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식품 ‘산업화 시대’ 연다…차세대 단백질 시장 성장 전략 제안
'미생물 식품을 만들 수 있느냐'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누가 먼저 산업으로 만들 수 있느냐'의 시대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미생물 식품 산업의 성공 조건을 제조·시장·규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차세대 단백질 산업의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과 교원창업기업 (주)실리코바이오(SilicoBio) 공동 연구진이 미생물 식품 산업의 성공 조건을 제조·시장·규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산업화 전략과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미생물이나 생산기술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연구실의 원천기술을 실제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핵심 과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제조 준비성(Manufacturing Readiness, 연구실 기술을 산업 규모에서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과 시장 진입 전략, 규제 대응을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미생물 식품을 차세대 단백질 산업을 넘어 미래 바이오제조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향을 제안했다. 이는 향후 국가 바이오제조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지속가능 식품 산업 육성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미생물 식품 산업의 경쟁력이 연구실 수준의 생산성 경쟁에서 제조 준비성(Manufacturing Readiness)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료의 안정적 수급과 품질 관리, 비모델 미생물(Non-model Microorganism, 산업적 활용 가능성은 높지만 연구 기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미생물)의 제어와 안전성 확보, 후공정(Downstream Processing, 발효 후 원하는 성분을 분리·정제·농축·건조하는 공정) 비용 절감, 부산물 재활용에 대한 규제 적합성 등이 실제 상용화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앞으로의 경쟁력이 단일 기술의 우수성보다 통합 제조 플랫폼(Integrated Manufacturing Platform, 균주 개발부터 대량 발효, 정제, 품질관리, 제품화까지 하나의 체계로 운영하는 생산 시스템) 구축 능력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미생물 식품이라도 어떤 원료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전처리 비용과 품질 변동성이 달라지고, 어떤 균주와 발효 공정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생산 원가와 에너지 사용량, 제품 품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향후 산업 경쟁력이 개별 기술이 아니라 이러한 요소를 통합적으로 최적화하는 제조 플랫폼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측면에서도 연구진은 미생물 식품 산업의 성공 조건을 제시했다. 소비자 조사와 산업 사례를 종합한 결과, 미생물 식품의 확산은 단순한 친환경성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는 맛과 식감, 친숙성, 안전성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식품 제조기업은 실제 제품에 적용 가능한 기능성을, 기업과 투자자는 허가 절차의 예측 가능성과 시장 진입 속도를 더욱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미생물 식품 시장은 기술 경쟁을 넘어 제품화 역량과 규제 대응 능력까지 함께 평가받는 산업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한 미생물 식품을 단순한 대체 단백질 산업으로 보지 않았다. 정밀발효(Precision Fermentation, 미생물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이나 기능성 물질을 선택적으로 생산하는 기술) 기반의 기능성 식품 원료와 고부가가치 바이오소재, 나아가 순환형 바이오제조(Circular Biomanufacturing, 부산물과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바이오 제품을 생산하는 지속가능한 제조 시스템)를 구현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미생물 식품이 미래 먹거리를 넘어 글로벌 식품·소재·바이오 제조 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생산 체계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산업화 전략은 공동 연구에 참여한 실리코바이오의 사업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실리코바이오는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제조 준비성 확보 전략을 바탕으로 미생물 기반 단백질과 기능성 식품 원료를 실제 산업 규모 발효와 스케일업(Scale-up, 실험실 규모 생산을 산업 규모 생산으로 확대하는 과정), 제품화까지 연결하는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과 바이오제조(Biomanufacturing)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생물 식품은 미래 식량을 넘어 국가 바이오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원천기술보다 이를 실제 생산과 시장으로 연결하는 산업화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코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산업화 전략을 실제 생산과 사업화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 라며 “미생물 기반 차세대 식품과 기능성 바이오소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겠다” 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생명화학공학과 정석영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실리코바이오 연구진이 공동 연구자로 참여하여, 국제학술지 '원 어스(One Earth)'(Impact Factor 15.3, JCR 상위 2.07%)에 7월 17일 게재되었다.
※논문명 : Microbial foods as scalable platforms toward a circular protein economy for sustainable nutrition, DOI:
※저자 : 이상엽(KAIST, 교신저자), 정석영(KAIST, 제1저자), 최솔(실리코바이오, 제2저자), 김준우(실리코바이오·인하대, 제3저자) 외 2명
실리코바이오는 합성생물학의 세계적 석학인 KAIST 이상엽 특훈교수가 2025년 6월 설립한 교원창업기업으로, 연구실 수준의 시스템대사공학 성과를 실제 산업화 단계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KAIST 연구진의 원천기술에 CJ BIO 출신 인력의 산업화 경험이 더해져, 균주 설계뿐 아니라 산업 규모 발효와 스케일업, 소재 정제와 제품화, 파일럿 생산과 공정 검증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는 팀 구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를 바탕으로 실리코바이오는 차세대 단백질 제품에서 출발해 기능성 원료, 나아가 신약·신물질 후보로 이어지는 단계적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석유대체 친환경 화학기술개발사업의 ‘바이오화학산업 선도를 위한 차세대 바이오리파이너리 원천기술 개발’ 과제,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이 지원하는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지원사업의 ‘합성생물학 기반 산업용 세포공장 플랫폼 고도화 및 고부가가치 기능성 바이오소재 사업화’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신약 설계해줘”... 소버린 바이오 AI 'K-Fold' 공개
“이 단백질에 잘 결합하는 신약 후보를 설계해줘.”
연구자가 AI에게 이렇게 요청하면 AI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고, 어떤 물질이 잘 결합할지 분석해 유망한 신약 후보를 설계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단백질 구조 예측을 수행하는 바이오 AI 모델 ‘K-Fold(케이폴드)’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주관기관으로 ‘팀 KAIST’를 구성하고, 차세대 바이오 AI 모델 ‘K-Fold’를 공개했다고 28일 밝혔다.
‘팀 KAIST’는 화학과 김우연 교수가 연구를 총괄하고, 김우연 교수 그룹과 김재철AI대학원 황성주·안성수 교수 그룹 연구원들이 AI 모델 개발을, 생명과학과 오병하·김호민·이규리 교수가 단백질 데이터 구축과 검증을 담당한다. KAIST 교원창업기업 히츠(HITS)는 K-Fold를 연구자가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웹 기반 AI 연구 플랫폼 ‘하이퍼랩(HyperLab)’과 연계해 서비스로 구현했다. K-Fold의 성과 확산과 산업계 활용 촉진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가 맡는다.
K-Fold의 가장 큰 특징은 신약 개발에 필요한 단백질과 약물의 ‘결합’을 AI로 예측한다는 것이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먼저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이 어떤 모양인지 파악하고, 수많은 물질 가운데 어떤 것이 그 단백질에 잘 붙어 원하는 작용을 하는지 찾아야 한다. K-Fold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것은 물론 약물 후보가 단백질의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결합할지까지 미리 계산해 유망한 후보를 빠르게 찾도록 돕는다.
단백질 하나의 구조만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단백질과 단백질, 단백질과 약물 후보 물질, DNA·RNA 등 여러 생체분자가 서로 만났을 때 어떤 구조를 만드는지까지 예측할 수 있다.
성능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지난 3월 과제 단계평가에서 K-Fold의 분자 복합체 구조 예측 정확도는 구글 딥마인드의 AlphaFold3(알파폴드3)에 근접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연구팀이 8월 자체 수행한 성능평가에서는 일부 평가 항목에서 기존 글로벌 모델보다 높은 성능도 확인했다.
특히 암을 비롯한 여러 질환의 주요 신약 표적인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와 인산화효소(Kinase),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새로운 신약 기술인 표적단백질분해(TPD) 분야에서 약물이 표적 단백질에 어떻게 결합하고 작용하는지를 예측하는 데 높은 성능을 보였다.
구조 예측 속도도 크게 높였다.
기존 단백질 구조 예측 AI는 구조를 계산하기 전에 비슷한 단백질의 서열 정보를 대량으로 찾아 비교하는 복잡한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K-Fold는 이러한 과정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해 사전 계산 단계를 없애고, 기존 모델 대비 구조 예측 속도를 최대 25배 높였다.
이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신약 후보를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다. 구조 예측에 필요한 시간과 컴퓨팅 자원을 줄이면서 수많은 후보 가운데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빠르게 골라내 연구자가 실제 실험할 대상을 좁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핵심 기술을 우리 스스로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소버린 AI’ 역량에 달려 있다”며 “K-Fold는 국내 독자 AI 기술을 바이오와 결합해 세계 수준의 기술에 도전하고, 실제 신약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KAIST는 앞으로도 AI 원천기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통해 대한민국의 AI 기술 주권과 미래 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K-Fold를 개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연구자가 웹에서 대화하듯 사용할 수 있는 AI 연구 서비스로 구현했다.
KAIST 교원창업기업 히츠의 멀티에이전트 플랫폼 ‘하이퍼랩(HyperLab)’에 K-Fold를 탑재해 별도의 고성능 컴퓨터를 직접 구축하거나 복잡한 AI 프로그램을 다루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연구자가 “이 단백질에 강하게 결합하는 항체를 설계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결합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설계한 뒤 계산을 통해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지원한다. “이 암 표적 단백질에 적합한 펩타이드 후보를 찾아줘”라고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쉽게 말해 연구자가 직접 여러 프로그램을 옮겨 다니며 구조를 계산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대신, AI에게 연구 목표를 말하면 필요한 분석과 설계를 차례로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하이퍼랩은 이를 위해 구조 예측과 약물 설계, 유전체·단백질 등 생명과학 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120여 개의 계산 도구와 160여 개의 전문 기능을 갖췄다. 또한 100여 개의 전문 데이터베이스와 대규모 지식그래프를 연결해 필요한 연구 정보를 찾아 분석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 질문을 이해하고 필요한 도구를 선택해 구조를 예측하고, 결과를 분석한 뒤 다시 설계를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연구자를 돕는 ‘AI 공동연구자(Co-Scientist)’를 지향한다.
바이오 AI는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미국·영국·중국의 글로벌 빅테크와 주요 연구기관들이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K-Fold 개발은 바이오 AI 핵심 기술을 해외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내 기술로 확보해 실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소버린 바이오 AI’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성과는 지난 6월 23일 열린 ‘2026 한국생체분자과학연합학술대회’에서 김우연 교수가 ‘에이전틱 AI 기반 생성형 신약 설계(Generative Drug Design Powered by Agentic AI)’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통해 처음 공개했다.
김우연 KAIST 화학과 교수는 “K-Fold는 기존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AI 구조를 적용해 기존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개발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AI를 연구자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과학 AI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팀 KAIST’ 컨소시엄은 K-Fold를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며, 하이퍼랩은 국내외 연구자를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제공한 뒤 올해 안에 단계적으로 상용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K-Fold의 산업 현장 확산을 위한 교육도 본격화됐다. 8월 27일 한국바이오협회 온라인 교육에는 85명이 참여했으며, 9월 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진행하는 온·오프라인 교육에는 현재 118명이 신청했다. 교육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K-Fold 활용법과 신약 설계 적용 사례를 소개해 소버린 바이오 AI의 산업 현장 도입을 지원한다.
※ 관련 사이트: HyperLab Co-Scientist: https://hyperlab.ai/features-co-scientist
K Fold-하이퍼랩 3.0 소개영상: https://drive.google.com/file/d/1MxhZr-C3pQdIVn1EP44hQICj8G70is3_/view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차세대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 K-Fold 개발’ 과제(PJT-25-100009) 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세포성장 신호 켜지는 ‘스위치’ 찾았다...차세대 항암 표적 제시
세포에도 ‘성장 스위치’가 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아미노산 등 영양분이 충분할 때 이 스위치를 켜 성장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정상세포와 암세포에서 영양 신호가 이 성장 스위치를 켜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 신호를 차단하는 차세대 항암 치료법 개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박희성·강진영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김성훈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세포가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핵심 원리를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우리 몸의 세포는 주변에 아미노산(단백질을 만드는 기본 재료)과 같은 영양분이 충분한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성장과 단백질 합성, 에너지 사용을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세포의 ‘성장 스위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 복합체 mTORC1(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Complex 1)이다.
mTORC1은 영양분과 에너지가 충분할 때 세포의 성장과 단백질 합성, 대사를 촉진한다. 그러나 mTORC1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세포가 필요 이상으로 성장하고 증식할 수 있으며, 실제로 여러 암에서 이러한 비정상적인 활성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mTORC1은 오랫동안 항암제 개발의 주요 표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세포가 외부의 영양 신호를 어떻게 감지하고, 이를 mTORC1 활성화로 연결하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먼저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효소가 모여 있는 복합체인 MSC(다중 아미노아실-tRNA 합성효소 복합체, Multi-tRNA Synthetase Complex)에 주목했다. 그동안 MSC는 단백질 합성을 돕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세포 안의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허브 역할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핵심은 MSC 안에 있는 LARS1이라는 단백질이었다. LARS1은 류신이라는 아미노산을 인식하는 효소로, 세포에 영양분이 충분하다는 신호를 받으면‘인산화'라는 변화를 겪는다. 인산화는 단백질에 작은 화학 표지가 붙어 기능이나 결합 상태가 달라지는 과정이다.
이를 비유하면, MSC는 여러 단백질이 모여 대기하는‘관제센터'이고, LARS1은 성장 스위치를 켜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신호 전달 요원'과 같다. 세포에 영양분이 충분해지면 LARS1에 인산화라는 ‘출동 신호'가 전달되고, 이를 받은 LARS1은 함께 붙어 있던 IARS1(아이소류신을 인식하는 단백질 합성 효소)과 분리돼 MSC 밖으로 이동한다. 이후 세포의 성장 스위치인 mTORC1을 활성화한다.
즉, 영양분이 부족할 때는 LARS1이 MSC 안에 묶여 있어 성장 신호가 켜지지 않지만, 영양분이 충분해지면 LARS1이 MSC에서 빠져나와 mTORC1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사용했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은 단백질을 매우 낮은 온도에서 얼린 뒤 입체 구조를 정밀하게 관찰하는 장비다. 이를 통해 LARS1과 IARS1이 어떻게 결합해 있는지를 원자 수준에 가깝게 분석했다.
그 결과, 평소에는 LARS1과 IARS1이 단단히 결합해 있지만, 영양 신호를 받아 LARS1이 인산화되면 두 단백질의 결합이 느슨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LARS1이 MSC에서 분리돼 mTORC1을 활성화하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LARS1이 인산화된 상태와 비슷하게 만든 변이 단백질도 제작했다. 그 결과 mTORC1의 활성이 크게 증가했다. 이를 통해 LARS1의 인산화가 영양 신호를 세포 성장 신호로 바꾸는 핵심‘분자 스위치'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세포가 아미노산 같은 영양분을 감지한 뒤 성장 스위치를 켜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데 있다. 특히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MSC가 영양 신호를 받으면 구성 단백질인 LARS1을 방출하고, 이 단백질이 세포의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현재 일부 항암제는 세포의 성장 스위치인 mTORC1을 직접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mTORC1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의 성장과 대사에도 필요해, 직접 억제할 경우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LARS1을 인산화시키는 효소와 그 조절 과정을 추가로 밝혀내면, mTORC1 자체를 직접 막는 대신 성장 신호가 시작되는 앞단을 보다 정밀하게 차단하는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진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영양 신호가 세포의 성장 신호로 전환되는 과정을 구조적으로 확인했다”며 "앞으로 암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성장 신호를 보다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치료 전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희성 교수는 "세포가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라며 "MSC를 통해 성장 신호를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스위치를 밝혀냄으로써 차세대 항암제 개발을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김유진 박사가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11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Cryo-EM structure of the LARS1:IARS1 complex reveals a nutrient-response switch controlling mTORC1 signaling, https://doi.org/10.1038/s41467-026-74085-x
한편, 이번 연구는 중견연구지원사업, 미래의료혁신대응기술개발사업(과기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원유를 끓이지 않고 상온에서 분리한다 KAIST, 에너지 사용 31.6% 줄이는 차세대 정유 공정 기술 개발
우리 대학과 국제 연구진이 100여 년간 정유 산업의 주류 공정으로 자리 잡아 온 증류 중심 분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분리막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고동연 교수 연구팀이 조지아텍 Ryan Lively 교수팀과 원유를 끓이지 않고 상온에서 정밀하게 분리할 수 있는 고분자 기반 분리막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유가 변동이 장바구니 물가 전반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그 바탕에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원유를 350℃ 이상으로 가열해 분리해 온 고에너지 소비형 정유 공정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정유 공장이 원유를 끓였다가 식히는 증류(distillation) 방식에 의존하며 소비하는 에너지는 연간 1,100TWh(테라와트시)*에 달한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산업 역시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공정 혁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TWh(테라와트시): 전력량의 단위로, 1TWh는 10억 kWh에 해당한다. 1,100TWh는 1GW급 대형 원자력발전소 약 130기가 1년 내내 생산해야 하는 규모의 에너지이다.
더욱이 최근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 과잉과 원가 경쟁 심화까지 겹치면서 기존의 고에너지 소비형 공정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학계는 원유를 끓이지 않고 분리막으로 분리하는 기술에 주목해 왔다. 그러나 기존에는 분자 수준의 정밀 분리를 구현하기 위해 분리막 표면에 초박막 선택층(Selective Layer, 실제 분리가 일어나는 기능층)을 형성해야 한다고 여겨져 왔다. 선택층을 도입하면 소재 개발과 코팅 공정이 추가돼 제조 비용이 증가하고, 대면적화 과정에서 결함 발생 가능성이 높아 산업적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통념과 달리 별도의 선택층을 코팅하지 않은 다공성 고분자(PAN, Polyacrylonitrile·폴리아크릴로니트릴) 분리막에 원유를 직접 통과시키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했다. PAN은 화학적 안정성과 내구성이 우수해 산업용 분리막 소재로 널리 사용되는 고분자 물질이다.
그 결과 원유 속 중질 성분(분자량이 크고 무거운 탄화수소 성분)이 분리막 내부 기공(pore, 물질이 통과하는 미세한 구멍) 벽에 선택적으로 흡착(adsorption, 물질이 표면에 달라붙는 현상)되면서 기공 크기가 자연스럽게 수축했고, 머리카락 굵기의 약 5만 분의 1 수준인 2나노미터(nm, 10억 분의 1미터) 이하의 정교한 분리 통로가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는 복합 혼합물인 원유가 분리막과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맞춤형 분리 구조를 형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가벼운 나프타, 휘발유, 등유 성분은 빠르게 통과하고 무거운 성분은 효과적으로 차단됐다. 일반적으로 분리막 표면에 기름 성분이 축적되는 현상은 파울링(fouling, 오염물질이 표면에 쌓여 분리 성능을 저하시키는 현상)으로 간주돼 왔지만, 연구팀은 이를 오히려 정밀 분리를 위한 기능적 구조 형성에 활용했다.
이 방식은 기존에 보고된 최고 수준의 원유 분리막 대비 약 23배 빠른 분리 속도를 기록했으며, 28일간 연속 운전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특히 이 기술은 기존 정유 공장의 배관 시스템에 필터 모듈 형태로 적용할 수 있어 대규모 설비 교체 없이 도입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공정 시뮬레이션 결과, 원유를 먼저 분리막으로 처리한 뒤 잔여 성분만 증류할 경우 기존 증류 공정 대비 에너지 소비는 31.6%,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7.6%, 운영비는 36%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국내 정유·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적용할 경우 연간 약 1,000만 톤 규모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승용차 약 400만 대의 연간 탄소 배출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또한 원유 분리뿐 아니라 폐플라스틱 열분해유(폐플라스틱을 고온에서 분해해 얻는 액체 연료 원료) 정제, 배터리 용매 회수, 의약품 정제 등 다양한 정밀 화학 공정에도 활용 가능해 국산 분리 공정 플랫폼 기술로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KAIST 고동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분리막이 복합 혼합물과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분리 통로를 형성한다는 새로운 과학적 원리를 규명한 성과”라며 “HD현대오일뱅크와의 협력을 통해 실제 원유를 활용한 검증까지 수행함으로써 산업 적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KAIST 이재우 교수는 “향후 대면적 모듈화 기술과 장기 운전 기술을 고도화해 정유·석유화학 산업에서 분리막 공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공동 제1저자인 KAIST 최지훈 박사와 서혁준 박사는 “이번에 발견한 자발적 기공 수축 현상을 정밀하게 제어해 정유 공정 전반에 활용 가능한 분리막 플랫폼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폐플라스틱 재활용과 바이오연료 정제 등 다양한 분야로 기술을 확장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최지훈 박사와 서혁준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6월 25일자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논문명: Crude Oil Fractionation by Means of Mesoporous Polyacrylonitrile Membranes
DOI 10.1038/s41586-026-10677-3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6-10677-3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개인기초연구(우수신진연구)와 선도연구센터(ERC, Engineering Research Center) 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AI 데이터센터 전력문제 해결한다...차세대 광변조기 개발
인공지능(AI)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와 데이터 전송 병목 문제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국 연구진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광통신 핵심 소자인 광변조기(전기 신호를 빛 신호로 바꿔 데이터를 전송하는 장치)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더 적은 전력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해 미래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전기및전자공학부 김상현 교수 연구팀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오상록) 한재훈 박사, 한국나노기술원(KANC, 원장 변대석) 김종민 박사 및 삼성전자 패키징사업부와의 협업을 통해 서로 다른 반도체 소재의 장점을 결합한 차세대 광변조기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수많은 서버와 반도체 칩이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광변조기의 성능은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전력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기존 실리콘 기반 광변조기는 높은 발열과 온도 변화에 취약했고, 효율을 높이면 속도가 떨어지고 속도를 높이면 효율이 감소하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도 변화에 강한 마하-젠더(Mach-Zehnder) 구조(빛의 경로 차이를 이용해 신호를 제어하는 광소자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실리콘 도파로(빛이 지나가는 통로) 위에 전기·광학적 반응성이 뛰어난 인화물계 반도체(InGaAsP·빛과 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화합물 반도체) 박막을 결합했다. 이는 기존 실리콘 위에 빛을 더 민감하게 제어할 수 있는 특수 반도체 소재를 덧붙인 것으로, 소자 크기는 줄이면서도 빛 신호를 더욱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이 구조를 사용할 경우 효율을 높이면 전하가 쌓여 구동 속도가 느려지는 상충 관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소자 내부의 충전 용량을 줄여 속도를 높이는 공핍(Depletion) 모드 구동(소자 내부 전하를 줄여 동작 속도를 높이는 방식)과, 전압이 가해질 때 물질의 빛 흡수 특성이 변하는 프란츠-켈디시(Franz-Keldysh) 효과(전기장을 가하면 빛 흡수 특성이 변하는 현상)를 결합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그 결과 머리카락 굵기보다 수십 배 작은 500 마이크로미터(μm) 길이의 초소형 소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변조 효율(적은 전력으로 빛 신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0.146 V·cm)과 고속 구동 대역폭(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26.3 GHz)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더 적은 전력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과 데이터 처리 성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수준의 성과다.
이번 연구는 AI 데이터센터가 직면한 전력 소비 증가와 데이터 전송 병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소형화와 저전력 특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광통신 칩과 공동 패키지 광학(Co-Packaged Optics, CPO·반도체 칩과 광통신 부품을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하는 기술)의 핵심 부품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광변조기의 효율과 속도 사이의 한계를 극복해 두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킨 성과로,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와 초고속 광통신 시스템 구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김상현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와 데이터 전송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실리콘 포토닉스(Si Photonics·반도체 칩 위에 광회로를 구현하는 기술),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Micro-LED·초소형 고효율 광원) 등 다양한 광소자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번 성과는 광변조기의 효율과 속도를 동시에 높인 것으로,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와 초고속 광통신 시스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 연구는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강동길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했으며, 연구 성과는 반도체 소자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회 중 하나인 'VLSI 심포지엄(VLSI Symposium on Technology and Circuits)'에서 지난 6월 17일 발표됐다.
※ 논문명 : Depletion-Mode III-V/Si SISCAP Mach-Zehnder Modulator Breaking the Efficiency-Bandwidth Trade-Off for Co-Packaged Optics,
Abstract Link: https://vlsi26.mapyourshow.com/8_0/sessions/session-details.cfm?scheduleid=202
※ 저자 정보 : 강동길(제1저자, KAIST), 이신형(KAIST), 한재훈(KIST), 김종민(KANC), 안석근(삼성전자), 정민혁(삼성전자), 정현철(삼성전자), 김상현(KAIST)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사업 및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AI 환각 줄이고 정확도 78% 높였다... 차세대 데이터베이스 기술 개발
기업의 방대한 데이터를 읽고 이해하는 AI 에이전트의 가장 큰 약점은 ‘환각(Hallucination·사실과 다른 정보를 그럴듯하게 생성하는 현상)'이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문서와 데이터, 개체 간 관계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차세대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개발해 AI 답변 정확도를 최대 78% 높이고 처리 속도는 최대 20배 향상시키며 기업용 AI 상용화의 핵심 난제 해결에 나섰다.
우리 대학은 전산학부 김민수 교수 연구팀이 교원창업기업인 (주)그래파이와 협력하여 벡터 DB, 그래프 DB, 관계형 DB 기능을 하나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에 통합한 차세대 데이터베이스 기술 '아카식DB(AkasicDB)'와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검색증강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법 '옴니RAG(Omni RAG)'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아카식DB는 벡터 DB(문서나 이미지의 의미를 숫자 벡터로 변환해 유사한 정보를 찾는 DB), 그래프 DB(사람·기업·제품 등 개체 간 관계를 저장·분석하는 DB), 관계형 DB(표 형태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전통적인 DB)의 기능을 하나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 Database Management System·데이터를 저장·관리·검색하는 소프트웨어)에서 통합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옴니RAG는 문서의 의미 정보와 개체 간 관계, 구조화된 데이터를 동시에 활용해 생성형 AI의 답변 정확도를 높인다.
최근 AI 에이전트는 기업이 보유한 방대한 문서와 전문 지식을 검색한 뒤 이를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하는 RAG 기술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기업 데이터는 문서, 표, 개체 간 관계 등 다양한 형태로 분산돼 있어 AI가 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AI가 충분한 근거 없이 사실과 다른 답변을 생성하는 환각 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기업용 AI 확산을 가로막는 핵심 과제로 꼽혀 왔다.
기존 RAG는 사용자의 질문과 문서를 벡터로 변환한 뒤 의미적으로 유사한 문서를 검색해 대규모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과 유사한 언어를 생성하는 AI 모델)에 제공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방식은 비정형 문서 검색에는 효과적이지만, 문서 속 개체 간 관계나 특정 기간·유형·범위와 같은 구조화된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 질의에는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작년에 체결된 계약서 중 A사와 관련된 조항을 찾고, 해당 조항이 어떤 제품 공급 이슈와 연결되는지 설명해 달라"는 질의는 문서 의미를 찾는 벡터 검색, 개체 간 관계를 탐색하는 그래프 검색, 날짜와 유형을 필터링하는 관계형 질의가 동시에 필요하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이를 위해 여러 종류의 데이터베이스를 별도로 구축하고 응용프로그램 계층에서 결과를 결합해야 했기 때문에 관리 복잡성과 응답 지연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벡터 유사도 검색, 그래프 탐색, 관계형 필터링을 하나의 질의와 실행 계획 안에서 통합 수행하는 옴니RAG를 제안했다. 옴니RAG는 문서의 의미 정보, 지식 그래프의 관계 정보, 표 형태 데이터의 구조적 조건을 동시에 활용해 보다 정확한 근거를 찾아내고 AI의 환각 현상을 크게 줄인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된 아카식DB는 그래프 DB, 벡터 DB, 관계형 DB를 하나의 엔진으로 통합한 새로운 구조를 채택했다. 사용자는 벡터 검색, 그래프 탐색, 관계형 필터링이 결합된 복합 RAG 질의를 하나의 SQL/GQL* 질의문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아카식DB는 이를 단일 실행 계획으로 최적화해 처리한다.
*SQL/GQL(구조화 질의어/그래프 질의어) :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정보를 검색하거나 수정하기 위한 명령 언어다. SQL은 표 형태의 데이터를 다루는 전통적인 언어이며, GQL은 사람·기업·제품 등 개체 간 연결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되는 그래프 데이터 전용 언어다.
이러한 통합 구조를 통해 아카식DB는 불필요한 중간 결과 생성과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해 LLM의 토큰 사용량을 크게 줄이고 응답 지연시간도 단축한다. 실험 결과 기존 시스템에서 최대 21.3초가 소요되던 복합 검색 질의를 1초 이내로 처리해 최대 20배 이상의 성능 향상을 달성했다. 또한 옴니RAG는 기존 RAG 대비 답변 정확도를 최대 78%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용 AI 에이전트의 핵심 과제인 환각 문제를 크게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민수 교수는 "AI 에이전트가 기업의 방대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벡터, 그래프, 관계형 데이터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통합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며 "아카식DB는 AI 에이전트 시대를 위한 차세대 데이터베이스 기술로, 국방·제조·금융·법률·과학기술 등 고도의 신뢰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핵심 데이터 인프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전산학부 이건호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하였으며, 연구 성과는 지난 6월 2일, 데이터베이스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대회인 ACM SIGMOD 2026에서 데모 논문으로 발표되어, 학회 현장에서 글로벌 기업 및 연구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 논문명 : AkasicDB: Demonstrating Omni RAG with a Unified Vector-Graph-Relational DBMS, DOI: https://doi.org/10.1145/3788853.3801609
※ 저자 정보 : 이건호 (KAIST, 제1 저자), 박정호, 한동형 ((주)그래파이, 공동 저자) 김민수 교수 (KAIST, 교신저자)
※ 시연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KD6MznZ61P4
수소 저장·운송 한계 극복한다...KAIST, 차세대 암모니아 연료전지 개발
수소 저장·운송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암모니아가 주목받는 가운데, 우리 대학과 공동 연구팀이 암모니아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안정성을 구현한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차세대 수소경제와 무탄소 발전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 배중면 교수는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 원장 윤종석) 신태호 박사,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원장 권이균) 노기민 박사 공동 연구팀과 함께, 암모니아 기반 프로토닉 세라믹 연료전지(PCFC, Protonic Ceramic Fuel Cell·수소 이온을 이동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차세대 고효율 연료전지)의 성능과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암모니아는 액체 형태로 저장과 운송이 쉬워 차세대 수소 운반체(Energy Carrier·수소를 저장·운반하는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질소(N)와 수소(H)로만 구성돼 있어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대표적인 무탄소 연료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연료전지 내부에서 니켈 기반 소재를 손상시키고 반응 속도를 떨어뜨려 성능 저하와 수명 단축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원소를 혼합해 구조 안정성을 높이는 ‘고엔트로피(High-Entropy·여러 원소를 섞어 소재의 안정성과 성능을 높이는 설계 방식)’ 산화물 촉매와, 구동 과정에서 표면에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금속 나노입자(Nano Particle·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 금속 입자)를 결합한 새로운 촉매 구조를 설계했다.
이 촉매는 암모니아 환경에서도 구조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뿐 아니라, 암모니아를 수소로 분해하는 반응을 효과적으로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밀도범함수이론(DFT, Density Functional Theory·원자 수준에서 반응 메커니즘을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기법) 분석을 통해 고엔트로피 산화물 구조가 암모니아 분해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 장벽을 낮추고 금속 입자 형성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특히 촉매 표면에 스스로 형성된 금속 합금 나노입자는 단일 금속 촉매보다 훨씬 높은 촉매 활성을 보였다. 이를 적용한 연료전지는 700℃에서 단위면적(1㎠)당 2.04W의 최대 출력밀도를 기록했다. 이는 손톱 크기 면적에서 높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로, 수소 이온(Proton·양성자)을 이동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암모니아 기반 프로토닉 세라믹 연료전지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이다.
또한 600℃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255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기존 촉매에서 나타나던 성능 열화(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 문제도 크게 개선했다.
이강택 교수는 “고엔트로피 산화물과 합금 나노입자의 시너지 구조를 통해 암모니아 연료전지의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며 “이번 연구는 암모니아 기반 무탄소 발전 기술과 차세대 수소 에너지 시스템 상용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기계공학과 김동연 박사, 한국세라믹기술원 박동재 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정인철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Nano-Micro Letters(IF: 36.3)에 4월 17일 게재됐다.
※ 논문명 : Entropy-Modulated Oxide–Metal Catalyst Architectures for Direct Ammonia Protonic Ceramic Fuel Cells, DOI :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40820-026-02194-9
※ 논문명 : Entropy-Modulated Oxide–Metal Catalyst Architectures for Direct Ammonia Protonic Ceramic Fuel Cells, DOI :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40820-026-02194-9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글로벌 기초연구실 지원사업, 과학기술원 InnoCORE 사업,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봉지재 없이 고효율·안정성 한계 동시 극복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
우리 대학 이정용 교수 연구팀이 봉지재 없이도 고온·고습 환경을 견디는 27%급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구현했다. 차세대 고효율 박막 태양전지 상용화의 핵심 과제로 꼽혀온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해결한 성과로, 향후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이동형 전원, 우주항공용 전원 등 다양한 미래 에너지 플랫폼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이정용 교수 연구팀이 물리학과 이상민 교수 연구팀, 고려대학교 곽상규 교수 연구팀과 함께 유기 고분자의 에너지 준위 설계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유기 하이브리드 태양전지의 전자구조와 전하 전달 경로를 제어하고, 봉지재 없이도 고효율·고안정성을 구현하는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핵심연구, 초고성능컴퓨팅 활용 고도화 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2026년 5월 18일 게재됐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광전 변환 효율이 높고 가벼워 차세대 전지로 꼽히지만, 수분과 열에 취약해 장시간 안정적인 작동이 어려워 문제 해결을 위해 봉지재를 사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기존 하이브리드 구조에서 유기 고분자를 사용할 경우 전하 이동이 원활하기 못해 정공이 축적되고, 실제 소자 작동 전압에서 ‘S자형 전류-전압 왜곡’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3차원 다중물리 모사와 초고속 분광 분석으로 이러한 현상이 성능 저하의 핵심 원인임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깊은 에너지 준위를 갖는 ‘PM1’ 유기 고분자를 도입했다.
PM1은 전하가 특정 계면에 쌓이지 않고 단계적으로 이동하도록 에너지 흐름을 정렬해 S자형 왜곡을 제거했으며, 최고 효율 27.18%와 세계 최고 수준의 공인 효율 26.71%를 달성했다.
PM1 기반 층은 근적외선 흡수와 전하 이동을 돕고, 외부 수분 침투를 차단하는 보호층 역할도 수행해, 봉지재 없이 85°C·85% 상대습도 조건에서 3,000시간 후에도 초기 효율의 95% 이상을 유지했다.
아레니우스 모델을 통한 예측 결과, 상온(25℃) 기준 T80(초기 효율의 80%에 도달하는 시간)이 35,590시간으로 환산돼 봉지재 없이도 약 4년급의 장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연구책임자인 이정용 교수는 “이번 성과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안정성 간의 상충 관계를 새로운 전자구조 설계로 극복한 것으로 차세대 태양전지 상용화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제1저자인 이민호 박사는 “기존 태양전지 구조에서 효율이 제한되는 원인을 실제 작동 중 전하 흐름 관점에서 규명하고 이를 전자구조 설계로 해결했다”라고 부연했다.
차세대 신소재 설계 가속할 ‘AFM 활용 로드맵’ 제시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더욱 작고 빠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수준에서 전기적 특성을 정밀하게 다루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특히 외부 전기 없이도 스스로 전기적 상태를 유지하는 강유전체(Ferroelectrics) 소재는 차세대 메모리와 센서 기술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그 크기가 매우 작아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정밀하게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자간력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y, 이하 AFM) 기반 강유전체 연구 전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조작 방법론과 전략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은 나노 세계에서 전기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AFM의 새로운 활용 전략을 제시하며 차세대 신소재 연구의 방향을 제시했다.
강유전체는 자석처럼 전기적 극성(분극)을 가지며, 이를 활용하면 전력이 끊겨도 정보가 유지되는 메모리나 정밀 센서를 구현할 수 있다. 최근 반도체 소자의 초소형화가 진행되면서 나노 단위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물리 현상이 전체 소자의 성능을 좌우하게 되었고, 이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연구팀은 AFM을 활용해 나노 수준에서 물질을 관찰하고 직접 조작할 수 있는 통합 분석 체계를 제시했다. AFM은 매우 미세한 탐침을 이용해 표면을 스캔하며 원자 수준의 정보를 읽어내는 장치로, 나노 세계의 ‘눈’이자 ‘손’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시료 표면을 미세한 탐침으로 스캔해 원자 수준의 물리·전기적 특성을 측정하는 AFM을 기반으로, 압전반응 힘 현미경(PFM, 전기-기계적 반응 측정), 켈빈 탐침 힘 현미경(KPFM, 표면 전위 상태 측정), 전도성 현미경(C-AFM, 전류 흐름 측정) 등 다양한 분석 기술을 하나로 묶어 소재의 구조와 전하 분포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체계를 세웠다.
이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 현미경의 탐침을 이용해 전기적 자극을 가함으로써 나노 수준에서 데이터 도메인을 직접 설계하고 조작할 수 있는 연구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AFM은 나노 크기의 아주 작은 영역에 전기 자극이나 압력을 직접 가해 물질의 성질을 바꾸고 조절할 수 있다. 즉, 단순히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원하는 형태로 설계하고 실험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해왔음을 본 논문을 통해 정리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AFM이 이황화몰리브덴(MoS₂)과 같은 이차원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 물질과 초박막 하프늄지르코늄산화물(HfZrO₂ 계열) 등 차세대 반도체 소재의 성능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됨을 강조했다.
또한 연구팀은 향후 기술 발전 방향으로 고속 원자간력 현미경(High-speed AFM)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사람이 일일이 분석하기 어려운 복잡한 나노 구조를 빠르게 이해하고, 더 좋은 소재를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AFM이 단순한 관찰 장비를 넘어 신소재를 설계하고 정밀하게 제어하는 핵심 공정 도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며 “인공지능과 결합한 분석 기술은 차세대 반도체 및 에너지 소재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연규 박사과정과 박건우 석·박사통합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 연구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영국 왕립화학회(The Royal Society of Chemistry)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재료화학 저널 C(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C)’의 전면 표지 논문으로 2월 26일 게재되었다.
※ 논문명: Atomic Force Microscopy for Ferroelectric Materials Research
DOI: https://pubs.rsc.org/en/content/articlehtml/2026/tc/d5tc03998c
해당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다각도-멀티스케일 데이터 융합형 리튬이차전지 설계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향후 나노 소재 연구의 통합적인 지침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의 벽 넘었다… 친환경 초소형 반도체 밝기 18배 향상
TV, 스마트폰, 조명처럼 빛을 내는 반도체는 우리 일상 곳곳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많다. 특히 머리카락 굵기(약 10만 나노미터)보다 수만 배 작은 크기의 나노 반도체는 이론적으로는 밝은 빛을 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빛이 거의 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이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표면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조힘찬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친환경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나노 반도체 입자인 인듐 포스파이드(InP)* 매직 사이즈 나노결정(Magic-Sized Clusters, MSC)의 표면을 원자 수준에서 제어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인듐 포스파이드(InP): 인듐(In)과 인(P)으로 만든 화합물 반도체 물질로 카드뮴 같은 환경 유해 물질을 쓰지 않은 친환경 반도체 소재
연구팀이 주목한 소재는 ‘매직 사이즈 나노결정’이라 불리는 수십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초소형 반도체 입자다. 이 물질은 모든 입자가 똑같은 크기와 구조를 가져 이론적으로는 매우 선명한 빛을 낼 수 있다. 하지만 크기가 1~2나노미터에 불과해, 겉면에 생기는 미세한 결함 때문에 빛이 대부분 사라지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빛의 효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존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한 화학 물질인 불산(HF)으로 표면을 깎아내는 방법이 쓰였지만, 너무 강한 반응 탓에 반도체 자체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조힘찬 교수 연구팀은 접근 방식을 바꿨다. 반도체를 한 번에 깎아내는 대신, 화학 반응이 아주 조금씩 일어나도록 정밀하게 조절하는 에칭 전략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빛을 방해하던 표면의 문제 부분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결함 제거 과정에서 생성된 불소와 반응 용액 내 아연 성분은 염화아연 형태로 결합해, 노출된 나노결정 표면을 안정적으로 감싸게 되었다.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연구팀은 기존 1% 미만이던 반도체의 빛 효율을 18.1%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현재까지 보고된 인듐 포스파이드 기반 초소형 나노 반도체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로, 기존보다 18배 이상 밝아진 것이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제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초소형 반도체의 표면을 원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다룰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당 기술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물론, 양자 통신, 적외선 센서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로의 활용이 기대된다.
조힘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더 밝은 반도체를 만든 것이 아니라, 원하는 성능을 얻기 위해 원자 수준에서 표면을 다루는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신소재공학과 주창현 박사과정과 연성범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하였으며, 조힘찬 교수와 스페인 바스크 소재·응용 및 나노구조 연구센터 (BCMaterials) 이반 인판테 (Ivan Infante)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하였다. 해당 연구는 화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미국화학회지 (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12월 16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 논문명 : Overcoming the Luminescence Efficiency Limitations of InP Magic-Sized Clusters, DOI: 10.1021/jacs.5c13963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 양자정보과학 인적기반 조성사업, 그리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지원하는 신진연구자 인프라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제작온도 500℃↓전력 생산 2배 ↑...차세대 세라믹 전지 재탄생
AI 시대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전기와 수소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프로토닉 세라믹 전기화학전지(PCEC)’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이 전지는 1,500℃의 초고온 제작 공정이라는 기술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500℃ 이상 낮춘 새로운 제조 공정을 세계 최초로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 연구팀이 전자레인지 원리와 특정 화학 성분의 ‘화학 증기(chemical vapor)’ 확산 환경을 활용한 ‘'마이크로파+증기 제어 기술' 을 이용해, 기존보다 500℃ 이상 낮은 온도에서 빠르고 단단하게 ‘고성능 프로토닉 세라믹 전기화학전지’를 제작할 수 있는 신공정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프로토닉 세라믹 전지의 핵심 재료인 전해질에는 바륨(Ba)이 포함되어 있는데, 바륨은 1,500℃ 이상 고온에서 쉽게 날아가 버려 전지 성능 저하의 주범이 되어 왔다. 따라서 낮은 온도에서 세라믹 전해질을 단단하게 굳힐 수 있는 기술이 전지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문제였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증기 확산(Vapor Phase Diffusion)’이라는 새로운 열처리 방법을 고안했다. 이는 전지 옆에 특수 보조 소재(증기 발생원)를 배치하고, 여기에 마이크로파를 조사해 증기가 빠르게 확산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온도가 약 800℃에 도달하면 보조 소재에서 나온 증기가 전해질 쪽으로 이동해 세라믹 입자를 단단하게 결합시킨다. 이 기술 덕분에 기존 1,500℃가 필요했던 공정을 단 980℃에서도 완성할 수 있었다. 즉, 전해질 손상 없이 고성능 전기를 ‘낮은 온도’에서 만들어내는 세계 최초의 세라믹 전지 제작 기술이 탄생한 것이다.
이 공정으로 제작된 전지는 600℃에서 손톱만 한 1cm²크기 전지가 2W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했고, 600℃에서 시간당 205mL(작은 종이컵 1컵 정도의 양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수소를 생성, 500시간 연속 사용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성 유지라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즉, 제작 온도는 낮추고(−500℃), 작동 온도는 낮추고(600℃), 성능은 2배로 높이고(2W/cm²), 수명은 길게 만든(500시간 안정성) 세계 최고 성능의 전지 기술을 만든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디지털 트윈(가상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실제 실험에서는 관찰하기 어려운 전지 내부 미세 구조에서의 가스 이동 현상까지 분석하며 기술 신뢰성을 높였다.
이강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증기를 이용해 열처리 온도를 500℃ 이상 낮추면서도 고성능·고안정성 전지를 만든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AI 시대의 전력 문제와 수소사회를 앞당길 핵심 제조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KAIST 기계공학과 김동연 박사, 강예진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재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Advanced Materials (IF:26.8)’에 게재되었으며, 지난 10월 29일 표지(Inside front cover) 논문으로 선정되었다.
※ 논문명: Sub-1000°C Sintering of Protonic Ceramic Electrochemical Cells via Microwave-Driven Vapor Phase Diffusion,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06905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그리고 H2 Next Round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차세대 메모리의 비밀을 풀다
차세대 메모리와 뉴로모픽 컴퓨팅 소자로 주목받는 ‘산화물 기반 저항 메모리(Resistive Random Access Memory, ReRAM)’는 빠른 속도와 데이터 보존 능력, 단순한 구조 덕분에 기존 메모리를 대체할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연구진이 이 메모리 작동 원리를 밝혀내 앞으로 고성능·고신뢰성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핵심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신소재공학과 박상희 교수 연구팀과 협업해,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산화물 기반 메모리의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정밀하게 밝혀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현미경*을 하나로 결합한 ‘다중모드 주사 탐침 현미경(Multi-modal SPM)’을 활용해, 산화물 박막 내부에 전자가 흐르는 통로와 산소 이온의 움직임, 그리고 표면 전위(재료표면에 전하의 분포) 변화를 동시에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메모리에 정보를 기록하고 지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류 변화와 산소 결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여러 종류 현미경: 전류 흐름을 보는 전도성 원자간력 현미경(Conductive atomic force microscopy, C-AFM), 산소 이온 움직임을 보는 전기화학적 변형률 현미경(Electrochemical strain microscopy, ESM), 전위 변화를 보는 켈빈 탐침 힘 현미경(Kelvin probe force microscopy, KPFM)
이 특별한 장비로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TiO2) 박막에 전기 신호를 주어, 메모리에 정보를 기록하고 지우는 과정을 직접 구현해서 전류가 달라지는 이유가 산소 결함 분포의 변화 때문임을 나노 수준에서 직접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산소 결함이 많아지면 전자의 이동 통로가 넓어져 전류가 잘 흐르고, 반대로 흩어지면 전류가 차단되는 등, 전류의 흐름이 산소 결함의 양과 위치에 따라 달라짐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산화물 내의 산소 결함 분포가 메모리의 켜짐(on)/꺼짐(off) 상태를 결정한다는 점을 정밀하게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단일 지점의 분포에 국한되지 않고, 수 마이크로미터(µm2) 크기의 넓은 영역에서 전기 신호를 인가한 뒤, 변화된 전류 흐름, 산소 이온의 움직임, 표면 전위 분포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메모리의 저항이 바뀌는 과정이 단순히 산소 결함 때문만이 아니라 전자들의 움직임(전자적 거동)과도 긴밀히 얽혀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특히 연구진은 메모리를 ‘지우는 과정(소거 과정)’에서 산소 이온이 주입되면, 메모리가 안정적으로 꺼진 상태(고저항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곧 메모리 소자의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원리으로 향후 안정적인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홍승범 교수는 “다중모드 현미경을 통해 산소 결함, 이온, 전자의 공간적 상관관계를 직접 관찰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향후 이러한 분석 기법이 다양한 금속 산화물 기반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연구와 개발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재공학과 공채원 박사과정 연구원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ACS)에서 발간하는 신소재·화학공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ACS 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s’에 7월 20일 자로 출판됐다.
※ 논문 제목: Spatially Correlated Oxygen Vacancies, Electrons and Conducting Paths in TiO2 Thin Films
※ DOI: https://pubs.acs.org/doi/full/10.1021/acsami.5c10123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