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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기반 인공지능의 난제 해결
인간의 두뇌는 외부 세상으로부터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기 이전부터 자발적인 무작위 활동을 통해 학습을 시작한다.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뇌 모방 인공신경망에서 무작위 정보를 사전 학습시켜 실제 데이터를 접했을 때 훨씬 빠르고 정확한 학습을 가능하게 하며, 향후 뇌 기반 인공지능 및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 개발의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 뇌인지과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이 뇌 모방 인공신경망 학습의 오래된 난제였던 가중치 수송 문제(weight transport problem)*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생물학적 뇌 신경망에서 자원 효율적 학습이 가능한 원리를 설명했다고 23일 밝혔다. *가중치 수송 문제: 생물학적 뇌를 모방한 인공지능 개발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난제로, 현재 일반적인 인공신경망의 학습에서 생물학적 뇌와 달리 대규모의 메모리와 계산 작업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임. 지난 수십 년간 인공지능의 발전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튼(Geoffery Hinton)이 제시한 오류 역전파(error backpropagation) 학습에 기반한다. 그러나 오류 역전파 학습은 생물학적 뇌에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왔는데, 이는 학습을 위한 오류 신호를 계산하기 위해 개별 뉴런들이 다음 계층의 모든 연결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는 비현실적인 가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중치 수송 문제라고 불리는 이 난제는 1986년 힌튼에 의해 오류 역전파 학습이 제안된 이후, DNA 구조의 발견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에 의해 제기됐으며, 이후 자연신경망과 인공신경망 작동 원리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여겨진다. 인공지능과 신경과학의 경계선에서, 힌튼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가중치 수송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뇌의 학습 원리를 구현할 수 있는, 생물학적으로 타당한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지난 2016년, 영국 옥스퍼드(Oxford) 대학과 딥마인드(DeepMind) 공동 연구진은 가중치 수송을 사용하지 않고도 오류 역전파 학습이 가능하다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가중치 수송을 사용하지 않는 생물학적으로 타당한 오류 역전파 학습은 학습 속도가 느리고 정확도가 낮은 등 효율성이 떨어져, 현실적인 적용에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생물학적 뇌가 외부적인 감각 경험을 하기 이전부터 내부의 자발적인 무작위 신경 활동을 통해 이미 학습을 시작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모방해 연구팀은 가중치 수송이 없는 생물학적으로 타당한 신경망에 의미 없는 무작위 정보(random noise)를 사전 학습시켰다. 그 결과, 오류 역전파 학습을 위해 필수적 조건인 신경망의 순방향과 역방향 신경세포 연결 구조의 대칭성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였다. 즉, 무작위적 사전 학습을 통해 가중치 수송 없이 학습이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 데이터 학습에 앞서 무작위 정보를 학습하는 것이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메타 학습(meta learning)의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밝혔다. 무작위 정보를 사전 학습한 신경망은 실제 데이터를 접했을 때 훨씬 빠르고 정확한 학습을 수행하며, 가중치 수송 없이 높은 학습 효율성을 얻을 수 있음을 보였다. 백세범 교수는 “데이터 학습만이 중요하다는 기존 기계학습의 통념을 깨고, 학습 전부터 적절한 조건을 만드는 뇌신경과학적 원리에 주목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발달 신경과학으로부터의 단서를 통해 인공신경망 학습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인공신경망 모델을 통해 뇌의 학습 원리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언급했다. 뇌인지과학과 천정환 석사과정이 제1 저자로, 같은 학과 이상완 교수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12월 10일부터 15일까지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학회인 제38회 신경정보처리학회(NeurIPS)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논문명: Pretraining with random noise for fast and robust learning without weight transport (가중치 수송 없는 빠르고 안정적인 신경망 학습을 위한 무작위 사전 훈련))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인재양성사업 및 KAIST 특이점교수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4.10.23
조회수 1278
뇌의 선천적 수량 비교 원리 규명
뇌의 선천적 인지 기능들은 학습이나 훈련 없이 신경망의 구조적 특성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 대학 뇌인지과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이 두뇌에서 발견되는 선천적 수량 비교 능력이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원리를 설명했다고 7일 밝혔다. 주어진 사물들의 수량을 비교하는 기능은 동물이나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능력이다. 동물 그룹 간 다툼, 사냥, 먹이 수집 등 많은 상황에서 주어진 변수들의 수량 비율이나 차이에 따라 동물들의 의사결정 및 행동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학습을 거치지 않은 어린 개체들의 행동 관찰로부터 수량 비교 능력은 두뇌의 선천적 기능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러한 능력이 학습 없이 발생하는 원리에 대한 설명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백세범 교수 연구팀은 두뇌 모사 인공신경망 모델을 활용해, 학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심층신경망 구조에서 시각적 수량 비율 및 차이 정보의 인지 기능이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두 수량의 비율과 차이라는 서로 다른 종류의 정보를 비교하는 기능이 하나의 공통적인 발생 원리로부터 파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대학 바이오및뇌공학과 이현수 박사과정, NYU 신경과학과 최우철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Cell)’의 온라인 자매지 ‘셀 리포츠(Cell Reports)’ 7월 29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명: Comparison of visual quantities in untrained neural networks) 연구팀은 먼저 전혀 학습을 거치지 않은 신경망에서 두 수량의 비율과 차이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개별 신경세포가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초기화된 심층신경망에서 다양한 비율 혹은 차이를 가지는 시각적 수량 정보가 주어졌을 때, 이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신경세포들이 다수 발견되며, 이들로부터 측정된 신경 활동은 실제 동물 실험에서 관측된 신경 활동 특성과 매우 유사함을 확인하였다. 또한 연구팀은 이를 이용하여 지금까지 보고되어 온 동물들의 수량 비교 행동 특성을 상당 부분 재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더해, 연구팀은 수량 비교 기능 신경세포 회로 구조의 발생 원리를 계산신경과학적 모델을 통해 설명하고 검증했다. 신경망에서 발견된 비율/차이 선택적 신경세포의 특징적 연결구조를 분석해, 특정 값에 대한 선택성이 신경망 하위 계층에서 자발적으로 발생된 단순 증가, 단순 감소 신경 활동의 결합을 통해 형성될 수 있음을 보였다. 또한 이러한 신경 활동이 증가, 감소할 때 관찰되는 비선형성의 타입에 따라 각각 수량 비율 또는 수량 차이를 인지하는 신경세포로 분화될 수 있음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들을 통해 연구팀은 학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두뇌에서 비율/차이 인지와 같은 선천적 수량 비교 기능이 발생하는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제시했다. 백세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상당한 정도의 학습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 여겨지던 두뇌의 수량 인지 및 비교, 연산 기능이 그 어떤 학습도 이뤄지지 않은 초기 두뇌의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보이는 연구”라며, “발생 초기 신경망의 구조적/물리적 특성으로부터 다양한 선천적 고등 인지 기능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뇌신경과학 연구뿐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인공지능 연구에도 의미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원천기술개발사업, KAIST 특이점교수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3.08.07
조회수 4131
학습 없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뇌 인지기능 원리 밝혀
우리 대학 바이오및뇌공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이 학습을 전혀 거치지 않은 뇌 신경망에서 선천적인 인지 기능이 발생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들이 출생 직후 학습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기초적 인지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선천적 뇌 기능'에 대한 이해에 다가가는 기초를 마련했으며 `초기 뇌 신경망 인지 기능의 발생'에 대해 기존의 상식과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연구팀의 결과는 일반적인 인공지능 모델에서 기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외부의 데이터 학습이 반드시 요구되는 것과 달리, 생물학적 뇌 신경망의 기능 발생과 진화는 확률적으로 생성되는 물리적 연결 구조에 의해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차별된 기저 원리를 제안한다. 연구팀은 인지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돼 온 얼굴 인지 기능(face detection)에 초점을 두어 뇌의 시각 신경망을 모사한 인공신경망에서의 사물 인지 기능을 시뮬레이션했다. 이를 통해 모든 연결 가중치가 무작위로 정해지도록 초기화된 심층신경망이 전혀 학습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얼굴 이미지를 다른 사물 이미지와 구별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무작위화 신경망에서 발생하는 얼굴 선택성 (face-selectivity)이 실제 동물 실험에서 관측되는 다양한 생물학적, 인지 행동적 특성들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이론적 모델 기반의 본 연구 결과가 충분한 생물학적 타당성을 가지며, 향후 뇌 신경망에서 나타나는 선천적 인지 기능의 핵심적 발생 원리를 설명하는 일반적인 이론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 대학 바이오및뇌공학과 백승대, 송민 박사과정이 공동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Nature)'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 12월 16일 字에 게재됐다. (논문명 : Face Detection in Untrained Deep Neural Networks) 인지 지능의 최초 발생에 관한 연구는 뇌신경과학, 인지과학과 인공지능 분야 모두에서 중요한 주제다. 특히, 별다른 학습 과정 없이 출생 직후부터 다양한 인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뇌의 `선천적' 인지 기능은 데이터 입력을 통한 학습에 의존하는 인공신경망의 기능과 뚜렷이 구별되며, 이에 대한 이해는 생물학적 지능의 발생과 진화의 원리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또한 얼굴 인지 기능은 사회적 행동을 하는 다양한 동물 종의 어린 개체들에서 관측되며, 이 기능의 발생을 위해 외부 정보의 학습이 필수적인지는 학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돼왔다. 연구팀은 앞서 진행했던 연구를 토대로 구축한 신경망 기능 발생 이론에 기반해, 아무런 학습을 거치지 않은 계층적 신경망의 초기 피드 포워드 연결 구조를 통해 얼굴 인지 기능이 자발적으로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 가정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행한 심층신경망 시뮬레이션에서 얼굴 이미지를 비롯한 단순 사물의 인식 기능은 학습을 전혀 거치지 않은 초기 무작위화 신경망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학습이 이루어지기 전, 신경망의 초기 구조가 갖춰진 시점에 이미 다양한 인지 기능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뇌 과학의 오랜 화두인 지능 형성의 선천성 또는 후천성(nature vs. nurture) 논의와 관련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선천적 기능 발생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백세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신경과학 연구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인 선천적인 인지 기능의 발생을 설명할 수 있는 최초의 이론을 제시해 생물학적 지능의 발생과 진화의 원리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ˮ며 "한편으로 데이터 학습 기반 인공지능 구현의 방법과 완전히 다른 관점의 생물학적 지능 구현 원리를 정립해 현재의 인공지능 개발의 상식과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ˮ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원천기술개발사업, KAIST 특이점교수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1.12.31
조회수 8198
효율적 정보 처리를 위한 뇌신경망의 최적화 구조 형성 원리 규명
우리 대학 바이오및뇌공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이 대뇌 시각 피질 회로가 정보처리에 가장 최적화된 구조를 자발적으로 형성하는 원리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 십년간의 뇌신경과학 연구에서 그 원리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던 시각 피질 기능성 지도들의 복합 구조 형성의 기작을 규명한 것으로, 수학적 모델의 도입을 통해 복잡한 생물학적 신경망 구조의 기원을 찾아낸 성공적인 연구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망막 신경세포들이 초기 발생 단계에서 일정한 물리적 공간 분포 패턴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정보 처리 회로가 자발적으로 생성될 뿐만 아니라, 이 패턴으로부터 시각 피질의 기능성 뇌지도들의 규칙적이고 효율적인 복합적 구조가 형성됨을 밝혀냈다. 바이오및뇌공학과 송민 박사과정과 장재선 박사가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cell)’의 온라인 자매지 ‘셀 리포츠(Cell Reports)’ 1월 5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명: Projection of orthogonal tiling from the retina to the visual cortex). 포유류의 일차시각피질 신경세포들은 눈으로부터 입력된 시각 정보의 색, 물체의 형태를 이루는 선분의 각도, 폭 등의 기본적인 시각 정보를 구별하여 전기적 신호로 부호화 한다. 예를 들어 시각 자극의 방향에 따라 반응의 정도가 달라지는 성질인 방향 선택성(orientation selectivity)을 가지는 세포들은 물체의 형태를 구별하기위해 필요한 윤곽선에 대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처리한다. 이러한 시각 피질 세포들의 방향 선택성, 공간 주기성등의 성질은 시각 피질 상에서 연속적, 주기적인 형태로 변하는 기능성 지도 (functional map) 구조를 형성하는데, 이 지도들의 구조는 서로 독립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수평, 또는 수직 관계를 이루며 매우 효율적인 짜임새 구조(efficient tiling)를 이룬다. 이를 통해 시각 피질의 모든 국소 영역에서 정보 요소들을 손실없이 효율적으로 부호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대주(hypercolumn) 구조를 형성하는데, 시각 정보처리의 핵심이 되는 이러한 기능성 구조가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수학적 모델에 기반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포유류의 망막에서 발견되는 신경절 세포들이 단순한 물리적 상호작용을 통해 시각 정보의 입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인 공간적 배치를 자발적으로 형성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가 시각 피질로 투영되어 시각 피질의 다양한 기능성 뇌지도들을 형성됨과 동시에, 그 지도들 간의 상호 짜임새를 정보처리에 가장 최적화된 형태로 구성할 수 있음을 보였다. 뇌의 주요 정보 처리 회로에 대한 설계도가 이미 망막 단계의 신경망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함을 증명한 것이다. 백세범 교수는 “시각 정보처리의 핵심 구조인 시각 피질의 기능성 지도가 어떻게 자발적으로 발생하는지 규명하였을 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 각각의 뇌신경망 회로 구조가 단순한 물리적 상호작용에 의해 가장 효율적인 형태의 복합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한 연구다" 라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1.01.06
조회수 53137
백세범 교수팀, 고등 인지 기능의 자발적 발생 원리 규명
우리 대학 바이오및뇌공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이 학습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신경망에서 고등 시각 인지 기능이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보였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망에서 상위 인지 기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충분한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상식과 완전히 상반되는 것으로, 현재 통용되고 있는 인공지능의 구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또한 연구팀의 결과는 다양한 생물 종의 뇌에서 관측되는 선천적인 인지 기능의 발생에 대한 설명 가능한 이론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뇌신경과학 연구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인 `인지 지능의 발생 및 진화'의 원리에 대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연구팀은 뇌의 시각 신경망을 모사한 인공신경망 시뮬레이션을 통해, 모든 연결 가중치가 무작위로 정해지도록 초기화된 신경망이 전혀 학습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특정 숫자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수량 선택성'을 자발적으로 생성함을 발견했다. 또한 이렇게 자발적으로 발생한 수량 선택적 유닛은 실제 동물의 뇌에서 발견되는 수량 선택적 뉴런들이 보이는 *`베버-페히너 법칙' 등의 주요 특성을 동일하게 따름을 확인했다. ☞ 베버-페히너 법칙(Webber-Fechner law): 자극과 감각 사이의 상대적 관계를 나타내는 심리물리학적 법칙. 인지 가능한 자극 강도 변화량은 현재 강도에 지수적으로 비례한다는 것으로 이는 인지생물학에서 기본적인 원리로 알려져 있다. 우리 대학 물리학과 김광수 석박사통합과정, 바이오및뇌공학과 장재선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의 온라인 자매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1월 1일 字에 게재됐다. (논문명 : Visual number sense in untrained deep neural networks) 신경망에서 인지 지능의 발생에 관한 연구는 뇌인지과학과 인공지능 분야 모두에서 핵심적인 연구 주제 중 하나다. 흥미롭게도 인지 기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 입력을 통한 학습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인공신경망과 달리 동물의 뇌는 태어난 직후부터 다양한 인지 기능을 수행하는 `선천적' 인지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관찰돼왔다. 이러한 차이점은 생물학적 지능의 발생과 진화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현재 개발된 인공지능과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이러한 인지 기능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발생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학습을 거치지 않은 신경망의 초기 상태에서 나타나는 단순한 물리적 구조 특성이 다양한 인지 기능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행한 심층신경망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모든 연결 가중치가 무작위로 초기화된 신경망에서도 `계층 구조'와 무작위적 피드 포워드 연결만 형성된다면 특정 수량에 선택적으로 강한 반응을 보이는 신경망 유닛들이 자발적으로 생성됨을 확인했다. 이러한 신경망 유닛들은 실제 뇌에서 발견되는 수량 선택적 신경세포의 주요한 성질들과 유사한 특성을 보였다. 이 결과는 생물학적 뇌에서 생애 초기에 발견되는 선천적인 숫자 선택성 역시 동일한 원리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기초적인 인지 기능이 신경망의 초기 구조가 갖춰진 시점에 이미 존재하고 이후 다양한 학습을 통해 조절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뇌신경과학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 `지능의 선천적 혹은 후천적(nature vs. nurture) 형성'에 관해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발견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의 결과는 학습과 훈련에 의존해 대부분의 뇌 기능이 발생한다는 기존의 시각을 탈피해, 선천적이고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뇌 기능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한편으로 현재의 인공지능 구현 기법들과 완전히 다른 인공지능 구현 원리를 제시할 수 있는 생물학적 뇌 기반 이론을 제시한다. 백세범 교수는 "뇌 신경망 연구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인공신경망 연구에 적용하고, 그 결과를 다시 뇌과학적 원리를 발견하는 데 사용해 중요한 통찰을 가능하게 한 의미있는 연구ˮ라며 "뇌신경과학과 뇌공학 분야 모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인지 지능의 기원에 대한 이해의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ˮ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1.01.04
조회수 60058
바이오및뇌공학과 김진우 학사과정, 국제 학술지 표지 논문 게재
우리 대학 바이오및뇌공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에 소속된 대학생(학사과정)의 연구논문이 뇌신경과학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에 게재됐음은 물론 해당 저널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화제가 되고 있다. 바이오및뇌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진우 학생(22세)이 백세범 교수의 지도하에 수행한 학부생 개별연구 프로젝트에서 두뇌의 *시각 피질에서 관측되는 주요 신경망 연결 구조 중 하나인 '장거리 수평 연결(Long-range horizontal connection)'이 두뇌 발생 초기에 형성되는 원리를 규명한 연구결과가 뇌신경과학 분야 '저널 오브 뉴로사이언스'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 시각 피질(Visual Cortex): 두뇌에서 시각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영역. 망막 신경망 영역을 통해 입력받은 외부 공간에 대한 시각 정보를 처리하여 인지 과정을 구현하는 기능성 신경망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어린 포유류 동물이 눈을 뜨기 전, 시각적인 학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 즉 두뇌 발생 초기 상태에서 *망막 내 신경세포들의 자발적인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망막 파동'이 두뇌 시각 피질의 신경세포들을 특정한 공간적 패턴으로 자극하고, 이를 통해 시각 정보 처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장거리 수평 연결'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망막(Retina): 눈의 안쪽을 둘러싸고 있는 신경세포의 얇은 층으로, 시각 시스템에서 외부 시각 정보가 신경세포 신호로 처음 변환되는 영역 ☞ 망막 파동(Retinal Wave): 포유류의 초기 발달과정의 망막에서 나타나는, 신경절 세포들이 차례대로 발화하며 파도와 같은 파형으로 활동패턴이 확산하는 현상 김진우 학생과 송민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뇌신경과학 분야의 대표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뉴로사이언스 (Journal of Neuroscience)' 19일 字에 게재되는 한편 해당 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논문명: Spontaneous retinal waves generate long-range horizontal connectivity in visual cortex) 포유류의 시각 피질에서는 신경세포들이 외부 시각 자극의 특정 요소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신경 선택성(neural tuning)을 보이는데, 비슷한 신경 선택성을 가지는 세포들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장거리 수평 연결'이라는 특별한 상호 연결망 회로로 이어져 있다. 이처럼 특이한 신경망 연결 구조는 포유류의 시각 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돼왔지만, 이러한 회로가 뇌의 발생 초기 단계에서 외부 시각 정보에 의한 자극 없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발생하는지는 아직까진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백 교수 연구팀은 망막 내 신경망 구조를 모델화하고, 이를 통해 망막 파동의 패턴이 시각 피질 내 구조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망막의 신경절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망막 파동이 시각 피질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선택적 활동 패턴이 시각 피질 내의 장거리 연결 구조를 형성함을 밝혀냈고, 이 모델을 기반으로 동물실험에서 관측되는 초기 시각 피질의 특징적인 신경 활동 패턴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서 관측된 시각 피질의 장거리 수평 연결이 형성되는 과정과 주요 인자들을 정확히 확인했다. 이 결과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뇌 피질 내에서의 활동 패턴이 피질 구조를 결정한다는 기존 모델의 오류를 지적하는 한편, 망막에서 전달된 활동 패턴이 시각 피질의 구조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새로운 발생 모델을 제시했다. 백세범 교수는 "외부의 정보를 학습할 수 없는 감각 신경망의 발생 초기 단계에서, 감각기관 말단의 신경 활동 패턴이 뇌 신경망의 주요 구조 형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새로운 뇌 구조 발생 모델을 제시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ˮ고 설명했다. 김진우 학생은 "이번 연구는 뇌가 외부 세계에 대한 감각 정보를 처음으로 경험하기 이전에 어떻게 비 지도적으로 학습을 하는지에 대해, 알려진 실험 데이터에 기반한 명확한 이론적 설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ˮ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와 같은 방향의 연구가 향후 데이터 학습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인공신경망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ˮ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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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구조를 정확히 볼 수 있는 3차원 분석기술 개발
우리 대학 바이오및뇌공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이 뇌신경과학 연구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실험용 쥐의 뇌 절편 영상을 자동으로 보정하고 규격화하여 신경세포의 3차원 분포정보를 정확하게 얻을 수 있는 핵심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실험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기존 분석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한편 여러 개체에서 얻은 뇌 이미지를 표준적인 3차원 지도상에서 비교 분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기존의 개체별 분석에서는 관측하기 힘든 뇌세포 간 상호 연결 형태의 정확한 공간적 분포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생명과학과 이승희 교수팀과의 협력 연구를 통해 실험에서 얻어진 쥐의 뇌 절편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시각시스템의 초기구조인 외측 슬상핵(Lateral geniculate nucleus)과 시각피질 (Visual cortex) 사이의 정확한 연결 구조 분포를 측정할 수 있었다. 기존 분석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다중 개체로부터 얻어진 데이터의 표준화를 통해 뇌 전역에 걸친 신경세포의 연결성을 분석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뇌인지공학프로그램 최우철 박사과정과 송준호 연구원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cell)'의 온라인 자매지 `셀 리포츠(Cell Reports)' 5월 26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명 : Precise mapping of single neurons by calibrated 3-D reconstruction of brain slices reveals topographic projection in mouse visual cortex). 이에 앞서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UC 버클리대학의 양단(Yang Dan) 교수와의 공동연구에도 참여했고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Science)' 1월 24일 자에 발표했다. (논문명: A Common Hub for Sleep and Motor Control in the Substantia Nigra). 통상 쥐의 뇌 절편 영상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특정 단백질에 형광물질을 발현시킨 뇌를 잘라 신경세포의 분포 등을 분석하는 방법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때 형광을 발현하는 신경세포를 현미경을 통해 연구자의 육안으로 관측하고, 얼마나 많은 신경세포가 뇌의 어느 특정 영역에 위치하는지 일일이 수동적으로 분석한다. 이런 방법은 연구자의 경험에 크게 의존하여 오차가 클 수밖에 없고, 각각의 개체에서 관측된 신경세포의 위치나 수량을 표준적인 공통의 방법으로 동시에 분석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백 교수 연구팀은 미국의 Allen Brain Atlas 프로젝트에서 제공한 쥐 두뇌의 3차원 표준 데이터에 기반하여, 임의의 각도에서 잘라낸 뇌 절편 이미지들을 SURF(Speeded Up Robust Feature Points) 특징점과 HOG(Histogram of Oriented Gradients descriptor) 형상 기술자를 이용하여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는 계산적인 분석 방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 실험에서 얻은 뇌 이미지와 가장 잘 일치하는 데이터베이스의 3차원 위치를 100마이크로미터(μm), 1도 이내의 오차로 찾아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각 2차원 뇌 이미지의 위치 정보를 3차원 공간상의 위치로 정확히 계산하고, 여러 개체에서 얻어진 신경 세포의 위치를 동일한 3차원 공간에 투영해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이 기술을 활용하면 다양한 기법으로 생성된 뇌 슬라이스 이미지를 이용해 신경세포의 3차원 위치를 뇌 전체에서 자동적으로 계산할 수 있어, 기존의 방법으로는 분석하기 어려운 수천~수만 개의 신경세포들의 정확한 뇌 내 분포 위치 및 상대적 공간 배열을 한번에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신경세포들의 연결성을 표준적으로 보정된 3차원 공간에서 표현할 수 있어 특정 뇌 영역 간의 연결은 물론 뇌 전역의 네트워크 분포를 여러 개체의 데이터를 사용해 동시분석도 가능하다. 따라서 기존 방식의 동물실험 분석에서 요구되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 6월 현재 백 교수 연구팀의 이 기술은 KAIST내 여러 실험실과 미국 MIT, 하버드(Harvard), 칼텍(Caltech), UC 샌디에고(San Diego) 등 세계 유수 대학의 연구 그룹에서 진행하는 뇌 신경 세포의 네트워크 분석에 활용되고 있다. 백세범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은 형광 뇌 이미지를 이용하는 모든 연구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 다양한 종류의 이미지 데이터에도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하다ˮ면서 "향후 쥐의 뇌 슬라이스를 이용하는 다양한 분석에 표준적인 기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ˮ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원천기술개발사업, KAIST의 모험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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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 종마다 시각 뇌신경망 구조 다른 원인 밝혀
바이오및뇌공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이 포유류 종들의 시각피질에서 서로 다른 뇌신경망 구조가 형성되는 원리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시스템 뇌신경과학 분야에서 수십 년간 설명되지 못했던 문제를 이론적 접근과 계산적 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답을 제시한 계산뇌과학 연구의 성공적인 예시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두뇌의 시각피질과 망막에 분포하는 신경세포들 간의 정보 추출 비율을 분석함으로써 특정 포유류 종이 갖는 시각피질의 기능적 구조를 예측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크기의 망막과 시각피질 사이의 신경망 연결 모델을 시뮬레이션 해 두 정보 처리 영역 사이에 대응되는 신경세포의 비율이 달라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두 가지 구조의 기능성 뇌지도가 형성됨을 보이고, 이 결과가 실제 실험에서 관측되는 신경망 구조와 일치함을 증명했다. 장재선, 송민 박사과정이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cell)’의 온라인 자매지 ‘셀 리포츠(Cell Reports)’ 3월 10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명 : Retino-cortical mapping ratio predicts columnar and salt-and-pepper organization in mammalian visual cortex) 포유류의 시각피질에서는 시각 자극의 방향에 따라 반응의 정도가 달라지는 성질인 방향 선택성(orientation selectivity)을 갖는 세포들이 관측된다. 원숭이, 고양이 등의 종에서는 이 세포들의 선호 방향이 연속적, 주기적인 형태로 변하는 방향성 지도(orientation map) 구조를 형성하는 반면, 생쥐 등의 설치류에서는 마치 소금과 후추를 뿌려 놓은 듯한 무작위에 가까운 형태로 분포해, 이를 소금-후추 구조(salt-and-pepper organization)라 한다.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기능성 뇌신경망이 이렇게 종에 따라 다른 구조를 갖는 원인을 찾기 위해 지난 수십여 년 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으나, 아직까지도 이를 결정하는 요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러한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서로 다른 크기의 망막과 시각피질이 연결될 때 동일한 망막 신호를 샘플링하는 시각피질 세포의 비율이 달라지게 된다고 가정했다. 이러한 조건에서 망막-시각피질 신호의 샘플링 형태를 시뮬레이션 하여 샘플링 비율에 따라 시각피질에서 형성되는 기능성 지도의 구조가 완전히 다르게 결정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 결과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다양한 종들에 대한 망막 및 시각피질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비교해 시각피질이 클수록, 또 망막이 작을수록 연속적인 방향성 지도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기존의 연구에서 확인된 포유류 여덟 종의 시각피질-망막 크기 비율을 기반으로 한 모델을 정량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이 결과가 실험에서 관측된 것과 같이 방향성 지도 존재 여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명확히 나누어짐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종으로 진화가 이뤄질 때, 감각기관의 크기와 같은 지극히 단순한 물리적인 조건의 차이에 의해서도 뇌신경망의 구조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는 다양한 생물학적 구조가 기존의 생각보다 훨씬 단순한 물리적 요소들의 차이에 의해 예측되거나 설명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백세범 교수는 “이미 오랫동안 알려져 있었으나 그 의미를 찾아내지 못했던 데이터들과 이론적인 모델을 결합해 새로운 발견을 도출해낸 의미 있는 연구이다”라며 “뇌 과학뿐만 아니라 계통분류학, 진화생물학 등 생물의 기능적 구조와 관련된 다양한 생물학 분야에서 이론적 모델 연구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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