는 과산화수소가, 4전자 반응에서는 물이 생성된다. 따라서 필요한 목적에 따라 2전자 반응과 4전자 반응을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은 배터리와 연료전지, 친환경 촉매 개발의 핵심 과제로 꼽혀 왔다.
이번 연구는 철이나 코발트 같은 전이금속에서 주로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2전자·4전자 반응을 저마늄과 같은 주족 원소에서도 구현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성과다. 연구팀은 하나의 분자 시스템 안에서 2전자 반응과 4전자 반응을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유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앞으로 전이금속에 의존하던 촉매를 다양한 원소를 활용해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연구팀은 반응 과정에서 잠시 생성됐다가 사라지는 2전자 산화 상태의 저마늄 중간체를 안정적으로 분리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중간체는 하나의 저마늄 원자가 전자를 주는 역할과 받는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매우 드문 특성을 보여, 이러한 반응이 일어나는 원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의 실제 활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개발한 저마늄 복합체는 상온에서 빛을 사용하지 않고도 염소나 브로민 같은 할로겐 원자가 붙은 유기화합물에서 할로겐을 제거해, 의약품과 플라스틱 등 다양한 화학제품의 원료인 ‘알켄(탄소와 탄소가 이중결합으로 연결된 유기화합물)’을 다시 만들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높은 온도나 복잡한 공정 없이도 유용한 화학 원료를 보다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황승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이금속에 의존하던 촉매 반응을 저마늄과 같은 주족 원소로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앞으로 배터리와 연료전지의 성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보다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화학공정을 구현하는 차세대 촉매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화학과 김성규·오진록 박사후연구원과 POSTECH 화학과 최대의 석·박사통합과정생이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hem에 7월 6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Germanium ligand redox cooperativity: A key to ambiphilicity and switchable two- and four-electron transfer, DOI: https://doi.org/10.1016/j.chempr.2026.103127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BRL, Basic Research Laboratory) 지원사업, 학문후속세대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지원사업,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배터리·수소연료전지 성능 높이는 새로운 촉매 설계 기술 개발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의 성능은 높이고 에너지 손실은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설계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우리 대학 화학과 황승준 교수팀은 서울대학교(총장 유홍림) 화학생물공학부 류재윤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배터리와 연료전지 내부에서 전기를 만드는 핵심 반응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고 1일 밝혔다.
촉매는 화학 반응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돕는 물질이다. 배터리나 연료전지에서는 전기를 만드는 반응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촉매는 보통 가운데 금속과 그 주변을 둘러싼 분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반응 성능을 높이기 위해 금속 종류를 철(Fe) 대신 코발트(Co)나 니켈(Ni)로 바꾸거나, 금속 주변의 분자 구조(리간드)를 새롭게 설계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쉽게 말해, 촉매 자체의 재료나 형태를 바꿔 더 잘 반응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반면 이번 연구는 촉매 자체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촉매 주변의 전기적 환경만 조절해 성능을 높였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쉽게 비유하면, 이번 연구는 ‘요리 도구 자체를 바꾸는 대신, 주방 환경을 조절해 요리를 더 잘되게 만든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기존 촉매 연구는 프라이팬 재질을 바꾸거나 모양을 새롭게 만드는 방식에 가까웠다. 반면 이번 연구는 프라이팬은 그대로 두고, 주변의 온도와 공기 흐름을 정교하게 조절해 음식이 더 잘 익도록 만든 방식이다. 즉, 촉매 자체를 새로 만드는 대신 촉매 주변의 전기적 환경을 조절해 반응이 더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만든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촉매 주변에 ‘양이온(+)’을 배치해 아주 작은 전기장을 만들면, 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반응이 더 안정적으로 일어나도록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원하는 반응이 일어나는 비율은 기존 12% 수준에서 최대 52%까지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기존보다 더 적은 에너지로 원하는 반응을 효율적으로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의 효율과 수명,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에서 다룬 산소 환원 반응(ORR·산소가 전자를 받아 전기를 만드는 핵심 반응)은 수소차용 연료전지(Fuel Cell·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와 금속-공기 전지(Metal-Air Battery·금속과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해 전기를 저장·생산하는 차세대 배터리) 등 차세대 에너지 장치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반응이다.
연구팀은 또한 이번 원리가 이산화탄소(CO₂)나 수소를 다른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촉매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어, 향후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과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 등 다양한 차세대 에너지 촉매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승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촉매 자체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주변의 전기적 환경만으로 반응 특성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차세대 배터리와 연료전지, 친환경 에너지 촉매 기술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OSTECH 화학과 조휘율·강봄 박사과정생과 KAIST 김동영 박사후연구원이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4월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Localized Cation Unlocks Unique Activity–Selectivity Trends in Molecular Oxygen Reduction Catalysis, DOI: pubs.acs.org/doi/10.1021/jacs.5c18246
주저자 정보: 조휘율(박사과정, POSTECH), 강봄(석박사통합과정, POSTECH), 김동영(박사 후 연구원, KAIST)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의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및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리튬 금속 배터리 ‘망가지는 순간’ 첫 포착...전기차 주행거리 늘릴 핵심 단서
전기차 주행거리와 배터리 수명을 동시에 늘릴 수 있는 핵심 단서가 나왔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리튬 금속 배터리의 열화가 시작되는 순간을 나노 수준(머리카락 굵기의 약 10만 분의 1)에서 직접 관찰하며, 성능 저하의 근본 원인을 밝혀냈다.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길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배터리 핵심 부품인 리튬 금속 음극(Lithium Metal Anode)의 열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리튬 금속은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월등히 높아 ‘꿈의 배터리 소재’로 불리지만, 충·방전을 반복할수록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특히 리튬이 불규칙하게 쌓이거나 떨어져 나가며 전기적으로 단절된 ‘죽은 리튬(dead lithium)’이 형성되면 배터리 성능 저하는 물론 안전성 문제까지 초래할 수 있다.
연구팀은 배터리 내부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실시간 전기화학 원자힘현미경(in situ EC-AFM)을 활용해 리튬이 쌓이고(도금) 사라지는(탈리) 전 과정을 직접 추적했다. 그 결과, 리튬 반응이 표면 전체에서 균일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위치에서 선택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표면이 거칠거나 구멍이 많은 다공성(porous) 영역에서는 리튬이 떨어져 나갈 때 빈 공간이 쉽게 형성됐고, 이로 인해 리튬이 전기적으로 고립되는 ‘죽은 리튬’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배터리 성능을 급격히 저하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연구는 리튬 금속 배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손상되는지를 실험적으로 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리튬이 처음 형성되는 ‘초기 표면 형상(initial morphology)’이 배터리의 장기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임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향후 리튬이 형성되는 표면을 균일하고 정밀하게 제어할 경우, 배터리 수명과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주행거리 증가와 장수명 배터리 개발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설계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배터리 성능 저하의 원인을 나노 수준에서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보다 오래가고 안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신소재공학과 김성현 박사과정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신소재·화학·화학공학 분야의 국제적 권위 학술지인 ‘에이시에스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에 2026년 2월 24일자로 게재되었고, 표지논문으로 선정되었다.
※ 논문 제목: Spatially Selective Lithium Plating and Stripping in Lithium Metal Anodes, DOI: https://doi.org/10.1021/acsenergylett.6c00122
한편, 본 연구는 LG에너지솔루션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미래개척융합과학기술개발사업(RS-2023-00247245)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배터리 기술로 공기 중 탄소 제거...‘지구 청소’ 기술 세계서 인정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빨아들이는 ‘공기 청소 기술’이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 방식에서 착안한 고효율 ‘직접공기포집(Direct Air Capture, DAC)’기술로, 세계 최고 권위의 탄소 제거 대회에서 최종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기술은 높은 비용과 낮은 효율이라는 한계를 넘어, 탄소 제거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고동연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이 탄소 제거 기술 확산을 지원하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 오픈에어(OpenAir)가 주최하는 ‘2026 탄소 제거 챌린지(Carbon Removal Challenge)’에서 전 세계 상위 4개 팀에 선정됐다고 24일 밝혔다.
이 대회는 차세대 탄소 제거 기술의 실용성과 확장성을 평가하는 세계적인 경연으로,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실제 공정에 적용 가능한지와 대규모 확산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올해는 전 세계 30여 개 대학에서 40여 개 팀이 참가했으며, KAIST를 포함해 단 4개 팀(KAIST, 미시간대학교, 러트거스대학교(Rutgers), 코넬-프린스턴-컬럼비아 연합팀)만이 최종 선정됐다.
직접공기포집 기술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혁신적 방법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낮은 효율과 높은 비용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제조 방식에서 해답을 찾았다.
연구팀은 배터리 전극 제조에 사용되는 ‘건식 공정(Dry process)’을 DAC 기술에 적용했다. 즉, 액체를 쓰지 않고 분말을 그대로 눌러 단단한 필름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탄소를 흡수하는 물질을 빈틈없이 촘촘하게 채울 수 있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한 번에 붙잡을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탄소 흡착 소재의 함량을 최대 97 wt%*까지 끌어올리며, 기존보다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했다. 이는 스펀지를 더 촘촘하게 만들어 더 많은 물을 흡수하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전기차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지구를 청소하는 기술로 변신한 셈이다.
*wt%(Weight percent): 전체 무게 중 특정 성분이 차지하는 비율
포집된 탄소를 다시 분리해내는 재생 과정에서도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연구팀은 ‘전기 저항 가열(Joule heating)’ 방식을 도입해 전기를 흘려 내부에서 즉시 열을 발생시키는 구조를 구현했다. 이는 전기를 넣으면 바로 뜨거워지는 토스터기처럼, 내부에서 빠르게 열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단 1분 만에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방출하고 재사용이 가능해졌으며, 전기차 냉각 시스템을 접목해 열을 식히는 시간까지 약 60% 단축했다. 그 결과 전체 공정 속도와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고동연 교수는 “이번 성과는 탄소포집 기술의 혁신성과 실제 적용 가능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결과”라며 “향후 글로벌 협력을 통해 기술 상용화와 확산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오는 5월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글로벌 컨퍼런스 ‘2026 카본 언바운드(Carbon Unbound 2026)’에 초청돼 수상을 진행하고, 전 세계 전문가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KAIST 박인준 박사과정생이 주도했으며, 김시은, 김준성, 박인환, 이민형, 강주연 학생과 카롤리네 헤비쉬(Karoline L. Hebisch), 천무진 박사가 참여했다.
한편, 본 연구는 Saudi Aramco-KAIST 이산화탄소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공기에도 강하고 고속 충전 가능한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소재 개발
전기차뿐 아니라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화재 위험이 낮은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공기에 약하고 성능이 낮았던 고체 전해질의 한계를 동시에 해결할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이번 기술은 배터리 안전성과 충전 속도를 함께 높일 수 있어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의 실용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주목된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서동화 교수 연구팀이 동국대(총장 윤재웅), 연세대(총장 윤동섭), 충북대(총장 직무대행 박유식)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공기 노출 환경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이온전도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전고체 배터리용 고체 전해질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와 달리,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낮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할라이드계 고체 전해질은 염소(Cl), 브롬(Br)과 같은 할로겐 원소를 포함한 물질로, 이온전도도가 높아 성능 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공기 중 수분에 매우 취약해 쉽게 성능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어 실제 제조와 취급이 까다로운 소재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소 앵커링(Oxygen Anchoring)’이라는 새로운 구조를 도입했다. 이는 전해질 내부에 산소를 안정적으로 결합시켜 구조를 단단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텅스텐 원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 결과, 해당 전해질은 공기 노출 환경에서도 구조가 쉽게 붕괴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은 안정성뿐 아니라 배터리 성능도 함께 개선했다. 전해질 내부 구조 변화로 리튬 이온의 이동 경로가 더 넓고 원활해지면서 이온 이동 속도가 향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소가 도입된 신소재는 기존 지르코늄(Zr) 기반 할라이드계 고체 전해질보다 이온전도도가 약 2.7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술의 또 다른 특징은 특정 소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지르코늄(Zr), 인듐(In), 이트륨(Y), 어븀(Er) 기반 등 다양한 할라이드 고체 전해질에 동일한 전략을 적용해 유사한 효과를 확인했다. 이는 다양한 배터리 소재에 적용 가능한 ‘범용 설계 원리’임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공기 안정성과 성능을 동시에 갖춘 고체 전해질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동화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공기 안정성과 이온전도도를 동시에 향상시키는 구조 설계 전략을 통해 다중 성능을 최적화하는 새로운 소재 설계 원리를 제시한 것으로, 향후 전고체 배터리 연구와 공정 개발의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김재승 박사(현 서울대)와 박희주 연구원, 동국대 김해용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에 2026년 3월 6일 자로 게재됐다.
※논문명: Universal Oxychlorination Strategy in Halide Solid Electrolytes for All-Solid-State Batteries, DOI: https://doi.org/10.1002/aenm.202506744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와 한국연구재단의 나노및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계산 연구는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자원을 활용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