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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확산 예측하는 더 정확한 수학 공식 나왔다
인류와 전염병의 전쟁에서 수학은 최적의 방어막 구축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왔다. 우리 대학 김재경 교수 연구팀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최선화 선임연구원, 고려대 최보승 교수, 경북대 이효정 교수팀과 공동으로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전염병 확산 예측 모델을 새롭게 제시했다. 미지의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과학자들은 구조와 실체를 파악하고, 제약사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다. 바이러스를 제압할 무기를 만드는 동안, 방역은 국민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피해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의료진을 배치하고, 병상을 확보하는 등 대책 수립에 수학이 쓰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수리 모델 기반 전염병 확산 모델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게 해준 사례다. 이를 통해 추정한 감염재생산지수(R값), 잠복기, 감염기 등 변수들은 질병의 확산 양상을 이해하고, 방역 정책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기존 모델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존 대부분 모델은 감염자와 접촉한 시점에 상관없이 모든 접촉자가 동일 확률로 감염력이 발현된다고 가정한다. 미래 상태가 현재 상태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과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마르코프(Markovian) 시스템에 기반하여 미래를 추정해왔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서는 현재뿐 아니라 과거 상태도 미래에 영향을 준다(비마르코프(non-Markovian) 시스템). 감염자와 접촉 이후 잠복기를 거쳐 감염되기 때문에, 접촉 시점이 오래된 사람일수록 감염력이 발현될 확률이 높다. 최보승 교수는 “현재와 과거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비마르코프 시스템은 수학적 추정과 모델링이 복잡하고, 계산이 어려워서 기존 전염병 확산 모델은 마르코프 시스템을 가정하고 추정을 진행해왔다”며 “즉, 실제 감염병 확산 양상을 정확하게 반영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팀은 현재와 과거를 모두 고려하는 새로운 감염병 확산 모델을 개발했다. 미래의 변화를 현재의 상태만으로 설명하는 상미분방정식 대신, 미래의 변화를 현재와 과거의 상태를 모두 이용하여 설명하는 지연미분방정식을 도입해 기존 모델의 한계를 극복했다. 연구진은 2020년 1월 20일부터 11월 25일까지 서울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정보를 활용해 새로 제시한 모델의 정확도를 평가했다. 초기 바이러스의 전파로 확진자가 급증했던 시기(2020.1.20.~3.3)의 감염재생산지수를 기존 모델은 4.9, 새 모델은 2.7로 추정했다. 확진자 전염 경로를 추적해 얻은 실제 값은 2.7이었다. 즉, 기존 모델이 감염재생산지수를 2배 가까이 과대 추정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이에 따라 코로나19 감염력을 과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선화 선임연구원은 “과대 예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모델은 감염기(감염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일으킬 수 있는 기간) 등 추가 역학 정보를 사용해 값을 보정해 사용해왔다”며 “새로운 모델은 추가 역학 정보 없이도 감염재생산지수를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김재경 교수는 “우리 연구진은 새로운 모델을 바탕으로 ‘IONISE(Inference Of Non-markovIan SEir model)’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분야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했다”며 “향후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전염병 확산 양상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효과적인 방역 전략을 수립하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10월 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IF 14.7)’에 실렸다. ※ 논문명: Overcoming Bias in Estimating Epidemiological Parameters with Realistic History-Dependent Disease Spread Dynamics(제1저자: 홍혁표, 엄은진)
2024.10.17
조회수 1869
개인 맞춤형 정밀 의학 정확도 높일 ‘렌즈’ 개발
평균이 아닌 개인차를 고려하는 정밀 의학 시대가 열렸다. 사람마다 다른 유전적 특징을 알아내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분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사체를 해독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가 개발됐다.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CI) 연구팀은 전사체 분석 빅데이터에서 유용한 생물학적 정보만 골라내는 새로운 도구인 ‘scLENS(single-cell Low-dimension Embedding using Effective Noise Subtraction)’를 개발했다.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은 최근 생물학, 신약 개발, 임상 연구 등 여러 분야에서 주목받는 도구다. 개별 세포 단위에서 유전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이용하면 암 조직 내 수십 가지 종류의 세포를 구분하고, 유전적 변이가 발생한 세포만 표적하는 정밀 치료가 가능해진다.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기술이 임상에 광범위하게 이용되려면, 도출되는 빅데이터에서 유용한 생물학적 신호를 찾아내는 효율적인 분석 도구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은 수백~수천 개에 이르는 개별 세포의 수만 개에 이르는 다양한 유전자 발현량을 측정하기 때문에 데이터 용량이 수~수십 GB에 달한다. 이 방대한 데이터 중 생물학적으로 유용한 신호는 3% 내외에 불과하다. 이 방대하고 노이즈(잡신호)가 많은 데이터에서 유용한 생물학적 신호를 골라내기 위해 지금까지 여러 데이터 처리 도구가 개발됐다. 하지만 기존 도구는 사용자가 생물학적 신호와 노이즈의 ‘경계선’을 직접 설정해야 해서 주관이 개입됐다. 즉, 분석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고,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우선, 연구진은 기존 분석 도구들이 부정확한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사용자가 노이즈의 임계값을 결정하는 데이터 전처리 방식 자체가 생물학적 신호를 왜곡시킨다는 것을 규명하고, 왜곡 없는 새로운 전처리 방식을 개발했다. 나아가 연구진은 수학적 방법론인 ‘랜덤 행렬 이론’을 이용해 사용자의 주관적 선택 없이 자동으로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데이터에서 신호와 노이즈를 구별하는 프로그램인 ‘scLENS’를 개발했다. 제1 저자인 김현 연구원은 “scLENS는 사용자의 선택 없이 데이터에 내재된 구조만을 이용해 자동으로 신호와 노이즈를 구별하기 때문에 사용자 편향성 문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며 “연구자들의 노동집약적인 신호 선택 과정을 없애면서도 분석 정확성은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진은 기존 개발된 11가지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과 scLENS의 상대적 성능을 비교했다. 이를 통해 scLENS가 다른 모든 프로그램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널리 쓰이는 프로그램인 ‘Seurat’과 비교했을 때 scLENS는 세포 그룹화 성능이 약 10% 이상 우수하며, 데이터에 내재된 국소 구조를 43% 더 효과적으로 포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cLENS는 기존 프로그램보다 많은 계산을 하지만 메모리 사용 최적화를 통해 10만 개의 세포와 2만 개의 유전자로 이뤄진 대규모 데이터를 3시간 만에 분석하는 경쟁력 있는 분석 속도를 보였다. 연구를 이끈 김재경 CI는 “지난 십여 년간 단일세포 전사체를 분석할 수 있는 실험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했지만, 데이터 분석 방법의 한계로 인해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얻은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초 수학 이론이 생명과학 연구의 혁신을 견인하고, 감춰졌던 생명의 비밀을 빠르고 정확하게 밝히는 데 쓰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4월 27일(한국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6.6)’ 온라인판에 실렸다.
2024.05.09
조회수 3025
항암 효과 낮추는 ‘세포 간 이질성’ 극복 전략 찾았다
효과가 높은 신약 및 치료법 개발을 위한 단서가 제시됐다.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CI(Chief Investigator))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동일 외부 자극에 개별 세포마다 반응하는 정도가 다른 ‘세포 간 이질성’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이질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 우리 몸속 세포는 약물, 삼투압 변화 등 다양한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신호 전달 체계(signaling pathway)가 있다. 신호 전달 체계는 세포가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생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세포의 신호 전달 체계는 노벨생리의학상의 단골 주제일 정도로 중요하지만, 규명을 위해서는 수십 년에 걸친 연구가 필요하다. 신호 전달 체계는 세포 간 이질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포 간 이질성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세포들이 동일 외부 자극에 다르게 반응하는 정도를 뜻한다. 하지만 복잡한 신호 전달 체계의 전 과정을 직접 관측하는 일이 현재 기술로는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신호 전달 체계와 세포 간 이질성의 명확한 연결고리를 알지 못했다. 세포 간 이질성은 질병 치료에 있어 더욱 중요한 고려 요소다. 가령,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세포 간 이질성으로 인해 일부 암세포만 사멸되고, 일부는 살아남는다면 완치가 되지 않는다. 세포 간 이질성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이질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도출해야 치료 효과를 높인 신약 설계가 가능해진다. 제1 저자인 홍혁표 IBS 전(前) 학생연수원(現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 방문조교수)은 “우리 연구진은 선행 연구(Science Advances, 2022)에서 세포 내 신호 전달 체계를 묘사한 수리 모델을 개발한 바 있다”며 “당시엔 신호 전달 체계의 중간 과정이 한 개의 경로만 있다고 가정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AI를 활용해 중간 과정의 비밀까지 풀어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기계 학습 방법론인 ‘Density-PINNs(Density 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s)’를 개발해 신호 전달 체계와 세포 간 이질성의 연결고리를 찾았다. 세포가 외부 자극에 노출되면 신호 전달 체계를 거쳐 반응 단백질이 생성된다. 시간에 따라 축적된 반응 단백질의 양을 이용하면 신호 전달 소요 시간의 분포를 추론할 수 있다. 이 분포는 신호 전달 체계가 몇 개의 경로로 구성됐는지를 알려준다. 즉, Density-PINNs를 이용하면 쉽게 관측할 수 있는 반응 단백질의 시계열 데이터로부터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신호 전달 체계에 대한 정보를 추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어 연구진은 실제 대장균의 항생제에 대한 반응 실험 데이터에 Density-PINNs를 적용하여 세포 간 이질성의 원인도 찾았다. 신호 전달 체계가 단일 경로로 이뤄진 때(직렬)에 비해 여러 경로로 이뤄졌을 때(병렬)가 세포 간 이질성이 적다는 것을 알아냈다. 제1 저자인 조현태 연구원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신호 전달 체계가 병렬 구조일 경우 극단적인 신호가 서로 상쇄되어서 세포 간 이질성이 적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호 전달 체계가 병렬 구조를 보이도록 약물이나 화학 요법 치료 전략을 세우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김재경 교수는 “복잡한 세포 신호 전달 체계의 전 과정을 파악하려면 수십 년의 연구가 필요하지만, 우리 연구진이 제시한 방법론은 수 시간 내에 치료에 필요한 핵심 정보만 알아내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약물에 적용하여 치료 효과를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26일 국제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패턴스(Patterns)’에 실렸다. ※ 논문명: Density 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s reveal sources of cell heterogeneity in signal transduction
2024.01.17
조회수 3183
인과관계 추정 정확도 높인 새로운 방법론 개발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이 수학 모델을 기반으로 시계열 데이터의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했다. 복잡한 계산 과정을 없애 기존보다 빠른 속도로 추론이 가능하면서도, 정확도는 획기적으로 높였다. 매 순간 다양한 데이터가 기록되고 있다. 그중 시간의 흐름을 기준으로 기록된 ‘시계열 데이터’는 일기 예보와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의학 분야에서도 가치 있게 쓰인다. 입원 환자의 심전도 측정을 통해 심장 발작의 직접적인 요인을 찾는 것과 같이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일상에서 건강 데이터를 쉽게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의학 분야에서 시계열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시계열 데이터에서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200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라이브 그레인저 미국 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교수가 제시한 ‘그레인저 인과관계 검정(Granger causality test)’이 있다. 이는 미래 경제지표 예측, 질병 요인분석, 지구온난화의 원인 등 수많은 분야에 걸쳐 응용됐다. 그레인저 인과관계 검정을 개선한 정보 이론 기반의 다양한 인과관계 추정 방법이 개발됐지만, 일련의 방법들은 시계열 데이터가 비슷한 주기로 변화하는 동시성을 가지기만 하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잘못 예측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직접적인 인과관계와 간접적인 인과관계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수리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방법론들이 등장했다. 수리 모델로 주어진 시계열 데이터를 잘 맞출 수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통해 인과관계를 예측한다. 수리 모델이 정확하기만 하면 기존 그레인저 인과관계 검정의 한계인 동시성과 간접적인 영향을 인과관계와 혼동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정확한 수리 모델을 알기 힘들고, 현재까지 제시된 수리 모델 기반 방법론들은 복잡한 계산이 필요해 추정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팀은 기존 방법론들의 한계를 모두 해결한 새로운 방법론 ‘GOBI(General ODE-Based Inference)’를 개발했다. 우선, 연구팀은 시계열 데이터가 일반적인 수학 모델로 표현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수학 이론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이론을 바탕으로 정확한 수리 모델이나 복잡한 계산 없이도 시계열 데이터로부터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방법론을 개발했다. 개발한 방법론을 인과관계 분석에 적용해 본 결과 세포 내 분자들의 상호작용, 생태계 네트워크, 기상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에서 기존 방법론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보여줬다. 특히, 동시성 및 간접적인 영향을 가지는 시계열 데이터에서도 인과관계를 성공적으로 추론했다. 연구진은 GOBI를 통해서 여러 오염 물질 중 이산화질소와 호흡기로 유입되는 부유 미립자(직경 10㎛ 이하의 입자)가 심혈관계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재경 교수는 “수학과 통계를 결합하여 정확하면서도 다양한 시스템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과관계 추정 방법론을 개발했다”며 “사회 및 자연과학 분야에 걸쳐 두루 사용되는 인과관계 추정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7월 2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7.694)’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우리 대학 박세호 학사과정(제1저자)과 하석민 학사과정(제2저자)이 참여했다.
2023.07.26
조회수 5025
약물 상호작용 예측하는 美 FDA 수식, 틀렸다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면, 약물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약효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기초과학연구원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CI)은 채정우‧김상겸 충남대약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용을 권장하는 약물 상호작용 예측 수식이 부정확했던 원인을 규명하고, 정확도를 2배 이상 높인 새로운 수식을 제시했다. 체내 흡수된 약물은 간을 비롯한 여러 장기의 효소에 의해 대사되어 체내에서 사라진다. 두 가지 이상의 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 하나의 약이 다른 약의 대사를 변화시켜 체외 배설을 촉진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 목표로 한 치료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약물 상호작용(DDI)’이라고 한다. 약물 상호작용에 따라 약물의 제거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의약품 처방 및 신약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의료진은 약물을 복합처방할 때 의약품 사용설명서에 명시된 약물 상호작용 정보를 토대로 처방을 내린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도 약물 상호작용을 필수로 연구하여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FDA는 약물 상호작용을 평가하고, 다약제 복용 과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이던스(Guidance‧지침서)를 1997년 처음 발행했다(2020년 1월 개정). 신약 개발과정에서 신약 후보물질과 시판된 모든 약물의 상호작용을 모두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FDA는 가이던스에서 제시한 수식을 활용해 약물 상호작용을 간접적으로 평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수식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FDA가 제시하는 수식은 효소의 반응속도를 설명하는 ‘미카엘레스-멘텐 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 수식은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체내 효소의 농도가 낮다는 것을 전재로 한다. 연구진은 실제 간에서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 농도는 예측에 사용돼온 값보다 10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함으로써 기존 FDA 수식이 부정확한 원인을 찾았다. 채정우 충남대약대 교수는 “연구자들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인위적인 수를 곱하는 식으로 FDA의 수식을 보정해서 사용해왔다”며 “과거의 과학자들이 당시의 정설이던 천동설을 기반으로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복잡한 궤도를 도입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수학-약학 협력연구를 통해 약물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수식을 개발했다. 의심 없이 사용돼 온 기존 식 대신 효소의 농도에 상관없이 정확하게 약물의 대사 속도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수식을 유도했다. 이후, 새로 쓰인 수식을 이용해 약물 상호작용을 예측하고, 실제 실험으로 측정된 값과 비교했다. 그 결과, 인위적인 보정 없이도 예측 정확도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FDA 수식은 약물 상호작용을 2배의 오차범위 내에서 예측한 비율이 38%인데 반해, 수정된 식은 80%에 달했다. 생물학적 제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약품은 FDA 가이던스에 따라 약물의 상호작용을 평가한다. 이 결과는 약효와 부작용에 직결된다. 정확한 수식을 활용한 약물 상호작용 연구 및 약물 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김상겸 충남대약대 교수는 “약물 상호작용 예측 정확도의 개선은 신약개발의 성공률과 임상에서의 약물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임상약리학 분야 최고의 저널에 논문을 발표한 만큼,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FDA 가이던스가 수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교수는 “수학과 약학의 협력 연구 덕분에 당연히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수식을 수정하고,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며 “미국 FDA 가이던스에 ‘K-수식’이 들어가길 꿈꿔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2022년 12월 15일(한국시간) 임상약리학 분야 권위지인 ‘임상약리학 및 약물치료학(Clinical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 IF 7.051)’ 온라인 판에 실렸다. ※ 논문명: Beyond the Michaelis-Menten: Accurate Prediction of Drug Interactions through Cytochrome P450 3A4 Induction
2023.01.09
조회수 5825
여성 암 환자, 오후 항암치료가 효과 더 좋다
여성 암 환자의 경우 오전보다 오후에 받는 항암치료가 더 효과적이라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기초과학연구원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CI) 연구팀은 고영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광범위 B형 대세포 림프종을 앓고 있는 여성 환자를 오후에 치료할 시 예후가 더 좋아진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세포 증식과 분화를 포함한 인간의 생리학적 현상은 뇌에 위치한 생체 시계(Circadian clock)에 의해 24시간 주기로 조절된다.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항암제의 효능과 부작용 역시 생체 시계로 인해 투약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 때문에 약리효과가 가장 좋은 특정 시간에 항암 치료를 진행하는 ‘시간항암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최적 치료 시간을 찾기 위한 체계적인 방법이 없어 아직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널리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9년 글로벌 제약회사인 화이자(Pfizer)와 함께 수면장애 치료 신약의 효과를 수학 모형을 통해 분석해, 하루 중 최적의 투약 시간을 찾는 ‘조정시간요법(Adaptive chronotherapy)’을 개발한 바 있다. 투약 시간에 따라 약물의 효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고영일 교수팀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번 연구에서는 암 환자를 위한 시간항암요법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서울대병원에서 광범위 B형 대세포 림프종 치료를 진행 중인 환자들이 오전 8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 중 시간을 선택해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2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관측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오전이나 오후 시간에 약 3주 간격으로 표적치료제와 항암화학요법을 결합한 암 치료(R-CHOP)를 4~6회 받았다. 관측 결과, 남성 환자의 경우 시간에 따른 치료 효율 차이가 없었다. 반면, 여성 환자는 오후 치료를 주로 받을 시 60개월 이후 사망률이 12.5배 감소하고, 무진행 생존 기간이 2.8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오전 치료를 주로 받은 여성 환자들에게서 백혈구 감소증과 같은 항암치료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났다. 이어 연구진은 성별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수집된 1만4000여 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정상 여성은 백혈구 수가 오전에 감소하고, 오후에 늘어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여성의 골수 기능이 24시간을 주기로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을 가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여성 환자가 골수 기능이 활발한 오전에 림프종 치료를 받으면, 항암 부작용으로 골수 기능이 억제되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 반면, 남성은 하루 중 백혈구 수 및 골수세포 확산 속도 변화가 크지 않아 오전과 오후의 치료 효과 차이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고영일 교수는 “혼재변수를 완벽히 통재한 대규모 후속연구로 이번 연구의 결론을 재차 검증하고, 다른 암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번 연구가 시간항암요법의 국내 의료 현장 도입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CI는 “개인의 수면 패턴에 따라 생체시계의 시간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수면 패턴으로부터 생체시계의 시간을 추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개인 맞춤형 시간항암요법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12월 13일(한국시간) 미국 임상학회 학술지 ‘JCI 인사이트(JCI Insight‧IF 9.08)’에 실렸다. ※ 논문명 : Chemotherapy delivery time affects treatment outcomes of female patients with diffuse large B-cell lymphoma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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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에서 다른 두 2차원 곡면 발견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박정환 교수가 카일 헤이든(Kyle Hayden) 콜롬비아 대학교 교수, 김승원 서울대학교 연구원, 매기 밀러(Maggie Miller) 스탠포드 대학교 연구원, 아이작 선버그(Isaac Sundberg)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과 함께 40년간 해결되지 않았던 위상수학계 난제를 해결했다고 5일 밝혔다. 매듭이란 3차원 공간 안에 원이 꼬여서 들어가 있는 형태를 말한다. 물리적으로는 신발 끈을 복잡하게 묶은 후에 끈의 양 끝을 하나로 붙인 원을 생각하면 된다. 매듭은 1차원적 기하학적 대상이다. 그리하여 모든 매듭은 사이퍼트 곡면이라는 2차원 곡면의 경계가 되는데 하나의 매듭이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사이퍼트 곡면의 경계가 되기도 한다. 많은 경우 위상수학에서는 하나의 차원이 더 해지면 서로 달랐던 기하학적 대상들이 같아지고는 한다. 현재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명예교수로 있는 찰스 리빙스턴(Charles Livingston)은 이런 현상이 사이퍼트 곡면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1982년에 추측하였다. 즉, 그는 어떤 매듭의 두 사이퍼트 곡면이 3차원에서는 다르더라도 4차원 공간에서는 항상 같아질 것으로 추측한 것이다. 이 추측의 하나의 배경은 다년간 3차원 공간에서 다르다고 증명되었던 수많은 사이퍼트 곡면들을 많은 수학자가 4차원 공간에서 관찰하였지만, 대부분의 경우 4차원 공간에서는 같아진다는 사실을 증명하였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동료 연구자와 함께 리빙스턴 추측이 거짓이라는 사실의 증명을 하였다. 이 증명을 포함하고 있는 ‘4차원 공안의 사이퍼트 곡면(Seifert surfaces in the 4-ball)’ 논문을 최근 프리프린트(학술지 출판 전에 사전 공개되는 논문)로 공개했다. 이들은 <그림 1>에서 보이는 두 개의 사이퍼트 곡면을 사용하였다. 이 두 개의 사이퍼트 곡면은 <그림 2>의 닫힌곡면을 두 개로 나누어서 얻어진 것이다. 즉, <그림 2>는 이 두 개의 사이퍼트 곡면이 같은 매듭을 경계로 한다는 사실을 설명해 주고 있다. 이 두 개의 사이퍼트 곡면이 다르다는 사실은 두 가지의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증명하였다. 첫 번째 방법은 위상수학에서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피폭 공간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두 번째 방법은 존스 다항식(Jones polynomial)을 일반화한 코바노프 호몰로지(Khovanov homology)를 사용하였다. 특히, 위 연구자들은 코바노프 호몰로지를 이용하여 4차원 공간 안의 2차원 곡면들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발표한 논문에는 위상적으로는 4차원에서 같아지지만 매끄러운 구조를 유지하면서 같아질 수 없는 두 개의 사이퍼트 곡면의 존재성도 증명하였다. 이는 4차원 공간에서만 일어나는 미묘하고 신비한 현상을 대변한다. 박 교수와 연구자들은 이 논문은 계기로 앞으로 4차원 공간의 2차원 곡면에 대한 더 활발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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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모델로 개별 세포 간 이질성의 원인 밝혀
우리 연구진이 항생제와 같은 동일한 외부 자극에도 개별 세포마다 반응하는 정도가 다른 근본적인 원인을 밝혔다.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의생명수학 그룹 겸임) 연구팀이 외부 자극에 대한 세포 간 이질성(cell-to-cell heterogeneity)의 크기가 세포 내 신호 전달 과정의 반응 속도 제한 단계(rate-limiting step)의 수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세포들이 동일한 외부 자극에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특히,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의 이질성은 항암 치료 시 화학 요법을 적용할 때 암세포의 완전 사멸을 막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세포 간 이질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서 속도 제한 단계를 제시한 이번 연구는 화학 요법 치료의 효과를 개선하는 데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김대욱 박사와 홍혁표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3월 18일 字 온라인판에 실렸다. (논문명 : Systematic inference identifies a major source of heteogeneity in cell signaling dynamics: the rate-limiting step number) 우리 몸속에 있는 세포는 항생제, 삼투압 변화 등 다양한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신호 전달 체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신호 전달 체계는 세포가 외부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동일한 외부 자극을 세포들에 가했을 때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약물에 대한 이질적인 반응과 약물 내성이 강한 존속성 세균(persister cell)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을 유발하는 세포 간 이질성의 원인을 찾기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다. 특히, 신호 전달 체계를 이루는 많은 중간 과정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제안됐으나, 실험적으로 모든 중간 과정을 직접 관측하는 것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기에 난제로 남아 있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 난제 해결을 위해 세포 내 신호 전달 체계를 묘사하는 큐잉 모형(Queueing model)을 개발했다. 개발된 큐잉 모형을 바탕으로 통계적인 추정 방법론인 베이지안 모형(Bayesian model)과 혼합 효과 모형(Mixed-effects model)을 결합해 신호 체계의 중간 과정에 대한 관측 없이도 신호 체계를 분석할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MBI; Moment-based Bayesian Inference method)를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세포 간 이질성이 신호 전달 체계를 구성하는 속도 제한 단계의 수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 교수는 "신호 전달 체계를 이루는 속도 제한 단계의 수가 늘어날수록 유전적으로 같은 세포 집단일지라도 전달하는 신호가 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ˮ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수리 모델 분석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대장균(E. coli)의 항생제 반응 실험 데이터를 이용해 이론적 결과를 검증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항생제 내성 세균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항암 치료시 중요하게 고려되는 세포 간 이질성에 대한 이해를 수리 모델을 통해서 높인 연구ˮ라고 소개하면서 "이번 성과를 통해 항암 치료 개선 방안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ˮ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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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실험을 결합하여 생체시계의 역설 규명
수학과 실험을 결합한 융합연구를 통해 생체시계가 안정적 리듬을 유지하면서도 환경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원리가 밝혀졌다.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가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과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연구팀, 그리고 아주대 의과대학 뇌과학과 김은영 교수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초파리 뇌의 생체시계 뉴런들의 생체시계 작동원리를 분석했다. 생체시계(Circadian clock)는 생명체가 24시간 주기에 맞춰 살아갈 수 있도록 행동과 생리 작용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생체시계는 밤 9시경이 되면 뇌에서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유발해 일정 시간이 되면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우리 운동 능력이나 학습 능력에 이르는 거의 모든 생리 작용에 관여한다. 따라서, 평소에는 일정한 시간을 안정적으로 몸에 제시하면서, 동시에 계절 변화에 따른 낮밤의 길이 변화나 해외여행으로 인한 시차 등 환경변화가 생겼을 때는 새로운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해서 변화한 시간을 몸에 제시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유지하는 생체시계의 역설적인 성질의 원리는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초파리 생체시계 뉴런들의 경우, 마스터 뉴런(master neuron)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빛 정보를 취합하여 시간 정보를 슬레이브 뉴런(slave neuron)에 전달하면, 이에 맞춰 슬레이브 뉴런이 일주기 행동을 조절하는 계층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뉴런의 생체시계는 동일한 원리로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영, 제프리 홀 그리고 마이클 로스바쉬 교수는 PER 단백질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 PER 유전자의 전사를 일정 시간에 스스로 억제하는 음성피드백 루프를 통해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만드는 것이 생체시계의 핵심 원리임을 밝혔다. 연구진은 초파리에서 CLK에 변이가 생겼을 때 마스터 뉴런과 슬레이브 뉴런에서 서로 다른 PER변화 양상이 나타나는 것에 착안하여 마스터 뉴런과 슬레이브 뉴런이 만들어내는 PER 단백질의 변화 양상을 1000여 개 수리 모델을 개발하여 분석한 결과, 마스터 뉴런의 PER이 슬레이브 뉴런의 PER에 비해 빠르게 합성되었다 분해되고 있음을 예측하였다. 이러한 마스터 뉴런의 독특한 성질 덕분에, 평소에 강한 PER 리듬을 생성해서 안정적인 시계 역할을 하다가 외부 환경에 변화가 일어났을 때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음 역시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하였다. 이러한 마스터 뉴런에 관한 수리모델링 예측은 초파리 생체 실험을 통해서도 검증되었다. 김재경 교수는 “모든 세포의 생체시계는 당연히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될 것이란 오래된 믿음이 수학을 이용한 분석 덕분에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며 “수학과 실험을 융합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였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은영 교수는 “마스터 뉴런 생체시계의 독특한 성질 덕분에 생체시계가 안정성과 유연성이라는 역설적인 성질을 모두 가질 수 있었다”며 “모든 세포의 생체시계가 천편일률적으로 작동하는 대신 자신의 역할에 맞게 다른 작동 방식을 취한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생체시계가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유지하지 못하면 다양한 환경에서 일정한 수면패턴을 유지할 수 없고,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가 발생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찾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민, 권미리, 조은주 박사가 공동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2월 15일 오후 5시(한국시간) 자연과학 분야의 저명 국제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IF 11.205)에 게재됐다. * 논문명: Systematic modeling-driven experiments identify distinct molecular clockworks underlying hierarchically organized pacemaker neurons
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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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모델로 불안정한 수면 사이클 원인 밝혀
우리 대학 연구진이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세포질 혼잡을 유발하는 비만과 치매, 노화가 어떻게 불안정한 수면을 유발하는지를 밝히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은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세포 내 분자 이동을 방해하는 세포질 혼잡(Cytoplasmic congestion)이 불안정한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과 수면 사이클을 유발함을 예측하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 이주곤 교수 연구팀과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수리과학과 김대욱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0월 26일 字 온라인판에 실렸다. (논문명 : Wake-sleep cycles are severely disrupted by diseases affecting cytoplasmic homeostasis) 우리 뇌 속에 있는 생체시계(Circadian clock)는 인간이 24시간 주기에 맞춰 살아갈 수 있도록 행동과 생리 작용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생체시계는 밤 9시경이 되면 우리 뇌 속에서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를 유발해 일정 시간에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운동 능력이나 학습 능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생리 작용에 관여한다.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영, 제프리 홀 그리고 마이클 로스바쉬 교수는 *PER 단백질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 PER 유전자의 전사를 일정 시간에 스스로 억제하는 음성피드백 루프를 통해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만드는 것이 생체시계의 핵심 원리임을 밝혔다. ☞ PER 단백질: 포유류의 일주기 리듬을 통제하는 핵심 생체시계 단백질이다. 세포질에서 번역(translation)된 PER 단백질은 핵 안으로 들어가 자기 자신의 DNA 전사(transcription)를 조절한다. 이로 인해 세포 내 PER 단백질의 농도는 24시간 주기로 변화한다. 하지만 다양한 물질이 존재하는 복잡한 세포 내 환경에서 어떻게 수천 개의 PER 단백질이 핵 안으로 일정한 시간에 들어갈 수 있는지는 오랫동안 생체시계 분야의 난제로 남아있었다. 이는 서울 각지에서 출발한 수천 명의 직원이 혼잡한 도로를 통과해서 매일 같은 시간에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과도 같은 문제다. 김 교수 연구팀은 난제 해결을 위해 세포 내 분자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시공간적 확률론적 모형(Spatiotemporal Stochastic model)을 자체 개발했다. 또 이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PER 단백질이 세포핵 주변에서 충분히 응축돼야만 동시에 인산화돼 핵 안으로 함께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 교수는 "인산화 동기화 스위치 덕분에 수천 개의 PER 단백질이 일정한 시간에 함께 핵 안으로 들어가 안정적인 일주기 리듬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ˮ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또 PER 단백질의 핵 주변 응축을 방해하는 지방 액포와 같은 물질들이 세포 내에 과도하게 많아져 세포질이 혼잡해지면 인산화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아 불안정한 일주기 리듬과 수면 사이클이 유발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김재경 교수팀의 수리 모델 예측은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 이주곤 교수 팀과 협업을 통해 실험으로 검증하는 한편 한 발짝 더 나가 비만·치매·노화가 세포질 혼잡을 일으킴으로써 수면 사이클의 불안정을 가져오는 핵심 요인임을 규명하는 데도 성공했다. 세포질 혼잡 해소가 수면 질환 치료의 핵심이기 때문에 김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수면 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김재경 교수는 "비만과 치매, 그리고 노화가 불안정한 수면을 유발하는 원인을 수학과 생명과학의 융합 연구를 통해 밝힌 연구ˮ라고 소개하면서 "이번 성과를 통해 수면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ˮ라고 말했다.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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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교수, 수학 모델 통해 세포 상호작용 원리 규명
〈김재경 교수〉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와 라이스 대학 매튜 베넷(Matthew Bennett), 휴스턴 대학 크레시미르 조식(Kresimir Josic) 교수 공동 연구팀이 합성생물학과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세포들이 넓은 공간에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 10월 14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Long-range temporal coordination of gene expression in synthetic microbial consortia) 〈박테리아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수학을 이용해 원위의 점들의 상호작용으로 단순화한 모식도〉 세포들은 신호 전달 분자(Signalling molecule)를 이용해 의사소통하는데 이 신호는 보통 아주 짧은 거리만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세포들은 넓은 공간에서도 상호작용하며 동기화를 이뤄낸다. 이는 마치 넓은 축구장에 수만 명의 사람이 주변 3~4명의 박수 소리만 들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같은 박자로 손뼉을 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만든 전사 회로(Transcriptional circuit)를 박테리아(E. coli)에 구축해 주기적으로 신호 전달 분자를 방출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엔 제각기 다른 시간에 신호 전달 분자를 방출하던 박테리아들은 의사소통을 통해 같은 시간에 주기적으로 분자를 방출하는 동기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박테리아를 넓은 공간으로 옮겼을 땐 이러한 동기화가 각 박테리아의 신호 전달 분자 전사 회로에 전사적 양성 피드백 룹 (Transcriptional positive feedback loop)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양성 피드백 룹은 단백질이 스스로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는 시스템으로, 전달받은 신호를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역할을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편미분방정식(Partial differential equation)을 이용해 세포 내 신호 전달 분자의 생성과 세포 간 의사소통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했다. 그러나 전사 회로를 구성하는 다양한 종류의 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고차원의 편미분방정식이 필요했고 이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시스템이 주기적인 패턴을 반복한다는 점에 착안해 고차원 시스템을 1차원 원 위의 움직임으로 단순화했다. 달은 고차원인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지만, 궤도를 따라 주기적으로 움직이기에 달의 움직임을 1차원 원 위에서 나타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박테리아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원 위를 주기적으로 움직이는 두 점의 상호작용으로 단순화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양성 피드백 룹이 있으면 두 점의 위치 차이가 커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차이가 줄어들어 결국 동시에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수학적 분석 결과를 실험을 통해서 검증함으로써 넓은 공간에서 세포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규명했다. 김재경 교수는 “세포들이 자신의 목소리는 낮추고 상대방의 목소리에는 더 귀 기울일 때만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라며 “이러한 원리는 수학을 이용한 복잡한 시스템의 단순화 없이는 찾지 못했을 것이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수학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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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교수, 수학적 모델링 통해 신약 개발 걸림돌 해소
〈 김대욱 박사과정, 김재경 교수 〉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와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의 장 청(Cheng Chang) 박사 공동연구팀이 수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 간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밝히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일주기 리듬 수면 장애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 간 발생하는 차이 문제를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해결함으로써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동물과 사람 간 차이 뿐 아니라 사람마다 발생하는 약효의 차이 발생 원인도 밝혀냈다. 김대욱 박사과정이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시스템 생물학 (Molecular Systems Biology)’ 7월 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고, 우수성을 인정받아 7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논문명 : Systems approach reveals photosensitivity and PER2 level as determinants of clock-modulator efficacy)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임상 시험 전 단계로 쥐 등의 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 실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동물에서 보였던 효과가 사람에게선 보이지 않을 때가 종종 있고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약효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지 못하면 신약 개발에 큰 걸림돌이 된다. 수면 장애는 맞춤형 치료 분야에서 개발이 가장 더딘 질병 중 하나이다. 쥐는 사람과 달리 수면시간이 반대인 야행성 동물이다 보니 수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가 실험 쥐에게는 효과가 있어도 사람에게는 무효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원인이 알려지지 않아 신약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미분방정식을 이용한 가상실험과 실제 실험을 결합해 연구했고, 주행성인 사람은 야행성인 쥐에 비해 빛 노출 때문에 약효가 더 많이 반감되는 것이 원인임을 밝혔다. 이는 빛 노출 조절을 통해 그동안 사람에게 보이지 않던 약효가 발현되게 할 수 있음을 뜻한다. 수면 장애 치료 약물의 약효가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신약 개발의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은 증상이 비슷해도 환자마다 약효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리 모델링을 이용한 가상환자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약효가 달라지는 원인은 수면시간을 결정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생체시계 단백질인 PER2의 발현량이 달라서임을 규명했다. 또한, PER2의 양이 낮에는 증가하고 밤에는 감소하기 때문에 하루 중 언제 투약하느냐에 따라 약효가 바뀜을 이용해 환자마다 적절한 투약 시간을 찾아 최적의 치료 효과를 가져오는 시간요법(Chronotherapy)를 개발했다. 김재경 교수는 “수학이 실제 의약학 분야에 이바지해 우리가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데 도울 수 있어 행복한 연구였다”라며 “이번 성과를 통해 국내에선 아직은 부족한 의약학과 수학의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그림 설명 그림1. 김재경 교수 연구팀 성과 개념도 그림2. 맞춤형 시간 치료법 (Chronotherapy) 개념도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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