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물리학과 김갑진 교수, 박민규 박사, 유무진 박사과정, 송무준 박사과정 >
우리 대학 물리학과 김갑진 교수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황찬용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경환 박사 공동연구팀이 자기 스커미온의 전류 구동 현상을 이용해 닫힌 계면을 갖는 구조체가 형태를 유지한 채 이동할 때의 보편 특성을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자기 스커미온(magnetic skyrmion)은 수 nm 수준의 자성체 박막, 즉 얇은 자석 내부에 존재하는 소용돌이 모양 혹은 방사형의 스핀 구조를 갖는, 2차원 공간상의 안정한 원형 구조체이다. 이 구조체는 위상학(topology)적 원리에 의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안정성을 갖고, 크기가 수십 nm 수준으로 작으며 전류를 흘려 주면 수~수백 m/s의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기존의 하드 디스크를 대체할 고속, 고집적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 개발에 응용될 수 있음에 주목되어 왔다. 따라서 보다 정밀한 자기 스커미온 기반 소자를 만들기 위해 자기 스커미온의 속도와 가해 준 전류량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연구 과제로 여겨져 왔다.
< 그림 1. 자기 스커미온 기반 레이스트랙(racetrack) 메모리 소자의 개념도. 정보 매개체인 자기 스커미온을 전류로 이동시킴으로써 빠른 정보 저장 및 읽기가 가능하다. (이미지 출처: M. Hoffmann et al., Front. Phys. 9, 769873 (2021). doi: 10.3389/fphy.2021.769873) >
연구팀은 비자성체/강자성체/산화물 3중층 구조의 소자에서 연구팀의 독자 기술인 자기장 변화 방식으로 자기 스커미온을 대량 생성, 크립(creep) 운동 영역(스커미온의 속도가 박막의 무작위적 결함과 열적 효과에 영향을 받는 영역)에서의 자기 스커미온 속도-전류밀도 관계를 분석했다. 두 연구팀은 약 70만 개 이상의 빠르고 느린 자기 스커미온의 이동 궤적을 추적, 분석하여 이동 속도-전류밀도 간의 스케일링 법칙을 찾아냈다. 그 결과 자기 스커미온은 2차원 공간상의 구조체임에도 불구하고 1차원 공간상에서 주로 나타나는 ‘호핑(hopping)’ 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차원에서 움직이는 선을 원형으로 말아 놓을 경우 운동 법칙이 전혀 달라짐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보편성 부류(universality class, 같은 스케일링 법칙을 공유하는 집단)의 구분 기준으로 계면의 열리고 닫힘, 즉 ‘구조적 위상(structural topology)’이 존재함을 제안했다.
< 그림 2. 자기 스커미온 이동 측정 장치의 모식도 및 이미징 결과 데이터. (a) 패턴된 비자성/강자성/산화물 구조 박막 양 끝에 전극을 증착, 전류 펄스를 흘려 주며 자기광커현미경(Magneto-optical Kerr mircoscope)을 이용하여 자기 스커미온을 이미징하는 실험 장치의 모식도. (b) 임의 위치에 결함(defect)이 존재하는 자성 박막상의 자기 스커미온의 개념도. (c) 자기광커현미경 이미징 데이터. 전류에 의해 자기 스커미온이 산발적으로 결함 사이를 뛰어넘어가는 듯한 거동을 보인다. >
우리 대학 물리학과 송무준, 유무진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하고, 박민규 박사가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한 본 연구는, KAIST(김갑진 교수 연구팀), KRISS(황찬용 박사 연구팀), KIST(김경환 박사 연구팀)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으며,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테리얼즈(Advanced Materials, IF 32.1)’에 표지논문(front cover)으로 선정돼 10월 6일 게재됐다. (논문명: Universal Hopping Motion Protected by Structural Topology)
< 그림 3. 주요 실험 데이터 및 이론적 분석에 대한 개념도. (a-c) 자화 구조체의 평균 속도와 구동력 간의 스케일링 관계로, 각각 (a) 전류로 구동되는 자기 스커미온, (b) 자기장으로 구동되는 자구벽, (c) 전류로 구동되는 자구벽을 나타낸다. 자기 스커미온은 호핑 법칙을 따라 그래프가 선형에서 벗어나는 반면, 자구벽은 크립 법칙을 따라 그래프가 선형을 따른다. (d-e) 자구벽과 자기 스커미온에 적용된 자구벽 세그먼트(segment) 이론을 설명하는 개념도. (d) 자구벽의 모든 세그먼트는 동일한 구동력을 받는 반면, (e) 자기 스커미온의 세그먼트는 위치에 따라 다른 구동력을 받고, 구동력이 0에 수렴하는 세그먼트(붉은 색)가 전체 구조체의 움직임을 방해하여 호핑 운동을 유발한다. >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기존에 자세히 밝혀지지 않은 크립 영역에서의 자기 스커미온의 전류에 의한 거동 특성을 실험적으로 밝혀내고, 이것이 닫힌 계면을 갖는 구조체의 보편 특성임을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자기 스커미온 기반 메모리 및 컴퓨팅 소자 개발에 활용될 것이며, 다양한 분야의 닫힌 계면 구조를 갖는 구조체의 거동 특성을 분석하는 기반 이론으로써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글로벌 특이점 연구사업,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그림 4.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테리얼즈 표지(front cover)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