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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 세균의 진화를 규명하다
바이러스는 특정 세포 안에 침투했을 때만 증식의 생명력을 띠고 그 외에는 무생물 같으며, 사람 세포를 감염시키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세균을 잡아먹으며 증식하는 세균바이러스 등이 있다. 국내 연구진이 세균바이러스가 RNA 합성을 마무리 짓는 방식에 해체종결(1)만 있고 재생종결(2)은 없다는 사실을 밝히고 RNA 의약품 개발에 응용될 가능성을 높였다. (1)해체종결: 합성 복합체가 중합효소, DNA, RNA로 해체 (2)재생종결: RNA만 분리되고 중합효소는 DNA에 남아 재생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강창원 명예교수(줄기세포연구센터 고문)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홍성철 교수의 공동연구팀이 세균의 리보핵산(RNA) 합성방식 두 가지 중 하나가 바이러스에는 없다는 것을 발견해, 세균이 바이러스로부터 진화하면서 획득한 방식을 처음 밝힌 연구 논문을 핵산 분야 최상급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고 19일 밝혔다. 유전자 DNA의 유전정보에 따라 RNA를 합성하는 효소가 RNA 중합효소다. 이는 유전정보가 DNA에서 RNA로 옮겨 적히기에 전사(轉寫)라고 부르는 유전자 발현 첫 단계를 수행하며, RNA 백신 등 첨단 RNA 의약품을 개발 생산하는 데에 쓰인다. 연구팀은 세균바이러스의 RNA 중합효소를 연구해서 생물로 진화하기 이전 태초의 RNA 합성(전사) 방식을 밝힌 것이다. 유전자에 따라 다른 게 아니라 어느 유전자든 전사 마무리 방식에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수년 전 세균에서 발견했었다. 그리고 세균보다 진화한 진핵생물 효모의 유전자 전사에서도 두 방식이 모두 쓰인다는 것이 지난달에 보고됐다. 사람도 진핵생물이어서, 세균과 효모뿐 아니라 사람까지 온갖 생물의 유전자 전사에 두 방식 모두 쓰일 개연성이 커졌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세균바이러스의 방식은 세균이나 효모와 사뭇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이러스의 경우 재생종결 없이 해체종결만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RNA 중합효소가 세균에서 바이러스와 달리 적응하면서 해체종결에 재생종결이 추가돼 두 방식이 공존하게 되었고, 최소한 효모로의 진화에서 그대로 보존됐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번 연구에서 거푸집 DNA와 전사물 RNA에 각기 다른 형광물질을 부착해 전사 복합체 하나하나의 형광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단일분자 형광기술 연구기법이 사용됐다. 전사 종결로 RNA가 방출될 때 DNA가 효소에 붙어있는지 떨어지는지를 낱낱이 구별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이 특장점이다. 특히 형광물질이 전사 반응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었다. 송은호 박사후연구원과 한선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논문(제목: Single-mode termination of phage transcriptions, disclosing bacterial adaptation for facilitated reinitiations)이 학술지 핵산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7월 16일 게재됐다. 이로써 강창원 교수와 홍성철 교수는 2017년부터 총 8편의 논문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강창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수 초 동안의 분자 반응에서 유구한 진화과정을 밝혀냈고, 앞으로 더 광범위한 진화를 연구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홍성철 교수는 "분자 하나하나를 관찰하여 복잡한 생물체의 진화를 파악했고, 이런 단일분자 연구기법을 차세대 RNA 의약품과 진단 시약의 개발에 응용하는 연구로 이어가고자 한다”라고 했다.
2024.07.19
조회수 2058
RNA 합성에서 ‘기다림의 미학’ 규명
DNA에서 RNA를 생성하는 과정을 마무리 짓는 전사종결인자가 단백질 로(이하 Rho)이다. 일반 단백질이 작용물질에 미리 붙어 있으면 반응이 빨리 된다는 통념과 다르게 RNA 중합효소에 붙어 기다리는 Rho는 중합효소가 오래 멈출수록 종결 효율이 높아진다는 유의미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자연에서 기다림의 미학이 증명된 것이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강창원 명예교수(KAIST 줄기세포연구센터 고문)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홍성철 교수의 공동 연구팀이 우리 대학 화학과 강진영 교수,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서연수 교수 연구팀과 협업 연구를 통해 RNA 합성 종결인자의 동역학적 특성을 발견했으며 그런 특성이 유전자 발현 조절에 미치는 생물학적 기능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공동 연구팀은 세균의 전사 종결에 단백질 Rho가 관여하는 분자기작에 관해 작년에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Rho가 중합효소에 미리 결합해 RNA의 특수부위를 기다린 후 중합효소‧DNA‧RNA의 전사 복합체를 해체하는 방식과 Rho가 RNA에 먼저 결합해 중합효소를 쫓아간 후 복합체를 해체하는 방식, 쫓아간 후 RNA만 방출하고 중합효소가 DNA에 남는 방식 등 세 갈래로 나뉘어 진행된다. (아래 그림 참조) 그런데 흥미롭게도 세 갈래 진행하는 속도가 기존 통념과는 다른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기존에는 Rho가 RNA에 붙어 중합효소를 쫓아가서 끝내는 방식과 비교하면 Rho가 중합효소에 미리 붙어 기다렸다가 끝내는 방식이 쫓아가는 시간이 들지 않기 때문에 더 빠를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기다려서 끝내는 방식이 오히려 더 느렸다. 그런데 느린 기다림 방식은 중합효소의 멈춤 시간이 길수록 종결 효율이 높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반면에 쫓아가는 빠른 방식은 종결 효율이 중합효소 멈춘 시간과 상관이 없으며 상황에 따라 변화의 여지도 없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 RNA가 방출되는 전사 종결이 일어나려면 RNA의 연장 합성이 일단 멈춰야 한다. 종결이 더디게 일어나려면 멈춤이 오래 유지되어야 하므로 전사 멈춤 시간과 전사 종결 효율의 상관관계를 이번 공동 연구에서 분석했다. 연구 결과, 기다려서 전사의 세 갈래 끝내기 방식이 진행하는 속도가 제각각 다를 뿐 아니라 그 조절 양상도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다. 생물물리학 분야 첨단 기술인 단일분자 실험을 수행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송은호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논문(제목: Transcriptional pause extension benefits the stand-by rather than catch-up Rho-dependent termination)은 저명 국제학술지 핵산연구(Nucleic Acids Research, 최근 영향지수 = 19.160)에 지난 2월 10일 자 게재됐다. KAIST 팔린다 무나싱하 박사, KAIST 황승하 박사과정 대학원생도 참여해 저자가 총 7명이다. 송은호 제1 저자는 "기존 통념과 상반된 결과를 처음 발견했을 때 당황스러웠지만 데이터를 꾸준히 쌓아가고 적절한 통계 모델을 통해서 그 결과를 검증해냈을 때 뿌듯했고, 또 이 발견의 생물학적 역할을 규명했을 때 더욱 기뻤다ˮ며 "항생제 개발 등에 중요한 단서를 줄 것이다ˮ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공동 연구에는 단일분자 형광 기술을 구사하는 물리학자, 유전자 발현을 탐구하는 생명과학자, 중합체 구조를 분석하는 화학자가 두루 참여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꾸준히 협업하는 다학제 기초과학 연구의 우수 사례이며,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KAIST 고위험‧고성과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고, 논문게재비는 KAIST에서 지원했다.
2023.02.27
조회수 5516
RNA 합성의 세 갈래 끝내기 제시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강창원 명예교수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홍성철 교수의 공동 연구팀이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서연수 교수, 우리 대학 화학과 강진영 교수 연구팀과 협업 연구를 통해 RNA 합성 종결인자의 작동원리에 관한 여러 오래된 논쟁을 한꺼번에 잠재울 수 있는 ‘세 갈래 끝내기’를 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유전자가 발현되는 첫 단계는 유전자 DNA에 맞춰 RNA 중합효소가 RNA를 합성함으로써 유전정보가 DNA 거푸집에서 RNA 생산물로 복사되는 이른바 전사 과정이다. 이 전사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를 연구하면서, RNA 합성을 끝내게 하는 대장균 전사종결인자 단백질의 작동원리를 규명해, 지난 30년 가까이 여러 학설이 대립해 온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전사 과정에서 중합효소에 거푸집 DNA와 생산물 RNA가 함께 붙어있는 전사 복합체로부터 RNA가 분리되는 종결 단계에 이르기 전에 종결인자가 RNA의 특정 위치에 있는 종결 신호에 먼저 붙은 후 앞서 있는 중합효소를 ‘쫓아가서’ 전사를 종결한다는 작동원리가 1977년에 처음 제시됐다. 이와 다르게, 종결인자가 중합효소에 미리 붙어있다가 RNA 종결 신호를 ‘기다려서’ 전사를 끝낸다는 원리가 1994년에 제안돼 그 후 지금까지 28년 동안 종결 준비 단계에 관해서 두 학설이 맞서 왔는데, 이번 연구에서 둘 다 실제 일어난다는 것이 확증됐다. 즉, 종결인자가 쫓아가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하는데,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함께 공존한다는 점이 새롭다. 그 외에, 생산물 RNA가 분리되는 종결 방식에 관해서도 학설이 분분했다. 예를 들어, 종결인자가 전사 복합체에 있는 RNA를 잡아당겨 벗겨내는 방식으로 분리한다는 주장이 2002년에 나왔고, 이에 반해, 종결인자가 중합효소를 밀어냄으로써 RNA가 분리된다는 설이 2006년에 제안돼 대립했다. 또한, 전사 종결로 RNA가 분리된 후 결과적으로, DNA는 중합효소에 남아서 곧장 재사용돼 쉽게 전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RNA와 동시에 DNA마저 중합효소에서 떨어져서 전사 복합체가 일시에 무너져 재사용이 지체되기도 한다는 것이 강창원‧홍성철 공동 연구팀에 의해 근래 2020년에 밝혀지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서, 준비에 관한 2가지, 방식 2가지, 결과 2가지 학설이 모두 실제 확증됐다. 그렇다면 준비-방식-결과의 조합으로 총 2×2×2, 즉 8가지가 가능한데, 실제로는 일부가 밀접하게 연계돼서 3가지 조합만이 실행된다고 밝혀졌다. 그래서 ‘세 갈래 끝내기’라고 명명됐다. 더욱이, 각 갈래의 진행 속도가 서로 달라서 세 차례의 기회가 있는 셈이다. 첫 기회의 갈래에서, 쫓아가는 종결인자가 전사 복합체에서 RNA를 잡아당겨 떼어내고 DNA는 중합효소에 남겨두는 방식의 종결을 수행한다. 이것에 실패하면, 쫓아가는 종결인자가 중합효소를 밀어내서 DNA와 RNA 둘 다 떨어뜨리는 종결을 진행하는데, 이 경우가 가장 흔하다. 마지막에, 기다리는 종결인자가 중합효소를 밀쳐내서 모두 갈라놓는 종결을 단행한다. 기다리는 종결인자가 쫓아가는 종결인자보다 중합효소와 먼저 만나기 때문에 더 빠르게 더 일찍 작동하리라고 전문가들이 추정해왔는데, 실제로는 놀랍게도 기다리는 종결인자가 더 느려서 맨 마지막 기회를 얻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세 갈래의 진행 순서는 서로 다른 염기서열의 여러 종결자 DNA에서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거푸집 DNA와 생산물 RNA에 각기 다른 형광물질을 붙인 후 중합효소, DNA, RNA 셋이 결합한 전사 복합체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낱개로 실시간 관찰하는 생물리학적 연구기법을 창안하고, 기존에 제안됐던 여러 작동원리를 검증하는 실험을 여러 가지 수행했다. 특히, 종결인자가 어떻게 전사 종결을 유도하는지 보기 위해, 종결인자가 RNA 종결 신호에 먼저 붙은 후 중합효소를 쫓아가서 끝내는 것을 측정하거나, 그렇지 않고 종결인자가 중합효소에 미리 붙어있다가 종결 신호를 기다려서 끝내는 것을 측정하는 분별 계측법을 독창적으로 개발했다. 첨단 기술인 단일분자 실험을 전담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송은호 박사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논문(제목: Rho-dependent transcription termination proceeds via three routes)이 저명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올해 3월 29일 字 게재됐다. 서울대 엄희수 박사, 우리 대학 팔린다 무나싱하 박사, 우리 대학 황승하 대학원생도 참여하여 저자가 총 8명이다. 이번 공동 연구에 단일분자 형광 기술을 구사하는 물리학자, 유전자 발현이라는 기본적 생명현상을 탐구하는 생명과학자, 중합효소나 종결인자와 같은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하는 화학자가 두루 참가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협업한 다학제 기초연구의 우수 사례이며,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KAIST 고위험‧고성과 연구사업 등의 지원을 받았다. 송은호 제1 저자는 "어느 학설이 맞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DNA의 한 곳에서 종결하는 종결자의 경우 작동이 단순명료하리라 짐작하고 첫 실험 대상으로 삼았는데, 뜻밖에 여러 작동원리가 모두 관찰됐고 세 갈래로 복잡했다”라며 “여러 곳에서 종결하는 다른 종결자 DNA의 경우 오히려 세 갈래가 다 보이지 않기도 해 첫 선택에 운이 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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